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섭 KT 대표가 통신사를 AI+ICT(AICT) 기업으로 전환하는 혁신을 단행하고 있다. 취임 초기부터 AI 중심 기업을 선언한 김 대표는 올해 마이크로소프트(MS)와의 2조4000억원 규모 전략적 파트너십 체결, 인력 재배치, 스타트업 육성 등 실용주의에 기반한 과감한 행보로 기업 체질 개선을 진행 중이다.
최근 계엄 사태로 AI기본법 폐지 무산, 주가 하락 등 KT의 AI 전환에도 먹구름이 드리웠다. 현재 미국과 유럽에서는 빠르게 AI 관련법을 제정해 서비스 고도화를 가속화하는 상황이어서 이번 AI기본법 처리 지연이 국내 기업들의 글로벌 경쟁력 제고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김영섭 대표는 지난 10월 AI 관련 매출을 오는 2028년까지 전체 매출의 19%까지 확대하고 한국형 AI 모델 개발을 통해 글로벌 AI·클라우드 허브로 도약하겠다는 청사진을 제시한 바 있다. 이러한 목표가 탄핵 가결로 인한 법제도적 공백과 시장 불안 속에서 실현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김영섭 KT 대표는...
△1959년생(65) △경북대 사대부고(1977) 졸업 △고려대 경영학과 졸업·럭키금성상사(옛 LG상사, 현 LX인터내셔널) 입사(1984) △LG 재무개선팀 부장(2000)·상무(2002) △LG CNS 경영관리본부 부사장(2006. 12)·하이테크 사업본부장(2008)·솔루션사업본부장 △LG유플러스 CFO(2013)·대표이사(2015. 11.) △LG엔시스 대표이사(2016~2018) △고려대 공대 최고위전략자문위원회(DAC) △KT 대표이사(2023. 8.~현재)
◆AI가 끌고 5G가 민 3분기 실적...영업익 44%↑
김영섭 대표는 취임 후 메타버스, 블록체인, NFT 관련 서비스를 중단하는 등 비수익 사업을 정리하고 저수익 사업 효율화에 나섰다. 이는 AICC, IoT, 스마트모빌리티, 스마트공간, 에너지 등 5대 성장사업에 집중하기 위한 전략적 선택이었다.
이러한 실용주의 경영은 지난 3분기 실적에서 가시적 성과를 보였다. KT의 3분기 매출액은 6조6546억원, 영업이익과 순이익은 각각 4641억원, 3832억원을 기록했다(K-IFRS 연결). 이는 전년동기대비 매출액 0.6% 감소, 영업이익과 순이익 각각 44.2%, 32.9% 증가한 수치다.
KT의 3분기 매출은 일부 감소한 반면 영업이익은 상당부분 개선됐다. 이는 지난해와 올해 두 차례 걸친 임금 협상과 콘텐츠 소싱 비용으로 인한 낮은 기저효과와 수익성 개선을 위한 노력의 성과로 볼 수 있다. 지난 10월 진행된 약 5700명 규모의 인력 재배치로 연간 3000억원의 비용 절감 효과를 창출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 중 3800명은 신설 자회사로 전출, 나머지는 직무 전환 또는 희망퇴직을 선택했다.
본사 직원의 50%가 50대 이상인 인력 구조를 개선하고 AI 역량 강화를 위한 내부 인재 육성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등 젊은 리더십 구축이 본격화됐다는 평가다.
KT의 사업 부문별 성과로는 무선사업 부문에서 5G 가입자 비중이 전체 핸드셋 가입자의 76%를 차지하며 성장을 주도했다. 특히 플래그십 단말 출시와 함께 로밍사업, 알뜰폰(MVNO) 사업이 호조를 보이며 무선서비스 매출이 전년동기대비 2% 증가한 1조6565억원을 기록했다.
