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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수연 칼럼] K-방산, 수주잔고 120조 '슈퍼사이클' 진입...납품 넘어 '안보 파트너'로 가야 산다

- 전쟁·재무장 붐 타고 방산 빅4 영업이익 4.6조→최대 7.4조 전망

- KF-21 양산 돌입·캐나다 잠수함 수주전...K-방산 '2막' 첫 시험대

- 납품하고 끝나는 '1막 구조' 한계...MRO·현지화 '안보 파트너'로 전환 시급

  • 기사등록 2026-04-20 08:0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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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밸류뉴스=박수연 선임기자]

트럼프의 '돈로 독트린'이 국제 질서를 흔든 올해, 세계는 다시 무기를 사기 시작했다. 동맹에게 방위비 자력 부담을 강요하는 미국 우선주의 노선이 본격화되면서,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의 장기화, 중동 분쟁 확산과 맞물려 유럽과 중동의 국방 예산은 일제히 치솟았다. K-방산은 그 수요를 빠른 납기와 가격 경쟁력으로 흡수하며 존재감을 키웠다.

[박수연 칼럼] K-방산, 수주잔고 120조 \ 슈퍼사이클\  진입...납품 넘어 \ 안보 파트너\ 로 가야 산다방산 빅4(한화에어로스페이스·현대로템·LIG넥스원·KAI)의 수주잔고는 120조원을 넘어섰고, 올해 방산 수출은 역대 최고치를 경신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미지=더밸류뉴스 | AI 생성]   방산 빅4(한화에어로스페이스·현대로템·LIG넥스원·KAI)의 수주잔고는 120조원을 넘어섰고, 올해 방산 수출은 역대 최고치를 경신할 것으로 전망된다. 문제는 이 호황이 지속 가능한 성장인가 하는 점이다.

지금 K-방산 앞에는 두 개의 중대한 시험대가 놓여 있다. 26년의 개발 끝에 지난달 양산 1호기를 출고한 KF-21 보라매의 첫 수출 현실화, 그리고 방산 사상 최대 규모가 될 60조원짜리 캐나다 초계잠수함 수주전이다. 두 사안의 결과는 단순한 계약 성사를 넘어 K-방산이 무기를 파는 나라에서 파트너 국가의 안보 생태계를 함께 설계하는 나라로 도약할 수 있는지 가늠하는 기준이 될 전망이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부터 KAI까지…방산 빅4 '슈퍼사이클' 진입 확인

 

2020년까지만 해도 한국의 연간 방산 수출액은 30억달러에 못 미쳤다. 그러던 것이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촉발한 재무장 붐과 맞물려 폭발적 성장 곡선을 그리기 시작했다. 2022년 총괄합의서 체결 이후 이행계약이 순차적으로 진행된 폴란드향 K2 전차·K9 자주포·FA-50 패키지가 결정적 계기였다. 이후 UAE의 천궁-Ⅱ 36억달러 수출, 호주의 AS-21 레드백 장갑차 계약이 잇따랐다. 정부 공식 집계 기준 지난해 방산 수출 실적은 154억달러 수준이지만, DB금융증권과 하나증권은 올해 수출 규모가 377억달러(약 56조6000억원)까지 도달할 것으로 전망한다. 증권가 전망치가 실현된다면 1년 새 두 배 이상의 도약이다.

[박수연 칼럼] K-방산, 수주잔고 120조 \ 슈퍼사이클\  진입...납품 넘어 \ 안보 파트너\ 로 가야 산다방산 빅4 합산 영업이익 추이. [출처: 각사 공시, 증권가 컨센서스] 

기업별 성적표를 살펴보면, 실적 성장을 주도한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지난해 매출 26조6078억원, 영업이익 3조345억원으로 전년대비 각각 137%, 75% 증가했다. 지상 방산 부문만 영업이익 2조원을 돌파했으며 수주잔고는 37조2000억원에 달한다. 현대로템은 창사 이래 처음으로 영업이익 1조원을 돌파하며 '1조 클럽'에 안착했다. 폴란드 K2 전차 2차 계약 납품이 올해부터 본격 시작되고, 페루와의 K2·K808 프레임워크 합의가 후속 실행 계약 단계로 이어질 가능성이 거론된다. LIG넥스원은 UAE·사우디아라비아·이라크를 잇는 천궁-Ⅱ 방공망 벨트를 구축하며 정밀유도무기 분야의 글로벌 강자로 자리매김했다. 증권가는 올해 빅4 합산 영업이익이 6조5000억~7조4000억원 수준에 달할 것으로 본다.

