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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집단 탐구] ㊸KT&G, 담배 시장 축소에도 실적 쑥쑥 1위... 수익성 저하 과제

- 1998년 담배시장 전면 개방에도 국내 시장 1위 지켜

- 영업이익률 30%에서 지난해 10%대로 떨어져

  • 기사등록 2024-02-01 00:3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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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거래위원회의 '2023 공시대상기업집단'에 이름을 올린 국내 대기업집단의 지배구조와 경영 현황, 비즈니스 전략 등을 분석하는 '대기업집단 탐구'시리즈를 연재합니다. '재계순위'로도 불리는 공정위의 공시대상기업집단을 심층 분석해 한국 경제와 재계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하겠습니다.[편집자주]
[더밸류뉴스=문성준 이명학 기자]

기업의 생존과 성장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외생 변수는 산업(industry)이다. 다시 말해 어느 기업의 CEO와 임직원들이 아무리 유능하고 성실해도 그 기업이 속해 있는 산업의 업황이 나빠지면 생존을 기약하기 어렵다. 1900년대 초 미국의 대중 교통수단이 우마차(牛馬車)에서 (내연기관) 자동차로 바뀌자 말채찍 생산 기업이 줄줄이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진 것이 이를 보여준다. 


이 점에서 국내 담배 시장 점유율 1위 기업 KT&G(대표이사 백복인)는 연구 대상이다. 


KT&G가 속해있는 담배 산업(tobacco industry)은 해마다 축소되고 있다. 담배가 건강에 해롭다는 사회적 공감대가 형성되면서 이런 저런 규제가 속속 나오고 있고 흡연 인구는 감소하고 있다. 이렇게 담배 산업의 업황이 나빠지면 담배를 생산하는 KT&G는 당연히 부정적 영향을 받게 된다. 이게 비즈니스 상식이다.  


그런데 KT&G는 이런 비즈니스 상식을 거꾸로 가고 있다. KT&G의 최근 10년(2013~2023) 매출액 CAGR(연평균증가율)은 5%에 육박하고 있고(4.86%) 이 기간 평균 영업이익률은 무려 30%에 육박한다(28.10%). 여기에다 사실상 무차입 경영(부채비율 30%)이다. 이런 '노나는 장사'가 따로 있나 싶다. 


KT&G는 어떻게 비즈니스 업계의 '중력의 법칙'을 뒤집어 놓고 있는 걸까. 이 궁금증을 추적하다 보면 그간 우리가 간과했던 KT&G의 민낯이 드러난다. 


◆46위→34위로 19년만에 12단계↑... 국내 담배시장 1위


지난해 KT&G그룹은 공정거래위원회(위원장 한기정)가 발표한 공시대상기업집단(일명 대기업집단) 34위를 기록했다. 전년비 2계단 상승했다. 매출액 5조8760억원, 순이익 1조1500억원으로 전년비 각각 11.74%, 19.43% 증가했다. 계열사는 영진약품(상장사), 한국인삼공사, 코스모코스(이상 비상장사) 등 13개로 전년비 1개 증가했다. 


KT&G그룹의 지배구조와 현황. 2023년 12월. 단위 %. [자료=금융감독원]

KT&G의 대기업집단 순위는 지속적으로 점프해왔다. 2004년 46위였다가 45위(2002~2003), 40위(2006년), 34위(2023년)로 19년만에 12단계 점프했다. 그러다 보니 현재 KT&G는 정부 산하 기관에서 민영화된 기업 가운데 KT그룹(대표이사 김영섭)을 제외하고 가장 사이즈가 큰 대기업집단으로 자리매김했다. 


