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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뚜기 라면 '가격' 오른다… '주가’도 오를까?

- 라면 가격 11.90% 인상…”원가 부담 압력받아”

- '오뚜기라면'이 라면 제조, 오뚜기는 유통∙판매 담당

  • 기사등록 2021-07-17 22:17: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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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밸류뉴스=문성준 기자]

기업의 존재 이유는 '이익(profit)을 내는 것'이다. 이는 냉정한 비즈니스 현실이다. 

기업은 어떻게 이익을 늘려야 할까? 

실은 간단하다. 


이익은 P(price, 가격), Q(quantity, 판매량), E(expense, 비용)의 3대 함수 관계에서 결정된다(profit=PxQ(sales)-Expense). 다시 말해 가격과 판매량을 늘릴수록, 비용을 줄일수록 기업 이익은 증가한다. 


그런데 3대 변수 가운데 기업 이익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은 가격이다. 


미 와튼비즈니스스쿨의 자그모한 라주(Jagmohan Raju) 교수에 따르면 다른 요인들이 고정돼 있다고 가정할 때 기업이 판매량(quantity)를 1% 늘리면 이익이 3.3% 증가하고, 비용(expense)을 1% 줄이면 이익은 6.52% 증가한다. 그런데 가격(price)을 1% 높이면 이익이 무려 10.30% 증가한다. 그래서 자그모한 교수는 "기업 이익 결정의 가장 큰 요인은 가격"이라고 단언한다. 


자그모한 라주 미 와튼스쿨 교수가 연설하고 있다. [사진=미 와튼비즈니스스쿨]◆13년만에 라면 가격 두자리수 인상


경영 이론을 다소 장황하게 서술한 이유는 식품기업 오뚜기(대표이사 함영준 황성만)의 13년만의 라면 가격 인상 때문이다.


오뚜기가 다음달 1일부터 진라면 등 주요 라면 가격을 11.9% 인상한다고 발표했다.   


오뚜기가 가격을 인상하게 된 가장 큰 원인은 식품 원자재 가격 상승이다. 유엔(UN) 식량농업기구(FAO)에 따르면 지난 5월 기준 세계 식량가격지수가 전년비 40%나 급등한 127.1을 기록했다. 특히 라면의 원재료인 밀과 팜유 가격이 크게 올랐다. 올해 1분기 기준 밀 가격은 17.70%, 팜유는 47.50% 상승했다.


오뚜기 진라면. [사진=오뚜기]

오뚜기는 “단순히 원가 개선만을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설비 투자 및 인원 충원 등을 통해 좋은 품질 개발과 생산으로 경쟁력을 강화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가격 인상은 2008년 이후 13년만이다. 오뚜기 관계자는 “오랫동안 가격을 동결해왔던 만큼 갑작스러운 결정은 아니며 원가 상승 등으로 부담이 증가되어 가격을 인상하게 됐다”고 밝혔다. 


오뚜기의 냉동 크러스트 피자 3종. [사진=오뚜기]

◆'오뚜기 라면'에서 라면 제조, '오뚜기'는 유통∙판매 담당


이제 자본시장 참여자들의 관심은 오뚜기의 라면 가격 인상이 '실적 개선(이익 증가)→주가 상승'으로 이어질 것인 가이다. 앞서 언급한대로 기업 이익에 영향을 미치는 3대 변수(가격(P), 판매량(Q), 비용(E)) 가운데 핵심인 가격이 인상됐기 때문이다.  


우선 오뚜기가 판매하는 라면이 '가격 비탄력적 재화'라는 점은 오뚜기에 긍정적이다. 


가격 탄력적인 재화라면 가격이 높아짐에 따라 구매량이 줄어 매출액이 감소할 것이고, 비탄력적인 재화라면 가격이 올라도 구매량이 유지돼 매출액이 커질 것이다. 오뚜기 라면은 우리 일상 생활에 필수 먹거리이고 비탄력적 재화라는 평가를 받는다. 


