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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엘리베이터, 충주 본사이전 1년차...현대그룹 '재건의 꿈'은 언제쯤?

- 올해 '충주 본사 이전 효과' 본격화 기대

- 2030년 연매출액 5조 달성하면 '재계 40위권'

  • 기사등록 2023-02-26 22:1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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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밸류뉴스=이민주 이상원 기자]

“2030년까지 현대엘리베이터 연매출액을 5조원까지 키우겠습니다. 글로벌 부문 비중을 50%까지 높여 '글로벌 톱5'에 진입하겠습니다." 


지난해 7월 13일 충북 충주에서 진행된 '현대엘리베이터 충주캠퍼스 이전기념 미래비전 선포식'. 이날 조재천 현대엘리베이터 대표이사가 비장한 목소리로 발표한 '2030년 연매출액 5조 달성' 선언은 재계에 비상한 관심을 불러 일으켰다. 기업이 비전을 발표하는 것은 드물지 않지만 현대그룹이 미래 비전과 수치를 발표하는 것은 남다른 의미가 있기 때문이다.


현대그룹은 1980년대 초반부터 2000년대 초까지 재계 1위 그룹이었다(자산총액 기준). 1980년대에 고(故) 정주영(1915~2001) 창업 회장이 이른바 '중동 특수'를 주도하던 전성기 시절의 현대그룹과 삼성그룹의 격차는 지금의 삼성그룹과 현대차그룹과의 격차보다 컸다. 


그렇지만 2003년 8월 정주영 회장 5남 정몽헌(1948~2003) 당시 현대그룹 회장이 불법 대북 송금 사건과 관련해 조사를 받던 중 사망하고 자동차, 조선의 계열 분리가 이뤄지면서 현대그룹 외형은 급격히 축소됐다. 현재 현대그룹은 현대엘리베이터(대표이사 조재천)를 주력사로 두고 현대무벡스(이상 상장사), 현대아산, 현대엘앤알 등 10여개 계열사로 이뤄져 있다. 그룹 전체 매출액은 2조원대로 재계 70위권 안팎이다. 


그런데 조재천 대표가 제시한 연매출액 5조원이 실현되면 현대그룹은 재계 40위권으로 퀀텀점프한다.  


현정은(왼쪽 네번째) 현대그룹 회장이 지난해 7월 충북 충주시 용탄동 충주캠퍼스에서 진행된 '미래비전 선포식'에서 관계자들과 기념촬영하고 있다. 김영환(왼쪽 다섯번째) 충북도지사, 조재천(왼쪽 세번째) 현대엘리베이터 대표 등이 함께 했다. [사진=현대엘리베이터]

공정거래위원회(위원장 한기정)의 지난해 공시대상기업집단(대기업집단) 발표를 바탕으로 하면 OCI(5조6740억원·45위), HDC현대산업개발(5조5900억원·46위), KCC(5조3810억원·47위) 등이 재계 40위권에 해당한다(그룹 연매출액 기준).


현대그룹 주력사 현대엘리베이터의 본사 이전 첫해를 맞은 현대그룹 성적표는 어떨까? 


◆영업이익률 2.15% 수익성↓... 원재료 가격 급등·계열사 부진


지난해 현대엘리베이터의 실적은 아쉬운 감이 있다. 


현대엘리베이터는 지난해 매출액 2조1345억원, 영업이익 459억원으로 전년비 매출액은 8.16% 증가했지만 영업이익은 64.42% 감소했다(이하 K-IFRS 연결). 영업이익률 2.15%로 전년비 67.13%p 급감했다.


현대엘리베이터의 매출액, 영업이익률 추이. [자료=현대엘리베이터 사업보고서]

수익성이 나빠진 가장 큰 이유는 원재료 가격 급등때문이다. 현대엘리베이터의 주력 생산품은 글자 그대로 엘리베이터(elevator)인데, 원재료 가격이 일제히 급등했다. 


지난해 3분기 기준 주요 원재료의 하나인 스틸 플레이트(steel plate)의 매입가격이 ㎏당 1100원으로 2020년 말(675원) 대비 62.96% 급등했다. 주물(FC20) 가격도 ㎏당 2050원으로 2020년말(1705원) 대비 20.23% 상승했다. 해외수입을 주로하는 와이어로프(wire rope)는 미터(meter)당 1207원으로 2020년 말(953원) 대비 26.65% 상승했다. 이 결과 지난해 1~3분기 현대엘리베이터의 매출원가는 1조3040억원으로 전년동기대비 15.50% 증가했다. 


계열사 실적이 부진한 것도 영향을 미쳤다. 현대그룹 계열사들은 현대엘리베이터에 관련된 사업을 진행하고 있어 실적이 비슷하게 움직이는 경향이 있다. 같은 기간 중국법인 현대전제유한공사가 순손실 87억원, 현대엘앤알이 순손실 85억원을 기록한 것도 영향을 미쳤다. 현대엘리베이터는 지난해 2분기 1996년 상장 이후 처음으로 분기 영업손실(115억원)을 기록했다. 