유선사업 부문에서는 초고속인터넷 가입자가 993만 명을 돌파하고 기가인터넷 가입자 비중이 확대되면서 매출이 0.4% 증가했다. 반면 IPTV는 가입자 순증을 유지했으나 유료 콘텐츠 구매와 광고 매출 감소로 1.3% 하락했다. AI 관련 부문은 9264억원으로 2.5% 증가했다. 금융 부문(BC카드)과 콘텐츠 자회사의 매출액은 각각 6.5%, 18.3% 감소했고 클라우드 사업(kt cloud)과 부동산 사업(kt estate) 매출은 각각 6.8%, 3.6% 증가했다.
◆MS와 손잡고 AI 혁신 가속화...AICT 기업 전환 '청사진' 구체화
김영섭 대표는 AICT 기업으로의 전환을 위해 MS와의 전략적 파트너십을 중심으로 한 혁신에 주력하고 있다.
파트너십의 핵심은 한국형 AI 서비스 개발이다. KT는 내년 상반기까지 GPT-4o 기반의 한국형 AI 모델과 소형언어모델 '파이(Phi) 3.5' 기반의 산업별 특화 모델을 출시할 예정이다. 특히 한국의 데이터·법·규제·문화·언어 환경에 최적화된 AI 모델을 개발해 국내 시장에서 AI 활용 저변을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보안 강화를 위해 인클레이브 기술을 도입해 데이터 유출 우려를 해소하고 암호화된 데이터의 키는 고객사만 보유하도록 하는 등 차별화된 보안 전략을 구축했다.
이와 함께 AI·클라우드 전문 법인 설립, 공동 연구개발을 위한 이노베이션 센터 구축, AI 전문 인력 수만 명 육성 등 대규모 투자도 진행한다. 특히 KT는 MS 본사에서 직원들의 AI·클라우드 역량 강화를 위한 교육을 실시하고, 향후 5년간 기술·컨설팅·마케팅 등 전방위 역량 향상을 위한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할 계획이다.
◆김영섭의 실용주의 혁신 관심↑...AI가 이끄는 변화의 바람
LG그룹에서 30여 년간의 경험을 쌓은 김영섭 대표는 재무통이자 ICT 전문가로서의 면모를 바탕으로 KT의 혁신을 이끌고 있다. 지난 1984년 럭키금성상사(현 LX인터내셔널)를 시작으로 LG CNS 대표를역임하고 지난해 8월 KT 대표이사로 취임했다.
김영섭 대표의 경영 스타일은 '실용주의'로 요약된다. 그는 취임 직후부터 비수익 사업을 정리하고 MS와의 전략적 협력을 선택하는 등 실질적 성과 중심의 의사결정을 해왔다. 특히 자체 AI 개발보다는 MS와의 협력을 통한 한국형 AI 개발을 선택한 것은 그의 실용주의적 접근을 잘 보여준다.
김 대표는 AI 중심 조직 개편을 통해 젊은 리더십 구축에도 힘을 쏟고 있다. 이러한 혁신 노력으로 취임 16개월 만에 영업이익 44% 증가, GSMA 이사회 멤버 선임 등의 성과를 달성했다. 무엇보다 MS와의 협력을 통한 AI 전환 전략은 시장의 기대를 모으고 있다. 그는 이를 기반으로 오는 2028년까지 AI 매출 비중을 19%까지 확대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하지만 해결해야 할 과제도 적지 않다. KT의 이동통신 가입 회선 수는 지난 2022년 10월 이후 계속해서 감소세를 보였다. 이에 LG유플러스와의 가입자 수 격차가 좁혀지고 있는 상황에서 통신 본업 경쟁력 강화와 대규모 인력 재배치로 인한 조직 안정화이 시급한 과제로 떠올랐다. 최근 계엄 사태로 인한 주가 하락과 AI기본법 처리 지연 등 대외적 리스크도 도전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내년의 성과는 AICT 기업으로의 성공적인 전환과 실질적인 AI 사업 성과 창출이 핵심 관건이 될 전망이다. 김영섭 대표의 'KT를 글로벌 AI·클라우드 허브로 도약시키겠다'는 비전이 현실화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