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민주 김호겸 기자
정홍근 티웨이항공 대표이사가 항공 업계 종사자들의 관심을 한 몸에 받고 있다.
국내 LCC(저비용항공사·Low Cost Carrier) 항공사로는 처음으로 유럽 노선 취항을 하게 돼 대형 항공사(FSC·Full Service Carrier) 체급 진입을 눈앞에 두고 있는 데다 역대급 실적을 거듭하며 티웨이항공을 업계 2위로 점프시켰기 때문이다. 정홍근 대표는 이 같은 성과를 인정받아 업계 최장수 CEO 신기록을 쓰고 있다.
◇정홍근 대표는...
△1958년 경남 의령 출생(65) △부산 동래고 졸업(1976) △고려대 정치외교(학사·1981)·비교정치(석사·1983) △대항항공 입사(1986)·국내영업팀장(2004)·나고야지점장(2006) △진에어 상무(2009. 2) △티웨이항공 대표이사(2016. 1~현재)
◆8월 유럽노선 운항 시작... 대형항공사(FSC) 체급 도약
정홍근 대표가 이끄는 티웨이항공은 최근 국내 LCC 가운데 처음으로 유럽 노선 취항을 허가받아 LCC의 개념을 바꾸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티웨이항공은 오는 8월 28일부터 인천-파리 노선을 주 4회 운항할 예정이다. 이는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가 대한항공에 아시아나항공과의 합병 승인의 조건으로 유럽 슬롯(slot·항공기가 특정 시간대에 공항을 이용하는 권리)을 반납할 것을 제시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대한항공은 티웨이항공에 파리, 로마, 바르셀로나, 프랑크푸르트의 4개 노선을 넘겼다. 유럽 노선 취항이 이뤄지면 티웨이항공은 장거리 LCC 키플레이어가 된다. 앞서 지난 5월 티웨이항공은 크로아티아 자그레브 노선을 개설했다. 올 하반기에는 파리, 프랑크푸르트, 로마, 바르셀로나 등으로 유럽 노선을 추가 확대할 계획이다.
티웨이항공의 이번 유럽 노선 취항은 'LCC=단거리 노선 항공사'라는 개념을 바꾸고 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그간 LCC가 유럽, 미국 등 중장거리 노선에서는 대형항공사(FSC)를 이기기 어려울 것이라고 여겨져왔지만 얼마 전 에어프레미아가 이를 깨며 인식이 바뀌었다"며 "티웨이항공은 가격 경쟁력을 갖고 있어 유럽 노선에서 성공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장거리 운항에 필요한 안전 확보를 위해 티웨이항공은 올해 약 5770억원을 안전 관련 분야에 투자할 예정이다.
◆코로나19 닥치자 '무착륙 비행' 상품으로 순발력 발휘
정홍근 대표는 2016년 1월 티웨이항공 경영을 맡았고 올해 CEO 재임 8년차에 접어들고 있다. 코로나19로 실적 쇼크를 겪기도 했지만 엔데믹 전환 이후에는 역대급 실적을 거듭하고 있다.
지난해 실적을 살펴보면 매출액 1조3488억원, 영업이익 1394억원, 당기순이익 1394억원으로 전년비 매출액은 156.52% 급증했고 영업손익과 당기순손익은 흑자전환했다. 매출액은 역대 최대이다. 이로써 매출액 기준으로 티웨이항공은 진에어(1조 2772억원)를 앞서며 업계 2위에 올랐다. 1위는 제주항공(1조9917억원)이다. 티웨이항공은 유럽 노선 취항을 위해 A330-300을 도입해 7월 현재 항공기 30대를 보유하고 있다. 진에어 27대보다 많다.
올해 예상 실적과 관련, 최고운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매출액 1조5140억원, 영업이익 1230억원을 전망했다. 최고운 연구원은 "티웨이항공은 업계에서 내년 이익 성장폭이 가장 클 것"이라면서 "궁극적으로 티웨이항공이 아시아나항공의 빈자리를 차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만 유럽 노선 진출을 위해 인력을 선제적으로 확충하느라 2분기에는 영업손실 105억원을 기록할 것으로 내다봤다.
정홍근 대표는 코로나19 쇼크 시기에는 '무착륙 관광비행' 상품을 내놓아 손실을 줄이는 경영 능력을 발휘했다. 무착륙 관광비행은 외국 공항 상공만 선회 비행하고 다시 출국 공항으로 돌아오는 여행 상품으로 정홍근 대표는 공항 면세점에서 쇼핑할 수 있다는 점에 착안해 2021년 1월부터 2022년 3월까지 중국, 일본 노선의 무착륙 관광비행을 진행했다. 이 상품은 티웨이항공의 고정비 부담을 줄이는 데 기여했다.
