펀드 매니저와 같은 프로 투자자와 아마추어 투자가 붙으면 누가 이길까? 아마도 대부분의 투자 전문가라는 사람들은 프로 투자자의 손을 들어 줄 것이다. 정작 본인은 최고의 프로 투자자였으면서도 아마추어 투자의 장점을 설파하는 이가 있다. 바로 1977년 5월부터 1990년 5월까지 13년 간 마젤란 펀드를 운용하면서 연평균 29.2%라는 경이적인 수익률을 올린 피터 린치다.
린치는 1987년 블랙 먼데이 때도 플러스 수익률을 기록했을 뿐만 아니라 당시 세계 최대 주식형 펀드를 운용했음에도 왜 아마추어 투자자들이 승리할 수 있다고 목소리를 높이는 것일까. 여러 이유가 있지만 아마추어 투자자들은 집이나 직장과 꽤 가까운 곳에서 10루타 종목(10배 수익이 나는 종목을 피터 린치가 부르는 말)을 발견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도대체 어떻게 이것이 가능했을까?
린치는 이런 질문을 던지는 사람들에게 자신의 경험을 얘기한다. 린치에게는 딸이 3명인데, 크리스마스 때 함께 쇼핑을 간다. 겉으로 드러난 목적은 쇼핑이지만 속내는 종목 발굴이었다. "딸들이 어떤 기업의 제품을 좋아해서 그 기업의 매장을 찾는다는 것은 바로 그 기업의 주식을 매수하라는 신호였다." 매일 들르던 도넛 가게(던킨 도너츠)도 그의 대박종목이었다.
이런 식으로 출장 중에, 딸과 아내와 쇼핑하면서, 백화점이나 마트를 방문해 발굴한 종목들은 그에게 가장 높은 수익을 안겨주었다. 마젤판 펀드의 수익률을 높이는 데 큰 역할을 했던 종목들인 타코 벨(멕시칸 요리 프랜차이즈), 던킨 도너츠, 라 퀸타 모텔, 의류회사 GAP 등은 린치의 표현을 빌자면 '생활속의 발견'한 종목들이다. 린치가 이처럼 생활 속의 발견을 최고의 종목 발굴 아이디어라고 자신의 저서마다 끝임없이 강조하는 이유는 "보통 사람은 일년에 두세 번 -때때로 그 이상- 장래성 있는 주식을 만날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에서도 이런 접근법이 가능할까. 대표적인 사례가 2010년도에 한국 라면 시장의 판도를 뒤 흔든 매운 흰 라면의 등장이다. 그 동안 농심의 신라면으로 대표되는 얼큰하고 매운 라면 시장이 삼양식품의 나가사끼 짬뽕, 한국 야쿠르트의 꼬꼬면 등으로 인해 지각 변동이 일어났다. 꼬꼬면은 없어서 사지도 못한다는 기사가 연일 신문에 등장했고, 나가사끼 짬뽕도 빅 히트를 기록했다. 한국 야쿠르트는 비상장 기업이지만 삼양식품은 어엿한 상장기업이다. 나가사끼 짬뽕의 대박은 비밀에 속하는 정보였을까. 그렇지 않다. 누구에게나 공개된 정보였고, 쇼핑을 하면서, 매일 신문과 뉴스를 들으면서 얻을 수 있는 내용이었다.
노스페이스라는 브랜드를 생산하는 영원무역도 생활 속의 발견이라는 아이디어를 적용할 수 있었던 기업이다. 중고생 자녀를 둔 부모라면, 이들 사이에 노스페이스는 겨울철 교복이라 불릴 정도로 필수(?) 겨울 아이템이 됐다는 사실을 알았을 것이다. 더 멀리는 신세계 그룹이 대형 할인점 사업에 진출했을 때, 주말마다 이마트를 가면서 당시 신세계 주식을 산 사람도 큰 수익을 올렸을 것이다.
물론 생활 속의 발견이라는 종목 발굴 아이디어를 맹신해선 안 된다. 일시적 유행으로 끝나 큰 상승 후 대폭 하락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발굴한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기업 분석을 하고, 그 상품의 경쟁력 등에 대해 면밀히 검토하는 노력만 뒷받침 된다면, 생활 속의 발견이라는 접근법은 매우 강력한 종목 발굴법임에 틀림없다. 대박 정보를 부나방처럼 쫓지 말고, 지금이라도 마트와 백화점 그리고 자녀들이 좋아하는 제품이 무엇인가를 호기심을 갖고 관찰하는 게 더 낫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