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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밸류뉴스=신현숙 기자]

<은행의 사생활>. 박혜정 지음. 다산북스 펴냄. 2009년 10월. 1만 2,000원

부제 : 서민들만 모르는 은행거래의 비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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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가 근무하던 (은행) 지점에는 월급이 70만-80만원 정도 되는 단순노무직의 나이 많은 고객들이 많았다. 이 분들의 급여일인 매달 10일은 창구가 유독 붐볐다. 그런데 이 분들에게 급여가 들어오는 시간은 항상 불규칙했다. 월급이 늦어지면 이 분들은 은행 지점에서 수시로 통장 정리를 하면서 돈이 들어오기까기 무작정 기다린다.
그런데도 이 분들은 회사가 왜 이렇게 돈을 늦게 보내주나 하며 항의하는 마음보다, 그래도 돈을 받을 수 있어서 다행스러워 하는 표정이 더 커 보였다. 자신의 노동에 대한 대가임에도 불구하고, 이 일마저 할 수 없게 될까봐 빨리 월급을 넣어 달라는 건의조차 못하는 것이었다. 이 분들은 통장에 돈이 들어오면 그간의 힘든 날들이 고스란히 스며있는 딱딱한 고목나무 같은 손으로 출금을 해가며 안도해하는 표정을 지어보였다.


- 은행은 빈부 격차를 한꺼번에 그리고 적나라하게 볼 수 있는 곳이다. 은행에서는 수백억 자산가도 볼 수 있고, 재산이라고는 빚 뿐이라 매일 독촉 전화를 받으며 하루를 시작하는 마이너스 고객도 만날 수 있다.
그런데 모두가 맨 처음의 시작으로 가보면 그 차이는 미미하다. 미래의 큰 차이는 어떻게 생기는걸까?
나는 그때마다 같은 결론을 내렸다. 그들의 작은 습관과 노력의 차이가 가난 혹은 부라는 엄청난 결과를 불러 일으킨 것이 아닌가 싶었다. 내가 지금 하는 노력과 선택이 나의 미래를 만든다는 결론이었다.


- 은행원은 고객의 월급과 신용, 저축 상태 뿐만 아니라 소비 습관까지도 모두 파악해 그동안 고객이 어떻게 살아왔는지, 재테크의 문제점은 무엇인지, 나쁜 돈 관리 습관은 무엇인지에 대해 소견을 피력할 수 있다.


- 어느 아주머니 고객이 있었다. 이 분은 옛날 방식을 고집한 채 20여년간 오로지 적금과 예금이라는 방법으로만 돈을 모았다. 그런데 당시 적금 금리가 4%로 매우 낮아졌다. 난 안타까운 마음에 돈의 일부를 펀드에 넣는 것은 어떠냐고 권하며 (펀드) 상품을 권했다. 그런데 이 분은 내가 원금 손실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하자 소스라치게 놀라며 더 이상은 아예 들으려고 하지 않았다. 이 고객은 앞으로도 오로지 예금과 적금만 이용할 것 같다.


- 은행원과 친해지면 당신은 생각보다 많은 것을 얻어갈 수 있다. 적금의 금리를 더 얻어간다거나, 환율 우대도 받을 수 있다. 통장 지갑이나 수첩 등 사은품을 받을 수 있다. 당신이 은행원과 친해지면 어떤 펀드가 수익률이 좋은지, 예금 금리와 적금 금리의 동향은 어떤지, 대출금리는 어떤지 이것저것 꼬치꼬치 물어보더라도 은행원은 즐겁게 대답해줄 것이다.


-은행원에게는 재량권이 있다. 은행원들은 은행이 받는 마진을 줄여 고객에 따라 다른 환율로 환전해줄 수 있다. 은행원에게 말만 잘해도 수수료를 깎을 수 있다. 그러니 이제부터 환전을 할 때는 은행 홈페이지에 환율 우대 쿠폰을 출력해가거나, 은행원에게 '환율 우대 좀 많이 해주세요'라고 말해보자. 환전하는 금액에 따라서는 말 한마디로 몇 만원 차이가 날 수 있다.


- 내가 그 고객을 만났을 때 그녀는 스물아홉살 5년차 직장인이었다. 키는 작지만 당차보였다. 그녀는 1억원에 가까운 저축액을 갖고 있었고, 당연히 우리 지점 VIP였다. 사실 은행에 있으면 1억원은 대단하게 느껴지지 않는다. 그런데 내가 그 고객을 대단하게 생각하는 이유는 그 고객의 월급이 150만원 가량이었다는 점이다. 대충 계산을 해봐도 1억원은 그녀가 월급의 거의 대부분을 저축하지 않는 이상 만들 수 없는 금액이었다. 이 고객이 올 때마다 돈 모으는 노하우를 물어봤다. 

그녀가 말하는 노하우는 세가지로 정리할 수 있다.

첫째, 선 저축 후 소비였다. 그녀는 월급이 들어오는 날 그달의 저축을 모두 끝낸다고 한다. 목표로 한 금액을 무조건 채워넣고, 남은 돈으로 생활했다고 한다. 생활했다기보다는 한달을 버텼다는 표현이 맞을 수도 있겠다.

"매번 내가 이 돈으로 한달을 버틸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없으면 없는대로 다 생활이 되더군요."

둘째, 동전 하나도 소중히 여기는 자세였다. 그녀는 그렇게 목표 저축액을 채워 넣은 후에도 동전이 생기면 무조건 저금통에 넣었다고 한다. 한번 저금통에 들어가면 다시 쓸 수 없으니 더 절약하게 된다는 것이었다.

세째, 가계부를 작성하는 습관이었다. 그녀는 빠듯한 생활비로 생활이 가능했던 이유는 가계부를 작성하는 습관 때문이라고 했다. 가계부를 쓰면 더 줄일 소비는 없는지, 다음달 저축액 목표는 얼마로 할지 계획하고 반성하며 결국 남들이 그 월급으로는 불가능하다는 1억원을 만든 것이었다.


- 은행에 들어와서 가장 처음 놀랐던 사실은 예금 금리, 적금 금리가 정해져 있는 것이 아니며, 외면상으로 은행에서 말하는 금리 또한 고객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이었다. 고객이 협상 능력이 있으면 얼마든지 금리를 높게 받을 수 있었다. 고객이 시장에서 물건값 흥정하듯 은행에서도 금리를 흥정할 수 있다는 사실은 내가 은행에 들어와 받은 가장 큰 충격이었다.


- 세일이 백화점에만 있는 것은 아니다. 은행도 돈이 필요하면 특판 금리를 내세워 돈을 끌어모은다. 백화점의 세일이 옷의 마진을 줄여 옷의 가격을 깎아주듯, 은행도 금리 마진을 깎아 한시적으로 돈을 유치한다. 이런 특판 금리를 이용하는 것도 재테크이다.


- 마이너스 통장은 일반 통장이 아니라 대출이다. 대출은 나의 플러스 자산이 아닌, 마이너스 부채이다.


- 카드 대금 연체는 절대로, 목숨을 걸고, 하지말라. 카드 대금의 연체 이자는 20%가 넘는다. 카드 대금 연체 이자는 시중 금리가 낮아져도 이상하게도 덩달아 낮아지지 않는다. 연체가 시작되면 연체 이자는 복리로 늘어난다. 소액 장기 연체가 고액 단기 연체보다 치명적이다. 


shs@thevalue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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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17-07-09 17: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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