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3개월 동안 벌어들인 영업이익이 세계 최대 석유기업 사우디 아람코를 크게 웃돌았다. 구글의 모회사 알파벳과 마이크로소프트(MS)의 분기 영업이익은 삼성전자의 절반 수준에 그쳤다.
세계에서 가장 돈을 잘 버는 기업들의 경쟁 구도에 지각변동이 일어난 것이다. 한때 국제유가를 등에 업은 에너지 기업들이 독식했던 초대형 이익의 영역에 인공지능(AI) 반도체 기업이 진입하면서 글로벌 산업의 수익성 지형이 달라지고 있다.
8일 삼성전자는 2026년 3분기 연결 기준 매출액 195조원, 영업이익 107조4000억원의 잠정 실적을 발표했다.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782.5% 증가했으며, 영업이익률은 55.1%에 달했다. 매출액의 절반 이상을 영업이익으로 남긴 셈이다.
특히 삼성전자의 이번 성적표는 글로벌 초대형 기업들과 비교할 때 더욱 두드러진다.
◆ 아람코·알파벳·MS도 분기 영업이익 100조원 미달
삼성전자 로고와 태극기 [사진=더밸류뉴스]해외 주요 기업들의 공시자료를 분석한 결과, 삼성전자와 비교할 만한 초대형 영업이익을 창출하는 기업으로는 사우디 아람코와 미국 알파벳, MS 등이 꼽혔다.
사우디 아람코는 2026년 2분기 영업이익 2161억5000만리얄을 기록했다. 달러로 환산하면 약 576억4000만달러다. 삼성전자의 3분기 영업이익 약 802억달러와 비교하면 72% 수준이다.
미국 알파벳은 2026년 2분기 407억7000만달러의 영업이익을 올렸다. 구글 검색광고와 유튜브, 클라우드 사업이 성장하면서 전년 동기보다 영업이익이 30% 증가했지만 삼성전자의 절반 수준에 머물렀다.
MS 역시 2025년 10~12월 분기에 382억7500만달러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클라우드와 기업용 소프트웨어 사업을 중심으로 높은 수익성을 유지했지만 삼성전자의 이번 실적과는 상당한 격차를 보였다.
다만 과거 수치까지 보면 2022년 2분기에 아람코의 영업이익은 865억달러로 삼성전자의 이번 분기 수준보다 높았다. 당시에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국제유가가 급등했다.
◆ AI 반도체 호황의 지속성이 관건
삼성전자의 이번 이익 급증은 AI 데이터센터 투자 확대에 따른 메모리 반도체 수요 증가와 제품 가격 상승에서 비롯됐다. 원유가 세계 산업의 핵심 원자재였다면 이제는 AI 연산을 뒷받침하는 반도체가 초대형 이익의 새로운 원천으로 부상한 셈이다.
삼성전자의 이번 잠정 영업이익률은 55.1%다. 알파벳의 올해 2분기 영업이익률 34%와 비교해도 상당히 높은 수치다. 메모리 반도체의 높은 수익성은 AI 산업에 대한 대규모 투자가 장기간 지속될 경우 유지될 수 있다.
메모리 가격 상승세가 내년까지 이어질 가능성에 시장은 주목하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는 다음 분기 범용 D램 가격은 3분기 분기보다 1015%, 낸드는 1520% 오를 것으로 전망한 바 있다. 삼성전자가 세계 최초로 양산에 들어간 HBM4도 내년부터 실적에 본격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삼성전자의 3분기 실적은 반도체 산업이 세계 최대 석유기업과 맞설 수 있는 이익 창출 능력을 확보했음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것으로 평가된다. 글로벌 기업의 수익성 경쟁이 석유에서 디지털 인프라로 무게중심을 옮겨가고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