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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집단 탐구] ㊶SM그룹, M&A로 쑥쑥 '재계 20위권' 눈앞...일시적 위기 때 싸게 인수

- SM상선, 대한해운, 대한상선 인수하며 재계 순위↑

- '일시적 위기 빠진 우량 기업 싸게 매입' 원칙 지켜

  • 기사등록 2024-01-20 22:4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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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거래위원회의 '2023 공시대상기업집단'에 이름을 올린 국내 대기업집단의 지배구조와 경영 현황, 비즈니스 전략 등을 분석하는 '대기업집단 탐구'시리즈를 연재합니다. '재계순위'로도 불리는 공정위의 올해 공시대상기업집단을 심층 분석해 한국 경제와 재계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하겠습니다. [편집자주]
[더밸류뉴스=황기수 기자]

M&A(인수합병)는 기업이 사이즈를 빠르게 키우는 전략이지만 성공 확률은 30%가 채 되지 않는다(2011 하버드비즈니스리뷰). 한국 재계 역사를 돌이켜보면 M&A에 나섰다가 '승자의 저주'에 빠져 허무하게 무너지거나 공중분해된 대기업의 무덤이 널려 있다. 가깝게는 금호아시아나그룹이 그랬고 멀리는 웅진그룹, LIG그룹, 진로그룹이 그러하다. 


그런데 M&A를 기반으로 성장을 거듭해 재계 20위권 진입을 눈 앞에 둔 대기업집단이 있다. 본업과 이질적인 사업을 영위하는 기업을 잇따라 인수하면서도 'M&A 저주'는 남의 나라 이야기다.  


주인공은 SM그룹(회장 우오현). 


1980년대 지방 건설사(삼라건설)로 시작해 30여년만에 해운, 건설, 화학, 레저, 철강, 금융 등을 거느린 대기업집단으로 성장했다. 한번도 어렵다는 M&A를 잇따라 성공시킨 비결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6년만에 49→30위... 재계 20위권 눈앞


SM그룹은 2023년 공정거래위원회(위원장 한기정, 이하 공정위)가 발표한 공시대상기업집단(대기업집단) 30위를 기록했다. 전년비 4단계 올랐다.


SM그룹의 지배구조와 현황. [자료=공정거래위원회] 

그룹 전체 매출액 7조7540억원, 순이익 1조9581억원으로 전년비 매출액은 6.81% 증가했고 순이익은 20.07% 감소했다(이하 K-IFRS 연결). 계열사는 대한해운, 티케이케미칼(이상 상장사), SM상선, SM스틸, 대한상선 등 61개로 전년비 2개 감소했다.


SM그룹의 대기업집단 순위는 빠르게 상승하고 있다. 2017년 공정위 대기업집단에 처음 이름을 올릴 당시 49위였고 이후 37~38위를 오르내리다 34위(2022년)에 이어 이번에 4단계 점프해 30위에 올랐다. 6년만에 19단계 점프한 것이다. 대기업집단 순위의 기준이 되는 공정자산(금융사 자본총계 + 비금융사 자산총계) 16조 4620억원으로 29위 HDC현대산업개발과의 차이가 2650억원에 불과하다. 2021년 공정자산 10조원을 넘기면서 대기업집단(공정자산 5조~10조원 미만)보다 한 단계 높은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10조원 이상)에 지정됐다. 


2023 공시대상기업집단. [자료=공정거래위원회] 

◆일시적 위기 빠진 우량기업 싸게 인수... SM상선, 대한해운 등


SM그룹이 이처럼 재계 순위를 점프해온 비결은 M&A에 있다. 


SM그룹의 출발은 우오현 회장이 1988년 광주에서 창업한 삼라건설이며 2000년대 들어 M&A를 본격 시작했다. 2004년 진덕산업을 시작으로 C&우방(2010년), 신창건설(2011년), 대한해운, 학산건설, 산본건설(이상 2013년), 성우종합건설, 태길종합건설, 동아건설산업(이상 2016년), 경남기업(2017년), 삼환기업(2018년), STX건설(2021년)을 인수했다. 2~3년이 멀다하고 쉴새없이 M&A를 해온 셈이다. 


