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금융그룹(회장 함영주)이 사상 처음 ‘당기순이익 4조원 시대’를 열며 역대급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함영주 회장이 ‘비은행 펀더멘탈 강화’를 최우선 과제로 지목한 가운데, 수면 아래에서 묵묵히 내실을 다져온 하나손해보험(대표이사 배성완)의 행보가 점차 부상하고 있다.
대규모 인프라 투자라는 고정비 부담 속에서도 고수익 장기보험 중심의 정예화된 몸집을 키운 하나손보는 이제 그룹 자기자본이익률(ROE) 12% 달성을 위한 ‘비장의 카드’로 등판할 채비를 마쳤다.
하나손해보험이 하나금융그룹의 비은행 펀더멘탈 강화를 위해 달려가고 있다. [이미지=더밸류뉴스 | AI 생성]
◆ 2027년까지 이어질 상각 비용…적자 뒤 가려진 ‘진짜 성적표’
하나금융의 지난해 실적을 보면 비은행 부문의 기여도는 12.1%로 전년 15.7% 대비 하락하며 ‘은행 의존도 탈피’라는 숙제를 남겼다. 함영주 하나금융 회장은 지난달 30일 콘퍼런스콜에서 “비은행 계열사의 펀더멘탈 강화를 최우선 과제로 추진하겠다”며 실적 정상화를 예고했다. 이는 하나손보가 수립한 중장기 재무 로드맵과 일치하는 행보다.
함영주 하나금융그룹 회장. [사진=하나금융그룹]
하나손보는 그간 약 900억원 규모의 차세대 전산 시스템 구축 비용을 매년 감가상각하며 장부상 실적을 관리해왔다. 이 비용 처리는 2027년까지 예정되어 있어 올해 역시 수치상의 적자 기조는 피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다만 이는 일회성 투자에 따른 장부상 반영일 뿐, 실질적인 영업 효율은 이미 반등세에 접어들었다는 분석이다.
보험사의 미래 이익을 대변하는 계약서비스마진(CSM) 잔액이 지난해 2802억원으로 전년 대비 1000억원 가까이 증가했다는 점은 고무적이다. 장부상 비용이 빠져나가는 시점과 차곡차곡 쌓아 올린 CSM이 수익으로 전환되는 시점이 맞물리면, 해당 수치들은 그룹의 비이자이익 및 순익으로 직결될 전망이다.
특히 8년 만에 사법 리스크를 완전히 털어낸 함 회장이 직접 ‘비은행 펀더멘탈 강화’를 선언한 만큼, 체질 개선을 마친 하나손보에 대한 지주 차원의 전략적 수혈과 지원은 더욱 과감해질 것으로 보인다. 역대 최대 실적을 바탕으로 보통주자본(CET1) 비율을 13.37%까지 끌어올린 지주의 자본 여력은 하나손보가 내실 경영을 넘어 본격적인 외형 확장에 나설 수 있는 든든한 ‘뒷배’가 되고 있다.
◆ 28명에서 201명으로…현장에 심은 ‘수익의 혈관’
그룹 비은행 부문의 전반적인 부진 속에서도 하나손보가 반등의 자신감을 내비치는 근거는 단연‘현장 인프라’에 있다. 배성완 대표 취임 이후 하나손보는 정통 손해보험사의 정공법인 ‘대면 영업 강화’ 전략을 선택했다.
배성완 하나손해보험 대표. [사진=하나손해보험]
지난 2022년 28명에 불과했던 설계매니저는 2025년 201명으로 7배 이상 늘어났고, 지점 수 역시 12개에서 35개로 확장됐다. 이는 단순한 외형 확대를 넘어 수익성이 낮은 자동차보험 의존도를 낮추고, 고수익 장기보험을 쏟아낼 수 있는 판매 기반을 완성한 것으로 풀이된다.
상품 경쟁력을 통한 현장의 활력도 눈에 띈다. ‘하나 더 넥스트 치매간병보험’ 등 경도인지장애 보장 특약으로 배타적 사용권을 획득한 독점 상품군이 대표적이다. 여기에 '하나=♥(하트)'라는 브랜드 슬로건을 현장에 이식해 법인보험대리점(GA) 시장 내 점유율을 끌어올리고 있다. 상품, 영업, 서비스에 ‘진심’을 담은 커뮤니케이션 전략이 현장 설계사들의 선택을 이끌어내며 실질적인 매출 증대로 연결되고 있는 셈이다.
현장의 반응은 수치로도 증명된다. 영업 기반 확대로 신계약 CSM은 지난 2024년 690억원에서 2025년 1491억원으로 2배 이상 증가했다. 이는 은행에 과도하게 쏠린 그룹의 수익 구조를 다변화하고, 실적 정상화의 물꼬를 틀 핵심 동력으로서 하나손보가 가진 ‘영업 근육’이 본격적인 힘을 발휘하기 시작했다는 평가다.
◆ 인수합병 성패 너머의 ‘빅 픽처’…금융 대전환의 주역
지주가 추진 중인 예별손보(옛 MG손보) 인수가 확정될 경우, 하나손보는 이미 구축한 고수익 장기보험 운용 노하우를 MG손보의 거대 영업망에 즉시 이식하는 ‘이익 극대화 플랫폼’ 역할을 수행하게 된다. 다만 하나금융은 무리한 베팅보다는 그룹 시너지와 지속 가능성을 최우선으로 검토하며 신중한 스탠스를 유지하고 있다.
서울 강남구 MG손해보험 사옥 전경. [사진=MG손해보험]
인수가 무산되더라도 하나손보의 반등 시나리오는 견고하다. 외부 확장이 멈춘 자리에 그룹 내 ‘시너지’가 들어설 수 있기 때문이다. 1000만 가입자를 보유한 ‘트래블로그’와의 결합, 하나은행·하나증권 고객 데이터 기반의 상품 개발 등은 충분한 성장 동력이 될 수 있다.
또 함 회장이 선언한 ‘스테이블코인 생태계 주도권’ 역시 하나손보의 미래 지도와 맞닿아 있다. 코인 동맹을 통한 스마트 컨트랙트 보상 시스템이 도입되면, 하나손보가 강점을 가진 원데이·미니 보험은 관리 비용을 획기적으로 낮추면서도 실시간 보상이 가능한 ‘임베디드 보험’으로 진화할 수 있는 기반을 갖추게 된다.
김재우 삼성증권 금융·소비재팀 팀장은 ”비은행 부문의 실적 정상화가 향후 그룹 ROE 개선을 위한 핵심”이라며 “하나금융지주는CEO의 모두 발언에서 비은행 자회사 회복에 따라 ROE 11~12% 도달도 가능하다고 언급한 만큼, 이러한 노력의 가시적 성과가 향후 관건”이라고 판단했다.
결국 하나손보의 현주소는 ‘폭발적 성장을 위한 응축’의 시간이다. 900억원 전산비 상각이라는 터널을 지나 내실로 다져진 영업 근육과 그룹의 강력한 자본력이 결합한다면, 하나손보는 종합 금융그룹을 완성시킬 계열사의 핵심 ‘캐시카우(Cash cow)’로 도약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