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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집단 탐구] ㉑중흥그룹, 대우건설 품고 20위…해외 시장·지주사 전환↑

- 대우건설 인수 1년만에 시너지 ↑...정원주 부회장, 해외 시장 개척 발로 뛰어

  • 기사등록 2023-10-03 11:3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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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거래위원회의 '2023 공시대상기업집단'에 이름을 올린 국내 대기업집단의 지배구조와 경영 현황, 비즈니스 전략 등을 분석하는 '대기업집단 탐구'시리즈를 연재합니다. '재계순위'로도 불리는 공정위의 올해 공시대상기업집단을 심층 분석해 한국 경제와 재계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하겠습니다. [편집자주]
[더밸류뉴스=박지수 기자]

공정거래위원회(위원장 한기정)가 해마다 발표하는 공시대상기업집단(일명 대기업집단)에서 건설그룹 1위는 그간 DL그룹(회장 이해욱)이었다. 이재준(1917~1995) 창업 회장이 1939년 '국내 1호 건설사' 대림산업(현 DL이앤씨)을 창업한 이래 80여년에 걸쳐 업력을 쌓아온 결과물이다. 


그런데 조만간 이 순위가 바뀔 가능성이 높아졌다. 중흥그룹(회장 정창선)이 대우건설을 인수해 양호한 시너지를 내면서 대기업집단 순위 기준이 되는 공정자산(비금융사 자산총계+금융사 자본총계)이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중흥그룹은 올해 업력 40년의 상대적으로 젊은 건설사여서 성장 비결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대우건설 인수로 대기업집단 47→20위... 건설그룹으로는 2위


중흥그룹은 올해 초 공시대상기업집단에서 전년과 동일한 20위를 기록했다. 그룹 전체 매출액 13조9750억원, 순이익 1조3460억원으로 전년비 각각 19.82%, 54.53% 증가했다. 계열사는 52개로 전년비 3개 감소했다. 올해 초 공정위가 발표한 대기업집단 리스트에서 건설그룹을 정리해보면 DL그룹이 18위를 했고 이어 중흥건설(20위), 부영(23위), HDC현대산업개발(29위), 호반건설(33위), 태영(41위), 한라(56위), 대방건설(59위), 고려에이치씨(69위), 반도홀딩스(81위) 순이다. 


중흥그룹의 공정자산은 23조3210억원으로 DL그룹(26조3830억원)에 비해 3조620억원 차이 난다. 그렇지만 중흥그룹의 공정자산은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다. 2020년까지만 해도 9조2070억원이었다가 대우건설 인수를 계기로 19조8800억원(2021년)→20조2920억원(2022년)→23조3210억원(2023년)으로 증가했다. 


중흥그룹 지배구조. 2023년 6월 기준. 단위 %. [자룐=금융감독원 전자공시] ◆정창선 회장, 저평가 우량부지 '선구안'으로 사세↑


중흥그룹의 이같은 점프는 무엇보다도 대우건설 인수가 계기가 됐다. 중흥그룹은 2021년 12월 대우건설 지분 50.75%를 2조1000억원에 인수하는 계약을 체결했고 대기업집단 순위가 2021년 47위에서 지난해 20위로 27계단 상승했다. 


그렇지만 중흥그룹은 대우건설 인수 이전에도 '사이즈'를 빠르게 키우면서 '건설업계의 다크호스'로 불려왔다. 이같은 성장은 정창선 창업 회장이 주도해왔다.  


정창선 창업 회장은 광주광역시 태생으로 1961년 19세에 목수로 건설업에 발을 들여놨고 1983년 41세에 금남주택을 설립하면서 중흥그룹을 창업했다('금남(錦南)'은 광주시를 관통하는 도로인 금남로에서 따왔다). 2010년까지만 해도 시공능력평가 100위권 바깥이었지만(104위) 2012~2016년 세종시에 모두 13개 단지 1만3000가구에 이르는 아파트가 완판돼 급성장했다. 당시 세종시는 한국토지공사(LH)가 공급하는 공공택지지구였는데 부동산 경기가 나빠지면서 대형건설사들이 위약금을 물고 포기하던 부지였다. 그렇지만 정창선 회장은 세종시의 미래 가치를 확신하고 세종시 부지를 매입했다. 경쟁 건설사들이 포기한 부지여서 저렴하게 매입할 수 있었는데, 이후 세종특별자치시 이전이 본격화하면서 지가가 급등했다. 


