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메일전송

'3개월무위험지표금리선물', 이게 뭔데 증시 상장까지?

- 한국무위험지표금리(KOFR) 정착의 필수 요건

  • 기사등록 2022-04-21 16:21:20
기사수정
[더밸류뉴스=홍순화 기자]

"'3개월무위험지표금리선물'이라구요? 이게 뭔데 증권 시장에 상장하는건가요?"


지난달 29일 부산 해운대 시그니엘호텔에서 진행된 '3개월무위험지표금리선물 상장기념식'. 


손병두 한국거래소 이사장, 이명호 한국예탁결제원 사장, 이두복 미래에셋증권 부사장 등이 참석한 이날 행사장에서 일부 참석자는 고개를 갸우뚱하는 모습을 보였다. '3개월무위험지표금리선물'이라는 용어 자체가 난해하다보니 이 금리 선물의 상장이 갖는 의미를 파악하기가 쉽지 않았기 때문이다. 


지난달 29일 부산 해운대 시그니엘호텔에서 진행된 '3개월무위험지표금리선물 상장기념식'에서 참석자들이 박수하고 있다. 왼쪽부터 이두복 미래에셋증권 부사장, 조효제 한국거래소 파생상품시장본부장, 이명호 한국예탁결제원 사장, 손병두 한국거래소 이사장, 박영석 중요지표관리위원회 위원장(서강대 교수), 박광수 동의대 교수, 박찬호 한국은행 부산본부장. [사진=한국거래소]

그렇지만 이 금리선물의 상장이 한국 자본 시장과 금융 시장의 안정화에 갖는 의미는 만만치 않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으고 있다. 


◆'LIBOR 조작사건' 터지며 대체 지표 개발 필요성↑


이 금리선물이 중요한 이유는 배경에 '한국무위험지표금리'(KOFR, Korea Overnight Financing Repo Rate)가 있기 때문이다. 


'코퍼'로 발음되는 KOFR는 2012년 글로벌 금융시장에서 리보(LIBOR. London inter-bank offered rate) 조작 사건이 터지면서 등장했다. 


LIBOR는 영국 런던에서 우량은행끼리 단기자금을 거래할 때 적용하는 금리를 말하며 300조 달러에 이르는 금융상품의 가치를 매기는 기준금리로 사용되고 있다. 그런데 LIBOR가 조작됐다는 것이 밝혀지면서 글로벌 금융시장에 파문을 불러 일으켰다. 


이에 따라 국제기구인 금융안정위원회(FSB)를 중심으로 리보 등 단기 지표금리의 조작에 대응하기 위한 작업이 주요 금융선진국을 중심으로 진행돼 왔다. 


이에 우리나라도 2019년 6월 금융위원회와 한국은행 주관으로 지표금리개선추진단을 구성해 지표금리의 개선작업을 시작했다. 이 결과 2021년 2월 국채 또는 통안채를 담보로 단기자금을 거래할 때 이용되는 RP금리(익일물)를 새로운 지표금리인 무위험지표금리로 선정했다. 이 금리가 바로 새로운 지표금리 KOFR다. 무위험지표금리에서 ‘무위험’의 의미는 자금을 빌려주는 주체가 자금을 되돌려 받지 못할 위험이 거의 없다는 뜻이다. 


지난해 11월부터 산출기관으로 지정된 한국예탁결제원이 KOFR의 공시를 시작했다.


우리 정부가 KOFR를 개발하여 정착시키려고 하는 이유는 기존의 단기 지표금리가 리보 금리와 유사한 문제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CD금리의 경우 리보 금리와 마찬가지로 금융기관의 의견을 기반으로 산정하기 때문에 조작 가능성이 있고 일별로 변동이 없는 경우가 많아 시장상황을 잘 반영하지 못한다. 현재 CD금리의 개선작업이 진행되고 있으나 CD거래가 활발하지 못한 한계가 있어 근본적인 개선은 쉽지 않은 상황이다.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 전경. [사진=더밸류뉴스] 

반면 무위험지표금리는 일별로 약 110조원이나 실제로 거래되는 RP 시장에 기반하기 때문에 시장을 정확히 반영하고 조작이나 이상금리의 산출 가능성이 낮아 합리적인 변동금리이다. 세계적으로도 주요 선진국이 익일물 금리가 거래가 많아 조작이 어렵고 위기 시에도 합리적인 산출이 가능하여 새로운 단기 지표금리로 선정하고 있다. 향후 금융기관이 무위험지표금리를 변동금리로 이용하게 되면 금융기관과 금융소비자들은 시장을 투명하게 반영하고 안정성도 높은 금리에 기초하여 이자를 계산할 수 있게 된다. 


지표개선추진단의 노력으로 탄생한 KOFR가 실제로 국내 지표금리 사용관행을 개선하는 성과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KOFR가 금융시장에 순조롭게 정착하는 것이 필요하다. 하지만 KOFR의 우수성에도 불구하고 KOFR의 정착에는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 금융기관들은 CD금리 등 기존의 지표금리를 오랜 기간 이용해 왔기 때문이다. 금융기관들이 기존의 단기금리인 CD금리 등을 사용하는 관행을 바꾸어야 하기 때문에 시장의 많은 관심과 노력이 필요하다. 


◆"KOFR 정착위해 정부 나서야"... 예탁결제원, 지난해 KOFR 공시 시작


이러한 상황에서 KOFR의 정착을 위한 동력을 제공하기 위해, 한국거래소가 국내 최초로 KOFR를 기초로 하는 금융상품인 3개월무위험지표금리선물을 지난달  상장하게 된 것이다. 


3개월무위험지표금리선물은 KOFR를 이용해 계산한 3개월 금리를 거래하는 상품이다. 상품 이름도 어렵고 KOFR를 이용해 산출한 3개월 금리를 거래한다는 것이 생소할 수 있으나, 간단하게 3개월 금리를 거래하는 상품으로 이해하면 된다. 국내 금융시장에서 가장 널리 쓰이는 단기금리가 3개월(91일) CD금리인데 이와 유사한 금리를 거래하도록 설계되었다. 다만, 이름에서 드러나는 것처럼 KOFR 금리는 무위험지표금리이기 때문에 CD금리보다 일반적으로 금리수준이 낮다.

 

KOFR가 정착하자면 정부 역할이 중요하다는 저직이 제기되고 있다. 금융시장의 한 관계자는 "미국, 영국 등에서는 이미 정책적으로 파생상품, 주택담보대출 등의 변동금리를 리보가 아니라 무위험지표금리에 기반하도록 권고하고 있다"며 "우리 정부가 중장기적인 KOFR 육성계획을 발표하는 것도 검토해볼만 하다"는 의견을 밝혔다. 또, "이 경우 향후 5년 후쯤에는 금융기관이 일반적으로 KOFR를 이용한 이자율스왑계약을 체결하고, 주택구매자가 대출을 할 때 무위험지표금리를 변동금리로 쓸 수 있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hsh@thevaluenews.co.kr

[저작권 ⓒ 더밸류뉴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기사
TAG
0
기사수정
  • 기사등록 2022-04-21 16:21:20
기자프로필
프로필이미지
나도 한마디
※ 로그인 후 의견을 등록하시면, 자신의 의견을 관리하실 수 있습니다. 0/1000
버핏연구소 텔레그램
4차산업더보기
모바일 버전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