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G(대표이사 방경만)가 담배 산업의 역풍 속에서도 역대 최대 실적을 달성했다. 국가발전지표에 따르면 성인 남성 흡연율은 2012년 44.8%에서 2023년 32.4%로 12.4%p하락했다.
흡연율 감소와 각종 규제 강화에도 불구하고 KT&G이 성장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KT&G는 제품 다변화, 해외 시장 확장, 브랜드 이미지 제고라는 삼중 전략으로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지난해 국내 담배 시장 66.7% 점유율을 확보하며 안정적인 수익 기반을 다졌고 올해는 글로벌 시장에서도 공격적인 진출을 진행 중이다. 지난 23일에는 카자흐스탄 신공장을 준공하며 유라시아 지역 생산 및 수출 거점을 확보했으며, 인도네시아, 러시아 등에도 현지 공장을 구축해 글로벌 생산체제를 강화했다. 해외 직접사업 확대와 생산부터 유통까지 직접 관리하는 '현지 완결형 밸류체인'을 통한 성장 전략에 업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KT&G 현황과 지배구조. [자료='대한민국 2025 재계 지도']
◆매출 5조9088억원 기록...담배 부문 66.1% 차지 주력 사업 '굳건'
KT&G는 지난해 연결 기준 매출액 5조9088억원을 기록하며 전년대비 0.8% 성장한 역대 최대 실적을 달성했다. 매출과 영업이익이 함께 증가한건 4년만이다. 영업이익은 1조1888억원으로 1.8% 상승했다. 담배 산업의 전반적인 위축에도 불구하고 본원적 사업 경쟁력 강화에 집중한 결과로 분석된다.
주력인 담배 부문은 매출의 66.1%(3조9056억원)를 차지하며 핵심 수익원으로 자리매김했다. 글로벌 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낸 해외 궐련 사업은 전년대비 판매량 10.3% 증가, 매출 28% 성장한 1조4501억원을 기록했으며, 수익성 측면에서도 영업이익이 84.2% 급증하는 질적 성장을 달성했다.최근 10년 KT&G 실적과 주요 연혁. [자료='대한민국 2025 재계 지도']
차세대(Next Generation Product, NGP) 담배 사업은 KT&G의 미래 성장동력으로 부상하고 있다. 2017년에 출시한 '릴 솔리드', '릴 하이브리드', '릴 에이블' 등 다양한 디바이스를 통해 멀티 플랫폼 전략을 구사하며 국내 시장에서 디바이스 점유율 약 68%, 스틱 점유율 약 46%(CVS 기준)를 확보했다. 지난 2022년 출시한 '릴 에이블'은 업계 최초로 AI 기술을 도입해 사용자 맞춤형 경험을 제공하며, 하나의 디바이스로 3종 전용 스틱을 사용할 수 있는 차별점을 갖췄다. 국내 스틱 매출량은 전년대비 7.7% 성장한 61억5000만개비, 해외 스틱 매출량도 1.5% 증가한 83억4000만개비를 기록했다.
KT&G는 담배 외에도 건강기능식품, 부동산, 제약, 화장품 등 다양한 사업 포트폴리오를 운영 중이다. 건강기능식품 부문은 전체 매출의 22.0%(1조3016억원)를 차지하며, 120년 이상 전통과 제조 노하우를 갖춘 정관장 브랜드가 국내외 시장에서 높은 경쟁력을 유지하고 있다. 최근 MZ세대의 건강기능식품 수요 증가에 대응해 비홍삼 건강기능식품 포트폴리오도 확장하고 있다. 부동산 부문은 매출의 6.1%(3613억원), 제약·화장품 등 기타 부문은 5.8%(3403억원)를 차지한다.국내 권련형 전자담배(NGP) 시장 점유율. [자료='대한민국 2025 재계 지도']
최근 KT&G는 비핵심 부동산 및 금융자산의 구조개편을 적극 추진하며 확보한 재원을 핵심 사업에 재투자하고 있다. 지난 3월 KT&G분당타워 매각을 완료했으며, 4월 초에는 코트야드 메리어트 서울 남대문 호텔 매각을 위한 입찰 제안요청서를 발송했다. 서울 중구 KT&G을지로타워도 4월 내 우선협상대상자 선정을 목표로 매각이 진행 중이다. 이러한 비핵심 자산 유동화는 2023년 1월 발표된 중장기 투자 계획의 일환이다.
