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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팡, 사상 첫 분기 흑자로 '계획된 적자' 결실...다음 전략은?

- 계획된 적자→ 생활속 기업 → 이용료 현실화→흑자 전환 성공

  • 기사등록 2022-12-22 11:1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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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밸류뉴스=박상혁 기자]

"풀필먼트센터 1곳만 문 닫으면 곧바로 흑자 전환입니다. 흑자 전환? 못하는 게 아니라 안하고 있는 겁니다." 


'유통 공룡' 쿠팡(대표이사 강한승) 관계자에게 수 년 전 "언제 흑자 전환하느냐?"고 질문하자 돌아온 답변이다. 


'흑자 전환'은 쿠팡을 그간 집요하게 따라 다니는 꼬리표였다. 2010년 설립돼 단기간에 한국 유통 시장을 장악했지만 적자 또한 눈덩이처럼 커지면서 '흑자 전환이 과연 가능한가?'라는 지적을 받았다. 그럴 때마다 쿠팡은 '계획된 적자'라는 답변을 내놓았다. 


그런 쿠팡이 드디어 흑자 전환에 성공하면서 '계획된 적자' 이후의 전략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쿠팡 직원들이 로켓배송을 준비하고 있다. [사진=쿠팡]

◆3Q 사상 첫 분기흑자... 요금 현실화에도 이탈률↓ 


쿠팡은 올해 3분기 매출액 6조8000억원, 영업이익 1037억원, 순이익 1215억원을 기록하며 사상 첫 분기 흑자를 기록했다. 지난해 3분기에는 영업손실 3653억원, 당기순손실 3756억원을 기록했지만 올해 1분기부터 적자폭을 줄여가며 3분기에 흑자 전환한 것이다. 


이번 3분기 실적은 평균환율 1340.5원을 반영해 계산됐고 원화 기준 사상 최대 매출액을 기록했다.


이번 흑자전환에 가장 크게 기여한 것은 요금 현실화이다. 


쿠팡은 지난해 12월 ‘쿠팡와우’ 이용료를 2900원에서 4990원으로 72.06% 인상했다. 상당폭 인상에도 이탈률(churn rate)은 높지 않았다. 


이는 소비자들이 쿠팡 서비스에 '중독'됐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쿠팡의 와우멤버십 회원수는 900만명을 넘어섰고 OTT등을 활용한 전략으로 락인 효과(Lock-in effect)를 얻어 충성고객을 확보했다.


"쿠팡와우 멤버십을 이용하면 무료배송인데다 반송도 가능하다. 여기에다 무제한 OTT(온라인동영상서비스)를 감상할 수 있다. 4990원이어도 가성비가 탁월하다”는 소비자 평가가 이어졌다. 쿠팡은 이미 한국인들에게 생활의 일부로 자리 잡았다. 오늘 저녁에 계란 같은 장보기 재료는 물론이고 심지어 골프공을 주문해도 다음날 아침 아파트 문을 열면 주문 물품이 배달돼 있는 시대를 열어 젖혔다. 그러다 보니 "쿠팡이 없으면 일상 생활이 불편하다"는 평가 나오고 있다. 


쿠팡 연간실적 추이. [이미지=더밸류뉴스]

이같은 '생활속 기업'이 되기까지 쿠팡은 '계획된 적자' 전략을 고수했다. 


쿠팡은 올해까지도 물류 인프라를 확장하고 있다. 쿠팡은 오는 2024년까지 광주, 대전 등의 지역에 물류센터를 신규 준공하고 배송물량을 늘릴 계획이라고 밝혔다. 현재는 부산, 창원 등에 약 1조원을 투자해 새로운 물류센터를 짓고 있다. 자동화 설비가 구축된 물류센터(10만평 기준) 1곳의 건립 비용이 2500억원으로 알려져 있다. 

  

이같은 계획된 적자 전략 덕분에 쿠팡의 '사이즈'는 가파르게 증가했다. 쿠팡의 그간의 연간 실적을 살펴보면 '경이롭다'는 수식어가 어색하지 않다. 