코로나19 기간 정홍근 대표는 임직원들과 함께 '눈물의 행군'을 했다. 티웨이항공의 한 직원은 "50% 감봉은 기본이었다. 3년을 택배, 노가다를 하며 반백수로 보냈다. 고용보험 지원금, 실업 급여로 버텼다"며 "2022년부터 상황이 개선되며 희망이 보였다"고 회고했다. 정 대표는 2020년 3월 가장 먼저 자신의 임금의 상당액을 반납했다. 이 기간 정 대표의 리더십은 더 강력해진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대명소노그룹 '새 주주' 등장... '시너지 창출' 관심↑
정 대표는 이같은 성과를 인정받아 2022년 3월 주주총회에서 세번째 연임에 성공했다. 현재 정 대표는 재임 8년차로 LCC 업계 최장수 기록을 쓰고 있다.
그렇지만 정 대표 앞에는 도전이 놓여있다. 우선 티웨이항공 주주가 변경되면서 내년 3월 주주총회에서 정 대표가 연임에 성공할 것인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지난달 말 티웨이항공 2대 주주 JKL파트너스가 설립한 투자목적 회사 더블유밸류업이 지분 14.90%를 대명소노그룹 지주사 소노인터내셔널에 1056억원에 매각했다. 그간 티웨이항공의 최대주주는 코스닥 상장사 예림당으로 직간접적으로 29.74%의 지분을 보유해왔다. 그런데 소노인터내셔널이 추가로 확보한 지분 11.87%에 대한 콜옵션을 행사하면 티웨이항공 지분 26.77%를 확보해 예림당과의 지분 차이가 3% 포인트 미만으로 줄어든다. 예림당은 2013년 티웨이항공을 인수하며 최대주주가 됐다.
소노인터내셔널은 현재 티웨이항공 경영권 인수 계획이 없다는 입장이지만 향후 변화 가능성은 있다. 서준혁 소노인터내셔널 회장은 대명엔터프라이즈(현 대명소노시즌) 대표로 근무하던 2011년 티웨이항공 인수를 추진한 적이 있다. 이번 지분 이전 과정에서 소노인터내셔널은 티웨이항공 지분을 주당 3290원에 매입했다. 이는 23일 현재 주가 2640원 보다 25% 가량 높은 금액이며 티웨이항공 기업 가치를 약 7000억원으로 평가한 셈이다.
업계에서는 정 대표가 그간 경영 능력을 증명한 데다 대안을 찾기가 쉽지 않다는 점을 들어 정 대표의 내년 연임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또 정 대표는 아시아나항공 산하의 제주항공이 합병으로 대한항공에 편입되면서 사이즈가 커져 여기에 맞서야 한다는 과제도 대면하고 있다.
◆예림당 '오너 2세' 나성훈 부회장과 호흡 맞춰
정홍근 대표는 업무에는 꼼꼼하지만 사석에서는 호방한 성격으로 임직원들 사이에 인기가 높다.
정 대표 인맥으로는 나성훈 티웨이항공 부회장이 꼽힌다. 나성훈 부회장은 나춘호 예림당 회장 장남으로 2018년 8월 티웨이항공 부회장에 취임해 정 대표와 호흡을 맞춰왔다. 단국대 무역학과를 졸업했고 예림당 대표이사를 역임했다. 이번에 지분구조가 변경되면서 역할에 어떤 변화가 있을 지 관심을 끌고 있다.
정 대표의 고교(부산 동래고 52회) 동문으로는 최정우 전 포스코홀딩스 회장, 하성민 전 SK텔레콤 대표, 여인홍 전 농수산식품유통공사 사장이 있다.
정홍근 대표는 김이배 제주항공 대표와 비교되기도 한다. 두 사람 모두 대형항공사(FSC)에 근무하다 LCC CEO를 맡고 있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지만 김이배 대표가 전략적으로 판단한다면 정홍근 대표는 경험에 기반한 직관과 순발력에 강점이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김이배 대표는 서울대 국제경영학과, 미국 시라큐스대 MBA를 마쳤고 아시아나항공에 근무했다.
티웨이항공 본사는 대구에 있지만 임직원들은 김포공항에 근무하고 있다. 항공 멤버십 '티웨이 플러스'에 고객 만족도가 높아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