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지난 2일 선언한 상호관세에 대해 90일 간의 유예를 선언했다. 사실상 관세 협상의 마지막 기회다. 다만, 정면으로 대응하는 중국에 응수, 중국산 제품에 최대 125%의 고율 관세를 적용하며 보호무역 강도를 높였다. 의약품 등 일부 품목은 제외됐지만, 철강·전기·전자 등 한국의 주요 수출 품목 다수가 포함되며 산업계가 비상에 돌입했다. 한국 정부는 90일 유예된 상호관세 협상에 총력을 기울일 방침이다.
◆美, 對(대)中 관세율 125% 인상…中 제외 국가 ‘90일 유예’
미국 정부가 지난 9일(현지 시각)부터 중국산 제품에 대해 최대 125%의 관세를 부과했다. 기존 10%에 25%를 추가한 후, 다시 90%의 가산세를 적용한 형태로, 대중 수입품에 대한 압박 강도가 역대 최고 수준으로 격상됐다.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9일(현지시간) 자신이 소유한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Truth Social)에 '중국에 대한 125% 관세 인상'을 선언하며, 해당 조치가 '즉시 발효된다'고 밝혔다. [이미지=트루스소셜 캡처]
적용 대상은 철강, 화학, 전기전자, 섬유 등으로 광범위하며, 의약품과 일부 의료기기 등은 예외로 분류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의 불공정 무역에 단호히 대응하겠다”며 “미국 산업이 회복력을 가질 수 있도록 관세 장벽을 강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조치는 글로벌 공급망에 적잖은 충격을 주고 있다. 특히 한국은 철강, 반도체 부품 등 대중 간접 수출 구조를 다수 보유하고 있어, 직격탄이 우려된다.
◆한국 정부 “90일 내 해법 모색”…상호관세 유예는 협상 기회
미국은 중국을 제외한 국가들에는 ‘상호관세’ 조치를 90일간 유예하기로 했다. 해당 조치는 미국산 제품에 부과될 수 있는 보복 관세를 상호적으로 제한하는 장치다. 트럼프 대통령은 유예 이유에 대해 “사람들이 겁먹고 있어 일단 협상의 시간을 준다”고 밝혔다.
미국이 발표한 상화관세 90일 유예 및 대중 관세율 인상안 요약. [자료=더밸류뉴스]
정부는 이를 사실상의 ‘통상 유예 기간’으로 해석하며 대응책 마련에 들어갔다.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은 10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제 61회 국정현안관계장관회의를 개최, “90일이라는 유예 시간 동안 실무 및 고위급 협상을 통해 관세 적용 대상에서 제외되도록 총력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한 권한대행은 “미국이 관세를 25%를 매기고자 하는 근거는 모든 제품 간의 경쟁 조건이 같지 않다고 판단, 그 차액을 관세로 부과한다는 취지”라며 “우리나라의 관세 수준 또는 여러 가지 세제·세금 수준 그리고 비관세장벽, 위생 이런 것들이 다 한꺼번에 포함이 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특히 우리 규제가 완화되면 외국 기업 뿐만이 아니라 우리나라 기업에도 도움이 되는 부분이 많다”며 “우리나라가 국제화된 사회에서 교역에 의존해서 우리 고용을 창출하고 성장도 하고 장기적인 발전도 기하고 있다는 것을 고려해 특별히 노력해 달라”고 관련 부처 장관들에게 당부했다.
◆산업계 “피해 현실화 대비해야”…자동차·배터리·철강·전자 업종 긴장
한국 산업계는 관세 확대 여파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특히 대미 수출 비중이 높은 자동차, 배터리, 철강 업종은 이미 영향 분석에 들어갔다. 법무법인 화우는 10일 통상뉴스레터를 통해 “관세율이 높은 국가(중국, 베트남 등) 외에 미국과 통상 마찰이 적은 국가(멕시코 등)로의 생산거점 분산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또, 관세 리스크를 반영한 장기 공급계약 조항 정비, 고객사와의 납품 단가 재조정 협상을 통해 부담을 분산, 미국 행정명령 등 통상 정책의 변화는 상시적으로 모니터링하고, 향후 WTO 제소 또는 한미 FTA 내 분쟁 해결 절차가 개시될 경우를 대비해 법적 대응자료를 마련해두는 것도 필요하다고 산업계에 조언했다.
화우는 현대차그룹(회장 정의선)의 사례를 대표적인 선제 대응 전략으로 언급했다. 현대차그룹은 미국 백악관에서 총 210억 달러 규모의 대미 투자를 발표하고, 미국 판매수량의 70%를 현지에서 생산하겠다는 계획을 밝힌 바 있다. 이와 같은 미국 내 생산 확대는 관세 부담을 줄이는 효과적인 전략이라고 평가했다.
화우는 이번 조치를 단순한 통상 압박이 아닌 글로벌 경제 질서의 구조적 재편 신호로 해석하며, 장기적 시계에서 전략을 재정립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관세 정책은 단기적 가격 조정 수준을 넘어 공급망 재편의 신호탄"이라며, "기업들은 원산지 관리, 현지 생산 확대, 다국간 협상 대응력을 포함한 다층적인 유연성 확보가 필수"라고 밝혔다. 더불어 관세 정책의 변화를 상시 모니터링하고 신속 대응 체계를 구축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정부의 역할을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9일 트루스소셜 계정에 "괜찮아요! 모든 게 잘 될 거예요. 미국은 그 어느 때보다 더 크고 더 발전할 거예요!" 라고 언급했다. [이미지=트루스소셜 캡처]
금융시장에서도 이번 관세 인상이 글로벌 공급망 재편 흐름을 가속화할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관세부과 대상에서 제외된 의약품, 의료기기 등은 오히려 수요가 늘어날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반면, 철강·화학 등 원자재 중심 업종은 비용 압박과 판로 위축을 동시에 겪을 수 있어 우려가 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