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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밸류뉴스=ksb3433 ]

 

한국은 지금부터 18년 뒤 인구 5명당 1명이 노인인 초고령 사회에 진입하게 된다. 인구 5명당 1명이 노인인 사회를 숫자로만 바라보면, 그것이 의미하는 바를 정확히 읽어내기 어렵다(참고로 인간의 생물학적 노인의 정의는 65세 이상을 말한다). 초고령 사회의 실제는 이런 숫자가 의미하는 것 이상이다.

우리보다 약 20년 앞서 이미 초고령 사회에 진입한 나라가 일본이다. 일본은 2005년 말 기준으로 세계에서 처음으로 초고령 사회에 진입했다.

초고령 사회에 진입하면서 일본에서는 그 이전에 볼 수 없었던 삶의 풍경이 펼쳐지고 있다. TV 기저귀 광고의 모델은 예쁜 아기들이 아닌 노인들이다. 교통 사고율도 급증하고 있다. 신체적 기능이 저하됨에 따라 반사 신경이 무뎌진 노인들이 운전하다 자주 사고를 내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일본의 일부 지방자치단체는 노인들이 운전 면허증을 반납하면 택시비 할인 쿠폰을 제공하기도 한다. 한마디로 ‘사고(?) 치지 말고 대중교통을 이용하라’는 것이다.

더 심각한 것은 황혼 이혼과 노인들을 대상으로 한 사기다. 우리나라도 황혼이혼이 급증하고 있지만 속내를 들여다보면 완전히 다른 이혼 메커니즘을 보여준다. 우리나라는 봉건적인 가부장적 사고방식을 가진 남편과 살던 부인이 자녀들이 결혼하는 순간 이혼 소송을 하고 자신의 독립적 삶을 찾기 위해 선택하는 것이 이혼이다.

하지만 일본은 부부간의 사소한 말다툼이 이혼으로 연결되는 경우가 적지 않다고 한다. 왜냐하면 평생 아침 일찍 출근하고 늦게 퇴근했던 회사형 인간인 남편들이 어느 날 정년 퇴임직 하고 집안에 있게 되자 부부간의 일상생활에 새로운 갈등이 발생했기 때문이다.

 

노인

사진=픽사베이

 

▶ 우리 사회가 처음 경험하는 ‘고령화 패러다임’

 

얼마 전 일본 사회를 시끄럽게 했던 중국 여성이 있다. 이 여성은 혼자 사는 남성 노인들을 대상으로 살인을 저질렀는데, 이 여인이 선택한 남성들은 한결같이 당뇨병을 앓고 있었다. 인슐린을 과다 투입하는 방법으로 노인들을 죽음으로 몰아갔고, 그들의 재산을 차지했다. 섬뜩한 노인 범죄가 아닐 수 없다.

이런 현상들은 그 이전에 우리가 한 번도 보지 못했던 것들이다. 이 때문에 고령화 문제를 바라볼 때, 기존의 관점이 아닌 새로운 관점에서 바라볼 필요가 있다. 자본주의 역사상 선진국에서 이렇게 노인이 많아지는 사회는 인류가 처음으로 경험하는 것이다. 또한 고령화는 반드시 인구 감소로 이어진다. 인구 감소 역시 새로운 패러다임이다. 1800년대 산업 혁명으로 자본주의가 시작된 이후 지난 2000여 년간 자연재해나 전쟁을 통하지 않고 인간이 자발적으로 고령화되면서 스스로 번식을 억제해 인구가 줄어드는 최초의 경험을 하게 되는 것이다.

일본은 2005년 말 초고령 사회로 진입하면서 인구 감소도 시작됐다. 우리나라도 2030년 께에는 인구 감소가 시작된다. 이미 전라도, 경상도, 강원도 등 지방은 인구 감소가 시작됐고 아직도 인구 확대 단계에 있는 서울·수도권 지역도 지금부터 20여 년 뒤면 인구 감소의 길을 걷게 될 것이다. 지방 집값이 오르지 않는 중요한 이유 중 하나가 바로 고령화와 인구 감소다.

아직 우리나라는 초고령 사회에 진입한 것이 아니라 고령화 과정을 겪고 있는 나라다. 이는 지금부터 준비할 시간이 아직 남아 있다는 것이다. 초고령화 사회를 맞이하기 위해 개인 투자자들은 무엇을 준비해야 할까.

