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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집단 탐구] 57.현대차그룹, '와해성 기술' 전기차 시대에도 글로벌 '자동차 빅3'

- 2022년 글로벌 자동차 '빅3' 진입... '내연기관차→전기차' 연착륙 진행중

- 주가 10년째 제자리.. 전기차 연착륙 성공하면 점프 기대감↑

  • 기사등록 2024-04-13 15:23: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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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밸류뉴스=박지수 황기수 기자]

여기 사진 두 장이 있다.


미국 뉴욕 월스트리트의 똑같은 장소를 13년 시차를 두고 찍은 사진이다. 왼쪽은 1900년 4월 미국 뉴욕의 부활절 아침 거리 풍경이고, 오른쪽은 그로부터 13년이 지난 똑같은 장소 풍경이다.   


[대기업집단 탐구] 57.현대차그룹, \ 와해성 기술\  전기차 시대에도 글로벌 \ 자동차 빅3\ 1900년 4월 부활절의 미국 뉴욕 월스트리트 풍경(왼쪽)과 그로부터 13년이 지난 같은 장소 풍경.

왼쪽 사진의 거리는 온통 마차(馬車)로 채워져 있는 것이 보인다. 빨간 네모 표시된 부분의 딱 한 대만 자동차이다. 구체적으로 헨리 포드(Henry Ford)의 포드 자동차 회사가 생산한 내연기관 자동차 '포드 T'이다. 


그런데 오른쪽 사진을 보자. 13년이 지난 1913년 4월 부활절 아침의 똑같은 장소이다. 마차는 온 데 간 데 없고 온통 '포드 T'가 거리를 메우고 있다. 불과 10여년만에 세상이 천지개벽한 것이다. 마차 산업은 한 순간에 몰락했다. 신기술은 이처럼 기업 운명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마차와 내연기관차 이야기를 꺼낸 이유는 테슬라(Tesla)로 대표되는 전기차(EV·Electric Vehicle) 기업의 등장 때문이다. 전기차는 기존 업계에 파괴적 영향을 미치는 와해성 기술(Disruptive Technology)이다. 그래서 테슬라가 2010년 6월 나스닥에 상장하고 2018년 모델3를 안정적으로 생산하자 내연기관 자동차(화석연료차) 업체들은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질 수 있다는 전망이 제기됐다. 


그런데 2024년 4월 기준으로 이 전망은 빗나간 상태이다. 국내 내연기관 자동차 시장 점유율 1위인 현대차그룹(회장 정의선)은 지난해 역대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고 최근 공시했다. 현대차그룹은 토요타, 폭스바겐에 이어 글로벌 자동차 시장 점유율 '빅3'이기도 하다. 


'전기차의 저주'는 빗나간걸까? 현대차그룹의 미래는 어떻게 전개될까? 


◆대기업집단 3위, 글로벌 자동차 '빅3'... 내연기관차 비중 95% 


현대차그룹은 지난해 공정거래위원회(위원장 한기정, 이하 공정위)가 발표한 공시대상기업집단(대기업집단) 3위를 기록했다. 그룹 전체 매출액 248조8970억원, 당기순이익 11조6710억원으로 전년비 각각 17.73% 37.31% 증가했다. 계열사는 현대차, 기아, 현대제철, 현대건설, 현대위아(이상 상장사), 현대엔지니어링, 현대캐피탈, 현대카드 등 60개로 전년비 3개 증가했다.


[대기업집단 탐구] 57.현대차그룹, \ 와해성 기술\  전기차 시대에도 글로벌 \ 자동차 빅3\ 현대차그룹의 지배구조와 현황. 2023년 12월 기준, 단위 % [자료=공정거래위원회]

현대차그룹의 핵심 계열사는 당연히 현대자동차(이하 '현대차')이다. 현대차그룹 주요 계열사의 매출액을 살펴보면 현대차(162조 6636억원)가 가장 많고 이어 기아 99조8084억원, 현대모비스 59조 2544억원, 현대건설 29조 6514억원, 현대제철 25조 9148억원, 현대글로비스 25조 6832억원, 현대위아 8조5903억원, 현대로템 3조5874억원 순이다(2023년 K-IFRS 연결 기준). 매출액 1, 2위인 현대차와 기아는 완성차를 생산하고 3위 현대모비스는 자동차 부품사이다.