2023 공시대상기업집단 현황. [자료=공정거래위원회] 

세종시 아파트의 성공을 계기로 중흥그룹의 아파트 브랜드 '중흥S-클래스'도 전국에 알려졌고 중흥그룹은 지방건설사에서 전국구 건설사로 점프했다. 정창선 회장은 이처럼 남들이 관심을 갖지 않는 저평가 우량 부지를 발견하는 선구안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중흥토건 중심 지주사 전환중... 대우건설 시평순위 6→3위↑ 


중흥그룹은 지난해 2월 대우건설의 기업결합을 승인받은 것을 계기로 화학적 결합과 시너지를 진행해왔는데 성과를 거두고 있다. 지난해 5월 대우건설 노사는 임금인상 10%에 합의했다. 이는 대우건설 창사 이래 가장 높은 임금인상률이며 중흥그룹이 직원 처우개선 약속을 이행한 첫 조치이다. 기본 연봉 인상에 그치지 않고 현장 근무자 처우 개선도 추진하고 있다. 여기에다 대우건설은 모든 직원에게 2022~2023 격려금 200만원씩을 지급했다. 이에 따라 기업결합 당시의 갖가지 우려가 해소되는 분위기다. 대우건설의 한 직원은 "초기에는 서먹했지만 중흥그룹이 프로젝트를 신속하게 진행하는 등 강점이 있다는 점이 알려지면서 협업하는 분위기가 무르익고 있다"고 말했다.


대우건설의 해외 수주액은 올해 상반기에만 2조원을 훌쩍 넘었다. 전년동기 대비 429.47% 급증한 수치다. 지난 2월 나이지리아 ‘카두나 정유시설 긴급 보수 공사’를 약 7255억원에 수주한 데 이어 3월 리비아 ‘패스트트랙 발전 공사’를 1조500억원에 연달아 수주했다. 덕분에 대우건설은 올해 초 국토교통부가 발표한 시공능력평가에서 삼성물산, 현대건설에 이어 3위로 점프했다. 대우건설은 2010년대까지만 해도 삼성물산, 현대건설과 함께 '빅3'를 유지했지만 '주인없는 시기'가 이어지면서 순위가 하락해 지난해 6위를 기록했다.


중흥토건 매출액 추이. K-IFRS 연결. 단위 억원. [자료=금융감독원 전자공시]

이를 바탕으로 중흥그룹은 중흥토건 중심의 지주사 전환를 진행하고 있다. 현재 중흥그룹은 정창선 회장이 최대주주(76.7%)로 있는 중흥건설과 장남 정원주 부회장이 최대주주(100%)로 있는 중흥토건으로 지배구조가 이원화돼 있는데 이를 중흥토건으로 일원화하는 것이 지주사 전환의 큰 그림이다. 지주사 체제가 출범할 경우 상호출자 규제가 해소되고 정원주 부회장의 지배력이 강화할 것으로 보인다.


그간 중흥그룹은 ‘포괄적 주식교환’을 통해 자회사간 편입 작업을 진행했고, 이로써 상호출자 구조를 해소하고 있다. 포괄적 주식교환은 자회사 간 교환을 통해 지분의 전부 또는 일부를 취득할 수 있고, 지주회사를 만들 때 주로 사용된다. 지주사가 될 중흥토건은 중봉건설 지분 100%, 중흥에스클래스 지분을 90% 보유하고 있는데, 중봉건설이 포괄적 주식교환을 통해 세종이엔지를 자회사로 편입했고 중흥에스클래스도 중흥산업개발을 편입해 모두 100% 자회사로 만들었다.


중흥그룹 주요 계열사 매출액. 2022 K-IFRS 연결. 단위 억원. [자료=금융감독원 전자공시]

주식교환은 '중흥토건→중흥에스클래스→중흥산업개발'과 '중흥토건→중봉건설→세종이엔지'로 이어지는 완전모자회사 관계를 만들어 수직계열을 형성했다. 다만 중흥그룹의 지주사 체제 전환은 예상보다 늦어지고 있다. 중흥그룹은 올해 4월까지 지주사 체제 전환을 마무리하겠다는 목표를 세웠지만, 남은 계열사 흡수합병과 업무영역이 겹치는 계열사 정리 작업중으로 다소 지체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원주 부회장, 대우건설 해외 시장 개척 나서 


중흥그룹이 지주사 전환을 성공적으로 완료할 경우 재계 10위권 점프가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순수 건설그룹이 한국 재계 10위권에 진입하는 새 이정표를 세우는 셈이다. 


중흥그룹 오너 가계도. 

정창선 회장 장남 정원주 부회장이 중흥그룹 경영을 사실상 책임지고 있다. 정원주 부회장은 최근 대우건설 회장에 취임해 대우건설의 해외 시장 개척에 주력하고 있다. 정원주 부회장 장남은 정정길 대우건설 전략기획팀 부장으로 2021년 23세에 중흥건설에 입사했고 지난해 대우건설로 자리를 옮겼다. 중흥그룹에서 대우건설 인수를 추진할 당시 인수단에 근무했다.  


중흥그룹 관계자는 "대우건설 인수 전부터 자산총액 10조원을 넘어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으로 지정될 것을 대비해 상호출자 해소 등의 지배구조 개편을 오래전부터 준비해왔다"며 "중흥토건 중심의 지주사 전환을 진행하고 있고, 대우건설 인수로 중흥토건의 지주사 요건도 충족됐다"고 밝혔다.


parkjisu09@thevalue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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