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금융그룹(회장 함영주)이 최근 단행한 임원 인사에서 남궁원 하나생명 대표의 연임을 결정했다. 이번 인사는 지난 2003년 그룹 출범 이후 하나생명의 첫 연임 사례로 단순 실적 관리를 넘어, 내년 'AI 디지털 전환'을 앞두고 기조를 이어가겠다는 전략적 판단이다.
◆ 리스크와 혁신의 균형…‘디지털 생보’ 초석 다지기
남궁원 하나생명 대표. [사진=하나생명]
이번 연임의 배경에는 남궁원 대표의 정교한 리더십이 자리한다. 자산운용과 자본시장 부문을 거친 그룹 내 대표적 ‘재무·전략통’인 그는 보험업의 본질인 리스크 관리와 디지털 혁신 사이에서 균형점을 찾아냈다는 평가를 받는다.
남궁원 대표 취임 이후 하나생명의 체질은 대폭 개선됐다. 수익 구조를 보장성 보험 중심으로 재편한 전략은 즉각적인 실적 반등으로 이어졌다. 지난 2023년 말 54억원에 불과했던 당기순이익은 올해 3분기 누적 302억원으로 급증하며 성과를 입증했다.
주요 수익성 지표도 상승세를 탔다. 총자산수익률(ROA)은 0.09%에서 0.59%로, 자기자본수익률(ROE)은 1.32%에서 7.35%로 뛰었다. 이는 단순한 외형 성장이 아닌 디지털 전환을 위한 ‘기초 체력’을 비축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깊다. 올해가 AI 서비스를 현장에 이식해 실효성을 검증한 ‘빌드업(Build-up)’의 시간이었다면, 이번 연임은 그간 다져온 기틀 위에 디지털 아키텍처를 세우기 위한 포석이다.
◆ 자본력의 한계를 넘는 ‘AI 게릴라 전술’
하나생명이 막대한 유지비가 드는 거대언어모델 대신 소형언어모델을 채택해 비용과 효율의 두 마리 토끼를 잡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미지=더밸류뉴스]
남궁원 대표가 구축한 체질 개선의 핵심 무기는 이른바 ‘게릴라 전술’로 표현되는 AI 전략이다. 대규모 자본을 투입해 거대 인프라를 구축하는 대형사의 ‘전면전’ 방식에서 벗어나, 필요한 지점에 화력을 집중하는 방식이다.
하나생명은 막대한 유지비가 드는 범용 거대언어모델(LLM)에 매몰되는 대신, 특정 업무에 즉시 투입 가능한 소형언어모델(sLLM)을 채택했다. 이는 의사결정과 시스템 구축 속도를 단축해 현장의 페인포인트(Pain Point)를 타격했다.
2025년 한 해 동안 이 전술을 통해 실질적인 AI 서비스들이 시장에 안착했다. 대표적으로 소형언어모델 기반 ‘AI 보험 추천 서비스’는 단순 데이터 분석을 넘어, 생성형 AI가 추천 근거가 되는 통계자료와 뉴스 콘텐츠를 직접 요약해 고객에게 브리핑하는 기능을 선보였다.
또 ‘AI 기반 온라인 불법영업 모니터링 시스템’은 블로그, SNS 등에 유포되는 허위·과장 광고 적발 효율을 전년 대비 350% 이상 끌어올렸다. 자본력이 부족한 중소형사가 겪는 리스크 관리 문제를 기술적 유연성으로 해결한 것이다.
◆ 2026년 ‘AI 네이티브’ 대전환을 위한 전략적 연속성
하나생명의 성과는 하나금융그룹의 내년 장기 로드맵을 완성하기 위한 전략적 장치로 작동할 전망이다. 하나금융지주는 ‘투자·생산적금융부문’을 신설하고, 하나은행은 100조원 규모의 프로젝트 전담 조직을 꾸리는 등 대대적인 사업 재편에 돌입했다. 이러한 격변기 속에서 현장 검증을 마친 남궁원 대표의 리더십 기조를 유지해 연속성을 확보하겠다는 계산이다.
지주 차원의 디지털 조직 재편도 힘을 실어주고 있다. 하나금융은 최근 기존 디지털혁신그룹을 ‘AI디지털혁신그룹’으로 재편하고, 디지털금융부’와 ‘AI데이터전략부’를 통합·확대 운영하며 전사적 AI 역량을 결집했다. 지주의 조직 정비는 하나생명이 추진해온 AI 서비스들에 긍정적으로 작용될 전망이다.
유준석 흥국증권 애널리스트는 “하나금융지주의 3분기 누적 비은행 이익 비중은 13% 수준으로 경쟁사 대비 여전히 낮은 수준이다”며 “향후 비은행 부문의 추세적 이익 개선세 확인이 중요해질 전망이다”고 강조했다.
2026년 새해 ‘테크 인슈어러(Tech-Insurer)’로의 성장을 앞둔 하나생명이 남궁원 대표 연임을 계기로 지주사의 핵심 캐시카우로 안착할 수 있을지 업계의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