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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O탐구] 엔씨소프트 김택진, 25년 그룹사 키운 ‘리니지의 아버지’…최고 매출에도 고심하는 이유

- '박병무 새 CEO' 선임...해외·신작 및 사업 다각화로 '레드오션' 돌파 관심↑

  • 기사등록 2024-03-12 14:08: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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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밸류뉴스=박지수 기자]

한국 온라인 게임 산업을 견인해 온 NC소프트.


'리니지' 하나로 시가총액 5조3000억원, 코스피73위, 연간2조원대의 매출을 기록하는 기업으로 성장했다. 그러나 지난 몇 년간 경쟁 시장에서 밀리며 향후 실적 부진, 주가 하락, 게임 이용자들의 이탈 등의 악재에 부딪혔다. 


이에 김택진 대표는 타개책으로 지난해 12월 창사 이래 첫 공동대표 체제 전환이라는 묘수를 냈다. 대일고와 서울대 동문으로 2007년부터 엔씨소프트와 인연을 이어온 박병무 VIG파트너스 대표이며, 오는 28일 주주총회를 거쳐 공동대표 선임안을 의결한다. 


'리니지의 아버지'로 불리는 김택진 대표가 리니지를 뛰어넘는 신작 개발, 공동대표 체제와 해외 시장 타깃 등 쇄신 전략을 빼든 만큼 과거의 명성을 이어갈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일러스트=홍순화 기자]

◇김택진 대표는…


△서울 출생(1976) △대일고 졸업(1985) △서울대 전자공학과 학사(1989) △아래아한글 공동개발(1989) △한메소프트 창립(1989) △현대전자 보스턴 R&D센터(1992) △현대전자 아미넷 개발팀장(1996) △엔씨소프트 대표이사(1997) △NC다이노스 구단주(2011) △엔씨소프트 CCO(2017) △서울상공회의소 부회장(2021)


◆22년 매출액 2.5조 최고실적…향후 실적은 빨간불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엔씨소프트는 지난 22년 역대 최고 매출을 달성했다. 연결기준 매출액은 2조5717억원, 영업이익 5590억원이며 전년동기비 각각 11.4%, 49% 증가한 수치다. 특히 매출액 2조4162억원을 기록했던 2020년의 실적을 뛰어넘는 실적을 경신했다.


엔씨소프트의 연간 매출액, 영업이익률 추이. [이미지=더밸류뉴스]실적 경신의 주된 이유는 김택진의 리니 마지막 작품이라고 불리는 ‘리지니 시리즈’들의 성과다. 리니지는 대한민국 1세대 MMORPG(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로, 출시 이후 25년간 게임 시장에서 인기를 누렸다. 이후 스마트폰 보급이 확대되자 모바일 게임에 눈을 돌려 ‘리니지M’, ‘리니지2M’, ‘리니지W’를 연이어 선보였다. 특히 지난 2021년 11월 4일 출시한 ‘리니지W’는 출시 첫날 매출액만 160억원에 달할 정도로 역대 최대 규모를 기록했다. 그리고 이틀 뒤 양대 스토어(구글 플레이스토어, 애플 앱스토어)에서 매출 1위 자리에 올랐다.


‘리니지M’과 ‘리니지2M’도 실적 상승에 힘을 보탰다. 각각 2017년 6월과 2019년 11월에 출시됐고 구글플레이 매출 순위 1위와 2위를 장기집권했다. 당시 사업 확장 및 개발자 연봉 인상으로 인한 인건비 상승이 업계 전반에 영향을 미쳤지만, 큰 변동 없이 비용통제에 성공한 점도 리니지 시리즈의 수익성에 기여했다.


그러나 향후 전망에는 빨간불이 들어왔다. 지난해 12월 7일 큰 기대감을 안고 출시한 ‘TL(쓰론 앤 리버티)’이 국내에서 아쉬운 성과를 보였기 때문이다. TL은 엔씨소프트의 MMORPG로, ‘리니지 이터널’ 개발 중단 이후 ‘더 리니지’ 이름으로 출시된다고 알려졌으나 리니지와 연계성을 끊기 위해 ‘TL’로 변경했다. 이후 21개 서버로 국내에 정식 출시됐지만, 주말 동접자 수가 10만명 이하로 떨어졌다. 이는 패스 중심의 수익모델(BM)로 이용자당 매출(ARPU)이 낮은 만큼 매출 기대치 하락이 불가피하다. 남은 희망은 아마존을 통한 글로벌 시장의 성과에 기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지난달 발표된 실적에서도 TL의 기대 이하 성과가 반영됐다. 지난해 매출액 1조7798억원, 영업이익은 1373억원, 당기순이익 2139억원으로, 전년 대비 각각 31%, 75%, 51% 감소했다. 


