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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집단 탐구] ㉔귀뚜라미, '매출 1조' 성장에 가려진 '지분 100%' 가족 경영

- 업력 61년만에 연매출액 조(兆) 단위 그룹 성장

- 최진민 회장, 전두환 전 대통령과 대구공고 동문... 백담사 유배 때 난방기 설치해줘

  • 기사등록 2023-11-05 18:0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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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거래위원회의 '2023 공시대상기업집단'에 이름을 올린 국내 대기업집단의 지배구조와 경영 현황, 비즈니스 전략 등을 분석하는 '대기업집단 탐구'시리즈를 연재합니다. '재계순위'로도 불리는 공정위의 올해 공시대상기업집단을 심층 분석해 한국 경제와 재계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하겠습니다. 공정위 공시대상기업집단 리스트에 오르지 않았지만 향후 여기에 포함될 가능성이 높은 대기업집단도 분석합니다. [편집자주]
[더밸류뉴스=이혜지 기자]

귀뚜라미그룹(회장 최진민)은 한국 재계에 몇 안되는 '창업주 당대(當代)에 조(兆) 단위 매출액으로 성장한 기업집단'에 속한다. 


최진민(82) 창업 회장이 1962년 21세에 서울 마포구의 귀퉁이에 난방 보일러를 제조하는 '신생보일러공업'(현 귀뚜라미 보일러)을 창업했을 때 이 기업이 귀뚜라미, 나노켐, 귀뚜라미홈시스, 귀뚜라미랜드, 티비씨(TBC) 등 13개 계열사를 거느린 종합 에너지그룹으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한 사람은 사실상 없었다. 본업(보일러)이 갖고 있는 내수 시장의 한계를 극복하고 외식, 레저를 비롯한 사업 다변화와 글로벌 시장 진출 등의 혁신 경영이 성과를 낸 덕분이다. 


그렇지만 이같은 성과 뒤안길의 경영 방식, 성장 과정, 경영권 승계 등을 들여다보면 한국 재계의 전형적인 '올드 버전'(old version)의 특징을 갖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귀뚜라미그룹 지배구조. 2023년 6월 기준. 단위 %.   

◆'매출액 1조' 클럽 진입, 냉방·난방 등 4대 부문 동반↑ 


귀뚜라미그룹 지주사 귀뚜라미홀딩스는 지난해 사상 처음으로 매출액 1조원을 돌파했다. 매출액 1조2023억원, 영업이익 353억원, 당기순이익 391억원으로 전년비 매출액과 영업이익은 각각 23.53%, 42.33% 증가했고 순이익은 15.91% 감소했다. 


귀뚜라미홀딩스의 매출액, 영업이익률 추이. 단위 억원, %. [자료=금융감독원 전자공시] 

이같은 양호한 실적은 주요 계열사들의 실적이 골고루 개선된 덕분이다. 귀뚜라미그룹의 사업 부문은 △난방(귀뚜라미, 나노켐) △냉방(센추리, 귀뚜라미 범양냉방) △에너지(귀뚜라미 에너지, 귀뚜라미 홈시스) △레저·외식·미디어 등 신사업(귀뚜라미랜드, 인서울27골프클럽, 닥터로빈)의 4가지로 나뉘는 데 이들 4개 부문이 골고루 성장했다. 


주요 계열사들의 전년비 매출액 증가율을 살펴보면 귀뚜라미 에너지(+27.87%)가 가장 크게 증가했고, 이어 귀뚜라미 범양냉방(+22.12%), 닥터로빈(+14.58%), 귀뚜라미랜드(+10.14%), 인서울27골프클럽(+10.00%), 귀뚜라미(+2.3%) 순이다. 다만 귀뚜라미 홈시스는 전년비 27.59% 감소했다.


금액 기준으로는 본업(보일러)을 담당하는 귀뚜라미 매출액(3326억원)이 가장 많고 이어 귀뚜라미 에너지(2701억원), 귀뚜라미 범양냉방(2081억원), 귀뚜라미 홈시스(1346억원), 귀뚜라미랜드(468억원)가 뒤를 잇고 있다. 실적이 특정 부문에 편중돼 있지 않고 균형을 이루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TBC를 제외한 모든 계열사가 비상장이어서 분기 실적이 공시되지 않고 있지만 올해 실적도 양호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귀뚜라미그룹 주요 계열사 매출액. K-IFRS 연결. 단위 억원. [자료=금융감독원 전자공시]

◆범양냉방, 센추리 등 M&A 성공하며 사업 다변화·실적


귀뚜리미그룹이 이처럼 균형잡힌 성장을 하게 된 것은 인수합병(M&A) 덕분이다. 


귀뚜라미는 앞서 언급한대로 1962년 보일러 사업(신생보일러공업)으로 출발했고 한국 경제가 성장하고 국민 생활 수준이 향상되면서 성장을 거듭했다. 1978년 국내 최초로 보일러를 해외 수출했고 1987년 회사명을 신생보일러에서 로켓트보일러공업으로 변경했고 1989년 지금의 귀뚜라미 보일러로 다시 변경했다. 


그렇지만 2000년대 들어 국내 보일러 시장이 성숙기에 접어들었고 보일러 사업은 매출액의 절대액이 겨울에 집중되는 계절성(seasonality)의 한계를 갖고 있었다. 이에 귀뚜라미는 귀뚜라미범양냉방(2006년), 신성엔지니어링(2008년), 센추리(2009년), 강남도시가스(2016)를 차례로 인수했다. 이같은 M&A가 잇따라 성공하면서 지금의 연매출액 조(兆) 단위 종합 에너지그룹 면모를 갖추게 됐다. 2019년 11월에는 귀뚜라미홀딩스를 설립해 지주사 체제로 전환했다. 