본업(건설)과 무관한 기업도 가리지 않다 보니 현재 SM그룹은 해운, 건설, 화학, 레저, 철강, 금융 등으로 사업 영역이 다방면에 걸쳐 있다. 언뜻 문어발인 것 같지만 인수 대상 기업들을 살펴보면 공통점이 있다는 사실을 발견할 수 있다. 그것은 '펀더멘털은 튼튼하지만 일시적 위기에 빠졌던 기업'이라는 점이다. SM그룹은 이런 기업이 시장에 저렴하게 매물로 나올 경우에 한해 인수한다는 원칙을 갖고 있다. 우오현 회장은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기업을 인수할 때 다른 건 생각 안하고 딱 두 가지만 본다. 싼값에 우량한 기업을 인수해서 회생시킬 수 있느냐와 인수 뒤 직원들을 해고하지 않아도 운영할 수 있는 경쟁력을 갖고 있느냐이다"라고 밝히고 있다. 


SM그룹 매출액, 영업이익률 추이. 단위 억원, %. [자료=금융감독원 전자공시]

우오현 회장의 이같은 원칙이 빛을 발한 대표적 케이스는 SM상선, 대한해운, 대한상선으로 대표되는 해운 계열사이다. 


SM상선은 SM그룹에 '돈 다발'을 안겨주었다. 2022년 매출액 2조2615억원, 영업이익 1조833억원, 순이익 1조 558억원의 '초대박'을 냈다(영업이익률 47.90%). 


SM그룹이 SM상선(옛 한진해운 미주·아시아노선 부문)을 인수하며 지불한 금액은 370억원에 불과했다. 해운업 불황으로 파산상태에 있던 사업 부문을 파산 법원(서울지방법원 파산6부)으로부터 인수하다보니 저렴하게 인수한 것이다. SM그룹은 이를 바탕으로 2016년 12월 SM상선을 설립했다. 불과 4년이 지난 2020년이 되자 해운업(컨테이너)은 호황으로 돌아섰다. 우오현 회장의 '일시적 위기에 빠진 우량 기업을 싸게 매입한다'는 원칙이 성공한 것이다.  


해운업은 현재 SM그룹의 매출액 비중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2022년 기준 SM그룹 주요 계열사 매출액을 살펴보면 SM상선(2조2457억원)이 가장 많고 이어 대한해운(1조6120억원), 티케이케미칼(7533억원), SM스틸(5540억원), 대한상선(5470억원), 삼라마이다스(5070억원) 순이다. 


SM그룹의 주요 계열사 매출액. 2022년 K-IFRS 연결 기준. 단위 억원. [자료=금융감독원 전자공시] 

대한해운도 2013년 인수 당시 1000억원대 적자를 냈지만 지난 2022년 매출액 1조6120억원, 영업이익 2677억원, 당기순이익 1723억원의 흑자를 냈다. 대한상선(옛 삼선로직스)도 2016년 인수 당시 적자였지만 2022년 매출액 5470억원, 영업이익 528억원, 당기순이익 367억원을 기록했다. SM그룹의 사실상 지주사에 해당하는 삼라마이다스도 동국그룹의 합성사업부문을 300억원에 인수했는데, 지난 2022년 매출액 5070억원, 순이익 3959억원을 냈다. 2022년 한해에만 투자금 대비 약 10배 이익을 거둔 셈이다. 


◆HMM, 쌍용차, STX조선은 무산 혹은 시행착오


SM그룹의 M&A가 모두 성공한 것은 아니다. STX조선, 대우조선해양건설, 쌍용자동차(현 KG모빌리티), 한진중공업 인수에 나섰지만 이런저런 이유로 무산됐다. SM그룹측은 "쌍용차의 경우 우수한 연구개발인력을 보고 인수를 검토했으나 핵심 인력들이 빠져나가는 것을 보고 인수를 철회했다"고 밝혔다. 


