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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수연 칼럼] K-배터리, 전기차 캐즘 넘어 ESS로 반격...관세 방패 열린 북미 시장 잡을까

- 미국, 내년부터 중국산 배터리 301조 관세 7.5%→25%...탈중국 공급망 재편 속 K-배터리 반사이익

- LG엔솔 2Q 매출 7조5602억원 2년 반 만에 7조원대 회복...AMPC 빼면 아직 적자

- 증권가, 삼성SDI 7분기 만의 흑자 전환 전망·SK온 10월 조지아 LFP 양산...3사 서로 다른 전선

  • 기사등록 2026-07-13 08:00:03 | 업데이트 2026-07-13 17:2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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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밸류뉴스=박수연 선임기자]

전기차 캐즘에 짓눌려 있던 K-배터리가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와 연계된 에너지저장장치(ESS)라는 새 전선에서 반등에 시동을 걸었다. LG에너지솔루션(이하 LG엔솔)은 미시간·테네시·오하이오 생산거점을 ESS 중심으로 재편하며 북미 전력망 시장을 공략하고, 삼성SDI는 AI 데이터센터용 백업전원 시장을, SK온은 오는 10월 조지아 공장의 ESS용 리튬인산철(LFP) 배터리 양산을 준비하고 있다.

[박수연 칼럼] K-배터리, 전기차 캐즘 넘어 ESS로 반격...관세 방패 열린 북미 시장 잡을까전기차 캐즘에 짓눌려 있던 K-배터리가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와 연계된 에너지저장장치(ESS)라는 새 전선에서 반등에 시동을 걸었다. [이미지=더밸류뉴스 | AI 생성]  

이런 전략 전환은 전기차 판매 회복과 함께 일부 실적에도 반영되기 시작했다. LG엔솔이 지난 7일 공시한 올해 2분기 잠정 매출은 7조5602억원, 영업이익은 1133억원으로, 매출은 2년 반 만에 7조원대를 회복했고 영업이익은 두 분기 연속 적자에서 벗어났다. 다만 미국 첨단제조생산세액공제(AMPC) 2410억원을 제외하면 1277억원의 영업손실로, 자력 흑자까지는 아직 거리가 남았다. 증권가는 오는 7월 말 실적 발표를 앞둔 삼성SDI도 7개 분기 만에 영업흑자로 돌아설 가능성을 점친다.


3사가 나란히 ESS로 방향을 튼 데는 두 가지 배경이 있다. 지난 5월 LG에너지솔루션이 미국 미시간주 최대 전력회사 DTE에너지와 체결한 6GWh·16억달러(약 2조4000억원) 규모 공급계약이 보여주듯 AI 데이터센터 확산으로 전력망용 ESS 수요가 빠르게 늘고 있다. 여기에 미국이 중국산 ESS용 배터리와 관련 기술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면서 비중국 현지 생산 역량을 갖춘 K-배터리 3사에 새로운 기회가 열리고 있다. 다만 아직 답이 나오지 않은 질문도 남아 있다. 이 흐름이 실적 반등을 넘어 구조적인 흑자 사이클로 이어질 것이냐, 그리고 관세라는 방패가 걷힌 뒤에도 살아남을 경쟁력을 갖췄느냐다.

◆ LG엔솔 2Q 흑자 전환...K-배터리 3사 반등 신호탄


LG엔솔의 2분기 실적은 지표 자체보다 방향이 눈에 띈다. 지난해 4분기 영업손실 1220억원, 올해 1분기 영업손실 2078억원으로 두 분기 연속 적자였던 흐름을 지난 2분기에 흑자로 돌려세웠다. 회사는 "유럽 고객사향 중저가 전기차 배터리 물량 증가, 원통형 배터리 46시리즈 확대, 북미 ESS 물량 증가"를 세 축으로 꼽았다.

[박수연 칼럼] K-배터리, 전기차 캐즘 넘어 ESS로 반격...관세 방패 열린 북미 시장 잡을까K-배터리 3사, ESS 전선 시장 전략 [자료= 출처: LG엔솔·삼성SDI IR, SK온 인터배터리 2026 발표, 증권사 전망]

