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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집단 탐구] ㉟미래에셋, '브로커리지→펀드' 변화 읽어 국내 1위 증권전문그룹

- 증권전문그룹으로 유일하게 대기업집단 20위권... 41위(2004)→24위(2023) 점프

  • 기사등록 2023-12-10 14:0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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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거래위원회의 '2023 공시대상기업집단'에 이름을 올린 국내 대기업집단의 지배구조와 경영 현황, 비즈니스 전략 등을 분석하는 '대기업집단 탐구'시리즈를 연재합니다. '재계순위'로도 불리는 공정위의 올해 공시대상기업집단을 심층 분석해 한국 경제와 재계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하겠습니다.[편집자주]
[더밸류뉴스=구본영 기자]

미래에셋그룹(회장 박현주)은 한국 재계 역사상 증권 전문 그룹으로는 처음으로 대기업집단에 이름을 올렸다는 기록을 갖고 있다. 이후 순위가 지속적으로 점프하고 있다. 


미래에셋그룹은 2004년 공시대상기업집단(일명 대기업집단)에 처음 41위로 이름을 올렸다(같은해 한국투자금융그룹(회장 김남구)도 대기업집단에 이름을 올렸지만(54위) 지난해 제외됐다). 

 

또, 미래에셋그룹은 한국 재계의 대기업집단을 창업주 기반(self-made based)과 상속 기반(inherited based)의 두 가지로 나누었을 때 창업주 기반으로 가장 높은 순위에 올라있는 금융 그룹이기도 하다(올해 기준 24위). 


미래에셋그룹이 이같은 진기록을 가진 대기업집단으로 자리매김한 비결로는 한국 경제가 성장하고 국민 소득이 개선되는 과정에서 발생한 소비자의 '총족되지 않은 욕구(unmet needs)'를 맞춰주었다는 점이 꼽힌다. 국내 최초 뮤추얼 펀드, 국내 최초 랩어카운트 출시를 비롯한 다양한 '최초' 기록이 여기에 해당한다. 

 

◆41위(2004) →24위(2023), 19년만에 17단계↑


미래에셋그룹은 올해 초 공정거래위원회(위원장 한기정)가 발표한 공시대상기업집단 24위를 기록했다. 주식시장 침체로 전년비 3단계 하락했지만 2004년 첫 진입(41위)과 비교하면 19년만에 17단계 점프했다. 


미래에셋그룹의 지배구조와 현황. 단위 %. 2023년 6월 기준. [자료=공정거래위원회] 

매출액(영업수익) 21조1580억원, 순이익 1조4340억원으로 전년비 매출액은 26.54% 증가했고 순이익은 23.58% 감소했다(이하 K-IFRS 연결). 계열사는 미래에셋증권, 미래에셋생명, 미래에셋벤처투자(이상 상장), 미래에셋캐피탈, 미래에셋자산운용(이상 비상장)을 포함해 36개로 전년비 4개 감소했다. 6월 기준 해외 사업장을 미국, 영국, 브라질, 홍콩, 싱가포르, 인도네시아, 베트남, 몽골, 인도(이상 해외 법인), 북경, 상해, 호치민(해외 사무소) 등 11개국에 두고 있다. 


이번 실적을 분석해보면 미래에셋그룹의 실적의 절대액은 미래에셋증권에서 나오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약 77%). 그룹의 출발점이자 현재 주력 비즈니스가 주식, 채권 등의 증권(security)임을 보여준다. 


미래에셋그룹 주요 계열사 매출액(영업수익). 2022 K-IFRS 연결. 단위 억원. [자료=금융감독원 전자공시] 

구체적으로 미래에셋증권은 어떤 비즈니스로 돈을 벌고 있는 걸까. 


