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토지주택공사(이하 LH, 사장 이한준)가 지난해보다 4배 이상 많은 5만호 이상의 착공을 추진하면서 부동산 경기 회복에 나서 관심이 모이고 있다. 부동산 시장 위축으로 공사 지연 및 중도금 연체 등 급격한 실적 부진을 겪은 LH가 하반기 정부 주도 하 안정적인 주택공급을 이뤄낼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지난해 영업익 437억…전년대비 1/41 수준
LH의 지난해 연결 기준 연간 매출액은 13조8840억원, 영업이익은 437억원이다. 전년대비 각각 29.26%, 97.59% 감소했다. 지난 200년 LH 통합 출범 이후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다. 당기순이익 역시 5158억원으로 전년대비 3분의 1 수준에 그쳤다.
LH 최근 6년 매출액 및 영업이익률 추이. [자료=더밸류뉴스]
LH의 영업이익은 지난 2018년부터 매년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였으나, 부동산 업황 악화로 지난 2022년부터 감소세에 접어들었다. 특히 지난해에는 전년의 41분의 1 수준으로 급감한 '어닝 쇼크'를 기록했다. LH 측은 지난해 매각 용지의 분양대금 연체액이 전년보다 3조원가량 늘어난 영향이 크다고 밝혔다.
LH의 수익 구조를 알면 지난해의 부진을 이해하기 쉽다. LH로부터 토지를 분양받은 시행사(혹은 건설사)는 일반적으로 수년에 걸쳐 중도금을 납입하는데, 최근 공사비 인상 및 인건비 상승 등으로 인해 공사 진행이 어려워지자 중도금 상환이 어려워졌고, 이를 납입하지 않은 채 연체하는 사례가 늘어난 것이다. 실제로 LH의 미수령 연체액은 지난 2021년 말 2조원대에서 2022년 말 3조9000억원으로 급증했고, 지난해 말에는 6조9000억원으로 2년 새 3배 이상 증가했다.
부동산 경기 침체가 한동안 지속될 것이라는 분석이 잇따르고 있어 LH의 연체액이 더 늘어날 수 있다. 올해도 좋은 성적을 장담할 수 없는 만큼 부동산 시장 활성화를 위해 발 벗고 나서야 하는 상황이다.
◆주택공급 심폐소생 나선다…사장 직속 '주택공급 활성화 추진단' 신설
최근 주택 공급 실적이 부진하자 정부는 주택 공급 속도를 높일 것이라고 발표했다. LH가 중추 역할을 수행하며 공공임대와 공공분양 물량을 늘린다는 계획이다. LH는 최근 이한준 사장 직속의 '주택 공급 활성화 추진단'을 신설하며 본격적으로 주택 공급 활성화에 나섰다.
경남 진주에 위치한 LH 본사 사옥 전경. [사진=LH]
LH는 지난 11일 경남 진주 소재 LH 본사에서 ‘공공주택 공급 촉진 점검회의’를 개최했다. 회의는 최근 주택시장 수급 불안 우려에 대응해 내년까지 LH의 주택공급 계획과 현황을 점검하고, 종합적인 논의를 통해 공급 조기화 등 속도감 있는 사업추진 기반을 마련하기 위해 열렸다.
올해 계획된 물량은 집중 관리를 통해 차질 없이 이행하고, 연말에 착공이 집중되는 현상을 해소하기 위해 내년 물량은 올해부터 설계·발주에 착수해 상반기 착공 비중을 대폭 확대하기로 했다. 또 3기 신도시 등 수도권 사업지구를 중심으로 선행공정을 앞당기고, 단지·주택분야 인허가를 동시에 추진하는 등 착공 물량 역시 최대한 확보한다는 방침이다.
올해 1분기까지의 주택 인허가 수는 당초 제시됐던 목표치를 크게 하회했다. 정부는 올해 연간 주택 인허가 목표를 54만 가구로 책정했으나, 1분기에 7만5000가구(목표치의 13%)만을 기록하며 부진했다. 특히 서울은 지난 2월 2400여 가구의 인허가 실적을 기록했는데, 이는 전년동기대비(6619 가구) 63.74% 감소한 수치다. 이에 업계에서는 주택 공급 속도를 올릴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 제기되고 있다.
◆이한준 사장 '내부 혁신 다짐', 업황 회복 선봉장으로 난제 해결해 나갈 것
이한준 LH 사장은 지난 1월 대대적인 혁신안을 발표했다. 크게 △기술책임 혁신 △품질관리 혁신 △건설풍토 혁신 △인적자원 혁신 △디지털DX혁신 등 5개 부문으로 나뉘었다. 지난해 전관예우 논란, 인천 임대아파트 지하주차장 붕괴사고 등 안팎으로 홍역을 치렀던 LH가 이 사장의 공언대로 내부 개혁을 현실화할 수 있을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이한준(왼쪽 두번째) LH 사장. [사진=LH]
이 사장은 지난 2022년 11월 취임식에서 "개선할 부분은 과감하게 혁신해 보다 좋은 정책으로 국민들께 보답하자"며 내부 개혁을 다짐했다. 그러나 지난해 발생한 여러 사건사고 수습에 치중하느라 혁신다운 혁신을 해내지 못했다는 평이다. 또 업계 상황도 좋지 않은 만큼 내부 혁신과 실적 개선, 그리고 업황 회복의 선봉장 역할을 동시에 해내야 하는 난제를 떠안았다. 이한준 사장이 지난 1월에 내세운 5개 혁신안은 이같은 고민이 반영된 것으로 해석된다.
특히, 5개 혁신안 중 기술책임 혁신안은 건설공사 설계도면 및 영상기록 홈페이지 공개, LH 퇴직자 소속업체의 용역업체 최대감점 부여, 중대 구조적 부실을 유발한 업체는 입찰 실격처리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그밖에 품질관리부서를 신설해 직접점검을 기존대비 150% 강화하고, 표준공사기간 고도화 및 자재가격 현실화와 저가 하도급 심사기준 강화 등을 이뤄갈 계획이다. 이를 위해 공사참여 대상 현장 전문가들의 양성 종합교육을 실시, 시공사의 현장대리인 품질교육도 연 1회 이상으로 의무화할 예정이다.
디지털DX혁신을 위해 스마트건설처도 신설한다. 이를 통해 건설산업 디지털화를 본격 추진, 부실시공 문제를 없애고 주택 품질을 높인다는 각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