◆'충주 본사 이전' 효과 본격화 기대... 생산성·원가 경쟁력↑


그렇지만 업계에서는 이번 현대그룹의 실적 부진이 일회성이며 향후 개선 가능성은 높다고 보고 있다. 


우선 현대엘리베이터의 충주 본사 이전 효과가 올해 본격화할 것으로 보고 있다. 


현대엘리베이터의 본사와 공장이 있는 충주캠퍼스는 충청북도(도지사 김영환) 지자체의 전폭 지원으로 완공된만큼 각종 혜택이 풍부한데다 첨단 시설을 갖추고 있어 현대엘리베이터의 생산성과 원가 경쟁력을 크게 높여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기존 경기 이천의 공장은 노후화돼 생산성이 떨어진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충주캠퍼스 부지는 17만3097㎡ 규모로 생산·포장·출하 단계까지 모두 일원화한 시스템을 갖춘 ‘스마트 팩토리’다. 연구소를 비롯해 임직원 복지시설, 기숙사 등도 함께 보유하고 있다. 공장에는 사물인터넷, 빅데이터, 인공지능 등 4차 산업혁명 기술을 도입해, 현재 공장의 자동화율은 제조업 기준 우수한 수준인 78%에 이른다. 또 기존 경기 이천 공장 대비 연간 생산 능력은 2만5000대, 1인당 생산성은 6.6대로 각각 25%, 38% 증가한다. 충청북도 및 충주시의 지원과 3320억원을 투입해 완공했다. 


충북 충주 현대엘리베이터 공장 전경. [사진=충주시]

현대엘리베이터와 더불어 현대그룹 상장사에 해당하는 현대무벡스(대표이사 현기봉)의 실적 개선도 기대되고 있다. 


현대무벡스는 지난해 1~3분기 매출액 1502억원, 영업이익 58억원, 순이익 60억원을 기록했다. 전년비 매출액은 7.77% 감소했지만 영업이익과 순이익은 각각 9.43%, 650.00% 증가했다. 현대무벡스의 매출액 비중은 물류자동화(65.5%), PSD(승강장안전문. 12.1%), IT서비스(22.4%)이다. 김용호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인건비 절감을 하려는 기업이 증가하면서 현대무벡스 제품과 서비스 수요가 증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투자 의견은 제시하지 않았다. 



◆현대아산, '프라힐스 브랜드' 주택건설 시동


금강산관광개발로 잘 알려진 현대아산(대표이사 이백훈)이 핵심 비즈니스를 남북경협에서 건설업으로 변경하며 성과를 내고 있는 것도 긍정적이다. 지난해 '프라힐스' 브랜드로 주택시장에 론칭했다. 


현대아산은 현재 9개 사업장에서 건설공사를 진행하고 있고 이 가운데 충남 천안 오토아레나 개발사업, 경기 부천 소사역 주상복합, 경기 동탄역 오피스텔, 서울 여의도 오피스텔, 서울 성수동 지식산업센터의 5곳 유동화를 마쳤다. 유동화란 공사를 담보로 증권을 발행해 자금을 조달하는 것으로 현금 유동성이 양호해진다. 서울 성수동 지식산업센터의 경우 발주처인 더스페이스숲으로부터 선순위 1250억원, 중순위 200억원, 후순위 170억원 등 1620억원 한도로 자금을 조달했다.  



현대아산은 지난해 1~3분기 매출액 1652억원, 영업이익 35억원, 순이익 33억원을 기록했다. 전년동기대비 각각 4.30%, 25.53&, 29.78% 감소했다. 현대아산은 보통주 3주를 1주로 병합하는 감자를 실시해 결손금을 보전할 계획이다. 


◆현정은 회장, '2030 매출액 5조' 주도


재계에서는 이같은 전략이 탄력을 받을 경우 '그룹 재건의 꿈'이 앞당겨질 수 있다고 보고 있댜.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이 지난해 7월 충북 충주에서 진행된 '현대엘리베이터 충주캠퍼스 이전기념 미래비전 선포식'에서 비전을 밝히고 있다. [사진=현대그룹]

현정은 회장의 남편 고(故) 정몽헌 현대그룹 회장은 업무에서 유능하고 인간적 평가도 양호해 따르는 임직원들이 많았다. 정주영 회장의 각별한 사랑을 받았다. 정지이 현대무벡스 전무가 현정은 회장 외동딸이다. 


조재천 현대엘리베이터 대표는 지난해 3월 대표이사에 취임해 오는 3월 임기 만료를 앞두고 있다. 지난해 본사 이전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했으며, 취임 이후 어려운 대내외 경영 환경 속에서 비교적 선방한 실적을 거뒀다는 평가다. 현대엘리베이터 관계자는 "조재천 대표이사의 연임 여부에 대해 아직 결정된 사항은 없으며, 오는 3월 예정된 정기주주총회 및 이사회를 통해 연임 여부가 결정될 것"이라고 밝혔다.


lksw4070@thevalue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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