지난해 기준 미래애셋증권의 순영업수익 비중을 살펴보면 위탁매매수수료(브로커리지) 39%, 운용수익(트레이딩) 31%, 금융상품 판매수수료(랩어카운트, ELS, 신탁, 연금 등) 17%, 기업금융 수수료(인수주선,  PF자문, 채무보증 등) 11%, 이자수익 2%로 구성돼 있다. 순영업수익이란 영업이익에서 판매비와 관리비를 더한 금액으로 제조기업의 매출액에 해당한다. 

 

눈여겨볼 부분은 위탁판매수수료 비중이 절반이 채 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위탁판매수수료란 '브로커리지(주식 중개)'로도 불리는데 쉽게 말해 주식 투자자들이 주식을 사거나 팔았을 때 증권사가 받는 수수료를 말한다. 증권사들 사이에 수수료 인하 경쟁이 벌어져 이익이 거의 발생하지 않으며 대표적인 레드 오션(red ocean)이다. 


영업이익 비중으로 살펴보면 브로커리지 비중은 더 낮아진다. 같은 기간 미래에셋증권의 영업이익 비중을 살펴보면 WM(wealth management) 51%, IB(Investment Bank) 23%, 세일즈&트레이딩(브로커리지 포함) 21%, 기타 5%로 구성돼 있다.


2000년대 무렵까지만 해도 브로커리지가 증권사 매출액의 절대액을 차지하는 주요 수입원이었던 것에 비하면 상전벽해(桑田碧海)라고 할만하다. 브로커리지에 치중하다 보면 증권사 직원들은 고객(주식 투자자)에게 잦은 매매를 부추기고 결과적으로 손실을 입히게 된다. 이 때문에 당시 주식투자자들은 증권사를 불신했고 매우 낮은 인식을 갖게 됐다. 


2023 공시대상기업집단. [자료=공정거래위원회]

박현주 미래에셋그룹 회장도 부인(김미경)과 결혼 과정에서 장인 장모가 박 회장이 증권사에 근무하는 것을 탐탁지 않게 여겼다는 일화가 있다. 김미경씨는 6세 연하로 연세대 영문학과를 졸업했고 박 회장과 연애 결혼했다. 당시 일반인의 인식으로는 금융사 가운데는 은행이 안정적인 최고 직장이었고, 증권사는 '한탕주의가 판치는 곳'이었다. 박 회장은 (예비) 장인에게 "향후 한국의 증권업은 지금과는 확 달라질 것"이라는 요지로 '사활을 건' 브리핑을 해서 허락을 얻어냈다고 한다. 


◆'브로커리지→펀드' 시장 변화 읽어 성과... 대우증권 인수로 지존 


그런데 "향후 한국의 증권업은 지금과는 확 달라질 것"이라는 말을 현실로 만든 당사자가 박현주 회장 본인이다. 


최근 10년 미래에셋증권 영업수익(매출액), 영업이익률. K-IRS 연결. [자료=미래에셋증권 사업보고서]  

박 회장은 1997년 6월 미래에셋투자자문과 미래에셋벤처캐피탈을 설립하면서 지금의 미래에셋그룹을 시작했다. 미래에셋증권은 1999년 설립했다. 당시 동원증권(현 한국투자증권)에 같이 근무하던 최현만 서초지점장, 구재상 압구정지점장 등 이른바 '박현주 사단' 8명이 함께 했다. 박현주 회장은 앞서 1986년 27세에 동양증권(현 유안타증권)에 입사해 제도권 증권에 처음 발을 내디뎠고 1988년 동원증권으로 옮겨 32세에 전국 최연소 지점장으로 부임했다. 이듬해 전국 증권사 지점 가운데 영업실적 1위를 달성했고 임원(이사) 승진했다. 


박 회장이 창업하던 때는 IMF(국제통화기금) 외환위기를 비롯한 '초대형 사건'으로 흔들렸지만 크게 보면 한국 경제가 성장하고 국민 소득이 증가하면서 고객들이 돈을 굴릴 곳을 찾고 있던 변화의 시기였다. 그렇지만 대다수 증권사들은 하늘에서 비가 내리기만을 기다리는 이른바 '천수답(天水畓) 농사'에 안주했다. 앞서 언급한 브로커리지 비즈니스가 바로 그 천수답 농사였다.  


