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메일전송

[대기업집단 탐구] ㊱DL그룹, 플랜트 집중하고 지배구조 개편해 아파트↓ 대응

- 아파트 시장 저성장 대응해 플랜트, 도시정비 강화

  • 기사등록 2023-12-19 15:12:45
기사수정
공정거래위원회의 '2023 공시대상기업집단'에 이름을 올린 국내 대기업집단의 지배구조와 경영 현황, 비즈니스 전략 등을 분석하는 '대기업집단 탐구'시리즈를 연재합니다. '재계순위'로도 불리는 공정위의 올해 공시대상기업집단을 심층 분석해 한국 경제와 재계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하겠습니다.[편집자주]
[더밸류뉴스=박지수 기자]

일제 식민 지배가 한참이던 1939년 7월, 지금은 인천시에 편입된 부평에 철도역(부평역)이 들어섰다. 철도노선 이름은 경춘철도(京春鐵道). 지금의 경춘선(京春線)이다. 


당시로서는 첨단 교통시설에 해당하는 철도가 깔리자 부평에는 상권이 형성되고 각종 공사가 활발하게 진행됐다. 정미소에서 일하던 어느 젊은이가 이를 눈여겨봤다. 1939년 10월, 그는 지인들과 공동 출자해 건자재를 판매하는 부림상회를 창업했다. 공사가 활발하게 벌어지면 공사에 필요한 건자재 사업이 잘 될 것이라고 본 것이다. 그의 예상대로 건자재 사업은 날개를 달았다. 이 청년이 고(故) 수암(修巖) 이재준(1917~1995) DL그룹 창업 회장이다.  


부림상회는 1947년 대림산업으로 회사 이름을 바꾸고 건설업에 새로 뛰어 들었다. 건자재 사업을 하며 건설업을 지켜봤더니 건설업이 더 사업 기회가 크다는 사실을 발견한 것이다. 이는 마찬가지로 성공을 가져다주었다. 


이처럼 DL그룹(회장 이해욱)은 비즈니스 환경 변화를 발빠르게 포착해 성장해왔다는 특징을 갖고 있다. '1호', '최초' 기록을 풍부하게 보유하게 된 배경이다. 1973년 베트남 항만공사를 수주해 '국내 1호 해외 플랜트 공사' 기록을 세웠고, 2000년 1월에는 국내 최초 아파트 브랜드  ‘e편한세상’을 선보이며 아파트 브랜드 시대를 연 것이 여기에 해당한다.  


이같은 역사를 가진 DL그룹이 최근 다시 한번 비즈니스 전략을 변경하고 지배구조 개편에 나서고 있어 향후 성과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아파트 시장과 동반 성장해 건설그룹 가운데 1위


DL그룹은 올해 초 공정거래위원회(위원장 한기정, 이하 공정위)가 발표한 공시대상기업집단 18위를 기록했다. 전년과 동일했다.


DL그룹 지배구조와 현황. 2023년 6월 기준. 단위 %. [자료=공정거래위원회] 

그룹 전체 매출액 13조6690억원, 순이익 8260억원으로 전년비 매출액은 11.34% 증가했지만 순이익은 58.02% 감소했다(이하 K-IFRS 연결). 계열사는 DL, DL이앤씨, DL건설(이상 상장사), DL케미칼, DL에너지(이상 비상장) 등 41개로 전년비 1개 감소했다. 


현재 DL그룹은 공정위 대기업집단 리스트에서 가장 높은 순위에 올라있는 건설그룹이다. 건설교통부의 올해 시공능력평가순위에서는 삼성물산, 현대건설, 대우건설, 현대엔지니어링, GS건설에 이어 6위를 기록하고 있다. 대우건설을 제외한 건설사들이 캡티브 마켓(captive market·내부 시장)의 이점을 갖고 있는 그룹 계열사라는 점을 감안하면 DL그룹의 경쟁력을 짐작할 수 있다.


2023 공시대상기업집단 순위. [자료=공정거래위원회]

DL그룹이 이같은 성장을 이룬 비결은 앞서 언급한대로 비즈니스 환경 변화를 발빠르게 포착한 것에 있다. DL그룹은 2000년 국내 최초 아파트 브랜드 e편한세상을 내놓았다. e-편한세상은 경제 성장으로 새롭게 형성된 국민들의 주거 공간 업그레이드 니즈를 충족시켰고 이 결과 DL그룹은 1980년대에 재계 10위권으로 점프했다. 1987년 어느 기관이 발표한 재계 순위를 보면 DL그룹은 현대(1위), 대우(2위), 삼성(3위), LG(4위), 쌍용(5위), 한진(6위), SK(7위), 한화(8위)에 이어 9위에 오르기도 했다. 


그렇지만 이후 DL그룹 위상은 국내 아파트 시장의 저성장과 흐름을 같이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아파트 사업을 주력으로 유지해온 DL그룹에 변화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는 배경이다. DL그룹은 이를 타개하기 위해 해외 공사에 나서 2016년 이란 이스파한 정유공장 개선공사를 2조3036억원에 수주하기도 했지만 미국의 대이란금융제제로 무효화됐다. 