이 가운데 시장의 관심이 가장 쏠린 것은 ESS다. LG엔솔은 지난해 6월 미국 미시간주 홀랜드 공장에서 북미 최초로 대규모 ESS 배터리 양산을 시작한 데 이어, 지난 3월 LG엔솔·GM 합작사인 얼티엄셀즈 테네시 공장에서 ESS 배터리 생산을 시작했다. 지난 2일에는 혼다와 합작한 오하이오 공장에서도 ESS 생산에 들어갔다. 북미 주요 공장의 ESS 생산 전환이 속도를 내고 있는 것이다. 회사는 올해 ESS 신규 수주 목표를 90GWh 이상으로 잡았고, 지난해 말 기준 누적 수주잔고는 140GWh에 이른다. 이진명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대규모 ESS 수주가 이어지는 가운데 하반기 ESS 매출은 상반기보다 46%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조현렬 삼성증권 연구원은 한발 더 나아가 "AI 데이터센터 전력 수요 급증으로 북미 ESS 수주가 본격화하고 있다"며 "LG엔솔의 경우 3분기부터 ESS가 최대 매출 창출원으로 등극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동안 최대 매출원이었던 전기차 배터리를 ESS가 처음 넘어설 가능성이 제기된 것이다.


삼성SDI의 반등 시그널도 뚜렷하다. 미래에셋증권은 삼성SDI가 올해 2분기 7개 분기 만의 영업 흑자 전환에 성공할 것으로 내다봤다. NH투자증권도 미국 관세 환급 등 일회성 요인을 반영할 경우 2분기 영업이익 318억원으로 흑자 전환이 가능하다고 봤다. 헝가리 공장 가동률 회복과 함께 데이터센터용 배터리 백업 유닛(BBU)·무정전전원장치(UPS) 비중 상승이 수익성 개선을 이끌고 있다. 증권가에서는 BBU 제품의 킬로와트시(kWh)당 판가가 중출력 저가 제품 대비 70% 이상 높은 것으로 추정한다.


SK온의 ESS 사업 전환은 오는 10월 본격화한다. SK온은 미국 조지아주 SK배터리아메리카(SKBA) 2공장 일부 라인을 전기차용에서 ESS용 리튬인산철(LFP) 배터리로 전환해 오는 10월 양산에 들어간다. 이용욱 SK온 대표이사 사장이 지난 5월 인터배터리 2026에서 제시한 올해 ESS 수주 목표는 20GWh다. 국내 충남 서산공장에도 587억원을 투자해 연 3GWh 규모 ESS용 LFP 생산 라인을 별도 구축한다.


다만 3사 모두 아직 갈 길이 남았다. LG엔솔의 2분기 영업이익 1133억원은 컨센서스 1800억원대를 크게 밑돌았다. 신영증권은 모듈·팩 공정 병목으로 LG엔솔의 2분기 ESS 배터리 판매량 증가율이 30% 안팎에 그쳐 회사 가이던스인 40~50% 증가를 하회한 것으로 추정했다. 삼성SDI는 지난해 창사 이래 처음으로 조 단위 연간 적자(1조7200억원)를 냈고, SK온은 올해 1분기 글로벌 배터리 시장 점유율이 3.7%로 후퇴하며 순위가 4위에서 7위로 밀렸다. 반등의 신호는 켜졌지만, 본격적인 수익성 회복을 선언하기에는 이르다.


◆ AI 데이터센터 전력 폭증·미국의 대중국 관세 강화가 만든 새 판


K-배터리의 반등 기대를 키우는 힘은 두 갈래다. AI 데이터센터가 촉발한 전력망용 ESS 수요와 미국의 탈중국 공급망 정책이다.

[박수연 칼럼] K-배터리, 전기차 캐즘 넘어 ESS로 반격...관세 방패 열린 북미 시장 잡을까미국 데이터센터 전력 소비 증가율 [자료= IEA ‘Energy and AI’(2025)]

수요 측면부터 보면 그림이 명확하다. 국제에너지기구(IEA) 기준 시나리오에 따르면 미국 데이터센터 전력 소비량은 지난 2024년 약 180테라와트시(TWh)에서 오는 2030년 426TWh로 133% 늘어날 전망이다. 다만 데이터센터 전력 수요가 곧바로 배터리 수요가 되는 것은 아니다. 데이터센터 건물 자체는 2~3년이면 짓지만 이를 받쳐줄 송전망과 발전소 건설은 훨씬 오래 걸린다. 그 시간 차를 메우는 완충 장치 가운데 하나가 ESS다. AI 서버는 24시간 가동돼 전력 사용량이 크고 순간 부하 변동도 심해, 전력망 부담을 완화하고 안정성을 높이는 ESS는 전력회사들이 검토하는 핵심 전력망 보강 수단 중 하나로 떠올랐다.