 

주목할 것은 수익 구조의 질적 변화다. 내수 중심이던 시절 3~5%에 머물던 영업이익률은 수출 비중 확대와 함께 12~15% 수준으로 껑충 뛰었다. 가격대비 성능, 신속한 납기, 포괄적 사후 지원이라는 삼박자가 맞아떨어진 결과다. 방산업계 관계자는 "록히드마틴 등 서방 방산 강자들이 공급망 병목으로 납기를 맞추지 못하는 사이, 한국은 압도적인 생산 속도로 시장을 장악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KF-21 첫 수출·캐나다 잠수함...한국 방산의 두 시험대

 

KF-21은 개발비와 초기 양산비를 포함한 총사업비 16조5000억원이 투입된 단군 이래 최대 방위력 증강 사업의 결실이다. AESA 레이더 등 최신 항공전자 장비를 탑재하고 일부 스텔스 기술이 적용된 4.5세대 전투기로 평가받는다. 지난달 25일 양산 1호기가 출고된 가운데, 공동개발국 인도네시아와는 분담금 하향 조정과 기술이전 범위 재편을 골자로 한 협상이 진행 중이다. 16대 도입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으나 세부 계약 조건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인도네시아는 이 수출 협상의 현실화 여부를 가를 첫 시험대다. KAI는 인도네시아를 발판으로 사우디아라비아·UAE 등 중동 시장과 동남아 시장으로의 확장을 기대하고 있으며, 4.5세대 전투기 수출 시장 규모는 57조~70조원으로 추산된다.

[박수연 칼럼] K-방산, 수주잔고 120조 \ 슈퍼사이클\  진입...납품 넘어 \ 안보 파트너\ 로 가야 산다한국 방산 수출액 추이. [출처: 방위사업청, DB금융증권•하나증권 전망]

캐나다 잠수함 사업은 더 복잡한 전선이다. 캐나다 정부는 지난해 8월 한화오션 중심의 한국 측 컨소시엄과 독일 티센크루프마린시스템(TKMS)을 최종 적격 공급사로 공식 발표하고 심층 협의를 이어가고 있다. 건조비만 200~240억 캐나다달러, 30년 유지·보수 비용까지 합산하면 최대 600억 캐나다달러(약 60조원)에 달하는 캐나다 역사상 최대 규모 군사 조달 사업이다. 올해 중 협상 진전 여부가 중대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한국 컨소시엄은 납기와 산업협력 패키지 측면에서 경쟁력을 부각하고 있다. 한화오션은 통상 9년 걸리는 잠수함 인도 기간을 6년으로 단축할 수 있다고 제안했으며, 온타리오주 LG에너지솔루션 배터리 공장과 현대차의 수소 인프라를 연계한 실체 있는 산업 패키지를 앞세우고 있다. 반면 독일 측 핵심 협력 카드였던 폭스바겐의 캐나다 현지 투자 연계안은 폭스바겐이 선을 그으면서 동력이 약해진 상태다.

 

 

◆무기 판매에서 이어진 'K-방산 2.0' 전환이 진짜 승부

 

그러나 이 호황에는 불편한 진실이 있다. 지금의 수출 급증은 상당 부분 전쟁과 지정학적 위기라는 외부 충격이 만들어낸 수요다. 지정학적 긴장 완화 기대만으로도 방산주는 큰 변동성을 드러낸다. 특수 목적 생산라인에 수조원을 투입한 상황에서 수요가 예상보다 빨리 꺾인다면 설비 과잉의 타격이 크다. 핵심 부품의 해외 의존도 문제도 있다. KF-21의 엔진은 미국 GE에서 공급받고 있으며, 최첨단 무기 체계에 필수적인 특수 소재와 전자부품 상당 부분이 여전히 수입에 의존한다.

[박수연 칼럼] K-방산, 수주잔고 120조 \ 슈퍼사이클\  진입...납품 넘어 \ 안보 파트너\ 로 가야 산다방산 빅4 수주잔고 현황(2025년 말 기준). [출처: 각사 공시 자료]

더 근본적인 문제는 구조다. K-방산의 수출 모델은 여전히 납품하고 끝내는 1회성 계약에 가깝다. 세계 최정상 방산업체들의 실제 수익원은 무기 판매가 아닌 수십 년에 걸친 운용·정비(MRO)와 부품 공급, 업그레이드 계약에서 나온다. 미국 록히드마틴의 F-35 프로그램이 대표적 사례다. 장기 유지·지원 계약이 플랫폼 판매 못지않은 핵심 수익원으로 작동한다. K-방산이 이 구조적 한계를 넘으려면 무기를 팔고 끝내는 방식에서 벗어나, 수십 년의 운용을 함께하는 종합 안보 파트너로 진화해야 한다.

 

그 전환의 실마리는 현장에서 이미 보이고 있다. 이집트와 호주에 구축된 K9 자주포 현지 생산 공장, 캐나다 잠수함 사업에서 제시된 현지 정비 인프라·조선 인력 양성 허브 패키지가 그 시도의 일환이다. 한화시스템 관계자는 "방산 수출 경쟁이 단순 무기 납품을 넘어 운용 안정성과 체계 통합 역량으로 옮겨가고 있다"고 말했다.

 

정부는 세계 4대 방산 수출국 도약을 목표로 66.3조원 규모의 국방 예산과 전략 수출 금융 기금 신설로 뒷받침하고 있다. 지금의 수주 파이프라인과 생산 역량이라면 프랑스·영국·이스라엘 등 전통 강자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캐나다 잠수함 수주전에서 보듯, 최후의 승부는 무기 자체의 성능이 아니라 발주국의 '우리 산업에 얼마나 기여하는가'라는 셈법에 달려 있다. K-방산 2.0의 승패는 무기를 얼마나 잘 만드느냐가 아니라, 파트너 국가의 안보와 산업 생태계를 함께 설계할 수 있느냐다. K-방산이 구조 전환을 통해 일회성 호황이 아닌 지속적인 성장을 이뤄가길 바란다. 


ynsooyn@thevalue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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