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7년 IMF구제금융을 촉발시킨 '외환위기로 인한 국가부도 상황'이 재발할 것인가? 이 물음엔 30년 경력 경제 산업 취재기자도 선뜻 '아니'라고 부인하기 어렵다. 현재 돌아가는 국내외 경제 산업계 분위기는 1997년과 너무 흡사한 조건이 만들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1997년으로 돌아가보자. 당시 김영삼 정권 말기 기아자동차는 국제 경쟁의 격화와 경기침체, 계열사의 부실한 경영 실적 등으로 1997년 봄부터 위기설에 휩싸이다가 결국 1997년 7월 15일 부도유예협약 적용대상이 된다. 이후 28개 계열사를 14개로 줄이고, 기아차노조가 무분규, 임금동결 선언을 하는 등 자구책을 마련했으나 결국 그해 10월 법정관리로 넘어가고 김선홍 회장 등 경영진은 완전 퇴진하게 된다. 곧바로 덮친 IMF 외환위기의 혼란 속에 여러가지 시나리오가 제시되지만 결국 1998년 10월 국제입찰을 통해서 1999년 현대자동차에 매각된다. 당시 기아차 노조는 민주노총의 핵심 강성노조로 유명했다. IMF외환위기를 촉발한데 한 몫을 한 '1997년 1월 노동법/안기부법 날치기에 항의하는 총파업'을 주도한 것도 기아차 소하리(광명) 공장이다. 현대차 노조를 포함해서 다른 곳이 머뭇거릴때 제일 먼저 파업을 개시한 것이다. 이런 노조가 풍전등화의 매각 위기에 처하자 무분규 선언을 할 정도였다. 당시 기아차의 최대주주(각 14%)는 종업원으로 구성된 우리사주조합과 포드사였다. 하지만 결국 기아차는 IMF 국가 위기를 틈타 매각되고 만다.
장면을 바꿔 2020년 현재 철수설 위기에 직면한 한국GM을 보자. 수년동안 노조의 연쇄 파업 강행으로 손실이 눈덩이처럼 불어나자, GM 본사에선 대규모 투자 보류에 이어 '한국 철수' 카드까지 꺼내들었다. 2년전 군산공장 폐쇄의 악몽에 사로 잡힌 한국GM 협력사들은 '생존권 사수'를 외치면서 거리로 쏟아졌다. 노조가 이달 말까지 추가 파업을 지속할 경우 생산 목표 대비 51%의 손실이 발생하고, 피해 규모는 총 2만2,300대에 달할 것으로 추산된다. 이미 올 상반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6만2,000여대의 생산차질이 발생한 것을 감안하면 올해 누적 피해는 8만5,000여대까지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2018년 한국GM 군산공장 폐쇄로 1차 협력업체 5,700명(35개), 2차 협력업체 5,000명(101개사) 등 1만2,900여명이 일자리를 잃었다. 한국GM은 이번 임단협에서 올해 임금을 동결하고 내년 기본급 2만2,000원 인상과 올해 및 내년 성과급ㆍ격려금 등의 명목으로 총 700만원 지급 대안을 제시했다. 반면 노조는 기본급 월 12만304원 인상과 통상임금의 400%에 600만원을 더한 성과급(평균 2,000만원 이상) 지급, 부평2공장 신차 배정 등을 고집하고 있다.
한국GM의 피해가 심각해지자, GM 미국 본사에선 한국시장 철수에 대한 재검토에 들어갔다. 스티프 키퍼 GM 해외사업부문 대표는 17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과의 전화 인터뷰를 통해 “노조 문제가 몇 주 내에 해결되지 않으면 장기적으로 영향이 있을 것”이라며 “지속된 파업이 한국에 대한 투자를 어렵게 하고, 경쟁력 없는 국가로 만들고 있어 중국을 포함한 다른 나라에 기회가 주어질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성과주의’를 최고 가치로 내세운 GM의 경영방침을 고려할 때 키퍼 대표의 경고가 노조 압박용 이상의 의미로 해석될 여지가 많다는 게 업계 안팎의 중론이다. GM이 한국철수를 단행한다면 한국GM의 부도는 현실이 되고 이는 1997년 기아차 부도 및 IMF 국가부도와 '오버랩' 될 수 밖에 없다. 흡사한 구조를 가진 탓이다.
