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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집단 탐구] 51. SPC그룹, '빵' 하나로 재계 등판 임박, 'K-빵'으로 글로벌 시장도 성과

- 다음달 말 공정위 발표 '공시대상기업집단' 포함될 가능성 높아

- 중국, 미국 등 글로벌 500개 확보... 'K-빵'으로 글로벌 존재감↑

  • 기사등록 2024-03-16 21:46: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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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거래위원회의 '2023 공시대상기업집단'에 이름을 올린 국내 대기업집단의 지배구조와 경영 현황, 비즈니스 전략 등을 분석하는 '대기업집단 탐구'시리즈를 연재합니다. '재계순위'로도 불리는 공정위의 올해 공시대상기업집단을 심층 분석해 한국 경제와 재계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하겠습니다. 공정위 공시대상기업집단 리스트에 오르지 않았지만 향후 여기에 포함될 가능성이 높은 대기업집단도 분석합니다. [편집자주]
[더밸류뉴스=이혜지 이승윤 기자]

SPC그룹(회장 허영인)이 다음달 말 공정거래위원회(위원장 한기정. 이하 '공정위')가 발표 예정인 공시대상기업집단(대기업 집단)에 이름을 올릴 것으로 보인다. 


그룹 양대 주력사인 파리크라상(대표이사 허진수)과 SPC삼립(대표이사 황종현)을 비롯해 대부분의 계열사 실적이 개선되면서 그룹 자산총계가 5조원을 넘길 가능성이 높아졌기 때문이다(제조기업이 자산총계 5조원을 넘기면 대기업집단에 이름을 올리게 된다). SPC그룹이 대기업집단에 포함되면 '빵 만드는 회사'로는 유일한 대기업집단이 되고 롯데, CJ, 하림, 동원, 농심을 포함해 10개가 채 되지 않는 식음료 기반 대기업 집단에 오르게 된다. 


SPC그룹은 빵, 케이크, 도너츠, 과자 등 빵류(類)가 매출액의 절대액을 차지한다. 개당 가격이 수천원, 수만원에 불과한 빵을 도대체 몇 개를 팔아야 대기업집단에 오를 수 있는 걸까? 


이 궁금증을 추적하다보면 SPC그룹이 어떤 과정을 거쳐 국내 1위 제빵 기업이 됐고, 미래에 무엇을 하려는 지가 짐작된다. 


◆올해 대기업집단 '등판' 가능성 높아... 전년비 실적·자산


SPC그룹은 SPC삼립을 제외하면 모두가 비상장사여서 실적과 경영 현황을 파악하기 쉽지 않다. 그렇지만 추정해볼 수는 있다. SPC그룹은 모든 계열사들이 제빵(SPC삼립, 샤니, 호남샤니, SPL 등), 빵 유통(SPC GFS), 빵 봉투 제조(SPC팩), 제빵 인력 공급(PB파트너스), 빵 매장 운영(파리크라상) 등으로 수직 계열화돼 있어 실적이 동일한 방향으로 움직인다. 


SPC그룹의 지배구조와 현황. 2023년 12월 기준. 단위 %. [자료=파리크라상]

증권가에서는 유일한 상장사인 SPC삼립의 지난해 매출액이 3조4817억원으로 전년비 5.37% 증가할 것으로 보고 있다. SPC그룹에서 매출액이 가장 크고 가치사슬의 최정점에 있는 파리크라상은 2022년 매출액 5조3095억원을 기록하며 5조원을 돌파했다. 전년비 11.17% 증가했다. 이어 SPC삼립 3조3145억원, 샤니 3164억원, 파리바게뜨 본두 2962억원, 피비파트너스 2939억원, SPL 2709억원이다. 


