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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집단 탐구] ⑰LX그룹, 출범 3년차에 대기업집단 44위...관건은 HMM 인수

- 2021년 5월 LG그룹에서 분리독립...한글라스 등 M&A로 사이즈 ↑

  • 기사등록 2023-08-23 14:46: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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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거래위원회의 '2023 공시대상기업집단'에 이름을 올린 국내 대기업집단의 지배구조와 경영 현황, 비즈니스 전략 등을 분석하는 '대기업집단 탐구'시리즈를 연재합니다. '재계순위'로도 불리는 공정위의 올해 공시대상기업집단을 심층 분석해 한국 경제와 재계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하겠습니다. [편집자주]
[더밸류뉴스=박지수 기자]

한국 재계 역사를 돌이켜보면 큰 그룹에서 분가한 대기업집단은 대부분 독립에 성공하고 한걸음 나아가 '사이즈 키우기'에 성공했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LG그룹에서 분가한 GS, LS, LF가 그렇고 삼성그룹에서 분가한 신세계, CJ가 그러하다. 기업 경영에 필요한 노하우와 자원을 이미 보유하고 시작하기에 스타트업을 창업하고 성장시키는 데 따르는 시행착오를 피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점에서 주목받고 있는 대기업 집단이 LX그룹(회장 구본준)이다. '재계 빅4'에 속하는 LG그룹에서 분가하면서 확보한 풍부한 인적·물적 자원을 바탕으로 사이즈를 빠르게 키우고 있다.  


◆올해 첫 공시대상기업집단(44위), 한글라스 등 M&A로 사이즈↑


LX그룹은 올해 초 공정거래위원회(위원장 한기정, 이하 공정위)가 발표한 공시대상기업집단(일명 대기업집단)에 처음 이름을 올렸다. 순위는 44위로 쿠팡(45위), 이랜드(46위)를 앞섰다. 그룹 전체 매출액 16조7770억원, 순이익 9800억원을 기록했다. 계열사는 15개이다. 


LX그룹 지배구조. 단위 %. 2023년 8월 기준. [자료=금융감독원 전자공시] 

이는 LX그룹이 지난 2021년 5월 LG그룹에서 상사, 하우시스 등 5개 계열사로 계열 분리한지 햇수로 3년만의 성과이다. LX그룹의 홀로서기는 2004년 7월 GS그룹이 LG그룹에서 분리독립한 이후 17년만에 가장 큰 분리독립이었다. 지난해 6월 공정위로부터 계열 분리 승인을 받았다. 

 

LX그룹의 이번 성과는 M&A(인수합병) 덕분이다. 


LX그룹은 지난 1월 LX인터내셔널(대표이사 윤준성)을 통해 한글라스(한국유리공업) 지분 100%를 사모펀드(PEF)  글랜우드프라이빗에쿼티로부터 5904억원에 인수했다. 한글라스는 1957년 설립됐고 국내 시장 점유율 20%대로 1위 KCC글라스(44%)에 이어 2위 유리 제조사다. 3위 LX하우시스(30%)와 시너지가 기대되고 있다. 경영난으로 2005년 프랑스 생고뱅에 팔렸다가 글랜우드PE가 2019년에 3100억원에 사들였다. 글랜우드PE는 인수 후 1300억원을 투자해 용해로 등 판유리 생산 설비 보수 공사를 진행해 기업 가치를 끌어올렸다. 


2023 공시대상기업집단. [자료=공정거래위원회]

앞서 지난해 10월에는 LX인터내셔널이 신재생에너지 기업 포승그린파워 지분 63.34%를 DL에너지로부터 950억원에 인수했다. 포승그린파워의 바이오매스 발전소는 2014년 경기도 평택시 소재 아산국가산업단지 포승지구에 지어졌고, 바이오 고형연료(Bio-SRF), 미이용 우드칩 등 연간 25만t 규모의 목질계 바이오매스를 연료로 사용해 시간당 최대 43메가와트시(MWh)의 전력을 생산할 수 있다. 이는 연간 서울시 가구 10만호에 전력을 공급할 수 있는 규모다.

 

이같은 M&A로 LX그룹의 자산 규모는 분리독립 이전 시기인 2020년 말 8조원에서 2021년 5월 10조원, 지난해에는 11조 2734억원으로 늘렸다. 3년만에 3조원 가량을 늘린 것이다. 지난해 기준 주요 계열사의 매출액을 살펴보면 LX인터내셔널 14조6669억원(1위), LX판토스 10조6721억원(2위), LX하우시스 3조6100억원(3위)가 '빅3'를 차지하고 있다. 이어 LX세미콘 2조3049억원, LX MMA 7831억원, LX한글라스 3344억원, 포승그린파워 601억원 순이다. 



◆HMM 매각 예비입찰 참여... 메그나칩도 인수 후보 


LX그룹은 향후에도 M&A에 주력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최근 LX인터내셔널은 매물로 나와 있는 국내 1위 해운사 HMM(대표이사 김경배) 매각 예비입찰에 참여한 것으로 확인됐다. 입찰 제안서 주체는 LX인터내셔널이다. 