◆1988년 담배시장 전면 개방에도 점유율 1위 지켜 


앞서 언급한대로 이 기간 KT&G를 둘러싼 업황은 녹록치 않았다. 특히 1988년 국내 담배시장 전면개방은 KT&G에 일대 위기였다. 당시 미국 정부가 자국 담배기업 필립모리스를 등에 업고 한국정부에 담배 시장 개방을 압박한 데 따른 결과였다. 담배시장 전면 개방으로 글로벌 담배시장 1위 사업자이던 필립모리스는 물론이고 독일 BAT, 일본 JTI 등 세계적으로 쟁쟁한 브랜드들이 한국 담배 시장에 진입했다. 


그간 정부의 보호 아래 국내 담배시장을 독점하던 KT&G는 '바람 앞에 등잔불' 같은 처지에 놓였다. 당시 KT&G는 정부투자기관(한국전매공사)이었고 이후 정부의 민영화 방침에 따라 2002년 주식회사가 됐다(KT&G의 기원은 1883년 조선말기 인천 개항장에 서양식 연초를 제조하는 ‘순화국’으로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KT&G의 실질적 모태는 1899년 대한제국에서 홍삼 관리 업무를 맡던 삼정과이고 이후 전매청(1987~1989)→한국담배인삼공사(1989~2001)→KT&G(2001~현재)로 이어진다).


그런데 막상 한판 승부가 벌어지자 결과는 의외로 KT&G의 사실상 완승이었다.


최근 10년 KT&G 실적과 연혁. [자료=KT&G 사업보고서] 

1988년 담배 시장개방 당시 1%로 시작한 외국산 담배의 점유율은 2010년 40%대까지 올라갔으나 그것이 정점이었다. 이후 외국산 담배 점유율은 감소세를 보여 현재 35~40%에 머물고 있다. 반면 KT&G는 국내 시장 점유율 1위를 지키고 있다. 구체적으로, 전자담배(궐련형)의 국내 시장 점유율은 KT&G가 1위(49%)이고 이어 한국필립모리스 40%, BAT로스만스 11% 순이다(2022년 유로모니터). 궐련 담배는 KT&G가 67%로 압도적 1위이다.


KT&G의 이같은 성과는 '전략의 승리'로 요약된다. 


대표적인 것이 초슬림형 담배 출시다. KT&G는 글로벌 기업들이 상대적으로 외면하던 슬림형(7㎜ 이하) 제품 개발에 착수했고, 1996년 에쎄(5.4㎜)를 출시했다. 현재까지도 에쎄는 슬림형 담배 국내 1위 자리를 견조하게 유지하고 있다. 


안정성 담보하는 저발화성 담배 제조기술에 투자한 것도 성공 비결로 꼽힌다. KT&G는 KAIST, 한국기계원 등과 협업해 지난 2013년 저발화성 기술 ‘블루밴드’를 적용한 더원 3종을 출시했다. 국내에서 저발화성 기술을 적용한 첫 제품이었다. 이후 KT&G는 2015년까지 전 제품에 대해 적용을 확대했다.


2023 공시대상기업집단. [자료=공정거래위원회] 

◆내수시장 개방되자 역발상으로 글로벌 진출


그렇지만 KT&G의 오늘을 이끈 전략은 뭐니 뭐니 해도 글로벌 시장 진출이다. 


KT&G는 국내 시장 개방에 따른 위기를 오히려 기회로 활용했다. 생각을 뒤집어 글로벌 시장에 진출하기로 결정한 것이다. KT&G는 글로벌 시장에서 PMI(필립모리스인터내셔널), BAT, CNTC, JT 등의 브랜드 파워가 어마어마하다는 현실을 감안해 틈새 시장을 파고 들었다. 서구 열강에 거부감을 갖고 있는 중동 지역과 러시아를 집중 공략했다. 해외 시장 개척은 2020년대 초반이후 KT&G 성장을 이끌었다. 현재는 동남아, 아프리카, 미주까지 확대해 총 135개국으로 수출을 진행하고 있다.


