"현재 북한은 1981년 중국과 같은 상황이고 그들도 통일을 원하고 있다. 향후 10~20년 사이 한국은 가장 흥미로운 나라가 될 것이다."
지난달 23일 KBS1-TV ‘오늘밤 김제동’에는 세계 3대 투자가 중 한 명으로 꼽히는 짐 로저스가 출연해 눈길을 끌었다.
그는 김제동과의 대담에서 북한 투자에 대해 시간을 할애했다. 그는 "북한 손실 방지에 대해서는 세상에 리스크 없는 투자는 없다"며 "다만 북한은 너무나도 저렴하기 때문에 위험도가 낮다"고 밝혔다.
북한 이외의 관심사와 관련, 로저스는 "전세계적으로 농업에 관심을 갖고 있으며 아시아 관광산업에도 주목한다"며 "중국의 환경문제를 해결하는 곳에 투자한다면 돈을 벌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 주식 시장과 상품 시장 넘나들며 고수익
워렌 버핏, 조지 소로스와 더불어 세계 3대 투자대가로 불리는 짐 로저스의 강점은 주식 시장과 상품(Commodity) 시장을 자유롭게 넘나들며 수익을 낸다는 사실이다.
상품 시장이란 옥수수, 구리, 철광석, 원유 같은 실물을 거래하는 시장을 말한다. 워렌 버핏이 주로 주식 시장에 집중하고, 조지 소로스가 상품 시장에 주력하는 반면 로저스는 주식 시장의 부진이 예상되면 상품 시장에 집중하고, 상품 시장의 불황이 예상되면 주식 시장에 뛰어드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2005년 국내에 번역 출간된 <상품 시장에 투자하라>(원제 : Hot commodities, How anyone can invest profitably in the world's best market)에는 그의 이같은 투자 원칙이 소개돼 있다.
이 책을 보면 그는 2000년 무렵부터 원유, 철, 구리 등 원자재와 옥수수, 콩 등의 먹거리의 가격이 오를 것이라고 주장했다. 실제로 금융위기가 닥치기 전까지 상품 시장은 무섭게 올랐고, 그는 큰 돈을 벌었다.
이 책에서 그는 "여전히 지금이야 말로 상품 시장에 투자해야 할 때"라고 강력하게 주장하고 있다.
실제로 국제 상품 가격은 당시 제법 오른 상태였다. 그가 만든 로저스국제상품지수(Rogers International Commodity Index)는 2004년 한해동안 10% 상승했다. 이 기간에 S&P주가지수가 2.8% 오른 것과 대조적이다.
로저스는 그러나 이것은 시작에 불과하다고 밝히고 있다.
"올해들어 상품 가격이 조금 올랐다는 이유로 상품을 팔아 치우면 평생 후회할 것이다. 1987년에 주가가 오르자 대다수 주식 투자자들이 주식을 매도했는데, 이들은 이후 주가가 1,000% 상승하는 것을 쓰린 가슴으로 지켜봐야 했다. 지난해 금융위기로 상품 가격이 꺾인 것은 일시적인 현상이다. 앞으로 상품 가격이 기록적으로 폭등할 일만 남았다."
그는 이같은 주장의 근거로 상품 수요는 그대로인데 공급이 줄고 있다는 사실을 들고 있다.
"국제 상품 시장에서 공급이 여전히 턱없이 부족하다. 금융위기가 닥치면서 농부는 비료를 매입할 자금을 대출받지 못하고 있다. 마찬가지로 어떤 금융기관도 광산업자에게 대출을 하지 않고 있다. 새 광산을 열려면 10년, 20년이 걸린다. 이렇게 수요와 공급이 불일치하면 상품 가격은 오를 수 밖에 없다."
그는 각국에 유동성이 풍부해진 것도 상품 가격 상승을 유발하는 요인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역사를 되돌아보면, 정부가 돈을 찍어내면 현물(real thing)의 가격은 올랐다. 그런데 지금 세계의 모든 나라가 돈을 마구 찍어내고 있다. 결론적으로, 앞으로 경기가 회복되면 상품 가격은 반드시 오른다. 경기가 회복되지 않더라도 공급 부족과 풍부한 유동성 때문에 상품 가격은 오른다."
그는 이런 일이 벌어지는 이유를 식품회사 켈로그(Kellogg)의 경우를 생각해보면 쉽게 이해할 수 있다고 말한다.
