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제약사들의 2024년 신약 개발 비용이 평균 22억3000만 달러(약 3조2689억원)로 집계되었으며, GLP-1 치료제의 급격한 성장이 개발 비용 증가의 주요 요인으로 분석됐다. 딜로이트의 최신 보고서가 글로벌 제약 산업의 연구개발(R&D) 현황을 심층 분석했다.
글로벌 회계·컨설팅 펌 딜로이트가 20개 글로벌 제약사의 지난해 연구개발(R&D) 현황을 분석한 보고서에 따르면, 이는 전년도(2023년) 21억2000만 달러(약 3조1077억원) 대비 1억1000만 달러(약 1612억원) 증가한 수치다. 특히, GLP-1(Glucagon-Like Peptide-1, 글루카곤 유사 펩타이드, 비만치료제 호르몬제제) 계열 치료제가 비용 증가의 주요 요인으로 지목됐다.
딜로이트가 발간한 '제약 혁신의 수익률 측정' 연례 보고서 주요 내용 정리 도표. [자료=더밸류뉴스]
◆GLP-1 치료제, 비용 증가 주도...임상시험·거시경제적 요인도
보고서는 20개 제약사 중 12개 기업에서 신약 개발 비용이 급격히 증가했다고 분석했다. 비용 상승의 주요 원인으로는 △임상시험 기간 연장 △복잡해진 연구 영역 △거시 경제적 요인 △기술 발전에 따른 인력 이직률 상승 등이 꼽혔다.
특히, 2024년에는 실패한 임상시험 후보물질에 대한 지출이 77억 달러(약 11조2812억원)에 달하며 개발 비용 상승을 가속화했다. 다만, 글로벌 제약사들의 연평균 R&D 지출 증가율은 2013~2020년 7.69%에서 2020~2024년 6.44%로 다소 둔화됐다. 이는 빅파마들이 R&D 지출의 효율성을 높이는 데 집중한 결과로 분석된다.
◆R&D 투자 수익률 상승...GLP-1 제외 시 수익성 감소
신약 개발 비용 증가에도 불구하고 글로벌 제약사의 R&D 투자 수익률(ROI)은 개선된 것으로 나타났다. 2023년 4.3%였던 내부 수익률은 2024년 5.9%로 1.6%포인트 증가했다.
그러나 GLP-1 치료제를 제외할 경우 ROI는 3.8%로 낮아져, 해당 치료제가 제약사의 수익성에 상당한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20개 제약사의 신약당 예상 최대 매출은 평균 5억1000만 달러(약 7476억원)로 조사됐으나, GLP-1을 제외하면 3억7000만 달러(약 5424억원)로 감소해 수익성 저하가 두드러졌다.
딜로이트는 “후기 단계 파이프라인에서 잠재적 블록버스터 신약이 등장하고, 긍정적인 임상시험 결과가 나오면서 상업적 기대가 증가한 점도 ROI 상승에 기여했다”고 설명했다. 2024년 후기 개발 단계에 진입한 블록버스터 신약은 29개로, 2023년(19개) 대비 53%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딜로이트가 20개 글로벌 제약회사를 대상으로 '제약 혁신의 수익률 측정'을 분석한 연례 보고서를 발표했다. [사진=픽사베이]◆'미충족 의료수요 공략'이 신약 개발의 핵심 전략
딜로이트는 글로벌 제약사들이 미충족 의료수요가 높은 치료 분야에 대한 투자 확대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기존 치료제의 점진적 개선보다 신약 개발의 복잡성과 규제 부담이 크지만, 장기적으로 높은 보상을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어 “대담한 기업이 얻을 수 있는 보상은 재정적으로나 글로벌 보건 결과를 개선하는 측면에서 상당할 수 있다"며 "포트폴리오를 다각화시켜 시장 포화도가 낮은 치료 분야의 전문성을 구축할 것"을 강조했다.
이번 보고서는 제약 산업의 미래 전략이 단순한 비용 투자를 넘어 미충족 의료수요와 혁신적 치료제 개발에 있음을 시사한다. 글로벌 제약사들은 급변하는 의료 환경에서 위험을 감수하면서도 혁신적인 접근을 통해 새로운 가치를 창출해야 할 시점에 직면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