박 회장은 여기에서 소비자들의 '총족되지 않은 욕구(unmet needs)'를 발견하고 1998년 '박현주 1호 편드'로 알려진 국내 최초 뮤추얼 펀드를 내놓았다. 이 펀드는 판매 개시 3시간여 만에 500억원어치가 완판되고, 평균 90%에 달하는 수익률을 거뒀다. 2000년대 초반에는 디스커버리, 인디펜던스 펀드를 내놓으며 다시 한번 대박을 쳤다. 이들 펀드는 공모형 개방형으로 누구나 투자할 수 있고 환매일이 정해지지 않아 이전의 폐쇄형 펀드와는 달랐다. 지금은 한국인들에게 낯익은 투자 상품으로 자리잡은 '펀드'의 시작이었다. 


미래에셋증권이 업계 지존으로 올라선 계기는 2016년 대우증권 인수였다. 대우증권은 대우그룹 계열사로 2000년대 무렵까지 부동의 업계 1위였다. 1999년 대우그룹 해체로 2000년 산업은행으로 경영권이 넘어갔다. 박현주 회장은 대우증권이 매물로 나오자 1년 동안 준비한 끝에 2016년 12월 대우증권 인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 2021년 초 회사 이름을 미래에셋대우에서 미래에셋증권으로 변경했다. 대우증권 인수로 미래에셋증권은 자본력과 브랜드에서 압도적 1위로 발돋움했다.  


◆박현주 회장, "2세 경영은 없다"... '자녀 지분↑' 변수 


미래에셋그룹은 은행은 인수하지 않는다는 원칙을 갖고 있다. 미래에셋증권 관계자는 "은행은 보수적이어야 살아남고, 증권은 리스크를 무릅써야 살아남는다. 미래에셋증권이 은행을 인수하면 자칫 은행의 보수성이 미래에셋그룹의 증권 비즈니스에 리스크로 작용할 우려가 있다"고 귀띔했다. 


미래에셋그룹의 은행 인수가 현행 지분구조에서는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현실적 제약도 있다. 다시 말해 미래에셋그룹은 은행 인수의 전제 조건인 지주사를 갖고 있지 않다. 미래에셋그룹은 국내 대형 금융그룹 가운데 유일하게 지주사 전환을 하지 않아 금융당국으로부터 지배구조 개편 압력을 받고 있다. 현행 금융지주사법에 따르면 자회사 주식가액(장부가액) 합계액이 자산총액의 50% 이상이면 지주사로 강제 전환된다. 실질적인 지주사 역할을 하고 있는 미래에셋캐피탈의 금융계열사 지분 가치가 50%를 아슬아슬하게 오가고 있다.


미래에셋그룹의 지분 구조는 박현주 회장→미래에셋컨설팅→미래에셋캐피탈→미래에셋증권→미래애셋생명으로 이어지고 있다. 지주사 성격을 갖고 있는 미래에셋컨설팅 지분을 살펴보면 박현주 회장(48.63%), 김미경(10.24%), 박하민(8.19%)·은민(8.19%)·준범(8.19%)씨가 소유하고 있다.  


박 회장은 "2세 경영은 없다"며 전문경영인 체제를 강조해왔다. 하지만 박 회장의 자녀들이 미래에셋 지분을 보유하고 있고 관련 업계에 근무하고 있어 변수로 작용하고 있다. 


박 회장 장녀 박하민씨는 미국 코넬대 사학과를 졸업했고 2013년 미래에셋자산운용에 입사해 해외부동산투자본부에서 호텔 투자 업무를 담당하다 미국 스탠퍼드대 경영학석사(MBA)를 마쳤다. 차녀 박은민씨는 미국 듀크대를 졸업하고 미국 IT업체 근무했다. 장남 박준범씨는 미래에셋벤처투자 심사역으로 근무하고 있다. 


qhsdud1324@icloud.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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