LG엔솔이 미국 미시간주 최대 전력회사 DTE에너지와 맺은 계약은 이 흐름의 상징이다. 계약 물량 6GWh는 미시간주 8개 전력망 ESS 프로젝트에 2년에 걸쳐 공급된다. 데이터센터 내부에 들어가는 백업 배터리가 아니라, 데이터센터가 끌어올린 전력 수요를 전력망 차원에서 감당하는 대형 ESS다. DTE는 오라클이 추진하는 살린 타운십 데이터센터와 연계된 저장시설만으로도 자사의 2030년 미시간주 저장장치 목표를 충족할 수 있다고 밝혔다. AI 데이터센터 한 곳이 전력회사의 ESS 투자 규모를 크게 키울 수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다. 조이 해리스 DTE에너지 CEO는 "LG엔솔 버테크와의 협력을 통해 미시간 지역에 더 많은 ESS 프로젝트를 구축하게 됐다"고 밝혔다. 다만 이 수요가 실적으로 잡히는 데는 시차가 있다. DTE 계약은 향후 2년에 걸쳐 공급되는 구조여서 관련 매출도 프로젝트 일정에 따라 단계적으로 반영될 전망이다. 다른 신규 수주 역시 생산 전환과 프로젝트 착공 시점에 따라 내년부터 2028년까지 순차적으로 매출화될 가능성이 있다. 신규 라인의 초기 비용과 저가 LFP 경쟁을 고려하면 구조적 수익성 개선 여부는 내년 이후에야 더 분명해질 가능성이 크다.


공급 측면의 판을 흔든 것은 관세다. 미국은 내년부터 중국산 비전기차용 리튬이온 배터리에 적용되는 무역법 301조 관세를 7.5%에서 25%로 인상한다. 다른 대중국 추가 관세까지 중첩될 경우 실제 관세 부담은 더 커질 수 있다. 여기에 그레그 스투비 공화당 하원의원이 지난 2월 발의한 'CHARGE법'은 중국계 기업이 제조하거나 기술을 제공한 제품 가운데 원격 모니터링 기능을 갖춘 ESS의 수입을 제한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아직 의회를 통과한 법률은 아니지만, 미국이 중국산 ESS를 전력망 보안 문제로 보기 시작했다는 신호로 읽힌다.


세제 혜택도 중국산 부품과 기술을 배제하는 방향으로 재편되고 있다. 미국 의회가 통과시키고 트럼프 대통령이 서명한 '하나의 크고 아름다운 법안(OBBBA)'에 따라 올해부터 적용되는 금지 외국기관(PFE) 제한은 이들로부터 일정 수준 이상의 물질적 지원을 받은 에너지저장설비의 투자세액공제(ITC) 자격을 제한한다. 업계에서는 미국의 비중국계 ESS 공급망에서 한국 업체의 비중이 크게 높아질 것으로 보고 있다. 지정학적 갈등이 역설적으로 K-배터리의 북미 시장 확대를 가속하는 셈이다.


그러나 이 방패가 언제까지 유효할지에 대해서는 신중론도 나온다. 포드와 테슬라는 최근 중국을 대표하는 배터리 업체인 CATL의 기술과 설비를 미국 현지 공장에 도입하고 나섰다. 포드는 미시간주 마셜 공장에서, 테슬라는 네바다 공장에서 CATL 기술을 활용한 LFP 배터리 생산을 준비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이를 두고 '배터리 우회로'가 열렸다는 평가가 나온다. 미국 기업이 생산 주체가 되는 라이선스 방식이지만, 중국 기술과 부품의 관여 수준에 따라 세제 혜택 적용 여부가 달라질 수 있다. LS증권은 최근 보고서에서 "ESS용 배터리 판매량 증가만으로는 전기차용 배터리 부진을 상쇄하기엔 역부족"이라며 "ESS 의존도가 지나치게 높아질 경우 실적 변동성이 확대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 3사의 서로 다른 ESS 전선...진짜 시험대가 남았다


K-배터리 3사가 서 있는 ESS 전선의 좌표는 서로 다르다. 각사가 선택한 무기와 겨냥한 고객이 갈리기 때문이다.


LG엔솔은 대형 유틸리티와 AI 데이터센터를 겨냥한 '전력망용 ESS'가 주 무기다. 미시간 홀랜드·랜싱 공장, 캐나다의 넥스트스타 에너지, 얼티엄셀즈 테네시 공장, 오하이오 혼다 합작공장 등 북미 ESS 생산 거점 5곳을 확보했다. 올해 말까지 글로벌 ESS 생산능력을 60GWh 이상으로 늘리고, 이 중 80% 이상인 50GWh를 북미에 집중 배치할 계획이다. 2024년부터 태양광·에너지솔루션 기업인 한화큐셀 미국법인 4.8GWh과 미국 재생에너지 개발·운영사인 테라젠 8GWh, 미국 재생에너지 투자회사인 엑셀시오 에너지 캐피탈 7.5GWh 등 대형 계약이 이어져 왔다. 올해 ESS 매출은 지난해의 3배 이상으로 끌어올린다는 목표다.