틈새 시장 공략은 지금도 현재진행형이다. 해외직접투자를 통해 인도네시아, 카자흐스탄 등에 생산기지를 만들고 수출 거점으로 활용하고 있다. 2022년 기준 해외 매출액은 1조 4202억원으로 전체 매출(5조 8564억원)의 2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글로벌 시장 공략은 KT&G가 2027년 매출 10조원, 글로벌 빅4라는 목표 실현의 핵심 전략이다. 현재 KT&G는 글로벌 시장 점유율 5위(약 2.7%)를 기록하고 있다. CNTC, JT, PMI, BAT의 4개 기업의 글로벌 담배 시장 점유율이 63.7%에 달한다. 


인도네시아 수라바야에 위치한 KT&G의 인도네시아 생산 공장 전경. [사진=KT&G]

2017년 출시된 궐련형 전자담배 브랜드 릴(Lil)도 성공작으로 평가받고 있다. 경쟁제품인 아이코스(필립모리스)나 글로(glo·BAT로스만스) 대비 후발주자로 나왔음에도 현재 국내 1위를 차지하고 있다. 선발 주자(first mover)들 단점을 보완하면서도 고객 니즈와 시장 변화를 빠르게 따라가는 ‘패스트 팔로워’ 전략이 적중했다. 자체적으로 릴의 해외 판매망이 부족하자는 판단이 들자 순발력있게 PMI(필립모리스인터내셔널)과 전략적 제휴를 맺어 글로벌 유통망을 확보하기도 했다.


KT&G는 현금(및 현금성)과 부동산 자산이 풍부한데 정부 산하 기관 시절 가지고 있던 물류창고나 생산공장이 이전하면서 남은 부지가 KT&G 소유가 됐기 때문이다. 이러한 자산을 바탕으로 KT&G는 현재 부동산 개발 사업에서도 성과를 내고 있다. 


KT&G 주요 계열사 실적 추이. KT&G의 경우 연결 실적에서 계열사 실적 제외. [자료=금융감독원 전자공시]

◆'시장 정체 + 수익성 저하 + CEO 승계' 3대 과제 직면


KT&G의 앞날이 마냥 장미빛은 아니다. 


앞서 언급했듯이 국내 담배 시장은 해마다 축소되고 있다. 2022년 17조6900억원 규모를 기록한 국내 담배 시장은 향후 감소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담배가 건강에 해롭다는 공감대가 확산되면서 정부의 담배 광고 규제는 갈수록 강화되고 있다. 자발적 금연자도 증가하고 있다.


KT&G의 영업이익률은 33.1%(2015), 28.0%(2018), 21.7%(2022년)에 이어 지난해 10%대로 떨어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여전히 두자리수이지만 KT&G 입장에서는 신경 쓰이는 현안이다.


자회사 한국인삼공사(KGC)는 주력 제품인 홍삼 등에서 브랜드 파워를 가지고 있음에도 실적이 부진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지난해 건기식(건강기능식품) 부문 매출액은 약 2830억원으로 전년비 소폭 증가했으나, 영업손실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최근 KT&G를 둘러싼 잇따른 잡음도 나타나고 있다. 사외이사들의 업무와 무관한 초호화 출장에 논란에 이어 고속도로 휴게소와 군 PX 등에 KT&G 비인기 제품을 사실상 강매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전국 각지에 곳곳이 위치한 사택의 경우 관리가 잘 되지 않아 거주 기간 이후에도 방치되고 있다. 이에 대해 KT&G측은 "적법한 절차와 규칙대로 진행됐고, 일부 사건의 경우 현재와 관련이 없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역대 KT&G CEO. 

'포스트 백복인'을 둘러싼 논란도 증폭되고 있다. 2015년 10월 취임해 최장수(8년 9개월) KT&G CEO 기록을 갖고 있는 백복인 사장은 최근 연임을 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백복인 사장은 한국담배인삼공사(KT&G 전신)에 입사해 약 30년 근무했다. KT&G 실적을 개선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신임 CEO는 3월말 결정된다. 


a854123@thevalue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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