◆6개국 법인·3개 지역 지사 운영...UAE 수출 270% 급증
KT&G는 이 재원을 활용해 국내외 생산기지 확충에 주력할 계획이다. 국내에서는 대전 NGP공장에 이어 광주공장에 전자담배 생산 거점을 추가 구축하며 생산능력을 확대하고 있다. 해외에서는 지난 22일 카자흐스탄 알마티주에 신공장을 준공했으며, 2026년 완공을 목표로 인도네시아에도 추가 신공장을 건설 중이다. KT&G는 이러한 글로벌 투자를 통해 2027년까지 글로벌 매출 비중을 50% 이상으로 확대할 방침이다.KT&G 해외 매출액 비중 추이. [자료='대한민국 2025 재계 지도']
이번에 준공식을 가진 카자흐스탄 신공장은 5만2000㎡의 연면적에 생산 설비 3기가 설치되고 연간 45억 개비 제품을 생산할 수 있는 규모다. 해당 공장은 유럽과 CIS지역 등 유라시아 시장을 공략하기 위한 수출 전초기지이자 핵심 생산 거점으로 활용될 예정이다.
카자흐스탄 신공장 완공으로 대한민국, 인도네시아, 러시아, 카자흐스탄 등으로 이어지는 글로벌 생산 체제를 구축하게 됐다. KT&G는 인도네시아에도 내년 완공을 목표로 추가 신공장을 건설하는 등 해외 사업 확대를 위한 투자를 진행 중이다.
KT&G는 현재 우즈베키스탄, 인도네시아, 러시아, 카자흐스탄, 튀르키예, 대만 등 6개국에 법인을 설립했으며, 몽골, 유럽, 중국에는 지사를 운영 중이다. 이러한 직접 사업 확대는 현지 시장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고 유통망 장악력을 강화하는 데 기여하고 있다.
해외 시장 공략은 이미 가시적인 성과를 내고 있다. 관세청에 따르면 2월 담배 수출 잠정치는 6260만달러로 전년동기대비 16% 증가했으며, 특히 아랍에미리트(UAE)향 수출은 2350만달러로 270% 급증했다. KT&G는 올해 해외 궐련 매출이 전년대비 22% 증가한 1조7690억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KT&G 성공의 세 가지 이유…제품·시장·이미지 전략
K&G는 불안한 시장 환경과 흡연율 감소에 대응해 다음의 세 가지 생존 전략을 추구하며 실적을 방어하고 있다.
KT&G 최근 3년 담배사업부문 매출 실적 국내외 비중 추이 [자료=2024년 KT&G 사업보고서]첫째, ‘제품 전략’이다. 특히 초슬림 담배 ‘에쎄(ESSE)’는 KT&G의 대표 브랜드로, 1996년 출시 이후 100개국 이상에 수출되며 글로벌 히트 제품으로 자리 잡았다. 에쎄는 여성 및 젊은 흡연자층을 겨냥해 디자인과 향을 차별화한 전략으로 성공했다. 에쎄의 인기는 특히 아랍에미리트(UAE) 등 중동 및 러시아, 몽골로 점차 확대되고 있다. 지난해 KT&G는 2억6100만달러(약 3720억원)의 수출액을 기록했다.
두번째, ‘해외 시장 확대’는 KT&G의 가장 강력한 성장 동력 중 하나다.
국내 흡연 인구가 감소하면서 KT&G는 일찍이 수출 중심 전략으로 전환했다. 해외궐련사업은 매년 역대 최대 판매 수량을 갱신하는 중이다. 지난해 연간 판매량도 최고 실적을 경신했다.
KT&G의 해외 시장 진출은 틈새시장 전략에 바탕을 두고 있다. 서방 기업들이 상대적으로 진출이 적은 중동, 러시아, 아시아 지역을 전략적 거점으로 삼아 집중 공략하고 있다. 향후 해외 생산 거점을 중심으로 '현지 완결형 밸류체인'을 구축한다는 계획이다. 생산부터 영업, 유통까지 직접 관리하는 시스템으로, 현지 시장에 최적화된 제품 공급과 유통 효율성을 높여 수익성을 제고할 수 있다.
