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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집단 탐구] ㉕세아그룹, 사촌경영으로 실적 점프하고 방산·수소 새 먹거리 도전

- '오너3세' 이태성·이주성 독립 지주사 체제...항공방산소재·수소산업 소재 등 도전

  • 기사등록 2023-11-14 00:3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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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거래위원회의 '2023 공시대상기업집단'에 이름을 올린 국내 대기업집단의 지배구조와 경영 현황, 비즈니스 전략 등을 분석하는 '대기업집단 탐구'시리즈를 연재합니다. '재계순위'로도 불리는 공정위의 올해 공시대상기업집단을 심층 분석해 한국 경제와 재계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하겠습니다. [편집자주]
[더밸류뉴스=구본영 기자]

1960년 부산 감만동에 정미소를 개조한 ‘부산철관공업’이란 소박한 철강사가 세워졌다. 강관(파이프)을 생산한 이 회사는 서울공장과 포항공장을 건설하며 규모를 확장해 국내 1위 강관기업으로 도약했다. 창업주는 고(故) 해암(海巖) 이종덕(李鍾德. 1914~2000). 한국 강관산업의 선구자로 평가받고 있다.  


그룹명을 세아(世亞)로 바꾼 뒤 기아특수강(현 세아베스틸)과 포스코특수강(현 세아창원특수강) 인수합병 등을 통해 사세를 키워 국내 철강 ‘빅4’로 점프했다. 세아그룹은 올해 공정거래위원회가 발표한 공시대상기업집단(일명 대기업집단) 42위이며, 28개의 계열사를 거느리고 있다.


◆한지붕 두가족…특수강과 강관 분야 '사촌경영'


창업주 뒤를 이어 장남인 이운형 회장이 경영을 맡다 지난 2013년 작고하면서 현재는 동생(창업주 차남) 이순형 회장이 그룹을 이끌고 있다. 고(故) 이운형 회장의 아들인 이태성 세아홀딩스 사장과 현 이순형 회장 아들 이주성 세아제강지주 사장이 그룹의 핵심영역인 특수강과 강관 산업을 각각 나눠 맡으며 공동 경영을 하고 있다. 특수강은 탄소 이외에 합금원소를 첨가해 강의 특성을 개량한 합금강을 말한다.


세아그룹 현황.  2023년 6월 기준. 단위 %. [자료=금융감독원 전자공시]

세아그룹 지배구조는 특이하다. 하나의 그룹에 각각 세아홀딩스와 세아제강지주라는 2개의 지주사가 있다. 2018년 지배구조 개편을 통해 완성했다. 이에 더해 지난해 초에는 세아홀딩스가 지배하는 세아베스틸이 각각 세아베스틸지주와 세아베스틸로 분할됐다. 이로써 세아베스틸지주는 중간지주회사로서 세아베스틸과 세아창원특수강, 세아항공방산소재와 해외 자회사들을 산하에 두고 있다. 이태성 사장은 세아홀딩스의 최대주주(35.12%)로서 ‘세아홀딩스→세아베스틸지주→세아베스틸 및 세아창원특수강'으로 이어지는 지배구조를 구축했다.


이순형 회장과 이주성 사장 부자(父子)의 경우 ’에이팩인베스터스‘라는 사실상 가족회사를 통해 지배구조를 만들었다. 이순형 회장(78.02%)과 이주성 사장(20.1%)은 가족회사 지분 대부분을 갖고 있는데 이 회사는 세아제강지주 22.82%를 보유했다. 이 회장과 이 사장은 별도로 세아제강지주 지분 12.56%와 21.63%를 갖고 있다.


2023 공시대상기업집단. [자료=공정거래위원회] 

이러한 한 지붕 두 가족 체제를 구축한 것은 오너 3세인 이태성 사장과 이주성 사장을 중심으로 한 계열분리를 단행하기 위한 준비단계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사촌 관계인 두 사람은 2021년 말 모두 사장으로 승진하며 사실상 경영일선에 나섰다.


다만 세아그룹이 이른 시일 내 계열분리에 나설 가능성은 높지 않아 보인다. 두 사장이 확고한 최대주주 지분을 보유하기 위해선 추가로 지분확보가 필요하다. 또 계열분리를 위해선 그룹의 규모를 지금보다 더욱 키워야 한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 세아그룹의 공정자산 규모(대기업집단 일반 계열사 자산총액과 금융 계열사 자본총액)은 올해 기준 11조7670억원이다. 


이와 관련 세아그룹측은 "그룹 분리 계획은 전혀 없다. 특수강과 강관은 서로 협업해야 시너지가 나기 때문에 업무적으로 분리하기 어려운 특성을 갖고 있다"고 밝혔다. 또, "이태성 사장과 이주성 사장은 구내 식당에서 만나면 하이 파이브를 하며 반갑게 지낸다. 두 CEO 모두 의전이나 격식에 얽매이지 않고 수행원 없이 혼자 행사에 참석하는 등 스타일에 공통점이 많다"고 밝혔다. 두 사람의 승계작업은 별다른 문제없이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세아그룹 주요 계열사 매출액. 2022 K-IFRS 연결. 단위 억원. [자료=금융감독원 전자공시] 

세아제강지주 실적 점프, 세아베스틸지주는 부진


두 사촌이 맡은 각 지주사 실적은 다소 엇갈린다. 세아홀딩스는 특수강 사업이 핵심이다. 그 중에서도 자동차용 특수강 사업이 주력이다. 세아제강지주는 강관이 주력 사업이다.