첫째, 오래 일하는 것은 선택이 아니라 노후 생활의 필수 요건이라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평균 수명이 짧던 시대에는 큰돈을 벌어 젊어서 은퇴해 세계 각국을 여행하며 말년을 보내는 것이 가장 멋진 노후 대책이었다. 하지만 이제 80∼90세까지 사는 사람들이 흔해지는 세상이 된다. 운 좋게 60세까지 일을 한다고 하더라도 남은 20∼30년 동안 무엇을 할 것인가. 20∼30년 동안 해외여행을 하면서 살겠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아마도 머리가 조금 이상한 사람일 것이다.

40대부터 인생 2막을 어떻게 살 것인가를 진지하게 고민하고 준비해야 한다. ‘돈’보다 ‘오래 일하는 것’이 더 중요한 세상이 오는 것이다.

둘째, 자산 운용 기간에 대한 과거의 통념을 버려야 한다. 은퇴는 자산운용에서 가장 큰 이벤트 중 하나다. 흔히 은퇴 설계는 60세까지 일하고 그 이후에는 그동안 모아 놓은 돈으로 쓰면서 생활한다는 것을 전제로 이뤄지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이런 전제는 더 이상 현실과 맞지 않는다. 만일 60세에 은퇴하고 80세까지 산다고 하더라도, 20년이란 긴 세월 동안 자산을 운용해야 한다. 이는 은퇴 시점을 전후로 구분하는 도식적인 은퇴 설계 방식으론 제대로 된 자산운용을 할 수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따라서 자산운용 계획을 세울 때는 보다 더 긴 호흡법을 가져야 한다. 나이가 40세라고 하면 은퇴 이후인 최소한 70세 시점까지 고려한 자산운용 계획을 세워야 한다는 얘기다.

 

▶ ‘30년 후’ 고려한 자산운용 계획 필요

 

셋째, 자산 배분에서 균형 감각을 가질 필요가 있다. 사회에 노인이 많아진다는 것은 자산운용에서 현금흐름을 중시하는 경향으로 바뀐다는 것을 뜻한다. 노인들은 자산의 소비자들이다. 자신이 보유하고 있는 자산에서 나오는 현금이나 그 자산을 처분해서 생활해야 한다.

하지만 한창 근로 활동을 하는 사람들은 노인들과는 사정이 다르다. 이들은 매월 월급이란 형태로 현금을 확보하기 때문에 투자할 때, 임대료나 배당과 같은 현금흐름 보다 자본 차익에 초점을 맞추는 경향이 강하다. 30∼40대 사람들이 가장 관심이 많은 부동산은 주거와 시세 차익이 가능한 아파트인데, 은퇴를 앞둔 사람은 매월 현금을 발생시키는 상가와 같은 투자처를 더 선호하는 것이 대표적인 예다. 따라서 고령화가 진척될수록 환금성과 현금흐름이 좋은 자산에 대한 선호도가 높아질 가능성이 높다.

부동산 자산은 수익성은 좋으나 최근처럼 경기가 좋지 않으면 환금성에 제약이 많다는 단점이 있다. 반면 주식 자산은 가격 변동성 위험이 높으나 환금성이나 현금흐름 측면에서는 부동산보다 더 많은 장점을 갖고 있다. 고령화가 진척될수록 점차 주식자산과 같은 환금성이 좋은 자산의 비중을 늘려가는 것이 필요하다. 현재 우리나라 사람들의 가계 자산 구성은 77.8%가 부동산이다. 주식 자산 비중이 선진국에 비해 너무 낮다. 하지만 2005년 말 도입된 퇴직연금 제도가 활성화되고 중장년층들의 주식 자산에 대한 수요가 높아지면 이 비중은 점차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미래를 예측할 수는 없지만 현재의 시각으로 미래를 재단해서도 안 된다. 오히려 현재에도 존재하면서 미래에도 계속 존재할 수 있는 변수를 중심으로 사고하는 게 더욱 현명하다. 이런 의미에서 고령화 문제는 지금도 존재하고 미래에는 더욱 확실히 존재하는 변수다. 고령화라는 변수를 잘 이해하고, 이에 걸맞은 자산 운용 전략을 짜는 것은 현재 우리 앞에 높여진 중요한 과제 중 하나다.  /이상건=미래에셋은퇴연구소 상무


ihs_buffett@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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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18-03-09 09: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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