현재 국내외 안팎의 사정도 1997년 당시 상황과 비슷하게 흘러가고 있다. 3차 팬데믹의 경고가 연일 쏟아지고 코로나19로 인해 전세계 부채비율이 급증, 신흥국 경제위기 우려가 터져나오고 있다. 국제금융협회(IIF)가 18일(현지시간) 발표한 ‘글로벌 부채 모니터: 부채 쓰나미 공격’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1월부터 9월까지 전 세계 부채는 15조 달러가 늘어나 총 272조 달러를 기록했다. 역대 최대치다. IIF는 올 연말 전 세계 부채규모는 최대 277조 달러까지 늘어날 것으로 내다봤다. 전세계 GDP대비 부채비중은 지난해 320%에서 올해 365%로 급증할 전망이다. 우리나라도 마찬가지로 올해들어 코로나19로 인해 부채증가가 폭발했다.
선진국 부채는 같은 기간 50%포인트 증가해 GDP의 432%를 기록했다. 이중 미국의 부채가 선진국 부채의 절반 가까이를 차지했다. 신흥국들의 GDP대비 부채비율은 올 들어 26%포인트 높아지며 250%에 근접했다. 선진국 보다 부채비율 수치는 낮지만 경제기반이 취약해 대외의존도가 높고, 코로나19 타격도 심해 상환부담이 훨씬 크다는 게 문제다. 미상환 우려로 환율이 급변동하면 인플레와 디플레 가능성이 높아진다. IMF는 “대공황 이후 전례없는 수준의 침체”라며 “전세계 GDP대비 총 부채 증가율이 지난해 2%에 못미쳤지만, 올해는 13% 수준까지 오를 것”이라고 내다봤다.
'투자의 귀재' 손정의(孫正義·손 마사요시) 소프트뱅크 그룹 회장은 앞으로 두세달 안에 재앙이 발생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최근 자산을 매각해 현금 보유 비중을 늘린 것은 최악의 상황에 대비하기 위함이라고 했다. 손 회장은 17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가 주최한 딜북 콘퍼런스에 화상으로 참여해 "물론 백신이 오고 있지만 누가 알겠느냐"며 "이런 상황에서는 무슨 일이든 벌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이에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 이사회 의장도 "아직 경제회복이 멀었고 몇달간은 더 힘든 상황이 될 것"으로 전망했다. 파월 의장은 17일(현지시간) 샌프란시스코 지역 경제단체가 마련한 온라인토론회를 통해 이같이 밝혔다.
파월 의장은 "장기적으로 미국 경제가 코로나19로부터 완전히 회복되더라도 일부 업종은 이전과 같이 되돌아가지는 못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미국에서 코로나가 지금처럼 급속히 확산하면서 앞으로 몇달이 매우 힘들 것으로도 우려했다. 파월 의장은 "경기회복을 지원하기 위해 연방정부가 추가 부양책에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경제위기는 모두가 '설마 그정도 까지?"라고 생각할때 불현듯 찿아오기 마련이란걸 역사가 증명하고 있다. 지구의 대규모 자연재해가 발생하기전 제일먼저 동물들이 이를 감지하고 피신 행동에 들어가는걸 우리는 알고 있다. 인간이 아니라 미천한 동물들의 생존본능이 위기를 더 잘 극복해 살아남는 것이다. 동물적인 감각이란 말은 여기서 유래한다. 이성이나 지식으로 한 번도 겪어보지 못한 위기를 극복할 수 없다. 한계가 있는게 인간의 경험과 지식이다. 코로나 백신도 성공한 것처럼 떠들어대지만 막상 그 뒤에 숨겨진 후유증과 이를 극복한 변종 바이러스의 창궐은 막을 수 없을지도 모른다. '우왕좌왕' '옥신각신'하다 경제위기가 덮치는 것이다. 1997년의 '데자뷔'를 느끼는 것은 '자라보고 놀란 가슴 솥뚜껑보고 놀란' 기자 혼자만의 과잉된 감각 탓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