오동환 삼성증권 연구원은 “국내 피드백을 바탕으로 최적화 같은 기술적 문제점을 해결하고 수동 개선 등 불편한 UI를 개선해야 한다”며 “이를 통한 콘텐츠 조정을 거쳐 출시되면 국내보다 해외에서 더 나은 성과를 낼 수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룹사 쇄신 전략…공동대표 선임으로 해외 비중·M&A↑


김택진 대표는 리니지의 의존도를 줄이는 데 주력하고 있다. 엔씨소프트는 지난해까지 게임 매출액 80% 이상을 리니지 시리즈에 의존했다. 특히 한국 의존도가 60%를 차지해 사업의 다변화가 필요한 상황이다.


물론 오랜 기간 사랑받는 ‘대작’을 만드는 것이 모든 게임사의 지향점이지만, 엔씨소프트의 경우 1998년 등장한 게임의 대체제를 찾지 못했기 때문에 신작 개발과 해외로 눈을 돌릴 필요가 있다.


리니지W의 플레이 모습. [이미지=엔씨소프트]성과는 이미 나타나고 있다. 지난해 최고 실적을 견인한 ‘리니지W’와 ‘길드워2’가 있다. ‘리니지W’는 2021년 아시아 12개국 동시 출시 후 2년이 지났음에도 대만 구글 플레이 매출 기준 1위, 애플 앱스토어 10위 등 성과를 이어오고 있다. 또 북미·유럽 시장에서도 지난해 매출액 1650억원을 기록해 전년대비 44% 성장했고, 북미와 유럽 유저 대상으로 하는 ‘길드워2’의 호조에 기인해 실적이 개선됐다. ‘길드워2’ 역시 같은 MMORPG로, 엔씨소프트의 북미자회사인 아레나넷 스튜디오가 제작했다. 현지 자회사의 이 같은 신작 성공에 힘입어 리니지(1070억원)에 이어 PC게임 중 두번째(950억원)로 사이즈가 큰 상품으로 자리매김했다.


이러한 변화의 바람에 경영진 쇄신도 단행했다. 박병무 VIG 파트너스 대표를 영입하면서 창사 이래 처음 공동 대표 전환을 이행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박병무 대표의 업력이 대부분 금융업계에 치우쳐 있는 데 대한 우려가 나오고 있다. 


이번 결정 배경에는 역할 분담을 통한 사업 확대 계획이 자리 잡고 있다. 김택진 대표는 본업에 집중하고, 박병무 대표는 넷마블, 제일은행 등을 인수한 경험을 살려 M&A에 박차를 가할 것으로 보인다. 엔씨소프트는 향후 핵심 경쟁력을 강화하고, 새로운 성장 동력을 찾는 '컴퍼니 빌딩' 전략으로 사업 확대에 나설 방침이다. 


업계 관계자는 “엔씨소프트가 공동대표 체제로 전환한 것은 창사 이래 최초인 만큼 향후 사업 방향성에 변화를 불어넣겠다는 의미”라며 “리니지의 영향력이 약해지는 시점에 본격적인 사업다각화와 변화를 꾀하려고 한다”고 밝혔다.


◆김택진 대표, 검소하고 소탈함 이면의 열정...적극적으로 한계 돌파할 것

김택진 대표이사는 평소 생활이 검소하고 소탈한 것으로 알려졌다. 2000년대 초반 김택진 대표가 벤처 갑부로 떠올랐을 때도 상장 당시 보유하던 지분을 한주도 팔지 않고 오래된 승용차와 거주하던 아파트를 유지했다.


김택진 NC소프트 대표이사가 지난달 16일 부산 벡스코에서 개막한 국제게임전시회 지스타 2023에서 단상에 올라 발언하고 있다. [사진=엔씨소프트]다만 그룹 홍보에는 적극적이고 열정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2019년 11월 ‘리지니2M’ 출시 당시 광고에 목소리로 출연했다. 광고는 이른 아침 엔씨소프트의 판교 사옥에서 한 아이가 “택진이형 밤새웠어요?”라고 묻자 김택진 대표가 “일찍 일어나 일하고 있어요”라고 답하는 상황을 연출했다. 또 ‘리니지M’ 광고, 프로야구단 다이노스 광고에도 출연하는 등 대중들에게 친숙한 이미지를 쌓으며 ‘택진이형’이라는 애칭으로 불리고 있다.


리니지는 1998년 출시 당시 놀라운 수준의 그래픽과 사운드, 스스로 이야기를 써 내려가는 판타지형 게임이라는 점에서 유저들의 관심을 끌었고, 한국 온라인 RPG의 근간을 이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김택진 대표는 쏟아지는 국내 경쟁사의 신작과 중국산 양산형 게임 등에 대처하기 위해 새로운 스토리의 ‘리니지 패밀리’를 선보였지만 25년 동안 이어진 리니지 시리즈는 오래된 원작의 한계와 점차 커지는 시장 경쟁에 부딪혔다. 올해는 이러한 시장 경쟁과 경영의 한계를 돌파할 원년이 될 거로 보인다. 


parkjisu09@thevalue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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