지난해 기준 DL그룹 계열사 가운데 매출액 1위는 DL이앤씨(7조4968억원)로 그룹 전체 매출액의 60% 가량을 차지하고 있다. DL이앤씨 매출액 비중을 살펴보면 주택(아파트 포함) 43.3%, 토목 10.9%, 플랜트 16.6%, 자회사(DL건설) 26.3%, 기타 2.9%로 이뤄져 있다. DL그룹의 핵심 비즈니스가 여전히 주택(아파트)임을 보여준다. 



부동산 업계에서는 적어도 현 정부에서는 국내 아파트 업황이 개선되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대형 건설사의 한 임원은 "LH(한국토지주택공사)가 건설사들에게 돈은 박하게 주면서 안전하게 지으라고 강조하고 있다. 여기에다 건설 원가가 급등하고 있다. 아파트를 지으면 오히려 손해다. 지방 건설사들은 이미 무너지고 있다. 현 정부에서는 아파트를 짓지 않는 게  남는 장사"라고 언급했다. 


◆플랜트 시장 공략하고 M&A 적극 나서 


DL그룹은 이같은 상황에 대응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플랜트 사업 강화이다. 


DL그룹의 올해 1~3분기 플랜트부문 신규수주는 2조4000억원으로 전년동기대비 154.2% 급증했다. 누적 수주잔고는 5조1000억원으로 분할설립으로 출범했던 2021년에 비교하면 5배 이상 증가했다. 수익성도 좋아지고 있다. 중동지역 초대형 프로젝트 중심에서 벗어나 시장 다변화에 성공했기 때문이다. 러시아 발틱 폴리머 프로젝트와 올해 초 수주한 에쓰오일 샤힌 프로젝트 등이 대표적으로 매출총이익률이 19% 수준이던 상반기에 비해 3분기 27.2%로 개선됐다. 증권가에서는 DL그룹의 내년 플랜트 부문 매출액은 1조9000억원으로 올해 대비 45.6% 증가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M&A(인수합병)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DL그룹의 석유화학 계열사 2021년 10월 미국의 석유화학 회사 크레이튼 지분 100%를 16억 달러(약 1조 8800억 원)에 인수하겠다고 밝혔다. 크레이튼의 주력 제품은 스타이렌블록코폴리머(SBC)로 미국과 유럽 시장점유율 1위를 기록하고 있다. DL그룹이 크레이튼 인수에 지출한 금액은 총 3조원 가량이다. 크레이튼은 올해 1분기 매출액 6629억원, 영업이익 90억 원을 거뒀다.   


지배구조 개편도 진행되고 있다.  DL그룹은 2021년 1월 대림산업을 지주회사인 DL로 변경하고, 대림산업의 건설 부문과 석유화학 부문을 각각 DL이앤씨와 DL케미칼로 분할했다. 이에 따라 DL그룹은 건설 부문의 DL이앤씨, 석유화학 부문의 DL케미칼, 에너지 부문의 DL에너지가 중간 지주사 역할을 하게 됐다. 건설 부문에서는 플랜트에 집중하고 석유화학과 에너지를 키워 아파트 시장의 저성장을 극복하겠다는 전략으로 읽혀지고 있다. 


최근 10년 ㈜DL 매출액, 영업이익률. [자료=㈜DL 사업보고서] 

◆'이해욱→대림(52.3%)→DL(42.28%)' 지배구조


DL그룹의 이같은 변화가 향후 어떤 성과를 낼 것일지는 두고 봐야 한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DL그룹의 주주가치 업그레이드 방안에는 긍정 의견이 나오고 있다. 지난 10월 DL이앤씨가 DL건설을 100% 자회사로 편입하고 자사주를 소각한다는 계획을 공시하자 주식투자 사이트에서는 "더블카운팅(이중 상장) 문제를 해소했다", "주당 가치가 증가해 주주에게 이익"이라는 글이 올라왔다. DL이앤씨는 DL건설 지분 65.9%를 보유하고 있다. 


DL그룹을 이끌고 있는 이해욱 회장은 고 이재준 창업 회장 장손으로 DL그룹 지주사 대림의 과반수 지분(52.3%)을 확보하고 있다. 지배구조 개편 과정에서 지분을 늘려 한때 나돌았던 경영권 리스크를 해소했다 강성부 펀드와 관련돼 있는 에코그란데(19.0%),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7.6%)도 지분을 갖고 있다. 


DL그룹 오너 가계도와 지분 현황. 

현재 DL 지배구조는 이해욱 회장→대림(52.3%)→DL(42.28%)→DL이앤씨(22.19%)로 이어지고 있다. 


이해욱 회장은 1995년 28세에 대림산업(현 DL이앤씨) 플랜트사업본부의 전신인 대림엔지니어링 경영기획부에 입사해 DL그룹과 인연을 맺었고 2019년 1월 회장에 취임했다. DL그룹의 아파트 브랜드 e편한세상이 이해욱 회장 주도로 만들어졌다. 


parkjisu09@thevaluenews.co.kr

[저작권 ⓒ 더밸류뉴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기사
TAG
0
기사수정
  • 기사등록 2023-12-19 15:12:45
기자프로필
프로필이미지
나도 한마디
※ 로그인 후 의견을 등록하시면, 자신의 의견을 관리하실 수 있습니다. 0/1000
삼성SDS
버핏연구소 텔레그램
기획·시리즈더보기
재무분석더보기
제약·바이오더보기
모바일 버전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