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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성기 칼럼] '디지털 주권'과 '통상 뇌관' 된 쿠팡… 벼랑 끝에 선 규제 당국

- 쿠팡, 행정소송과 미 정·관계 로비로 총력전 맞대응

- '경쟁법'을 넘어 '디지털 주권' 통상 갈등으로 확전

- 엄벌주의 넘어선 투명하고 치밀한 절차적 정당성 필요

  • 기사등록 2026-08-03 09:03: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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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밸류뉴스=강성기 선임기자]

한국소비자원 소비자분쟁조정위원회(분조위)가 지난달 31일 고객 정보 유출 사고를 낸 쿠팡을 상대로 신청인 50명에게 피해자 1인당 10만 원을 배상하라는 결정을 내렸다. 이번 조정안에 법적 강제력은 없지만, 개별 소비자들이 향후 집단소송이나 민사 소송으로 이어갈 경우 치명적인 '선례'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업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강성기 칼럼] \ 디지털 주권\ 과 \ 통상 뇌관\  된 쿠팡… 벼랑 끝에 선 규제 당국피해자 1인당 10만 원을 배상하라는 한국소비자원 소비자분쟁조정위원회의 결정은 법적 강제력은 없지만, 개별 소비자들이 향후 집단소송이나 민사 소송으로 이어갈 경우 치명적인 '선례'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업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이미지=더밸류뉴스 | AI 생성] 

다른 피해자들도 보상을 신청하면 동일하게 10만 원을 배상받을 수 있어, 전체 유출 피해자 약 3755만 명에게 확대될 경우 예상 보상 규모만 무려 3조 7500억 원에 달한다. 개인정보보호위원회(개보위)가 앞서 부과한 역대 최대 규모의 과징금(6246억 8100만 원)과 과태료 1680만 원에 이어, 쿠팡은 추가 비용 압박이라는 거센 이중고에 직면하게 됐다.


◆ 쿠팡, '행정소송' 총력전 맞대응… 美 정·관계 로비도 총력


쿠팡 측은 즉각 반발하고 나섰다. 고객 정보 유출 사태 이후 2차 피해 방지를 위해 선제적인 조치를 취했음에도, 이러한 설명과 명확한 사실관계가 개보위 결정에 충분히 반영되지 않았다며 유감을 표명했다.


구체적인 법적 대응 절차에도 착수했다. 모회사인 쿠팡Inc는 미국 SEC(증권거래위원회) 수시보고서(Form 8-K)를 통해 한국 개보위의 제재가 사법적 심사 대상임을 명시하고, 서울행정법원에 행정소송을 제기해 적극적인 법적 구제에 나서겠다고 공시했다. 소송 대비를 위해 초대 개인정보보호위원장이 몸담고 있는 법무법인 세종을 비롯해 김앤장 등 대형 로펌들을 소송대리인으로 선임해 기술적 쟁점과 법리 공방을 벼르고 있다.


여기에 그치지 않고 쿠팡은 백악관과 미 연방 의회(상·하원)뿐만 아니라 국무부, 재무부, 상무부, 무역대표부(USTR), 농무부, 중소기업청 등 미 정·관계를 상대로 총력 로비를 벌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로비의 영향인지는 확인되지 않았으나, 밴스 미국 부통령은 지난 1월 백악관에서 김민석 총리를 만난 자리에서 쿠팡 문제가 양국 정부 사이에 오해를 낳지 않도록 관리해 줄 것을 요청한 바 있다. 이어 미셋스틸(한국명 박은주) 주한 미국대사도 지난 5월 미 연방 상원 외교위원회 인준 청문회에서 쿠팡 등 한국 내 미국 기업들이 차별받아선 안 된다고 공개 발언했다.


◆ 재현되는 '통상 갈등'… 퀄컴의 추억, 그리고 디지털 안보의 전면화


미국계 기업을 향한 한국 규제 당국의 대규모 제재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이는 고질적인 한미 간 외교·통상적 마찰의 도화선이 되어 왔다.


지난 2016년 공정거래위원회가 미국의 글로벌 통신칩 기업 퀄컴에 시장지배적 지위 남용을 이유로 당시 사상 최대 규모인 약 1조 3000억 원의 과징금과 시정명령을 내린 것이 대표적이다. 퀄컴의 행정소송으로 장기간 법적 공방이 이어졌고, 미국 재계와 USTR은 한국의 규제 방식을 두고 강한 불만을 쏟아냈다. 구글, 애플 등 거대 빅테크 기업의 플랫폼 규제 때마다 미 상공회의소와 USTR은 이를 한국의 '차별적 비관세 장벽'이라며 날을 세워왔다.


다만 이번 쿠팡 사태는 과거 퀄컴이나 플랫폼 규제가 주로 '경쟁법(공정위)' 테두리에 머물렀던 것과 달리, '개인정보 보호 및 데이터 보안 규제'가 새로운 통상 압박의 뇌관으로 전면 부각되었다는 점에서 결정적 차이가 있다. 미국 정·관계는 이를 단순한 기업의 법 위반을 넘어 '미국 디지털 주권과 빅테크를 향한 타격'으로 규정하고 압박의 수위를 높이고 있다.


이에 대해 한국 정부는 공정 경쟁 질서 확립과 소비자 보호를 위한 정당한 법 집행이라는 원칙을 고수하면서도, 통상 마찰로의 확전을 막기 위해 외교 채널을 통한 절차적 공정성 설명에 진땀을 흘리는 형국이다.


◆ 법의 저울추는 공정하되, 손은 더욱 치밀해야


결국 이번 쿠팡 사태는 한국 정부 앞에 매섭고도 풀기 어려운 숙제를 던져놓았다. 국내 소비자를 보호하고 법 집행의 엄정함을 세워야 하는 '규제 주권'의 영역과, 거대한 경제 동맹이자 통상 압박의 진원지인 미국과의 마찰을 관리해야 하는 '통상 리스크' 사이에서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해야 하는 처지다.


2016년 퀄컴 사태부터 이어져 온 일련의 규제 갈등은 한국의 법 집행이 언제든 외교적 뇌관으로 돌변할 수 있음을 증명해 왔다. 정부로서는 국내법을 위반한 글로벌 기업에 면죄부를 줄 수도 없는 노릇이지만, 그렇다고 제재 과정에서 절차적 투명성과 설득력을 확보하지 못한다면 국익을 가르는 거센 부메랑을 맞기 십상이다.


이제 한국 규제 당국에 요구되는 것은 단순한 '엄벌주의' 그 이상이다. 글로벌 스탠다드에 부합하는, 한 줌의 의구심조차 없는 투명한 절차적 정당성을 확보하는 것만이 쏟아지는 '보호무역주의' 비판을 잠재우고 유사한 통상 갈등을 예방하는 유일하고도 근본적인 해법이다.


법의 저울추는 공정해야 하되, 그 저울을 움직이는 손은 더욱 치밀하고 단단해야만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skk815@thevalue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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