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방병원협회(회장 정희재)는 지난 21일 성균관대학교에서 열린 한국소비자정책교육학회(회장 이성림) 창립 20주년 기념 학술대회에서 한방진료의 실손보험 보장 확대가 시급하다고 23일 밝혔다. 약침과 첩약, 추나 등 한방치료에 대한 소비자들의 효과 체감도가 높음에도 현행 실손보험 체계가 이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해 고령층 의료사각지대가 우려된다는 것이다.
연구 결과 근골격계 질환에 대한 한방진료 실손보험 보장 필요성이 69.5점으로 가장 높게 나타났으며, 60대 이상 고령층의 실손보험 비가입률이 32.5%에 달해 의료공백이 심각한 상황으로 조사됐다. 양방과 한방 병용치료에 대한 선호도가 높아지고 있어 실손보험 구조 개편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근골격계 질환 보장 필요성 '압도적'... 치매·파킨슨·당뇨 순으로 이어져
이은희 인하대학교 소비자학과 명예교수가 발표한 '한의진료의 실손의료보험에서의 보장 필요성에 대한 소비자인식 연구'에 따르면, 보건복지부 '한의표준임상진료지침'에 등재된 26개 주요 질병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근골격계 질환의 한방진료 실손보험 보장 필요성이 3.78점(5점 만점, 100점 환산 69.5점)으로 가장 높게 나타났다.
이은희 인하대학교 소비자학과 명예교수가 지난 21일 서울 종로구 성균관대학교 인문사회과학캠퍼스에서 열린 ‘2025년 한국소비자정책교육학회 창립 20주년 기념 학술대회’에서 '한방진료의 실손의료보험에서의 보장 필요성에 대한 소비자인식 연구'에 대해 발표하고 있다. [사진=한방병원협회]이번 조사는 인터넷 조사업체 마크로밀 엠브레인에 의뢰해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됐으며, 총 26개 질병에 대한 요인분석 결과 4개의 질병군으로 분류됐다. 근골격계 질환에 이어 치매·파킨슨·당뇨 등이 다음 순위를 차지했다.
응답자들은 '실손보험의 한방보장 강화'에 대해 전반적으로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기대효과로는 의료비 부담 경감, 치료선택권과 의료접근성 향상, 양방치료와의 보완 및 시너지 효과 등을 주로 선택했다. 반면 우려점으로는 의료남용 가능성, 보험료 인상으로 인한 가계부담 증가, 양방진료와의 갈등 심화 등을 꼽았다.
실손보험의 보완점으로는 '한의보장 확대'가 3.89점, '약관안내 및 절차개선'이 4.16점으로 매우 높게 나타났다. 특히 낮은 보장한도 개선, 치료목적 여부의 명확한 판단기준 수립, 한방 비급여 보장 확대 등에 대한 요구가 높았다.
◆60대 이상 실손보험 비가입률 32.5%... 고령층 의료공백 '심각'
최은실 소비와 가치 연구소 소장팀이 발표한 '근골격계 통증환자의 한·양방 의료서비스 선호와 효과에 대한 소비자인식조사'는 고령층의 심각한 의료공백 현실을 드러냈다. 최근 2년 이내 근골격계 통증을 경험한 20대 이상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60대 이상의 실손보험 비가입률(가입 후 해약 포함)이 32.5%로 전체 평균 19.3%보다 월등히 높게 나타났다.최은실 소비와 가치 연구소 소장이 21일 성균관대학교에서 한국소비자정책교육학회 창립 20주년 기념 학술대회에서 '한방의료서비스 소비자 이슈'관련 논문 '근골격계 통증환자의 한·양방 의료서비스 선호와 효과에 대한 소비자인식조사'를 발표하고 있다. [사진=한방병원협회]
이 중 가입했다가 해약한 비율도 7.0%에 달해 다른 연령층에 비해 압도적으로 높았다. 전체 조사 대상자의 79.9%가 가입상태인 것과 대조적으로, 60대 이상은 경제적 문제 등으로 실제 실손보험이 더 필요한 시기임에도 가입하지 않거나 해약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조사 대상 근골격계 통증 부위별로는 허리(요추)가 42.7%로 가장 많았고, 어깨(23.4%), 목(경추)(19.7%), 무릎(14.2%) 순으로 나타났다. 실손보험 미가입 이유와 가입 후 해약 이유로는 공통적으로 보험료 부담과 보장범위가 좁아 보상받을 부분이 없다는 점을 지적했다.
연구팀은 "의료서비스 보장 제도 차원에서 고령층·만성질환자의 실질적 의료 이용 실태에 기반한 보장 설계가 필요하다"며 "소비자들의 실제 이용 패턴은 양방-한방 병용치료에 대한 선호와 만족도가 높아지고 있어 실손보험-건강보험 구조도 이에 맞춰 개편해야 할 필요성이 있다"고 강조했다.
◆한방진료 효과 체감 높지만 실손보험 반영 안 돼... 가입·전환 의향은 '뚜렷'
황진주 인하대학교 소비자학과 겸임교수팀이 발표한 '제5세대 실손의료보험의 한방진료 보장에 대한 소비자인식 연구'는 한방진료의 높은 치료효과 체감도와 실손보험 보장 확대 필요성을 명확히 보여줬다. 최근 2년간 한방진료 경험이 있는 전국 성인 800명을 대상으로 한 온라인 조사에서 소비자들은 약침이나 첩약, 추나 등 한방진료 및 처치에 대해 높은 치료효과를 체감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현행 실손보험 체계는 이러한 소비자 체감도를 충분히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연구팀은 "소비자들이 한방진료에 대해 높은 치료효과를 체감하고 있음에도 실손보험에서 이를 제대로 보장받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방진료 보장 확대에 대한 소비자들의 관심도 매우 높게 나타났다. 실손보험 미가입자 중 신규 가입을 검토 중인 소비자의 66.2%가 '한방진료 보장 시 가입 의향이 높다'고 응답했으며, 1·2세대 실손보험 가입자의 42.3%도 '한방진료 보장 시 5세대 실손 전환의향이 있다'고 밝혔다.
60~70대 시니어 8명을 대상으로 한 표적집단면접(FGI)에서는 더욱 구체적인 요구사항이 드러났다. 참여자들은 "질환 초기에는 실손 여부와 무관하게 치료를 시작하지만, 회복기에는 실손 보장이 치료 지속 여부를 좌우한다"며 "현행 제5세대 실손보험은 고령자에게 실질적 혜택이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근골격계 질환 통합치료 등 패키지형 보장과 노후 특화 실손 모델 개발에 대한 높은 수요를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