SPC그룹 주요 계열사의 최근 (별도 기준) 자산총계를 살펴보면 파리크라상 1조7014억원, SPC삼립 9663억원, 비알코리아 6811억원, SPC GFS 3301억원, 섹타나인 3027억원, SPL 2616억원, 샤니 1942억원으로 이것만 합쳐도 4조4000억원이다. SPC그룹의 계열사는 총 51개이다. 올해 대기업집단에 '등판'할 가능성이 높다는 사실을 짐작할 수 있다.


SPC그룹의 가치사슬을 살펴보면 파리크라상이 전국 3400여개 파리바게뜨 매장에서 빵을 팔고 SPC삼립, 샤니, 호남샤니 등이 여기에 필요한 빵을 만들면서 그룹 매출액의 대부분을 창출하고 있고 SPC팩(빵 봉투 제조), SPC GFS(식자재 유통)를 비롯한 계열사들이 지원하고 있다.    


SPC그룹 주요 계열사 매출액. 2022 K-IFRS 연결 기준. [자료=금융감독원 전자공시] 

정리해보면 가치사슬 최상단에 있는 파리크라상이 전국 3400여개 파리바게뜨 매장에서 빵을 불티나게 팔아야 가치사슬 하단에 있는 계열사들도 덩달아 실적 개선된다고 볼 수 있다. 


◆내수시장 포화 도달... 중국, 프랑스, 미국 등 글로벌 공략 박차  


그간의 파리크라상 매출액은 우상향해왔다. 지난 10년(2012~2022) 파리크라상의 매출액 연평균증가율(CAGR)은 7.57%에 이른다. 올해 대기업집단 등판 임박은 이같은 성과를 반영하고 있다. 


그런데 문제가 있다. 


우선 매출액 정체(혹은 감소)가 예고되고 있다. 국내 인구 급감이 예고되고 있는 현실에서 이는 직관적으로 이해할 수 있다. 여기에다 수익성은 제로 상태에 도달해 있다. 파리크라상 영업이익률을 살펴보면 2013년 4.7%로 정점을 찍은 이후 2017년에 2%대로 떨어졌고(2.9%), 2019년에 1%대로 떨어진 데 이어(1.6%) 2022년에는 1% 미만으로 떨어졌다(0.9%). 사실상 이익이 남지 않는다는 의미이다. 근로자 임금이 치솟는 데다 원자재 가격이 동반 상승하고 있기 때문이다. 국내 시장에만 안주하기 어려운 것이다.  



그래서 SPC그룹은 글로벌 시장에 진출에 나서고 있다. 


파리바게뜨는 미국, 캐나다 등 북미지역에서 이번 달에만 매장 9곳을 오픈해 150호점을 돌파할 예정이다. 먼저 지난 3월에 첫 진출한 캐나다에 2개 점포를 추가 출점하고 미국에는 22일 노스캐롤라이나 지역에 첫 점포를 열며 20개 주에 진출하게 될 예정이다. 또 이달 말까지 뉴욕, 캘리포니아, 뉴저지, 펜실베이니아, 매사추세츠 등 6개 지역에 7개 가맹점을 잇달아 열어 북미 150호점을 달성하고, 연말까지 워싱턴, 하와이, 테네시 등 7개 주에 추가 진출하는 등 올해 북미 지역에 총 60개점을 오픈한다는 계획이다. 


SPC그룹의 글로벌 시장 진출의 역사는 20년에 이른다. 2004년 9월 중국 상해 구베이점을 오픈하며 글로벌 진출의 첫 테이프를 끊었고 이듬해 10월에는 미국 로스앤젤레스(LA)에 매장을 오픈하며 미국 시장에도 진출했다. 


◆'K-빵'으로 글로벌 성과. 중국 300여개, 미국 120여개 등 총 500개 돌파 


글로벌 시장 진출의 성과는 어떨까. 


현재까지는 양호하다고 볼 수 있다. SPC그룹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미국 120개, 중국 300여개를 포함해 글로벌 매장 500개를 돌파했다.  


