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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표그룹, 성수동에 '서울의 랜드마크' 개발 완료하면 재계 80→60위권 점프

- 성수동 레미콘 부지에 '60층 건물 3개동' 내년 착공... '국내 최고층' 롯데월드타워 넘는 경제효과 예상

- 정대현 부회장, 지난해 부회장 승진하고 지분 승계 사실상 완료

  • 기사등록 2024-08-27 22:5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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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밸류뉴스=서주호 기자]

자동차로 서울 강북 응봉교를 지나 성수대교 입구를 들어서기 직전에 고개를 오른쪽으로 돌려보면 하늘색 담벼락(펜스) 너머로 아파트 5~6층 높이의 원통형 굴뚝 서너개가 덩그러니 솟아있는 것을 보게 된다. 삼표 레미콘 공장 부지다. 지금은 가동 중단됐지만 '아시아 최대 규모' 레미콘 공장(2만2770㎡)에 걸맞게 한때 서울과 경기 지역 건설 현장에 사용할 레미콘을 실은 믹서트럭들이 수시로 오가며 장관을 연출했다. 서울 중심권에 이렇게 드넓은 공간이 휑하니 비어있나 싶다. 


이 부지가 '서울의 랜드마크'로 탈바꿈할 전망이다. 삼표그룹(회장 정도원)이 서울시, 성동구와 손잡고 이 부지를 업무, 관광, 문화의 첨단 공간으로 업그레이드하는  '서울 숲의 심장'(The Heart of Seoul Forest) 프로젝트를 가동했기 때문이다. 이 프로젝트가 완성되면 삼표그룹은 그간의 '은둔 B2B 기업' 이미지를 벗고 소비자와 직접 호흡하는 문화·엔터테인먼트 그룹으로 대변신할 것으로 예상된다.   


◆60층 건물 3개동에서 첨단 비즈니스, 문화, 관광 기능수행... '서울의 랜드마크' 뜬다  


서울시가 최근 발표한 서울 성동구 삼표레미콘 부지 개발계획에 따르면 이 부지에는 미국 건축회사 SOM(Skidmore, Owings & Merill)의 '서울 숲의 심장' 설계안에 나오는 60층 건물 3개동이 들어서게 된다.  SOM은 UAE(아랍에미리트연합) 두바이의 부르즈 칼리파, 미국 뉴욕 맨해튼 허드슨야드를 설계한 세계적 건축 회사다.   


3개동에서는 서울 강남과 강북이 한 눈에 내려다 보이고 인근 서울숲, 응봉산과 유기적으로 연결된다. 또, 3개동에는 문화, 관광, 비즈니스 업무를 수행할 수 있는 첨단 오피스텔, 상가, 엔터테인먼트, 주거공간 등이 들어서게 돼 서울을 대표하는 랜드마크가 될 전망이다. 강북이건 강남이건 곧바로 통하는 사통팔달의 교통 접근성을 갖고 있는 것도 강점이다. 개발 실무는 삼표산업과 SP성수PFV가 맡았다. 


삼표그룹, 성수동에 \ 서울의 랜드마크\  개발 완료하면 재계 80→60위권 점프서울 성수동 삼표레미콘 공장 부지에 세워질 첨단 건물 3개동 조감도. [사진=서울시]

소요 자금은 NH투자증권(대표이사 윤병운)이 기존 4400억원 한도의 브릿지론을 6000억원 규모로 증액해 조달하는 방안을 논의 중이다. 신한은행이 신규 앵커 대주로 참여한다. 


◆삼표그룹, '서울의 랜드마크' 운영하는 문화·엔터테인먼트 기업 대변신


이 프로젝트가 성공할 경우 가장 큰 변화가 예상되는 주체는 삼표그룹이다. 삼표그룹은 이 부지 소유주이면서 개발 실무를 맡고 있다. 삼표그룹은 그간 본의와 무관하게 한국의 소비자들에게 '은둔 그룹'으로 여겨져왔다. 주력 비즈니스가 B2B(레미콘 생산)이다 보니 일반 소비자를 직접 대면할 기회가 적었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삼표그룹은 한국 건설·건자재 업계의 숨은 키플레이어다.  삼표그룹은 올해 초 공정거래위원회(위원장 한기정. 이하 공정위)가 발표한 공시대상기업집단(대기업집단) 84위를 기록했다. 유진기업과 더불어 건자재를 주력 사업으로 영위하는 그룹 가운데 공정위 대기업집단에 이름을 올린 '단 두 곳'이다. 그룹 매출액 2조7680억원, 순이익 2100억원을 기록했다(이하 K-IFRS 연결). 계열사로는 삼표시멘트(상장사), SP네이처, 삼표산업, 삼표피앤씨, 삼표해운(이상 비상장)을 포함해 33개이다.