[대기업집단 탐구] 57.현대차그룹, \ 와해성 기술\  전기차 시대에도 글로벌 \ 자동차 빅3\ 현대차그룹 주요 계열사 매출액. 2023년 K-IFRS 연결 기준. 단위 억원. [자료=금융감독원 전자공시]

현대차의 실적은 해마다 개선되고 있다. 현대차는 지난해 매출액 162억6636억원, 영업이익 15조 1260억원, 당기순이익 12조2732억원으로 각각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현대차가 실적을 개선한 것은 당연하게도 자동차를 잘 팔았기 때문이다. 현대차그룹은 지난해 자동차 730만대를 판매해 토요타(약 1075만대), 폭스바겐(924만대)에 이어 글로벌 자동차 '빅3'에 자리매김했다. 현대차 422만대, 기아 308만대로 구성돼 있다. 현대차그룹은 2000년 글로벌 완성차 '빅10'에 진입했고 10년만인 2010년 포드를 앞지르며 '빅5'에 진입했다. 이후 2020년 4위, 2021년 5위에 이어 2022년 3위로 두 계단 점프했다. 


◆'전기차 대중화' 당초 예상보다 더뎌... 현대차에 연착륙 시간 벌어줘 


눈여겨 볼 부문은 전기차 비중이다. 지난해 현대차그룹이 판매한 자동차 730만대 가운데 전기차 비중은 4.1%(약 30만대)로 추정되고 있다. 전기차 비중이 5%가 채 되지 않는 것이다. 지난해 1~11월만 놓고 보면 현대차는 26만 4329대의 전기차를 판매했다. 그간의 현대차의 전기차 판매대수를 살펴보면 2020년 10만9654대, 2021년 14만 355대, 2022년 21만5253대에 이어 지난해 약 30만대이다.


[대기업집단 탐구] 57.현대차그룹, \ 와해성 기술\  전기차 시대에도 글로벌 \ 자동차 빅3\ 최근 10년 현대차 실적과 연혁. K-IFRS 연결. 단위 억원. %. [자료=금융감독원 전자공시]

현대차그룹의 전기차 판매비중이 낮은 것은 전기차 대중화가 당초 예상보다 더디게 진행되고 있기 때문이다. 전기차 키플레이어 테슬라의 지난해 자동차 판매대수는 48만5000대에 불과하다. 내연기관차 1위 토요타의 판매대수가 1000만대를 넘는 것이 비하면 미미한 숫자임을 알 수 있다.  


전기차 대중화는 왜 당초 예상보다 더딘걸까? 


가장 큰 걸림돌은 가격(price)이다. 자동차 전문조사업체 에드먼즈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전기차 평균 판매가격은 6만544달러(약 7950만원)으로 내연기관차 대비 1만 3000달러(약 1700만원) 비싼 것으로 조사됐다. 


충전(storage) 인프라도 여전히 걸림돌이다. 주행중 전기가 방전되도 충전소가 없어 도로에 전기차를 방치했다는 케이스가 자주 보고되고 있다. 아직까지 전기차는 얼리 어답터(early adopter)를 제외한 일반 소비자에게는 '내연기관차보다 더 비싸면서 더 불편한 이동수단'으로 남아있다. 전기차가 언젠가는 내연기관차를 대체할 것이라는 점은 확실하지만 그 시점이 정확히 언제인지는 아무도 답하는 못하는 상황이다. 최근 블룸버그 통신 조사에 따르면 2040년께에야 전체 차량의 31% 가량이 전기차가 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그런데 전기차의 느린 대중화가 현대차에게는 기회로 작용하고 있다. 현대차 입장에서는 내연기관차에서 전기차로 연착륙할 수 있는 시간을 벌어주고 있는 셈이다.


[대기업집단 탐구] 57.현대차그룹, \ 와해성 기술\  전기차 시대에도 글로벌 \ 자동차 빅3\ 2023 공시대상기업집단. [자료=공정거래위원회]

◆전기차 연착륙인력 3분의 1 절감→노조 설 자리 잃을 수도


현대차그룹은 현재 내연기관차에 최적화돼 있다. 가치사슬의 하단에는 차량용 철강을 생산하는 현대제철부터 화물운송을 담당하는 현대글로비스, 자동차금융 사업을 영위하는 현대캐피탈 등으로 부품, 조립, 운송, 자동차금융에 이르기까지 수직 계열화돼 있다. 이런 수직계열화는 글로벌 완성차 그룹 중에서는 유일한 케이스로 경쟁사 토요타 그룹이 소재 부문을 맡는 아이치제강을 보유하고 있지만 고로가 없는 제강소에 불과하다.


