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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집단 탐구] 54. 글로벌세아, ODM이 끌고 M&A가 밀어 첫 재계 진입...'재무 부담' 도전 맞아

- 쌍용건설, 태림포장 잇따라 인수하며 사이즈↑ → 대기업집단 진입

- 기업 인수에 조(兆) 단위 지출하며 재무 부담 커지고 수익성 악화

  • 기사등록 2024-04-05 17:17: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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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거래위원회의 '2023 공시대상기업집단'에 이름을 올린 국내 대기업집단의 지배구조와 경영 현황, 비즈니스 전략 등을 분석하는 '대기업집단 탐구'시리즈를 연재합니다. '재계순위'로도 불리는 공정위의 공시대상기업집단을 심층 분석해 한국 경제와 재계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하겠습니다. [편집자주]
[더밸류뉴스=문성준 황기수 기자]

글로벌세아그룹(회장 김웅기)이 공정거래위원회(위원장 한기정. 이하 공정위)의 공시대상기업집단(대기업집단)에 처음 이름을 올려 관심을 끌고 있다(71위).


그간 숱하게 다양한 업종의 대기업집단들이 공정위 대기업집단 리스트에 이름을 올렸다가 사라졌지만 'ODM(Original Development Manufacturing·제조사개발생산)'을  주력 비즈니스 모델로 대기업집단에 이름을 올린 곳은 글로벌세아가 처음이다. 글로벌세아 그룹은 글로벌 최대 규모 의류제조 기업인 세아상역을 모태로 둔 종합 그룹이다.


ODM은 한국 기업이 성공하기 쉽지 않다. ODM 성패는 가격(price)이 결정하는데 한국은 이미 세계에서 손꼽히는 고임금 국가로 진입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글로벌세아그룹은 내년(2025년)까지 매출액 10조원, 영업이익 1조원을 달성해 대기업집단 40위권에 진입한다는 목표를 갖고 있다. 해마다 대기업집단 순위를 15단계씩 점프하겠다는 것이다. 글로벌세아그룹은 어떤 기업일까? 


◆대기업집단 첫 진입... 쌍용건설, 태림포장 인수로 사이즈↑ 


글로벌세아그룹은 지난해 공정위가 발표한 공시대상기업집단 71위에 이름을 올렸다. 그룹 매출액 6조320억원 순이익 920억원이며 종속기업은 인디에프, 태림포장(이상 상장사), 세아상역, 쌍용건설, 태림페이퍼(이상 비상장사) 등 52개이다. 


[대기업집단 탐구] 54. 글로벌세아, ODM이 끌고 M&A가 밀어 첫 재계 진입...\ 재무 부담\  도전 맞아글로벌세아그룹의 지배구조와 현황. 단위 %. 2023 12. [자료=금융감독원]글로벌세아그룹이 이번에 대기업집단에 진입한 것은 지난 2022년 12월 쌍용건설 인수가 결정적이었다. 


글로벌세아그룹은 그해 10월 쌍용건설 최대주주 두바이 투자청(ICD)과 쌍용건설 지분 90%를 약 2000억원에 인수하는 절차를 마무리했다. 이 결과 쌍용건설 자산 1조원 가량이 글로벌세아그룹 자산에 플러스되며 대기업집단에 이름을 올린 것이다. 쌍용건설 인수 이전의 글로벌세아(사실상 지주사) 자산총계는 약 4조5000억원이었다(공정자산 5조원이 넘으면 공정위 대기업집단에 포함된다). 


쌍용건설 인수는 김석준 당시 쌍용건설 회장이 글로벌세아측에 먼저 제안하며 시작된 것으로 알려졌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쌍용건설 만성적자로 최대주주(두바이투자청)가 쌍용건설에 개입하는 것을 우려해 건설업을 주력으로 하지 않는 글로벌세아측에 제안했다"고 밝혔다. 


글로벌세아그룹의 '빅 딜'은 쌍용건설 이전에도 몇 차례 있었다. 대표적으로 2020년 초 골판지 1위 상장사 태림포장(계열사 태림페이퍼, 태림판지 포함)을 약 7000억원에 인수했고 2022년 3월에는 수소충전 전문기업 발맥스기술 지분 51%를 280억원에 인수했다. 


