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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집단 탐구] ㉖쿠팡, 올해 유통업계 '매출 1위' 전망되는 '13년차 스타트업'

- 올해 연간 매출액 기준 롯데, 신세계 제치고 1위 전망

  • 기사등록 2023-11-15 00:3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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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거래위원회의 '2023 공시대상기업집단'에 이름을 올린 국내 대기업집단의 지배구조와 경영 현황, 비즈니스 전략 등을 분석하는 '대기업집단 탐구'시리즈를 연재합니다. '재계순위'로도 불리는 공정위의 올해 공시대상기업집단을 심층 분석해 한국 경제와 재계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하겠습니다. [편집자주]
[더밸류뉴스=박지수 기자]

쿠팡(대표이사 강한승 박대준)이 롯데, 신세계를 제치고 올해 연간 매출액 기준으로 유통업계 1위에 올라설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지난 2021년 한국 재계 사상 최단기간(11년) 대기업집단 진입 기록을 세운 데 이어 다시 한번 한국 비즈니스 역사의 한 페이지를 새롭게 쓰는 셈이다. 


'창업 13년차 스타트업'이라고는 믿기 어려운 성과를 쿠팡이 속속 해내면서 성공 비결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쿠팡의 성과 이면에는 한국인의 일상과 유통업의 패러다임을 근본적으로 바꾸고 있는 '파괴적 혁신(disruptive innovation)'이 숨어 있다. 


◆창업 11년만에 대기업집단 진입.... 재계 역사상 최단기간 


쿠팡은 올해 초 공정거래위원회(위원장 한기정. 이하 공정위)가 발표한 공시대상기업집단 45위를 기록했다. 공정위 발표에 따르면 그룹 전체 매출액은 31조3360억원, 순이익 200억원이고, 계열사는 쿠팡이츠서비스, 쿠팡페이, 떠나요 등 11개이다(이하 K-IFRS 연결). 


쿠팡의 지배구조. 2023년 6월 현재. 단위 %. [자료=금융감독원 전자공시]

공정위의 이번 발표가 숫자로만 나열돼 있어 감이 오지 않을 수 있지만 숫자 이면을 들여다보면 의미가 만만치 않다. 


우선, 쿠팡이 대기업집단에 처음 진입한 것은 2021년(순위 60위)이었는데 이는 한국 비즈니스 역사상 최단기간의 '사건'이었다. 쿠팡은 김범석 쿠팡Inc 이사회 의장이 2010년 8월 창업했으니 당시 '11년차 스타트업'이 재계 순위에 진입한 것이다. 이후 쿠팡의 대기업집단 순위는 지난해 53위에 이어 올해 45위로 각각 7, 8단계 점프를 거듭했다. 


쿠팡의 대기업집단 순위가 가파르게 점프하고 있는 이유는 당연하게도 실적 개선 덕분이다. 


쿠팡의 최근 5년(2017~2022) 매출액 연평균증가율(CAGR)은 63.50%로 기록적인 수준이다.  일반적으로 매출액이 연평균 20% 넘게 증가하면 성장 기업으로 불리는데 쿠팡은 '초고속 성장 기업'인 셈이다. 


쿠팡의 매출액, 영업이익률 추이. [자료=쿠팡 감사보고서] 

◆올해 '유통업계 매출액 1위' 등극 전망... 롯데·신세계 제쳐


이같은 초고속 성장에 힘입어 쿠팡그룹은 올해 연간 매출액 기준으로 롯데그룹(유통부문), 신세계그룹을 제치고 국내 1위에 등극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더밸류뉴스 분석 결과 쿠팡그룹의 올해 연간 매출액은 38조3000억원 가량으로 예된다. 