제조부터 판매까지 상당 부문을 자급하다 보니 원가절감과 경쟁력 강화로 최근 실적도 두드러지고 있다. 대기업집단 2위 SK그룹(매출액 224조1920억원, 당기순이익 11조1000억원)을 뛰어넘어 경영 성과 기준으로는 재계 2위를 탈환했고, 대기업집단 지정 기준이 되는 공정자산 총액도 270조8060억원을 기록해 SK그룹(327조2540억원)과 격차를 좁히고 있다. 


그렇지만 이같은 내연기관차에서의 가치사슬은 전기차에는 사실상 무용지물이다. 그래서 현대차그룹은 전기차로의 연착륙을 순발력있게 진행하고 있다. 현대자동차그룹은 지난해 아이오닉 5·6, EV6, 니로(Niro), 코나(Kona) 등을 51만대 이상 판매해 전년비 13.7% 늘렸다. 


SNE리서치가 발표한 발표한 지난해 1~11월 글로벌 전기차 인도량에 따르면, 현대차그룹은는 전기차와 하이브리드를 포함한 친환경차 판매량이 51만4000대를 기록해 7위를 기록했다. 전기차 브랜드 ‘아이오닉’의 글로벌 인지도 제고하고 하이브리드 라인업을 지속적으로 강화해 친환경차 판매 확대가 이어질 것으로 평가했다.


전기차로의 전환이 현대차그룹에 반드시 불리한 것 만은 아니다.  


전기차 전환이 완성되면 현대차그룹의 숙제로 꼽히는 '강성 노조' 문제가 해결될 수 있다. 현대차그룹에 유독 강성 노조가 존재하는 이유는 내연기관차 생산 과정에서 대규모 인력(잠재적 노조원)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내연기관차는 '프레스샵(차체 생산) → 바디샵(차체 조립) → 페인트샵(도장) → 어셈블리샵(부품 장착·조립)'의 4단계를 거쳐 생산되는데 어셈블리샵에 인력의 80%가 집중돼 있다. 그런데 전기차 부품수는 내연기관차 부품수의 3분의 1에 불과하다. 전기차 전환을 완료하면 어셈블리샵 인력의 3분의 1을 줄일 수 있고 노조의 힘이 현저히 약화될 수 있다. 


현대차그룹이 전기차로의 연착륙을 얼마나 순조롭게 진행하느냐에 따라 미래가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연착륙이 순조롭게 진행될 경우 10년째 박스권에 있는 현대차 주가도 움직일 가능성이 높다. 

 

◆정의선 회장, '순환출자' 개선 과제 


현대차그룹을 이끌고 있는 정의선 회장은 2020년 10월 회장에 취임했다. 정의선 회장은 앞서 2021년 9월 그룹 수석총괄부회장에 취임해 현대차그룹을 사실상 이끌어왔다. 


부친 정몽구 명예회장은 2021년 경영 일선에서 공식 은퇴했다. 정 명예회장은 장녀 정성이 이노션 고문, 차녀 정명이 현대캐피탈·카드 사장, 3녀 정윤이 해비치호텔앤드리조트 사장, 장남 정의선 회장의 1남 3녀를 두었다. 정명이 사장 남편은 정태영 현대카드·커머설 대표이다. 정명이 사장과 정태영 대표는 현대커머셜·캐피탈·카드 경영을 맡고 있다.


[대기업집단 탐구] 57.현대차그룹, \ 와해성 기술\  전기차 시대에도 글로벌 \ 자동차 빅3\ 현대차그룹 오너 가계도와 지분 현황. [이미지=더밸류뉴스] 현대차그룹은 순환출자 해소 과제를 안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에 따르면 현대차그룹은 국내 30대 대기업 집단 중 유일하게 순환출자 고리를 해소하지 못했다.


지난 2022년 정의선 회장과 정몽구 명예회장은 현대글로비스 지분 10%를 글로벌 칼라일그룹의 특수목적법인 프로젝트가디언홀딩스에 시간외 대량매매 방식으로 매각했다. 이로 인해 지분을 23.29%에서 19.99%로 낮춰 최대주주 지위는 유지하면서 공정거래법을 피해 갈 수 있게 됐다. 공정위는 지난 2021년 시행한 개정법령에 따라 오너의 사익편취 규제 대상을 지분율 20% 이상인 계열사로 규정했다. 업계에서는 정의선 회장이 현대글로비스 지분을 매각한 것이 현대차그룹 지배구조 개선 시그널로 보고 있다.


tvn@thevalue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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