삼성SDI는 상대적으로 좁고 깊은 전선을 골랐다. 대형 전력망 프로젝트보다 AI 데이터센터 내부에 직접 들어가는 백업 전원인 BBU와 UPS에 집중한다. BBU는 데이터센터 서버가 순간 정전을 견디도록 지원하는 배터리로, 단가가 높고 고객층도 하이퍼스케일러(대규모 데이터센터를 운영하는 글로벌 클라우드 기업) 중심으로 한정돼 있다. 최주선 삼성SDI 대표이사가 창립 56주년 기념사에서 ESS 수주 확대를 실적 반등의 직접 동력으로 지목한 배경이다. 증권가와 업계에서는 삼성SDI의 올해 ESS 매출이 전년보다 약 50% 늘어날 가능성을 거론한다. 미국·유럽 완성차 브랜드를 거느린 다국적 자동차그룹 스텔란티스와의 합작법인인 스타플러스에너지(SPE) 일부 라인은 지난해 4분기부터 ESS용 니켈·코발트·알루미늄(NCA) 배터리 생산으로 전환됐고, 올해 4분기부터는 각형 LFP ESS 배터리도 미국에서 양산에 들어갈 예정이다.


SK온은 세 회사 중 가장 늦었지만 방향은 뚜렷하다. 조지아주 SK배터리아메리카 2공장 일부 라인을 오는 10월부터 ESS용 LFP 배터리 양산 체제로 전환하고, 별도로 국내 서산 공장에 연 3GWh 규모 ESS용 LFP 생산 라인을 신설한다. 지난해 말 포드와의 합작 체제를 정리하고 독자 운영하게 된 미국 테네시 공장도 ESS 생산 거점으로 활용해 2028년 상업 가동을 목표로 한다. 지난해 9월 콜로라도주 재생에너지 개발사 플랫아이언 에너지와 맺은 4년간 7.2GWh, 약 15억달러(약 2.25조원) 규모 공급 계약이 첫 대형 레퍼런스다. SK온 관계자는 지난 5월 국내 최대 규모 배터리 산업 전시회 '인터배터리 2026'에서 미국 유틸리티 부문에 이어 AI 데이터센터용 ESS 고객 기반도 확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다만 SK온은 지난해 국내 1차 ESS 중앙계약시장 입찰에서 단 한 건의 물량도 확보하지 못했다. 후발주자인 만큼 생산 안정화와 고객 확보에 쓸 수 있는 시간도 많지 않다.

[박수연 칼럼] K-배터리, 전기차 캐즘 넘어 ESS로 반격...관세 방패 열린 북미 시장 잡을까최근 1년 미국의 중국산 비전기차용 리튬이온 배터리 관세율 변화 [자료=미국 무역대표부(USTR)]3사를 관통하는 리스크는 결국 두 가지로 좁혀진다. 첫째는 중국이다. 미국 ESS에 공급되는 배터리 셀은 여전히 CATL과 비야디(BYD) 등 중국 배터리 업체 의존도가 높고, 미국 현지 생산 우회로가 열리면 관세 방패의 효과가 반감될 수 있다. 김현수 하나증권 연구원은 "ESS 시장은 전기차 대비 견조한 성장세가 이어지고 있지만, LFP 각형 배터리 양산 체제 안착과 중국 업체와의 시장 점유율 경쟁이 관건"이라고 진단했다. 둘째는 미국의 정책 지속성이다. 트럼프 행정부가 도입한 관세와 세제 규정은 정치적 결정이며, 대선 주기와 미·중 협상 국면에 따라 언제든 재조정될 수 있다.


경제학자 조지프 슘페터는 '창조적 파괴'라는 개념으로 자본주의의 성장 동력을 설명했다. 옛 결합이 무너진 자리에 새로운 결합이 들어설 때 산업은 도약한다는 것이다. K-배터리가 지난 3년간 겪은 전기차 캐즘이 파괴 국면이었다면, 지금 열리는 ESS 시장은 그 파괴 위에서 다시 만들어지는 새 결합의 자리다. 관세라는 방패로 열린 문은 언젠가 닫힌다. 그 문이 닫히기 전에 셀 원가와 소프트웨어 통합, 화재 안전 기술 같은 실력의 격차를 벌려 놓아야 진짜 반등이 완성된다. 지난 7일 LG엔솔의 흑자 전환은 그 여정의 첫 페이지일 뿐이다.


ynsooyn@thevalue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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