삼표그룹, 성수동에 \ 서울의 랜드마크\  개발 완료하면 재계 80→60위권 점프삼표그룹의 지배구조와 현황. 2024. 6. 단위 %. [자료=공정거래위원회] 

60층 건물 3개동이 영업을 시작하면 삼표그룹 위상은 점프할 것으로 전망된다. 


60층 건물 3개동이 영업을 시작할 경우의 경제적 가치는 국내 최고층 롯데월드타워(123층)를 피어 빌딩(비교 건물·peer company)으로 선정해 추정할 수 있다. 롯데월드타워의 공정가치(시가)는 약 1조2000억원이고, 롯데월드타워를 운영하는 롯데물산은 지난해 매출액 4706억원을 기록했다. 


이를 감안하면 삼표그룹의 그룹 매출액은 3조원을 훌쩍 넘게 되고 공정자산은 6조5000억원 가량으로 점프해 재계 순위 60위권에 진입하게 된다. 유진기업(72위)을 앞설 가능성도 있다. 한국 건설·건자재 업계의 숨은 키플레이어에서 서울의 랜드마크를 운영하는 문화·엔터테인먼트 그룹으로 대변신하는 것이다. 기업의 사이즈와 이미지가 동시에 점프하는 '양질 변화의 법칙'이 삼표그룹 눈 앞에 다가오고 있다.  

 

◆정도원 회장→정대현 부회장 승계 사실상 완료


삼표그룹의 동일인(대기업집단을 사실상 지배하는 주체)은 정도원 회장에서 장남 정대현 부회장으로 넘어가는 과도기에 있다.  


정대현 부회장은 미국 서던캘리포니아대에서 MBA(경영학석사)를 취득하고 2005년 삼표그룹에 입사했다. 이후 삼표기초소재, 삼표이앤씨 등 계열사들을 거쳐 2015년 삼표시멘트 최고마케팅책임자(CMO)를 맡았다. 2019년 사장으로 승진했고, 지난해 부회장에 올랐다. 정대현 부회장은 에스피네이처 지분 외에도 에스피에스테이트(25.00%), 홍명산업(30.91%), 삼표시멘트(1.31%), DHC인베스트먼트(100%), 에스피앤모빌리티(60.00%)를 갖고 있다. 부친 정도원 회장으로부터 지분 승계가 사실상 완성된 셈이다.


삼표그룹의 출발은 황해도 재령군 출신 정인욱(1912~1999) 창업주가 1952년 40세에 강원도 태백시에 세운 강원탄광(강원산업)이다. 강원탄광은 국내 최대인 연간 70만톤 생산능력을 갖췄고 1963년에는 자체 생산한 무연탄을 가공해 '삼표연탄 신화'를 창조했다. 1970년대에는 철강 사업에 본격 진출해 민간기업으로는 최초로 340만톤 규모의 철강 생산공장을 완공했다.


삼표그룹, 성수동에 \ 서울의 랜드마크\  개발 완료하면 재계 80→60위권 점프삼표그룹의 오너 가계도.[이미지=더밸류뉴스]

정인욱 창업주를 이은 장남 정문원 회장은 강원산업그룹을 철강 중심의 중공업 그룹으로 키웠다. 그렇지만 1997년 IMF(국제통화기금) 외환위기로 워크아웃에 들어갔고 2000년에 강원산업, 삼표제작소 등이 현대그룹에 매각되면서 강원산업그룹은 해체 수순에 들어갔다. 정문원 회장도 경영일선에서 퇴진했다. 


이때 정도원 당시 부회장이 삼표산업을 중심으로 삼표정보시스템을 설립하며 독자 사업을 시작했다. 2000년 김대중 정부가 대대적인 경기부양책에 나서고 삼표산업이 경영혁신에 성공하며 2002년 워크아웃에서 졸업했다. 2004년에 모든 계열사 이름을 '삼표'로 통일했다. 정도원 회장이 삼표그룹의 사실상 창업주로 불리는 배경이다.  


tvn@thevalue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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