쿠팡의 올해 1~3분기(1~9월) 매출액은 23조1767억원으로 전년동기대비 약 20% 증가했다. 쿠팡의 올해 분기 매출액 추이를 살펴보면 1분기 7조3990억원, 2분기 7조6749억원에 이어 3분기에 사상 처음으로 8조원을 넘었다(8조1028억원). 거랍 아난드 쿠팡 최고재무책임자(CFO)는 3분기 실적 컨퍼런스콜에서  “로켓그로스 회계처리 기준이 지난 2분기부터 총액(gross)에서 순액(net) 기준으로 바뀌었는데, 원래대로 회계 처리를 적용했다면 3분기 원화 매출 성장률은 18%보다 약 6.3% 높았을 것”이라면서 “사실상 24% 성장한 수치”라고 설명했다.


쿠팡이 4분기에도 동일한 성장을 이어간다면 쿠팡그룹의 올해 연간 매출액은 앞서 언급한대로 약 38조3000억원으로 예상된다. 


국내 주요 유통그룹의 올해 예상 매출액. 

이는 신세계그룹의 올해 예상 매출액 38조원을 3000억원 가량 앞서는 수치다. 신세계그룹의 올해 연간 예상 매출액은 양대 주력사인 신세계(백화점)와 이마트(할인점)의 올해 실적 공시를 바탕으로 추정한 것이다. 신세계의 올해 1~10월 총매출액은 4조1192억원으로 전년동기대비 0.2% 증가하는 데 그쳤다. 또, 이마트의 지난 8~9월 총매출액은 2조9931억원으로 전년동기대비 0.5% 감소했다.  


쿠팡이 해방 이래 70여년 동안 지속돼온 오프라인 유통 시대를 끝내고 온라인 유통(이커머스) 시대를 열어 젖히는 셈이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국내 유통기업 가운데 매출액 1위는 신세계그룹이었다. 공정위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신세계그룹 매출액은 37조9580억원으로 1위였고 이어 쿠팡(31조3360억원), 롯데그룹 유통부문(롯데쇼핑, 롯데하이마트, 우리홈쇼핑, 코리아세븐 등. 25조3445억원), 현대백화점그룹(13조8900억원) 순이었다.


2023 공시대상기업집단 현황. [자료=공정거래위원회] 

◆로켓 배송으로 한국인 '라이프 스타일' 바꿔... '쿠팡 이펙트' 만들어내


쿠팡의 이같은 퀀텀점프는 우선 IT(정보기술) 신기술을 바탕으로 하는 온라인의 힘으로 요약된다. 인류 역사를 돌이켜보면 신기술은 경제와 산업 패러다임을 바꿔왔다. 영국 발명가 제임스 와트의 증기기관이라는 신기술이 자본주의 시대를 열었다. 


그렇지만 쿠팡의 성공을 신기술의 힘으로만 요약하기에는 부족하다. IT와 온라인 신기술을 기반으로 하는 기업은 이전에도 숱하게 명멸했지만 쿠팡만큼 성과를 내지는 못했다. 


쿠팡에는 여기에 덧붙여 '전략의 승리'가 있었다. 쿠팡이 한국 재계 판도를 바꾼 결정적 계기는 2014년 3월 시작한 '로켓 배송'이다. 로켓배송은 국내 이커머스 업계 처음으로 도입한 직접 물류 배송 시스템이다. 직접 배송을 하면 배송 시간이 단축되지만 막대한 투자비가 소요되기 때문에 국내 이커머스 기업들은 엄두를 내지 못했다. 그래서 당시 유통업계 관계자들은 “무모한 시도다”, “막대한 물류비용 때문에 얼마 버티지 못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렇지만 로켓배송을 통해 쿠팡의 브랜드 인지도는 수직 상승했고 쿠팡은 독보적 입지를 확보하게 됐다. 동시에 로켓배송은 ‘유통과 물류가 일으키는 시너지’라는 화두를 던지며 국내 유통업계의 패러다임을 완전히 바꿨다. 가장 공격적으로 전국에 물류센터를 건설하며 로켓배송 권역을 전국으로 확대한다는 목표도 계속해서 실천에 옮기고 있다.


