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3차 상법 개정과 밸류업 프로그램으로 국내 주식시장의 자사주 활용 방식이 바뀌고 있다. 이 변화의 중심에 LS그룹(회장 구자은)이 있다. LS는 단순한 주식 수 감소를 넘어, 우량 자회사들의 가치를 지주사 주가에 온전히 반영시키는 ‘구조적 체질 개선’을 시행하며 투자자들의 주목을 받고 있다.
LS는 상법 개전 이전부터 선제적으로 대응해 왔다. 지난 2024년 8월 50만 주, 지난해 2월 추가로 50만 주를 소각했다. 올 1분기보고서에 따르면, LS가 보유한 자사주(교환사채 교환 대상 포함)는 전체 발행주식의 약 12.3% 수준인 396만5097주에 달한다.
그동안 대기업 지주사들은 핵심 자회사의 쪼개기 상장으로 인한 중복 상장 할인율에 갇혀 있었다. 그러나 LS는 최근 자회사의 상장 유예와 지분 내재화, 그리고 배당과 자사주 소각을 유기적으로 결합한 복합 자본 전략을 구체화하고 있다.
◆ 선제적인 '11.1% 자사주 청산'…TSR 중심 자본 배치 전략
LS그룹이 중복상장을 걷어내고 '지능형 사업지주'로 재평가 받고 있다. [이미지=더밸류뉴스 | AI 생성]지난 2월 25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3차 상법 개정안은 기존 보유 자사주는 18개월 이내, 신규 취득분은 1년 이내에 소각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에 따라 기업들이 자사주를 경영권 방어, 교환사채(EB) 발행, M&A(인수합병) 재원 등으로 장기 보유하던 관행은 사실상 제한될 전망이다.
총 발행주식수가 3120만 주인 LS는 이 같은 제도 변화에 선제적으로 대응해 왔다. 지난해 8월 장내 자기주식 50만 주(장부가 기준 109억원)를 1차 소각한 데 이어, 올 2월에도 추가로 50만 주를 2차 소각했다. 두 차례의 소각을 거치며 LS의 보유 자사주는 기말 기준 346만5097주(지분율 11.1%)로 축소됐다.
이는 교환사채(EB) 발행용으로 예탁결제원에 신탁된 자사주 물량(38만7365주, 지분율 1.2%)을 포함하면 총 12.3% 규모다. 지주사 본체의 순차입금(별도 기준 616억~667억원 수준) 관리와 금융 비용 통제를 위해 일부 자사주는 EB 교환 대상으로 유지하며 재무 유연성을 확보했다.
잔여 물량이 향후 법정 유예기간 내에 순차적으로 소각되면 발행주식 총수 감소에 따른 주당순이익(EPS) 상승과 자기자본이익률(ROE) 개선이 가시화된다. 시장에서는 LS의 지배주주 기준 ROE가 지난해 5.6% 수준에서 자사주 소각과 전력 부문 이익이 반영되는 올해 11.0%, 오는 2028년 13.0%까지 상승할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최관순 SK증권 연구원은 "LS는 자사주 소각을 통해 주당 가치를 제고하고 있으며, 자사주 의무 소각안이 확정될 경우 주주 가치에 대한 시장의 관심은 더욱 높아질 것"이라고 평가했다.
특히 LS는 조세특례제한법상 ‘고배당기업’ 요건을 충족하기보다 배당 확대와 자사주 소각을 병행하는 총주주환원율(TSR) 중심 정책을 고수하고 있다. 현금배당은 한 번 상향하면 하향 조정이 어려워 재무 경직성을 높이지만, 자사주 소각은 자본의 유연성 확보에 유리하기 때문이다. LS는 전동화 솔루션 부문 확충과 해저케이블 동해 공장 증설 등 매년 조 단위의 설비투자(CAPEX)가 예정된 만큼 자본 효율성을 고려한 TSR 전략을 선택했다.
◆ '비상장 우량 자회사' 가치 재발견…중복상장 우려 원천 차단
LS 매출액 비중. [자료=LS 1분기 보고서]LS의 자사주 전략 핵심은 지주사 할인의 가장 큰 원인인 ‘중복상장 우려’를 제거하고 자회사 가치를 지주사에 집중시키는 데 있다.
일반적인 지주사 할인은 보유 자회사들의 합산 가치가 지주사의 시가총액보다 훨씬 큰 괴리를 보이는 상태를 의미한다. LS그룹 역시 LS전선, LS MnM 등 우량 비상장 자회사들을 다수 보유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들의 가치가 지주사 주가에 충분히 투영되지 못하는 한계가 있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LS는 지난 1월 우량 증손회사인 에식스솔루션즈(Essex Solutions)의 상장 예비심사 신청을 전격 철회했다. 자회사의 가치가 시장에서 분산되거나 희석되는 것을 차단하고 지주사 내부에 가치를 보존하겠다는 의지다. 이에 이승영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정부의 중복상장 원칙적 금지 기조와 동사의 주주가치 제고 노력이 맞물렸다"며 "비상장 자회사의 가치가 지주회사 주가에 온전히 반영될 것"이라고 기대를 표했다.