HMM 인수는 앞서 언급한 LX한글라스나 포승그린파워 인수와는 차원이 다르다. HMM은 지난해 매출액 18조4960억원, 순이익 9조9970억원을 기록했으며 올해 공시대상기업집단 19위를 기록했다. 공정자산 25조 7880억원으로 LX그룹(11조2730억원) 보다 두 배 이상 많다. 다시 말해 공시대상기업집단 순위이건, 매출액이건, 공정자산이건 HMM이 LX그룹보다 더 많다. LX그룹이 HMM 인수에 성공하면 새우가 고래를 삼키는 셈이다. 


LX그룹 주요 계열사 매출액. [사진=더밸류뉴스]

HMM 인수가 성공한다면 종합상사(LX인터내셔널)+종합물류(LX판토스)+해운(HMM)의 밸류체인이 구촉되고 LX그룹은 다시 한번 점프할 계기를 갖게 된다. 그렇지만 앞서 언급한대로 리스크도 만만치 않다. 이를 어떻게 풀어나갈 지에 재계 관심이 쏠리고 있다. LX인터내셔널을 포함해 하림, 동원, 그리고 독일의 하파그로이드의 4곳이 HMM 매각 예비입찰에 참여했다. 


반도체와 디스플레이용 팹리스(설계) 기업인 매그나칩도 LX그룹의 인수 후보이다. 지난해 5월 LX세미콘은 매그나칩 매각 주관사인 미국 JP모건에 인수의향서를 제출했다. 매그나칩은 하이닉스반도체 비메모리 부분이 2004년 분사해 출범했으며 본사와 생산시설은 국내에 있으나 주요 주주가 미국계 헤지펀드인 탓에 미국 뉴욕거래소에 상장됐다. 다만 경기불황을 이유로 M&A가 미뤄지고 있고 업계에서는 몸값이 1조원 정도 될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구본준 회장이 금성반도체 부장으로 직장 생활을 시작했고 LG전자 반도체 사업을 맡은 경험이 있어 매그나칩 인수에 관심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LX그룹의 주요 계열사 자산 총액 (2023년 2분기). [사진=더밸류뉴스]

◆구본준 회장, 성과 중요시하는 카리스마형 CEO 


LX그룹 오너는 구본준 회장으로 LX홀딩스(46.28%)→LX인터내셔널(24.69%)→ LX판토스(51%)의 지배구조를 갖고 있다. 장남 구형모 LX MDI 대표이사(11.92%), 장녀 구연제(7.78%)도 LX홀딩스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구본준 회장은 고(故) 구자경(1925~2019) LG그룹 회장 3남으로 LG그룹에서 전자, 화학, 반도체, LCD 등의 주요 계열사 경영을 맡았다. M&A 경험도 풍부해 2018년 LG그룹 부회장 시절 오스트리아 자동차 전장부품 회사 ZKW를 성공적으로 인수했다. LG그룹의 M&A 역사상 최대 규모인 11억유로가 투입된 딜(deal)이며 LG그룹이 M&A에 소극적이라는 세간의 인식을 바꾸는 계기를 만들었다.  


LG그룹 가계도. [자료=금융감독원 전자공시] 

애플의 이른바 '아이폰 돌풍'으로 2011년 초 LG전자가 위기에 놓이자 구원투수로 복귀해 4년8개월 동안 LG전자 대표이사 부회장을 맡았다. 2017년 구본무 회장의 건강 문제가 대두되자 구본무 회장을 대신해 그룹 중요 회의를 주재하고 전략을 수립했다. 구본무 회장이 별세하면서 아들인 구광모 회장이 총수에 오르자 2018년 말 LG 고문으로 물러났다.  

 

카리스마형 CEO이며 주변에 따르는 사람이 많다. 노진서 LX홀딩스 대표이사, 박장수 LX홀딩스 최고재무책임자(CFO), 노인호 LX홀딩스 최고인사책임자(CHO), 하현회 LX인터내셔널 상근고문 등이 LG그룹에서 구본준 회장과 함께 이동했다. 


LX그룹의 올해 비즈니스 전망은 양호한 편이다. LX하우시스는 아파트 매매거래량 회복과 고마진 제품인 PF단열재 매출 성장, 미국 인조대리석 호실적에 업황 개선까지 이뤄져 올해 6년만에 영업이익 1000억원 기대되고 있다. LX인터내셔널은 기존의 ‘전통적 상사’의 무역 사업에서 니켈과 니튬 등을 비롯한 2차전기 사업으로 성장 엔진을 추가하고 있다. 


LX인터내셔널 관계자는 "HMM 예비입찰에 참여했는지 여부는 확인하기 어렵고, 투자설명서(IM) 수취한 것은 맞다"며 "매각 주관사(산업은행)의 결정에 따른 것이어서 향후 진행에 대한 내용도 말하기는 어렵다"고 전했다.


parkjisu09@thevalue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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