그렇지만 오뚜기는 라면을 제조하지 않는다. 

 

오뚜기 라면은 오뚜기그룹의 비상장 계열사인 ‘오뚜기라면’에서 제조하며, 오뚜기는 유통과 판매를 담당한다. 따라서 이번 라면 가격 인상의 직접적인 수혜는 오뚜기라면이 될 것으로 보인다. 오뚜기라면은 지난해 매출액 5191억원, 영업이익 230억원, 당기순이익 194억원을 기록했다. 경기 평택에 라면 공장을 갖고 있으며, 주주는 오뚜기(35.13%), 함영준(24.70%), 기타(40.17%)이다.


오뚜기그룹 지분 구조. 2020년 12월 기준. [자료=키움증권]


◆라면 가격 인상 앞서 피자, 케찹 등 가격도 UP


그렇지만 오뚜기도 이번 가격 인상의 수혜를 받을 것으로 보인다. 오뚜기가 오뚜기라면 지분(35.13%)을 보유하고 있으므로 오뚜기의 연결 실적에 반영되기 때문이다. 오뚜기라면은 오뚜기의 관계기업이다. 한유정 대신증권 연구원은 "이번 가격 인상 효과는 오뚜기 별도 영업이익에 일부, 관계 기업 손익에 일부 반영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충북 음성 오뚜기 대풍공장 전경. [사진=오뚜기]

한유정 연구원은 “가격 인상분을 반영한 2분기 실적 추정치는 매출액 6540억원으로 전년비 2% 증가하고, 영업이익은 520억원으로 전년비 2% 감소할 것으로 예측한다”며 “영업이익은 컨센서스(시장 기대치) 450억원을 상회할 전망”이라고 분석했다. 유통업계의 한 관계자는 “최근 코로나19 재유행 및 거리두기 4단계 시행 등으로 집에 있는 시간이 증가하면서 라면을 포함한 간편식품, 즉석식품의 소비가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덧붙였다.


오뚜기의 라면 사업 비중은 높지 않다. 올해 3월 기준 오뚜기라면은 시장점유율 25.6%로 1위 농심에 이은 2위를 기록하고 있다. 올해 1분기 면제품류 매출은 오뚜기 전체 매출의 28.18%인 1892억원으로 전년비 4.63% 감소했다. 


그렇지만 오뚜기는 라면 가격 인상 발표에 앞서 냉동피자와 케찹 등 시장 점유율 1위를 차지하고 있는 대표 제품들부터 소스류와 분말. 기름 등 다른 제품들도 가격 인상을 결정한 바 있다. 


오뚜기 매출액 비중. 2021년 1분기. 

이런저런 점을 종합하면 이번 라면 가격 인상은 오뚜기 실적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17일 현재 오뚜기의 올해 예상 실적을 기준으로 PER(주가수익비율)을 계산해보면 15.91배가 나온다. 한국 주식 시장의 음식료 기업의 평균 PER이 20~25배임을 감안하면 오뚜기의 현재 PER은 높지 않다. 


라면 가격 인상이 결정되면서 오뚜기 주가는 곧바로 반응했다. 오뚜기의 지난 15일 종가는 55만8000원으로 전일비 5.68% 상승했다.  


오뚜기의 최근 1주일 주가 추이. [이미지=네이버증권]오뚜기가 라면값 인상의 첫 걸음을 떼면서 농심, 삼양 등의 라면 기업들도 가격을 올릴지 여부가 주목되고 있다. 이들 역시 지속적으로 원가 인상에 대한 부담을 호소해왔지만 라면은 대표적인 서민 음식으로 인식돼 가격 인상에 신중한 모습이다. 농심 관계자는 “원가 부담으로 어려운 상황은 맞지만, 아직까지 가격 논의는 진행된 바 없다”고 설명했다.


a854123@thevalue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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