태림포장 인수에는 최현만 당시 미래에셋증권 회장이 물밑 조언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현만 회장과 김웅기 회장은 대학(전남대) 동문이다. 재계의 한 인사는 "최현만 회장 조언으로 태림포장을 인수해 큰 성공을 거두자 김웅기 회장이 본격 기업 인수에 나섰다"고 말했다. 


[대기업집단 탐구] 54. 글로벌세아, ODM이 끌고 M&A가 밀어 첫 재계 진입...\ 재무 부담\  도전 맞아최근 10년 글로벌세아의 실적과 연혁. K-IFRS 연결 기준. 단위 억원. [자료=금융감독원 전자공시]

다음달 공정위 발표 예정인 대기업집단 순위에는 글로벌세아가 현재(71위)보다 점프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말 태림페이퍼가 전주페이퍼, 전주원파워를 총 6500억원에 모건스탠리PE로부터 인수하며 공정자산이 증가했기 때문이다. 전주페이퍼는 국내 신문용지 1위 기업이고 전주원파워는 재생 순환 에너지 기업이다. 


이같은 M&A 속도라면 2025년까지 대기업집단 40위권에 진입한다는 목표 달성이 어렵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현재 대기업집단 40위권을 살펴보면 OCI(38위), 코오롱(39위), 태영(40위), 넷마블(41위), 세아그룹(42위)이 있다(42위 세아그룹은 글로벌세아그룹과 별개 기업이다)

[대기업집단 탐구] 54. 글로벌세아, ODM이 끌고 M&A가 밀어 첫 재계 진입...\ 재무 부담\  도전 맞아


◆세아상역, 의류 ODM으로 캐시카우... 기업 인수 자금줄 


글로벌세아그룹이 그간 태림포장, 쌍용건설, 전주페이퍼 등의 인수에 소요된 자금 총액을 계산해보면 얼추 2조원에 육박하고 있다. 이 막대한 자금은 어디에서 나왔을까? 


이 질문에 대한 해답은 '세아상역'이다. 세아상역은 글로벌세아그룹의 모태이자 캐시카우(cash cow)이다. 글로벌 의류 생산 1위 기업이며 글로벌세아그룹에서 매출액 1위 계열사이다. 글로벌세아그룹 계열사의 매출액을 살펴보면 세아상역 2조3396억원, 쌍용건설 1조5996억원, 태림포장 7840억원, 세아STX엔테크 2643억원, 인디에프 1353억원 순이다(2022년 K-IFRS 기준).  


[대기업집단 탐구] 54. 글로벌세아, ODM이 끌고 M&A가 밀어 첫 재계 진입...\ 재무 부담\  도전 맞아글로벌세아그룹 주요 계열사 매출액. 2022 K-IFRS 연결. 단위 억원. [자료=금융감독원 전자공시]

세아상역은 과테말라, 니카라과, 인도네시아 등 해외 10개국에 23개 공장을 운영하고 있다. 우리에게 친숙한 자라(ZARA), 언더아머, 칼하트(Carhartt) 등 유명 브랜드의 의류들을 개발하고 생산하는 곳이 바로 세아상역이다.


세아상역은 글로벌세아그룹의 출발점이다. 1986년 김웅기 회장이 직원 2명과 함께 18평짜리 사무실에서 시작했다. 당시 국내 재계에서는 의류 생산이 사양산업으로 평가받고 있었다. 한국 경제가 성장하고 민주화가 진행되며 근로자 임금이 하루가 다르게 치솟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세아상역은 국내 처음으로 의류 ODM 방식을 도입하며 돌파구를 찾았다. 


이전까지의 OEM(Original Equipment Manufacturing·주문자상표 부착생산)은 유통사의 의뢰를 받아 제품을 대신 만들어주기만 하는 방식이어서 경쟁이 치열하고 수익성이 낮았다. 김웅기 회장은 직접 제품을 개발하고 제조해 브랜드에 역제안하는 ODM 방식을 도입하며 창업 10년만에 매출액 2100만달러(약 280억원)를 기록했다. 