여기에 자회사 LS전선은 안정적인 지배구조 확보를 위해 과거 프리IPO 투자를 유치했던 자회사 LS에코첨단소재(취득금액 709억원, 지분 44.1%)와 LS이브이코리아(취득금액 489억원, 지분 16.0% )의 사모펀드 지분 전량을 자체 현금으로 되사오는 결단을 내렸다. 비상장 우량 자회사의 전력 인프라 이익이 외부로 분산되지 않고 지주회사 가치에 온전히 반영되는 재무 구조를 구축했다.
LS 본사 법인 자체의 현금도 이를 뒷받침한다. 지난 1분기 LS의 별도 기준 분기순이익은 1541억원으로, 이익잉여금 내 임의적립금(투자손실준비금 등)은 4조7574억원이다. 자회사 LS전선(267억원), LS일렉트릭(436억원), LS MnM(128억원) 등 전 세계 거점에서 유입된 현금이 본사 곳간에 축적되고 있어 재무적 리스크가 낮음을 입증했다.
이러한 자회사 가치 회수 전략은 자사주 소각과 맞물려 주당 자산가치를 극대화하는 시너지 효과를 내고 있다. 이에 증권가에서는 현재 LS의 지주사 할인율이 점진적으로 좁혀질 것으로 보고 있다. 허민호 대신증권 연구원은 "이제는 지주회사보다는 사업회사로서의 재평가가 필요한 시점"이라며, "자사주 11% 소각과 중복상장 금지 기조가 맞물려 자회사의 적정 가치 할인율이 빠르게 축소될 것"이라고 밝혔다.
◆ AI 인프라가 만든 ‘4조’ 현금창출력…배당 이상의 유연성
LS그룹의 '비상장 우량 자회사'의 가치가 지주사에 집중되고 있다. [이미지=더밸류뉴스 | AI 생성]LS가 자사주 소각과 공격적인 투자를 동시에 지속할 수 있는 기반은 현금창출력에 있다. LS의 올 1분기 연결 기준 매출액은 9조5044억원, 영업이익은 4761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 각각 37.5%, 56.4% 증가한 가파른 성장세를 기록하며 현금 창출력이 더욱 강력해졌음을 보여줬다.
LS는 전통적인 고배당 위주의 환원책을 지양하는 대신, TSR 전략 시행과 더불어 주당 배당금(DPS)은 기존 1650원에서 2500원으로 51.5% 인상했다. 주주환원과 동시에 미래 성장을 위한 투자를 진행하는 전략이다.
이러한 유연한 자본 배치는 북미 AI 데이터센터 모멘텀과 맞물려 빛을 발하고 있다. 핵심 자회사인 LS전선은 데이터센터 전력망 투자 폭증에 힘입어 버스덕트(Busduct, 대용량의 전력 전송을 위한 신개념 전기 배선 시스템) 부문에서 독보적인 성과를 내고 있다. 최근 LS전선의 손자회사인 LS Cable & System U.S.A.는 글로벌 테크 기업과 오는 2030년 말까지 약 2조~4조원 규모의 버스덕트를 공급하는 장기 계약을 체결했다. 데이터센터의 전력 밀도가 급증함에 따라 내부 배전 시스템 고도화와 효율적 에너지 전송을 위한 버스덕트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허민호 대신증권 연구원은 "LS전선은 데이터센터 내부의 맞춤형 전력 솔루션 수요 급증의 직접적인 수혜자"라며 "올해 매출액은 38조원, 영업이익은 1.6조원 이상으로 실적 성장이 본격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다른 자회사 LS MnM 역시 인도네시아 니켈 제련소 지분 취득 등을 통해 단순 동제련 기업에서 ‘니켈 기반 이차전지 소재 기업’으로 사업구조를 고도화하며 새로운 현금 창출원을 확보했다.
결국 LS의 자사주 소각은 단순한 유통 주식 수 감소가 아니라, AI와 전기차라는 차세대 인프라의 성과를 지주사와 주주가 공유하는 구조적 체질 개선의 일환이다. 시장은 LS가 단순히 배당을 많이 주는 기업이 아니라, 투자를 통해 벌어들인 현금을 주주 가치 제고와 미래 성장 동력 확보에 가장 효율적으로 배분하는 핵심 전략에 주목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