KT&G 품목별 및 국내외 매출액 비중. [자료='대한민국 2025 재계 지도']마지막으로 ‘이미지 전략’이다. KT&G는 상상마당 및 장학재단 등 다양한 사회 공헌 활동을 활발히 진행하고 있다. 사람들이 KT&G를 공기업으로 착각하는 이유 중 하나이다.
KT&G는 단순한 담배 제조사를 넘어 문화·예술·복지 등 다양한 사회공헌 활동을 통해 대중과의 거리 좁히기를 시도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2007년부터 운영 중인 복합문화공간 ‘KT&G 상상마당’은 청년예술인 지원과 대중문화 활성화를 위한 공간으로, 연간 방문객 수 100만 명 이상을 기록한다.
이 외에도 ‘KT&G 장학재단’, ‘복지재단’ 등을 운영하며, 저소득층 청소년과 독거노인을 지원하고 있다. 실제로 사회책임투자(SRI) 지수에 꾸준히 편입되고 있으며, ESG 평가에서 A등급 이상의 안정적인 성적을 유지하고 있다
◆방경만 대표, KT&G 글로벌 톱 티어 향한 변혁 주도...비담배 사업 강화 가속
방경만 대표는 취임 이후 뚜렷한 경영 성과를 보여주고 있다. 취임 첫해인 지난해 역대 최대 매출액을 기록하며 4년 만에 매출과 영업이익 동반 성장이라는 결실을 맺었다. 해외 궐련 사업에서는 판매량이 전년 대비 10.3% 증가했고, 매출은 28% 성장한 1조4501억원을 달성했으며, 영업이익은 무려 84.2% 급증했다. 이는 방 대표가 취임 직후부터 강조해온 글로벌 사업 중심의 본업 경쟁력 강화 전략이 결실을 맺은 결과다.KT&G 역대 CEO. [자료='대한민국 2025 재계 지도']주주가치 제고에서도 방 대표의 리더십은 두드러진다. KT&G는 최근 코트야드 메리어트 서울 남대문 호텔, KT&G분당타워, KT&G을지로타워 등 저수익·비핵심 자산의 유동화를 통해 확보한 재원으로 파격적인 주주환원 정책을 펼쳤다. 지난해에는 1조1000억원을 주주들에게 환원하며 당기순이익 100%에 이르는 총 주주환원을 기록했다. 또한 기존에 보유한 자기주식 350만주를 포함해 총 846만주(발행주식수의 6.3%)의 자사주를 소각해 주당 가치를 끌어올렸다. 결과적으로 자기자본이익률(ROE)은 전년대비 2.3%p 증가한 12.2%를 기록하며 자본 효율성이 크게 개선됐다.
조직 혁신 면에서도 방 대표는 글로벌 사업 확장에 최적화된 구조를 구축했다. 그는 아태 및 유라시아 지역에 CIC(Company in Company, 사내독립기업)를 설립하고 핵심인력들을 전진 배치했다. 이를 통해 현지 특성에 맞는 신속한 의사결정과 실행력을 확보했다. 또한 현지 인력 확대 및 세부 영업망 구축 등 직접 사업 확대에도 힘을 쏟아 우즈베키스탄, 인도네시아, 러시아, 카자흐스탄, 튀르키예, 대만 등 총 6개국에 해외 법인을 운영하는 성과를 거뒀다.
향후 방 대표의 경영 전략은 더욱 공격적으로 전개될 전망이다. 저성장·고물가·불확실성 심화 국면에서 치밀한 전략 수립과 신속한 실행으로 시장을 선점하겠다는 계획이다. 전자담배 등 비연소 카테고리를 'Modern Products'로 정의하고 이 분야에서 새로운 미래 성장동력을 확보하는 데 주력할 방침이다. 올해 경영 목표로는 연결 매출액 5% 이상, 영업이익 6% 이상 성장을 설정했으며, 1.1조원 규모의 현금 환원과 자사주 4.5% 이상 소각, 100%를 상회하는 총주주환원율을 이행할 예정이다. 방 대표는 장기적으로 건강기능식품, 뷰티, 바이오 등 비담배 분야로의 포트폴리오 전환도 예고했다. 이러한 종합적인 경영 혁신을 통해 KT&G는 오는 2027년까지 글로벌 매출 비중을 50% 이상으로 끌어올린다는 목표를 향해 나아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