"켈로그가 시리얼 재료로 사용하는 밀, 옥수수, 설탕과 포장용으로 쓰는 제지의 공급이 넘칠 정도로 많아지면 - 가격이 매우 낮다면 - 켈로그의 제조원가는 낮을 것이고 켈로그는 이익이 날 수 밖에 없다."
그는 이렇게 가격을 항상 수요와 공급의 원리에서 생각한다. 이런 관점에서 그는 인플레이션도 복잡하게 생각할 필요가 없다고 말한다.
"사람들은 인플레이션을 시장 메커니즘과는 독립적으로 움직이는, 뭔가 신비스러운 존재처럼 여긴다. 그러나 인플레는 결국 가격이 오르는 것 말고 뭐가 있겠는가. 그리고 가격이란 특별한 이유나 원인 없이 오르는 것이 아니다. 수요가 넘치는데 공급이 이것을 따라주지 못하면 가격은 오른다"
실제로 2005년 이후의 상품 시장을 보면 옥수수, 철광석 등 주요 상품 가격이 200% 가까이 상승했음을 확인할 수 있다.
◆ 확신서면 대중 의견 무시
짐 로저스는 1942년 미국 태생으로 5세 때 야구장에서 병을 줍는 것으로 돈을 벌기 시작했다. 이듬해 음료수와 땅콩을 팔았다는 것은 그의 유명한 일화다.
그는 1973년 조지 소로스와 함께 헤지펀드인 퀀텀펀드를 설립, 10년간 4200%의 수익을 올리며 세계적인 투자자 반열에 올랐다.
그는 38세에 억만장자로 성공해 직장에서 은퇴했는데, 수요와 공급의 원리에서 투자 대상을 찾아왔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내가 월스트리트에 뛰어든 1964년은 우연히도 20년 넘게 지속됐던 주식 시장의 강세장이 마지막 고비를 맞은 때였다. 나는 수요와 공급의 추세를 연구했다. 1970년대로 접어들며 주식 시장이 약세장에 돌아서자 나는 상품 시장에 엄청난 기회가 숨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그는 확신이 서면 전문가나 대중의 의견을 철저히 무시한다. 그는 "무리로부터 벗어나 있을 때 거의 언제나 큰 돈을 벌었다"고 밝히고 있다. 그는 2000년 무렵에도 상품 시장에 투자하라고 주장했는데, 아무도 귀담아듣지 않고 심지어 자신을 바보 취급했을 때 오히려 자신의 신념에 확신을 갖게 됐다고 밝히고 있다.
"가령 내가 1982년에 당신이 가진 돈 전부를 S&P500 인덱스 펀드에 투자하라고 했다면 당신은 나를 미친 사람으로 여겼을 것이다. 당시 주식 시장은 10년에 걸쳐 옆걸음질 치고 있었기 때문이다."
"투자자가 해야 할 일은 기회가 있는 시장이 어디인지 주의깊게 살펴보고, 이같은 기회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결정적인 변화가 무엇인지 계속 주목하고, 그 다음에는 합리적으로, 또 책임감있게 행동하는 것이다."
◆ "당신 자신의 한계를 알라"
자신의 한계를 아는 것도 중요하다고 그는 조언한다. 그는 자신이 장기적인 관점에서 투자를 하는데, 그 이유는 시장의 단기적인 움직임을 예측하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최고의 트레이더는 타이밍의 마술사들이다. 이들은 언제 들어가고, 언제 나와야 할지를 정확하게 알고서 아무런 두려움이 없이 시장에 들어갔다가 빠져 나온다. 그러나 나는 형편없는 트레이더였고 따라서 단기적인 투자는 피했다. 지난 수십년 동안 내가 발견한 돈을 벌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은 내가 좋아하는 투자 대상 가운데 싼 것을 찾아내, 매수나 매도 포지션을 취한 다음 장기간 그대로 보유하는 것이었다."
그래서 그는 단기적인 예측을 해야하는 옵션을 그리 좋아하지 않는다고 고백하고 있다.
"자기 자신을 아는 것 만큼 중요한 것은 당신이 투자하고자 하는 대상을 고른 다음, 그것에 대해 능력이 닿는데까지 모든 것을 배우는 것이다."
로저스는 현재 투자회사인 로저스홀딩스와 비랜드인터레스트 회장을 겸직하고 있으며 최근에는 금강산에 골프 리조트를 보유하고 있는 국내 리조트 개발업체 아난티의 사외이사로 선임되기도 했다. 또한 새로운 경제의 중심으로 아시아가 부상할 것이라고 주장했으며 두 딸에게 중국어를 가르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