매출액이 증가하자 '규모의 경제'(economy of scale)가 실현되면서 쿠팡의 가장 큰 과제이던 흑자 전환도 실현됐다. 쿠팡은 지난해 3분기 처음으로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매출액 6조8380억원, 영업이익 1038억원을 기록했다. 이후 쿠팡은 연속 흑자를 기록하고 있다. 


이제 재계의 관심은 쿠팡 자회사들의 성장세에 쏠려 있다. 


배달 전문 쿠팡이츠의 성장세가 두드러지고 있다. 유료 멤버십인 '와우' 회원수가 1000만명을 돌파한 데다 활성고객(분기에 제품을 한 번이라도 산 고객)과 1인당 고객 매출이 모두 증가했다. 한국 딜로이트그룹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쿠팡 와우 회원수는 1100만명을 기록해 전년 대비 22%가량 늘었다. 아울러 활성고객은 1811만5000명, 1인당 고객 매출은 40만원(294달러)으로 각각 1%, 4% 증가했다. 컬리에만 있던 이름바 ‘충성고객’이 쿠팡에도 생겨나면서 확장세가 빨라진 것이다.


쿠팡 주요 계열사 매출액. 2022 K-IFRS 연결. 단위 억원. 

쿠팡은 한국인의 일상도 바꾸었다. 한국의 직장인들은 출근 전 아침에 쿠팡으로 주문한 밀키트(meal-kit)로 식사하고 사무실에서는 쿠팡 로켓배송으로 물건을 주문하고 퇴근한다. 아침에 집 문을 열면 쿠팡 새벽배송품이 도착해 있다. 그것으로 생활한다. 워킹맘들은 주말이나 퇴근 시간에 오프라인 매장에 들르느라 시간을 소모하지 않는다. 이를 보고 경험하며 자란 자녀에게는 쿠팡 서비스가 더 이상 신기함이 아니라 익숙함으로 다가온다. 이처럼 쿠팡으로 바뀐 한국인의 삶을  상징하는 '쿠팡 이펙트'(coupang effect)라는 신조어도 생겼다. 


재계의 한 인사는 "쿠팡이 향후 한국 경제와 한국인의 일상에 어느 정도의 변화를 가져올지는 지금으로서는 속단하기 어렵고 가봐야 알 수 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김범석 의장, 위기때마다 투자금 유치…’한국의 제프 베조스’


쿠팡은 지난 2010년 8월 김범석 의장이 서울에서 창업했다. 김범석 의장은 중학생 때 현대건설 해외주재원인 아버지를 따라 미국으로 건너가 하버드대 정치학과와 경영대학원(MBA)을 졸업하고 보스턴컨설팅그룹에서 커리어를 시작했다. 재학 시절 잡지 ‘커런트’ 등을 창업하고 매각했던 경험을 바탕으로 한국에 들어와 쿠팡을 설립했다.


김범석(오른쪽) 쿠팡Inc 의장이 지난 2018년 11월 일본 도쿄 소프트뱅크 그룹 본사에서 손정의 소프트뱅크그룹 회장을 만나 20억달러 투자를 확정받고 기념촬영하고 있다. [사진=쿠팡] ‘로켓배송’으로 대규모 적자를 겪기도 했지만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이 10억달러, 20억달러를 연이어 투자하면서 성공으로 이어졌다. 비전과 경영 능력을 가진 경영자, 그리고 바로 그 경영자를 알아본 투자자가 오늘의 성취를 만든 셈이다. 


김범석 의장은 투자금을 풀필먼트(물류센터) 증설에 쏟아부었고, 미국 뉴욕 증시에 상장하면서 ‘잭팟’을 터트렸다. 쿠팡의 미국 나스닥 시가총액은 7일 기준 약 38조9723억원이다. 


parkjisu09@thevalue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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