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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예린의 Cool북!] ⑩ 마음을 담아 편지를 쓰는 게 어렵게만 느껴진다면

  • 기사등록 2024-12-24 08: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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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Z 세대 출판전문가의 속 시원한 독서 솔루션 ‘황예린의 Cool북!’을 연재합니다. 버라이어티하고 거친 야생의 사회생활로 고민하는 우리에게, 기왕 일하는 거 재밌게 일하고 싶은 현직 출판마케터가 책장에서 찾은 해결책을 처방합니다. 황예린은 '책 읽는 삶이 가장 힙한 삶'이라는 믿음을 널리 알리기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습니다. [편집자주]

안녕을 묻기 딱 좋은 때인가 보다. 서점 복도에 놓인 크리스마스 카드와 연하장 가판대가 자꾸 눈길을 사로잡는다. 알록달록하다 못해 반짝이는 편지지와 카드들을 보다 나도 모르게 손을 뻗었다. 한 해를 보내고, 새로운 해를 맞이하는 교차로에서 지난 시간을 돌이켜보며 감사한 마음과 그리운 마음이 새록새록 자라나고 있던 참이었다. 머릿속에 떠오른 이들에게 안부를 묻기 위해 정성을 들여 쓴 문자를 보낼 수도 있겠지만 기왕이면 편지를 써주면 더 마음이 잘 전해질 거란 생각이 들었다.


신이 나서 예쁜 편지지와 엽서 몇 장을 골라 계산을 마친 뒤에야 떠올렸다. 나는 편지를 쓰는 데는 영 젬병이라는 사실을. 기왕 샀으니 편지를 쓸 수밖에 없는데, 어떻게 해야 이 편지지에 내 마음을 잘 채워 보낼 수 있을까? 편지지의 텅 빈 공간처럼 머릿속이 하얘졌다. 다행히도 이런 고민이 나만의 고민은 아니었나 보다. 서점 복도에 서서 편지는 어떻게 써야 할지 몰라 걱정하며 편지지를 들여다보던 차에, 이 책 <편지 쓰는 법>이 눈에 들어왔다. 



[황예린의 Cool북!] ⑩ 마음을 담아 편지를 쓰는 게 어렵게만 느껴진다면<편지 쓰는 법> 문주희 지음, 유유 [이미지=알라딘]


제목처럼 편지를 써서 보내기까지의 모든 것의 핵심만 담긴 가이드북이다. 편지 쓰기 초보의 눈높이에서는 놀라울 정도로, 이 책은 사소한 편지의 면면을 꼼꼼히 뜯어본다. 편지지를 고르는 법부터, 편지를 여는 인사말과 상대방을 부르는 호칭 정하는 법, 편지를 마무리하며 적는 날짜는 물론, 편지봉투와 우표 가격까지 다룬다. 저자의 안내를 따라 생각지도 못 한 편지의 곳곳을 살피다 보면 그동안 받았던 편지를 떠올라 마음속으로 따스함이 잔뜩 번진다. 편지 쓰는 마음이 이토록 살뜰했다니, 이번에는 나도 꼭 한번 편지를 써보겠다고 마음을 다잡게 된다.


편지를 건네는 일이 흔치 않은 요즘 같은 시대에 오히려 ‘그냥 쓴’ 편지는 더욱 특별합니다. 멋쩍은 기분이 들어도 한 줄 써보는 겁니다. ‘그냥 편지 쓰고 싶었어’ 하고요. 때로는 아주 평범한 진심이 감동을 전하기도 합니다. _ <편지 쓰는 법> 중에서


많은 사람들이 가장 궁금해할 ‘편지(내용)를 잘 쓰는 법’도 물론 다뤘다. 저자가 전하는 팁은 단순명료하다. 바로 욕심을 내려놓는 것. 많은 사람들이 편지지를 앞에 두고 앉으면 무언가 특별한 이야기를 담아야 할 것 같다는 부담에 잔뜩 굳어버렸다가 편지 쓰기를 포기하곤 한다. 그렇기에 오히려 힘을 빼고 ‘그냥 쓰’라고 얘기한다. 특별하지 않은 이야기를 적기에 오히려 특별해지는 편지의 비밀을 알고 나면 더 이상 편지 쓰기가 두렵지 않아진다.


편지는 곧 ‘나’일 수밖에 없는 것 같습니다. 그런 이야기를 써서 전하는 ‘나’도, 그런 이야기를 읽는 ‘나’도, 편지 안에서는 오롯이 ‘나’입니다._ <편지 쓰는 법> 중에서


‘편지 쓰는 법까지 알아야 해? 그냥 후루룩 생각과 마음을 담아 쓰면 되지.’ 하고 생각했다면 축하의 말과 함께 질투의 눈길을 건네고 싶다. 나를 비롯한 많은 이들이 어색해하는 편지 쓰기가 별것 아니라고 느껴질 정도라면, 편지 쓰는 일이 몸에 밴 다정한 사람일 테니 말이다. 다만, 그렇다 해도 이 책 한 번쯤 읽어보길 권하고 싶다. 평소와는 좀 다르게 편지를 쓰고 읽는 내 모습을 떠올리며 내가 인식하지 못했던 ‘나’를 만날 수 있으니 말이다. 당신은 어떻게 인사를 건네는 사람일까? 글자의 힘을 빌려 대범하게 속내를 쓱쓱 써 내려가는 사람일까, 마음을 담은 한마디를 읽는 것조차 쑥스러워하는 사람일까?


편지지를 앞에 두고 생각, 또 생각하다 보면 편지 쓰는 일을 마주하는 마음이 단순히 두려워하지 않는 것을 넘어 기대로 탈바꿈한다. 지금 이 편지를 쓰는 순간, 나는 어떤 감정과 생각을 잡아채 글자로 눌러 담을지 설레는 마음으로 펜을 잡게 될 것이다. 자, 이제 저편에 밀어두었던 편지지를 꺼내 올 한 해 전하지 못했던 내 마음을 한번 적어보자. 잘 쓰고야 말겠다는 욕심은 잠시 내려놓고 내 마음이 닿는 대로 한 글자 한 글자 써 내려간다면 분명 진심이 담긴 특별한 편지가 완성될 테다.


[황예린의 Cool북!] ⑩ 마음을 담아 편지를 쓰는 게 어렵게만 느껴진다면황예린 문화평론가·출판마케터·비평연대 


wendy1995@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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