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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밸류뉴스=홍순화 기자]

박덕규, 이승하 등 문단 중진들이 모처럼 한자리에 모여 남북작가 문학기행을 진행해 관심을 끌고 있다. 


29일 문학계에 따르면 지난달 4일 통일부 남북통합문화센터와 남북하나재단이 주최한 ‘인천애서(愛書) 남북작가 문학기행’이 진행됐다. 남북 작가 10명은 이날 오전, 인천 한국근대문학관을 돌아보며 분단 전 하나였던 근대 문학사를 되짚는 시간을 가졌다. 이후 자연스럽게 분단 이후 양쪽의 근대 문학 교육과 작품의 내용 및 주제의식에 대한 논의를 이어갔다. 


이날 행사에는 박덕규 한국문화기술연구소장(단국대 초빙‧명예교수), 이승하 중앙대 문예창작학과 교수, 오창은 중앙대 대학원 문화연구학과 교수, 이정 작가(통일문학포럼 상임이사), 도명학 작가(자유통일문화연대 대표), 이지명 작가, 위영금 작가, 허옥희 작가, 이소원 작가, 김미향 작가(출판평론가‧콘텐츠 랩 에디튜드 대표)가 참여했다. 


'인천애서(愛書) 남북작가'에 참가한 문인들이 지난달 4일 남북작가의 작품을 주제로 토론하고 있다. [사진=통일부 남북통합문화센터] 

한국근대문학관에서는 분단 직전의 우리 근대문학을 살펴보며 남북작가들 간 대화의 물꼬를 텄다. 남북작가들은 홍명희의 소설 '임꺽정'을 보며 남북 각각에서 제작한 영화 '임꺽정'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또 허옥희 작가는 북한에서 강경애의 소설 '인간 문제'에 대해 배웠던 기억을 떠올리며 “이 작품이 아직까지도 위대한 작품으로 평가받는 것은 그 자체로 역사적 기록이자 예술적 구현물이기 때문 아닐까 싶다”고 말했다.


오후에는 도명학 작가의 사회로 ‘남북작가 문학의 현주소와 발전방향’을 논하는 좌담회가 마련됐다. 


이날 좌담회에 참여한 다수의 북한작가들은 북한에서는 김일성종합대학 작가 양성반 졸업과 동시에 군중 문화 출판물(신문, 잡지 등)에 작품이 실리거나, 조선작가동맹이 주관하는 전국군중문화현장응모에서 당선되어 ‘군중 문화 출판물’에 실려야 등단이 가능하다고 전했다. 대중이 볼 수 있는 지면에 실린다는 것 자체가 체제 우상화 등 국가가 허용하는 범위에 맞는 작품이며, 치밀함과 극적인 짜임새, 독특함 등 예술성을 갖춘 작품이라는 의미다.


또한 작가는 전업 작가(조선작가동맹 정회원 작가)와 직장에 다니면서 집필 활동을 하는 후보 작가(후보 회원 작가) 두 부류로 나뉜다. 예: 조선작가동맹 함경북도위원회를 비롯한 조선작가동맹의 도위원회에 속한 정회원 전업 작가는 분야별로 나눠서 본업에 충실한 선전 선동 글을 쓰게 된다. 후보 회원은 직장에 다니면서 좋아하는 글을 써서 투고하는 방법으로 작품성이 인정되면 ‘출판물’에 실린다.


'인천애서(愛書) 남북작가'에 참가한 문인들이 지난달 4일 기념촬영하고 있다. [사진=통일부 남북통합문화센터] 

사상성을 강조하면서 개성의 독특함을 살려 극적인 짜임새와 예술성이 있는 작품을 집필하는 것은 어려운 일로 간주된다. 지나치게 사상성을 강조하면 선동문이 될 수 있으며, 반대로 예술성에 치우치면 사상성이 훼손된다는 점에서 작품성을 인정받기는 쉽지 않다.

아울러 소설에서 삼각연애(삼각관계) 설정은 금지돼 있으며 불륜 등 부정행위나 캐릭터 간 갈등이 드러날 수 있는 행동은 부정인물(간첩이나 반동분자 등)들만 하도록 조건이 제한돼 있다. 그러다 보니 긍정 인물(주인공)의 매력도를 끌어올리기도 쉽지 않다. 이 모든 한계를 극복한 작품을 집필해 작가가 된다 하더라도 북한 사회에서 작가로서 존재감을 드러내기란 어렵다. 


이지명 작가는 “북한에선 개인을 돋보이게 하는 일은 잘 하지 않기 때문에 1970년대 이후 단행본에 작가의 사진이 사라진 적도 있다”고 전했다. 


오창은 중앙대학교 대학원 문화연구학과 교수는 “이러한 사정 때문에 남한에서 북한작가들과 그들의 작품을 연구하는 학자들도 자료가 없어 애를 먹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한편 작가의 위상과 관련해 도명학 작가는 “북한 작가의 위상이 하락한 것 같다”고 말했다. 북한에서는 문학을 ‘인간학’이라고 하며 작가를 ‘인간 정신의 기사’라고 불렀다. 그러나 작가들이 사상 전선의 전초병으로 계속해서 현실과 괴리된 작품들을 쓰다 보니 지금 상황에서 체제를 찬양하고 행복하다는 시를 쓰는 게 말이 되지 않는다며 실제 시민들로부터 ‘돈키호테’라는 소리를 들은 적도 있다고 한다. 이와 관련, 이승하 중앙대 문예창작학과 교수는 “남한 작가의 권위나 가치도 많이 떨어진 것 같다”며 “감동, 주제의식, 깨달음을 주는 문학의 순결함에 대한 기대치가 약해진 만큼 상대적으로 문학이 위축된 시대가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작가들은 이번 문학기행이 그간 잘 알지 못했던 남북작가들이 서로의 작품 세계를 좀 더 깊이 이해할 수 있는 시간이었다고 입을 모았다. 김미향 작가는 “앞으로 우리 문학의 발전은 이처럼 남북작가들이 서로를 잘 이해하는 데에서부터 출발하는 것이란 생각을 해 본다”고 소감을 밝혔다.


hsh@thevalue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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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23-11-29 18:39: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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