SM상선은 IPO를 진행하다가 해운업이 피크아웃(하강 시그널)으로 접어들면서 보류됐다. SM상선은 지난 2021년 9월 상장 예비 심사를 통과했었다. 


HMM 인수전도 하림이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되며 현재로서는 무산된 셈이다. 

 

2022년부터 지난해 7월 KDB산업은행이 HMM 경영권 매각을 발표하기 직전까지 SM그룹은 HMM 지분을 지속적으로 사들여왔다. 우오현 회장 오너 일가를 포함해 계열사 12곳이 약 1조원을 투입해 SM그룹은 현재 HMM 지분 6.6%를 보유하게 됐다. 산업은행, 한국해양진흥공사에 이은 3대주주로 올라섰다. 


우오현 회장은 HMM 지분 매각공고 전부터 인수 의사를 밝혔는데, 산업은행이 1조원 규모의 영구채 전환을 발표하자 SM그룹은 인수 의사를 철회하며 예비 입찰에 참여하지 않았다. 이를 놓고 '(자금 부족으로) 못샀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지만 '(M&A 원칙에 벗어나) 안샀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하림의 HMM 인수가는 6조4000억원으로 우오현 회장이 밝힌 적정가 4조5000억원를 훌쩍 넘기 때문이다(우오현 회장은 청소년 시절 전라도에서 김홍국 하림 회장과 함께 양계 사업을 한 인연이 있다).


SM그룹의 재계 순위는 어느 지점까지 도달할 수 있을까.


한국의 대기업집단을 상속형(inherited)과 자수성가형(self-made)로 분류할 경우 자수성가형으로 가장 높은 순위는 카카오(15위. 김범수)이고 이어 중흥건설(20위. 정창선), 부영(22위. 이중근), 네이버(23위. 이해진), 미래에셋(박현주), 하림(김홍국)이 뒤를 잇고 있다. 그 다음이 SM그룹(30위)이다. 이 가운데 M&A에 가장 적극적인 곳이 SM그룹이다. 재계의 한 인사는 "자본주의 경제가 발전할 수록 시장에 매물로 나오는 기업이 많아지고 있다"며 "M&A 전략으로 성장해온 SM그룹에 유리한 환경이 조성되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외아들 우기원 후계 유력


우오현 회장은 소탈하고 임직원 의견을 경청하는 스타일로 알려졌다. 임원급 채용시에는 직접 인터뷰를 수시간 진행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집안 사정으로 고등학생 시절 양계장을 운영했다. 1971년 병아리 10마리로 시작해 그로부터 7년 후 닭 2만마리의 양계장으로 키웠다. 이 시기에 모은 종자돈으로 1988년 SM그룹의 모태인 삼라건설을 설립했다. 


지난해 9월 우오현 회장 사실혼 배우자인 김혜란 전 이사가 갑작스럽게 타계했다. 김 전 이사는 삼라 지분 12.31% 등 계열사 지분을 보유하고 있었던 2대 주주였다. 이에 따라 향후 누가 김 전 이사의 지분을 상속받게 되는 지에 따라 후계 구도가 정해질 것으로 보인다.


SM그룹 오너 가계도와 지분 현황. 

우오현 회장은 슬하에 1남 4녀를 두고 있다. 장녀 우연아 삼라농원 대표, 차녀 우지영 태초이앤씨 대표, 3녀 우명아 신화디앤디 대표, 4녀 우건희 코니스 대표, 장남 우기원 SM그룹 부사장이다. 우기원 부사장과 우건희 대표가 김혜란 전 이사의 친자이다. 우기원 부사장이 김 전 이사 지분을 상속받을 가능성이 높다. 상속세법에 따라 김 전 이사 사망달로부터 6개월 이내 상속 신고를 마쳐야 한다. 오는 3월 내로 상속이 결정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우기원 부사장은 1992년생으로 2017년 25세에 SM그룹 건설 계열사 라도 대표이사에 취임하며 경영에 본격 참여했다. 


ghkdrltn12@thevalue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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