이후 김웅기 회장은 해외 생산 기지를 개척해 원가(임금)를 낮췄다. 1995년 사이판을 시작으로 동남아, 중남미 등 곳곳에 생산기지를 확보하고 원단, 봉제 등 수직계열화를 진행했다. 2000년대 들어서는 의류 브랜드 ‘조이너스’, ‘꼼빠니아’ 등을 보유한 인디에프를 인수해 제조뿐 아니라 유통∙판매까지 담당했다. 아무리 ODM이라도 결국 ‘남의 옷 만들어준다’는 기존 사업의 한계를 깼다.   


[대기업집단 탐구] 54. 글로벌세아, ODM이 끌고 M&A가 밀어 첫 재계 진입...\ 재무 부담\  도전 맞아글로벌세아그룹의 해외생산 거점 현황. [자료=글로벌세아]

◆기업 인수에 조(兆) 단위 지출하며 그룹 재무부담↑ 


이처럼 의류 ODM 사업이 기반을 닦자 새롭게 시작한 전략이 앞서 언급한 쌍용건설, 태림포장 등의 기업 인수이다. 2018년 STX중공업의 플랜트 사업부문을 인수해 세아 STX엔테크로 출범하며 플랜트·건설업에 진출했다.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다. 


기업 인수에 조(兆) 단위 금액을 지출하다보니 수익성 관리가 도전으로 다가오고 있다. 그룹 영업이익의 대부분을 세아상역과 태림 등이 차지하고 있고, 적자를 보는 사업군도 적지 않다. 글로벌세아그룹 전체 영업이익(1253억원)이 세아상역 영업이익(1768억원)보다 작다.


건설사 STX엔테크는 영업손실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는 데다 자본잠식에 놓여있다. 2022년 매출액 2643억원, 영업손실 1007억원을 기록했다. 전년비 영업손실액이 1100% 급증했다. 매출원가(공사원가)가 56.0% 증가하며 매출증가율(16.8%)을 뛰어넘었고, 여비교통비·지급수수료 등 판관비가 증가했다. 적자가 심화되다보니 자산보다 부채가 큰 상황이다. 자본총계는 마이너스 780억원이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계열사 자금 지원이 이뤄지고 있다. 지난해 글로벌세아는 세아STX엔테크에 115억원을 지원했고, 김웅기 회장도 사재 455억원을 지원했다. 세아상역은 STX엔테크 외에도 지주사인 글로벌세아, S2A, 세아ESG인베스트먼트 등에 2000억원 가까운 금액을 지원했다. 글로벌세아도 세아상역에게 받은 자금을 다시 계열사들에 지원했다. 


주력 계열사 세아상역 부담도 커지고 있다. 세아상역이 지주사 글로벌세아에 빌려준 대여금은 지난해 1470억원으로 72% 증가했고, 세아상역의 단기대여금 규모는 21년 781억원에서 22년 1840억원으로 2배 이상 증가했다. 글로벌세아 수익성도 악화되고 있다. 글로벌세아는 올해 1월 김웅기 회장의 막내딸이 지분 100%를 가지고 있는 태범에 144억원을 대여했다.


글로벌세아그룹이 이같은 도전을 어떻게 해결하느냐에 따라 미래가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글로벌세아그룹이 인수한 쌍용건설은 지난해 흑자전환했다. 


◆차녀 김진아, 그룹총괄 부사장 맡으며 경영 후계 유력 


김웅기 회장은 슬하에 김세연(장녀)·진아(차녀)·세라(3녀)를 두고 있다. 장녀 김세연은 미국에 거주하며 경영에 참여하지 않고 있다. 차녀 김진아는 글로벌세아그룹 총괄 부사장을 맡고 있다. 경영 후계자로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다. 막내 김세라는 세아상역 전무이며 계열사 태범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다. 태범은 ‘카페쉐누’를 운영하고 있으며 한때 영업이익률 30%를 넘기도 했지만 최근들어 원재료비, 인건비 상승에도 임직원복지 차원에서 가격을 동결하며 수익성이 악화됐다. 


[대기업집단 탐구] 54. 글로벌세아, ODM이 끌고 M&A가 밀어 첫 재계 진입...\ 재무 부담\  도전 맞아글로벌세아그룹 오너 가계도와 지분현황

김웅기 회장은 1951년 충북 보은 태생으로 대학(전남대)에서 섬유공학과을 전공하고 충남방적(현 SG글로벌)에 5년 정도 근무하다 1986년 세아상역을 창업했다.  


a854123@thevalue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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