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에 대해 '괴롭힘'의 정의가 모호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법 시행을 코앞에 두고 있지만, 중소기업의 약 20%는 아직 계획을 세우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9일 대한상공회의소는 최근 국내기업 300개사 인사담당자를 대상으로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에 대한 인식 조사’를 실시했다.
오는 7월 16일 시행되는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은 10명 이상 근로자를 둔 사용자에게 직장 내 괴롭힘의 예방(취업규칙에 직장내 괴롭힘 금지 조항 반영 등)과 조치의무(신고자 및 피해근로자에 대한 불리한 처우 금지 등)를 부여하는 개정 근로기준법 조항을 말한다.
조사 결과 전체의 대부분 기업들은 금지법 시행이 필요하다(87.7%)고 인식했다. 금지법이 요구하는 조취들을 취했는지 묻는 질문에는 응답기업의 34.6%가 관련 ‘조치를 완료했다’고 답했다. ‘조만간 완료할 예정’이라는 응답 비율은 50.5%였으며, 조치 계획을 세우지 못했다는 기업은 14.9%에 그쳤다.
기업 규모별로는 대기업의 경우 조치 계획을 세우지 못했다는 응답이 전체의 6.9%에 그쳤으나, 중소기업은 19.9%로 비교적 많았다.
구체적인 조치 사항에 대해서는 '취업 규칙 반영'이라고 밝힌 기업이 90.6%(복수응답)로 가장 많았고, ▲신고·처리시스템 마련(76.6%), ▲사내교육 시행(75.4%), ▲취업규칙 외 예방·대응규정 마련(59.8%), ▲최고경영자 선언(54.3%), ▲사내 설문조사 실시(43.0%), ▲홍보 및 캠페인 진행(40.6%) 등이 뒤를 이었다.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 준비실태. [사진=대한상공회의소]
그러나 응답자의 95.7%는 법적 조치보다 기업문화를 개선하는 것이 더 시급하다 인식하고 있다.
직장 내 괴롭힘의 주요 원인으로는 ‘직장예절·개인시간 등에 대한 세대 간 인식차(35.3%)’가 가장 많이 꼽혔다. 이어 ▲피라미드형 위계구조(22.6%), ▲임직원 간 소통창구의 부재(17.4%), ▲직장 내 과도한 실적 경쟁(9.9%), ▲획일화를 요구하는 문화(8.7%), ▲엄격한 사규의 부재(5.4%) 등의 순이었다.
괴롭힘을 근절하기 위한 기업 차원의 대책으로 ▲수평적 문화 도입(32.1%), ▲세대‧다양성 이해를 위한 교육(24.2%), ▲임직원 간 소통창구 마련(21.0%), ▲괴롭힘 관련 사규 마련(13.2%), ▲결과‧경쟁 중심 평가제도 개선(7.6%)을 차례로 꼽았다.
법 시행에 따른 애로사항에 대해서는 '괴롭힘 행위에 대한 모호한 정의'라는 응답이 45.5%로 가장 많았고, 정부에 바라는 정책과제에 대해서도 '모호한 규정들에 대한 정의(36.5%)’와 '보다 많은 사례를 담은 사례집 발간(32.9%)’ 등의 응답률이 높았다.
박준 대한상의 기업문화팀장은 "지난 2월 정부가 매뉴얼을 발간했지만 여전히 모호한 규정, 처벌규정 등으로 부작용과 집행 부담에 대한 우려가 있다"며 "법은 최소한의 보완책일 뿐이며, 기업들이 조직원 간 갈등을 줄이기 위한 기업문화 개선 활동을 병행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