쿠팡은 지난해 매출액 22조2256억원을 기록하며 공정거래위원회(공정위)의 공시대상기업집단(대기업집단) 53위를 기록했다. 다우키움(55위), 아모레 퍼시픽(56위), 삼양그룹(60위) 보다 사이즈가 더 큰 기업집단으로 성장한 것이다. 최근 7년(2014~2021) 매출액 연평균증가율(CAGR) 81.06%를 기록하고 있다. 


사이즈가 커지면서 생활속의 기업이 되자 요금 인상을 통해 흑자를 실현한 것이다. 눈덩이 적자에도 '생활속의 기업 되기'를 최우선으로 밀어 부친 김범석 의장의 전략의 승리인 셈이다. 만약 이런저런 소문에 굴복해 흑자 전환을 우선시했다면 쿠팡의 현재는 존재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쿠팡 대구 물류센터. [사진=쿠팡]

◆쿠팡·네이버로 양강 체제...합산 점유율 40% 육박


현재 국내 이커머스 시장은 쿠팡과 네이버의 '빅2' 체제로 굳어지고 있다. 영국 금융기업 HSBC에 따르면 쿠팡과 네이버쇼핑의 이커머스 합산 점유율은 올해 40%에 육박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빅2'에 끼지 못한 경쟁사들은 규모의 경제에 밀려 설 자리를 위협받고 있다. 


SSG닷컴은 새벽배송을 앞세운 장보기 서비스, 프리미엄 플랫폼과 더불어 이베이코리아, W컨셉을 인수하며 M&A(인수합병) 전략을 통해 시장 점유율을 끌어올렸다. 그렇지만 영업손실이 지속되고 있다. 지난 1분기 영업손실 257억원, 2분기 405억원, 3분기 231억원으로 올해 내내 적자를 기록했다. SSG닷컴은 유료 멤버십 ‘스마일클럽’ 등의 전략으로 영업손실폭을 줄여 적자 개선을 이루는 모습을 보이고 있기는 하다.


롯데온도 만성 적자 상태이다. 올해 3분기 누적 영업손실이 1323억원에 달한다. 이러한 누적 손실에 수익성을 개선하기위해 롯데온은 올해 4월 2년만에 새벽배송을 포기했다. 여러 이커머스 업체의 출혈경쟁에 밀렸다. 이에 롯데쇼핑은 경쟁력 강화를 위해 지난 11월 영국 리테일기업 오카도(Ocado)와 국내 온라인 그로서리 비즈니스(e-Grocery)관련 파트너십 계약을 체결했다. 


마켓컬리를 운영하고 있는 컬리는 지난해 12월 기업 가치 4조원을 평가받았으나 현재 비상장 주식시장에서 거래되는 주가를 기준으로 기업가치는 1조원대로 하락했다. 외형을 키우기 위해 나서고 있지만 그에 따른 부채증가에 지난해 기준 472%에 달하는 높은 부채비율을 가지고 있고 현금 흐름 상황도 좋지 않다. 나이스평가정보는 지난 8월 컬리의 현금 흐름 등급을 ‘위험’으로 평가하기도 했다. 


◆강한승 대표, 두터운 정·재계 경력으로 조직안정·성장 양 날개


강한승 대표는 2020년 10월 쿠팡 대표이사를 맡아 조직 안정과 성장을 조화시키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김앤장에서 쿠팡 관련 자문을 전담하다 쿠팡 경영진 요청으로 영입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6월 김범석 쿠팡 전 의장이 물러난 이사회 의장직도 강 대표가 수행하고 있다.

 

강한승(왼쪽 네번쨰) 쿠팡 대표이사가 7일 대구시 쿠팡 풀필먼트센터 건립 기념식에서 참석자들과 기념촬영하고 있다. 왼쪽부터 이종화 대구시 경제부시장, 해롤드 로저스 쿠팡 법률고문 겸 최고행정책임자, 필립 골드버그 주한 미국 대사, 강한승 대표, 엄열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인공지능기반정책관. [사진=쿠팡]

두터운 정·재계 네트워크를 바탕으로 각종 현안과 규제 리스크를 원만하게 해결하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과 사법연수원 23기 동기이고 주미 한국대사관에서는 한덕수 국무총리를 보좌했다.  


orca@thevalue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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