지난해 상반기에는 미국 시장에서 첫 흑자를 달성했다. 파리크라상은 이를 발판으로 2030년까지 북미 지역에 1000개의 매장을 열겠다는 목표다. 이번 흑자 달성은 뉴욕 맨해튼, LA 다운타운 등 주류 핵심 상권에서 글로벌 브랜드들과 전면 승부를 통해 이뤄낸 성과라 의미 있다는 평가다. 


SPC삼립 역시 동남아 시장으로 발을 넓히고 있다. 태국 1위 기업인 CP그룹의 유통계열사 ‘시암 마크로(Siam Makro)’와 손잡고 현지 베이커리 시장 진출에 나선다. 이번 업무 협약은 SPC삼립이 해외사업 진출을 위해 현지 기업과 체결하는 최초의 파트너십이다.


SPC그룹의 이같은 해외 성과가 이어진다면 K-라면, K-치킨, K-김밥에 이어 '빵'으로 세계를 석권하는 'K-빵' 기업이 탄생할 것으로 보인다. 현재 국내 최대 빵 공장인 경기 평택 공장에서 생산한 생지(완성빵 직전 반죽)를 글로벌 현지 매장에 공급하고 있다. 선도 높은 생지를 만드는 기술에 관한 한 파리바게뜨는 독보적 기술력을 갖고 있으며 오늘의 국내 1위 빵 프랜차이즈 대기업집단을만든 원동력이다.  


◆허영인 회장, 주말에도 출근하는 워크홀릭


SPC그룹을 이끌고 있는 허영인 회장은 '오너 2세'이지만 SPC그룹의 사실상 창업주로 인정받고 있다.  


SPC그룹의 모태는 허창성(1914~2003) 창업주가 1945년 황해도 옹진군에 설립한 빵집 ’상미당’이다. 장사가 잘 되자 허창성 창업주는 1948년 아무 연고도 없는 서울 을지로에 상미당을 열었다. 허창성 창업주는 1964년 ‘크림빵’으로 대박을 터뜨렸다. 국내 최초 비닐 포장된 빵이었다. 이후 삼립제과공사(1959년), 삼립식품공사(1968년) 등의 사명을 거쳐 1972년 샤니의 전신인 한국인터내쇼날식품으로 거듭났다. 


허창성 창업주는 장남 허영선에게 삼림식품을 비롯한 계열사 대부분을 물려줬다. 차남 허영인에게는 샤니를 물려줬다. 그런데 허영선 회장은 리조트 등으로 사업 확장을 하다 자금난에 빠졌고 주력사 삼립식품은 1997년 IMF(국제통화기금) 외환위기로 부도가 나며 법정관리에 들어갔다. 반면 샤니는 파리크라상, 파리바게뜨 등을 연이어 출점시키며 성장세를 이어갔다. 미국 배스킨라빈스 인터내셔널과 손잡고 비알코리아를 설립해 배스킨라빈스를 한국에 들여왔다. 허영인 회장은 2002년 친형 허영선 회장의 삼립식품을 인수하고 2004년 사명을 태인샤니그룹에서 SPC그룹으로 변경시켰다. 허영인 회장이 SPC그룹의 사실상 창업주로 인정받는 배경이다.


SPC그룹 오너 가계도. 

허영인 회장은 파리크라상 최대주주(63.31%)이다. 이어 장남 허진수 SPC 사장 20.33%, 차남 허희수 SPC 부사장 12.82%, 허영인 회장 아내 이미향씨 3.54%로 오너 일가가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다. 허영인 회장은 파리크라상 외에 SPC삼립(9.3%), 비알코리아(31.3%), 샤니(49.2%), 호남샤니(42.4%), SPC팩(30%) 지분을 갖고 있다. 


오너 일가가 지분을 모두 갖고 있다보니 회사에 자금이 필요하면 오너 일가가 배당을 받지 않는 것으로 해결하고 있다. 허영인 회장은 워크홀릭으로 주말에도 회사에 출근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tvn@thevalue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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