◆'홀딩스(지주사) 지분' 100%가 오너 일가


귀뚜라미그룹의 경영방식의 특징은 '비상장 가족 경영(family business)'으로 요약된다. 


귀뚜라미홀딩스의 지분을 살펴보면 최진민 창업회장(31.71%)이 1대 주주이고 이어 장남 최성환(12.16%), 차남 최영환(8.40%), 삼녀 최문경(6.67%), 부인 김미혜(5.22%)로 추정되고 있다. 여기에 귀뚜라미 문화재단(16.16%), 자사주(18.76%)를 합치면 최진민 회장 일가와 특수관계인 지분이 100%를 차지한다. 한국 재계에서 오너 가족이 지주사 지분 100%를 갖고 있는 경우는 흔치 않다.   


귀뚜라미그룹 오너 가계도와 지분 현황. 

이들 가족 구성원들은 귀뚜라미그룹 경영진에 포진해있다. 


최 회장 장남 최성환씨는 후계자로 지목되고 있으며 귀뚜라미랜드 대표이자 인서울27골프클럽 대표이다. 차남 최영환씨는 귀뚜라미 홀딩스 사내이사와 나노켐 대표이사를 맡고 있다. 장녀 최수영씨는 귀뚜라미랜드 상무이고, 삼녀 최문경씨는 외식 프랜차이즈 탁터로빈 상무를 맡고 있다. 최 회장 부인 김미혜씨는 귀뚜라미 복지재단 이사장을 맡고 있다.  


또, 귀뚜라미그룹은 철저하게 비상장 원칙을 지키고 있다. TBC가 유일한 상장 계열사인데 이는 2003년 인수 당시 기업이 이미 공개돼 있었기 때문이다. 


비상장 가족 기업이다 보니 외부에 공개되는 귀뚜라미그룹의 경영 정보는 극도로 제한적이다. 최진민 회장을 제외하고 장남 최성환 귀뚜라미랜드 대표, 부인 김미혜 귀뚜라미 복지재단 이사장을 비롯한 일가의 사진이 단 한 장도 공개되지 않고 있다. 1년에 딱 한번 공시되는 감사보고서에는 주주 현황도 나와 있지 않다. 


내부거래, 일감몰아주기 비중이 높은 것도 귀뚜라미그룹 특징이다. 


보일러 부품 제조 계열사 나노켐의 경우 지난해 매출액의 90% 가량이 내부거래에서 발생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귀뚜라미 홈시스도 매출액 80% 이상이 특수관계자와의 거래에서 발생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나노켐의 매출액, 내부거래 비중. [자료=금융감독원 전자공시]

그러다보니 귀뚜라미그룹은 당국 조사에 단골로 등장하고 있다. 2021년 국세청은 일감 몰아주기, 편법증여의혹으로 귀뚜라미 계열사들에 대해 특별세무조사를 실시했다. 올해 6월에는 귀뚜라미가 신상 보일러 제품의 성능을 거짓·과장 광고했다가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경고 처분을 받았다. 


◆최진민 회장, 전두환 대통령과 대구공고 동문... 5공 때 매출액 점프 


귀뚜라미그룹을 일군 최진민 회장은 80대임에도 테니스를 즐길 정도로 건강 체질인 것으로 알려졌다. 


1941년 경북 청도 출생으로 대구공고와 영남대(옛 청구대)를 졸업했다. 전두환(1931~2021) 전 대통령이 대구공고 6년 선배이다. 이같은 인연으로 전두환 대통령이 1988년 말 백담사에서 은둔생활을 하자 최진민 회장은 백담사에 연탄 보일러를 놔주었다. 전두환 대통령의 회고록을 보면 "내가 백담사에서 한겨울 추위에 떨고 있을 때 최진민 회장이 난방기를 설치해줘 고마웠다"는 취지로 기록돼 있다. 최진민 회장과 전두환 대통령은 2008년 10월 대구공고 교훈비 제막식에 함께 참석하기도 했다.


최진민(왼쪽) 귀뚜라미그룹 회장, 전두환 전 대통령. 

최진민 회장은 자신의 고향 청도에 대한 애정이 각별한 것으로 알려졌다. 재경청도향우공무원들의 모임인 청공회 행사에 자주 참석하고 있다. 2011년 서울 그랜드호텔에서 열린 청공회 행사에는 최진민 회장, 최경환 당시 지식경제부 장관 등이 참석했다. 최경환 장관은 경북 경산 출신으로 경산중, 대구고, 연세대를 졸업했고 17, 19, 20대 국회의원, 경제부총리(기획재정부 장관), 지식경제부 장관 등을 역임했다. 


최진민 회장은 2011년 8월 오세훈 당시 서울시장이 무상급식 투표를 추진할 때 회사 내부 통신망에 직원 명의로 '공짜 근성=거지 근성'이라는 제목의 공지를 올렸다. 공지에는 '회장님께서 8월 24일 서울시 무료급식 관련 투표에 앞서 우리 귀뚜라미 가족들이 올바른 판단을 하도록 공지를 요청하셔서 공지합니다'라고 돼 있었다. 최진민 회장은 이 공지에서 '가난한 집안의 아이가 공짜 점심 먹고 자라면 나이 들어서도 무료 배급소 앞에 줄을 서게 된다'고 적었다. 


hyejipolicy@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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