세아제강지주는 지난해 매출과 영업이익이 각각 39.1%와 89.7% 증가했다. 금액으로는 3조9538억원과 5672억이다. 원재료 가격 상승에 따라 제품가격이 인상된 데다 북미의 에너지용 강관 수요가 크게 늘어난 데 힘입은 것으로 분석된다. 올해 실적도 양호하다. 올 상반기 매출액은 5.4% 늘어난 2조567억원을, 영업이익은 56% 늘어난 4045억원으로 집계됐다. 이주성 사장이 맡은 세아제강지주는 지주사 분리 이후 성장세에 탄력이 붙고 있다. 


세아제강지주의 매출액, 영업이익률 추이. [세아제강지주 사업보고서]

세아홀딩스 산하 세아베스틸지주는 지난해 상대적으로 부진했다. 매출은 4조3863억원으로 20.1% 늘었지만 영업이익은 46% 감소한 1279억원에 그쳤다. 회사 측은 판매단가 인상 등으로 매출액이 증가했지만 우크리아나 전쟁 지속 등에 따른 글로벌 경기둔화와 수요산업 부진 여파, 대형압연 설비 화재, 화물연대 파업 영향 등으로 영업이익이 줄었다고 설명했다. 


세아홀딩스의 매출액, 영업이익률 추이. 단위 억원, %. [자료=세아홀딩스 사업보고서] 

올해 들어 수익성이 개선되고 있다. 세아베스틸지주의 올 상반기 매출액은 2조2351억원(0.4% 증가)으로 전년 동기와 비슷했다. 영업이익은 1538억원으로 46.4% 늘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세아창원특수강이 계열사 씨티씨(CTC)에 스테인리스 강관을 다른 경쟁사 대비 상당히 낮은 가격에 판매하는 방법으로 부당 지원을 했다며 시정명령과 함께 과징금 32억7600만원을 부과하고 검찰에 고발했다. 공정위는 이태성 사장에게도 시정명령을 부과했지만 검찰 고발은 하지 않았다.


세아창원특수강은 CTC가 세아그룹에 편입되기 전부터 스테인리스 강관을 판매해왔다. 그러다 지난 2014년 이태성 사장의 개인회사가 CTC를 인수하자 2016년 1월부터 3년 반 동안 낮은 가격으로 판매한 것이 문제가 됐다. 공정위는 이러한 내부지원은 이 사장의 그룹 지배력을 강화하기 위한 차원이라고 판단했다. 세아그룹 측은 이에 대해 “CTC와 거래는 2015년 이후 철강산업 위기 속에서 세아창원특수강의 판매량과 공헌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해 도입된 것으로 영업방식 뿐 아니라 가격 또한 시장가 수준으로 책정된 것이기에 CTC만을 지원하기 위함이라는 공정위 주장은 사실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새 먹거리로 항공방산, 수소 낙점... 외형 키우기 나서 


세아그룹은 신성장동력 확보를 통한 외형 확장에도 힘을 쏟고 있다. 항공방산소재와 수소산업 소재 등이 대표적이다.


이태성 사장이 이끄는 세아베스틸지주는 미국 알코닉의 한국 생산기지를 인수해 지난 2020년 세아항공방산소재를 설립했다. 이 회사는 국내에서 유일하게 보잉 등 글로벌 민항기 용도의 알루미늄 합금 소재를 공급한다. 또 항공우주 산업에 사용되는 스테인리스 및 알루미늄 소재 국산화를 위한 다양한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세아베스틸의 경우 원자력 부품 소재 등에서 보폭을 키우고 있다. 이 회사는 지난 7월 한국수력원자력의 사용후핵연료운반용기(CASK) 경쟁입찰에서 최종 공급자로 선정됐다. CASK는 원자력 발전 후 발생하는 고준위 방사성 폐기물을 저장 및 처분시설까지 안전하게 운반하는 제품이다. 이순형 회장과 이주성 사장은 수소산업용 소재 분야에 공을 들이고 있다. 두 사람은 지난 9월 국내 최대규모의 수소산업 전문 전시회인 ’H2 MEET(Mobility Energy Environment Technology) 2023’을 직접 찾았다. 부스에는 세아창원특수강 등 세아그룹의 7개 계열사들이 참여했다. 세아창원특수강은 수소 탱크와 수소 자동차, 수소 파이프라인, 수소 배관 등에 쓰인 첨단 금속소재를 제공한다.


세아그룹 오너 가계도와 지분현황. 

이태성 사장과 이주성 사장은 사촌 관계라는 것 외에 비슷한 점이 많다. 두 사람 모두 1978년생으로 나이가 같다. 또 미국 유학파에 경영학석사(MBA)를 졸업한 것도 유사하다. 이태성 사장은 미국 미시간대 심리학 및 언론학을 전공한 후 중국 칭화대 MBA를 마쳤다. 이주성 사장은 미 시카고대 경제학 및 동아시아학과를 나온 후 미 컬럼비아대에서 MBA를 했다. 


이태성 사장은 2005년 포스코 차이나에서 사회생활을 시작해 세아제강 일본 현지법인에서 근무하다 2009년 세아홀딩스에 입사했다. 이주성 사장은 2002년 외국계 컨설팅사인 액센츄어에서 직장생활을 시작해 메릴린치증권 서울지점 기업금융부에서 근무했다. 세아그룹에는 2008년 세아홀딩스 전략팀장으로 발을 들였다. 세아그룹측은 "이태성 사장과 이주성 사장은 사내 카페에서도 줄을 서서 기다리는 등 공통적으로 겸손하고 소탈한 편"이라고 귀띔했다.


qhsdud1324@thevalue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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