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제재로 화웨이가 결국 중저가 스마트폰 사업에서 철수한다. 반도체 수급이 힘들어지며 메이트40 등 프리미엄 스마트폰 사업에 집중해 위기를 넘기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이에 글로벌 스마트폰 사업에서 상위권을 두고 경쟁하던 삼성전자(005930)가 수혜를 받을 수 있을지 기대된다.
14일(현지시각) 로이터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화웨이는 중저가 스마트폰 브랜드 ‘아너’ 매각을 추진하고 있다. 인수 후보로는 디지털 차이나, 샤오미, TCL 등 중국 업체들이 거론되고 있으며 가격은 150억~250억위안(약 2조5000억~4조2000억원)으로 추정된다.
화웨이는 아너를 통해 젊은 층을 타킷으로 한 제품들을 판매해왔다. 아너의 연구개발(R&D), 유통망 등 사업은 화웨이와 별도로 구성돼 있다. 화웨이는 아너 브랜드, R&D 부문, 관련 공급망 관리사업 등을 함께 매각할 것으로 보인다.
이번 매각 추진은 미국의 재제 때문이라는 것이 업계의 중론이다. 미국이 글로벌 기업에 화웨이향 반도체 수출 규제를 결정하자 수급이 어려워진 화웨이가 위기탈피를 위해 내놓은 방안 중 하나라는 것이다. 화웨이는 미국의 제재로 당초 목표했던 부품 생산량을 10% 가량 하향 조정했다.
앞서 올해 2분기 기준 글로벌 5G 통신장비와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 1위는 화웨이였다. 이 기간 화웨이의 스마트폰 판매량은 5580만대로 이중 4분의 1 규모인 1460만대가 아너 제품이었다.
만약 아너가 화웨이 품을 떠나면 더이상 미국의 제재를 받지 않아도 된다. 화웨이의 경우 프리미엄 스마트폰에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화웨이는 오는 22일 프리미엄 스마트폰 메이트40을 공개하고 30일 정식 출시한다. 이 제품에는 화웨이가 자체 개발한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인 기린칩이 마지막으로 탑재될 전망이다. 미국 제재로 현재는 기린칩 생산이 막힌 상태지만 미리 구매해 놓은 비축분을 사용했다.
화웨이는 메이트40을 중국에서 먼저 출시해 애플의 신제품 ‘아이폰12’ 견제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현재 중국 스마트폰 시장은 화웨이가 46%를 차지해 1위를 기록하고 있다. 이어 자국 기업인 비보(16%), 오포(16%), 샤오미(10%) 등 순이다. 지난해 출시된 화웨이의 P30과 메이트30의 판매량은 약 4400만대로 추산된다.
글로벌 스마트폰 판매는 올해는 전년비 9% 줄어든 12억8000대로 예상되나 내년에는 7% 늘어난 13억7000대로 성장할 전망이다. 글로벌 스마트폰 제조업체들에 호조일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화웨이의 수혜는 둔화될 전망이다. 미국의 제재로 반도체 직접 조달과 우회 조달 방법도 난관에 처했기 때문이다. 이에 내년 하반기 스마트폰 시장에서 퇴출될 가능성 높아졌다는 평가다.
김영우 SK증권 연구원은 “화웨이의 스마트폰 판매는 지난해 2억4000만대를 고점으로 올해 1억9000만대, 내년 4000만대 수준으로 하락할 것”이라며 “미국의 정책이 변하지 않는다면 내년 하반기 화웨이의 스마트폰 판매는 사실상 사라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에 중국 내에서는 오포, 비보, 샤오미가, 글로벌 시장에서는 삼성, 애플, 샤오미가 치열한 점유율 확대 경쟁을 벌일 전망이다. 애플은 중국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서라도 글로벌 시장에서 보다 공격적으로 화웨이의 시장 점유율 흡수 전략을 내세울 것이라는 분석이다. 삼성 역시 자사 스마트폰 판매량 확대 및 CIS(이미지센서) 시장에서 점유율을 높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단기적으로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 빅3(삼성, 화웨이, 애플) 구도는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화웨이가 판매량 기준 글로벌 1위(삼성전자)에 가까이 다가섰던 상황은 다시 오기 힘들 전망이다. 지난해 삼성전자는 2억9500만대, 화웨이는 2억4000만대를 판매했다. 결국 화웨이 제재로 삼성전자가 수혜를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송명섭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의 3분기 스마트폰 출하량 대폭 증가는 아이폰 출시 지연뿐 아니라 가장 큰 안드로이드 경쟁사인 화웨이의 출하 부진 영향이 반영되기 시작한 것”이라며 “화웨이는 내년 이후 본격적으로 통신 장비 시장에서 점유율을 잃게 될 것으로 예측되며 최근 버라이존 수주에서 나타나듯이 화웨이의 시장 점유율을 가장 많이 뺏어올 경쟁사는 삼성전자가 될 가능성이 높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