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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밸류뉴스=김승범 기자]
쉬운 듯 하면서도 어려운 게 차익거래라는 사실을 이런저런 투자법을 해본 분이라면 실감하지 않았을까 싶다.

차익거래가 쉬워 보이는 이유는 개념이 단순하기 때문이다. 차익거래는 아주 쉽게 말하면 A시장에서 100원에 팔리는 물건을 사서 B시장에 가져가 120원에 파는 것이. 어찌보면 단순하다.


그런데 막상 이것을 행하려면 이것저것 따져봐야 할 게 아주 많다는 사실을 실감할 수 있다.


워렌 버핏은 차익거래에서도 발군의 실력을 갖고 있다. 운용 자금이 지금처럼 거대하지 않았던 시기에 버핏은 차익거래를 빈번하게 행해 연평균 25%의 수익률을 거두었다고 한다.


그는 어떻게 차익거래를 했을까.

1988년 버크셔 해더웨이 사업보고서에서 그는 자신의 차익거래법에 대해 밝히고 있다.


차익거래


버핏은 이 보고서에서 차익거래를 "아주 괜찮은 투자법"이라고 밝히고 있다. 그는 버크셔 해더웨이의 보험 자회사가 현금을 풍부하게 갖고 있을 때 차익거래를 한다고 밝히고 있다. 차익거래에서 나오는 수익이 채권 투자 수익보다 높은 성과를 가져왔다고 말한다.1988년에 버크셔 해더웨이가 1억 4,700만달러의 투자금으로 7,800만달러의 세전이익을낸 것은 차익거래가 지대한 역할을 했다고 밝히고 있다.

(During 1988 we made unusually large profits from arbitrage, measured both by absolute dollars and rate of return. Our pre-tax gain was about $78 million on average invested funds of about $147 million)


버핏은 차익거래의 유래를 설명하는 것으로 이야기를 시작한다. 차익거래는 애초에는 두개의 다른 시장에서 달러나 파운드를 사고 파는 것을 의미했다고 한다. 그런데 시간이 흐르면서 차익거래는 환차익 뿐만 아니라 두개의 다른 시장에서 동일한 상품의 가격이 다르게 매겨지는 것을 이용한 투자법으로 발전하게 된다.


버핏은 1954년 그레이엄-뉴먼사에 근무하면서 차익거래를 경험했다고 밝히고 있다. 그의 나이 스물네살이었다. 차익 거래의 대상은 맨해튼 인근 브루클린에 본사를 둔 코코아(초콜렛) 제조업체인 록우드(Rockwood)사였다. 이 회사는 그다지 수익을 내지 못하는 회사였고, 재고자산인 코코아를 후입선출법(LIFO,Last-in, First-out) 방식으로 기록했다. 이 회사는 코코아를 파운드당 평균 5센트(1센트=100분의 1달러)에 매입한 상태였다.


그런데 1954년에 미국에서 코코아의 공급이 일시적으로 감소하면서 코코아 가격이 파운드당 60센트까지 치솟는다. 이 기회를 활용해 록우드사는 재고자산(코코아)를 서둘러 시장에 내다팔기로 결심한다.


그런데 문제가 생긴다. 코코아를 시장에 곧바로 내다팔면 이 회사는 매출액의 50%를 세금으로 내야한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그런데 운좋게도 그해에 미국 세법이 개정돼 기업이 구조조정을 목적으로 재고자산을 주주에게 배분하면 세금을 내지 않아도 되는 변화가 생긴다. 그러자 록우드는 이 규정을 활용해 세금을 내지 않으면서 코코아를 판매하는 방법을 생각해낸다.


이 회사는 코코아 사업부를 매각하고, 1,300만파운드의 코코아를 열매를 처분하겠다고 발표한다. 이와 동시에 이 회사는 자기 회사 주식 보유자(주주)들에게 주식을 코코아로 바꿔주겠다고 발표한다. 구체적으로, 주주가 주식 1주를 가져오면 코코아 80파운드로 바꿔준다는 것이다.


이 시점에서 계산을 해보면 이렇게 된다. 당시 시장에서의 록우드사의 주식 1주는 15달러인데, 코코아 80파운드를 시장에서 내다팔면 48달러가 생긴다(80파운드*60센트=4,800센트=48달러). 그러므로 록우드사의 주식 1주를 코코아로 바꿀 때마다 33달러의 차익이 생길 것이다(48달러-15달러=33달러). 버핏은 여기에 차익거래의 기회가 있다고 발견한다. 그는 록우드사의 주식과 코코아를 바꾸는 일을 반복한다.


구체적으로 다음과 같은 일을 반복했다고 그는 밝히고 있다. 주식시장에서 록우드의 주식을 매입한 다음에, 이 주식을 코코아 열매를 파는 일을 반복한다. 주식 대신에 받은 코코아 열매를 팔고, 여기에서 생기는 돈으로 주식시장의 록우드 주식을 사들인다. 그는 슈뢰더 트러스트에 들러 주식을 창고증권과 교환 했다고 말한다.


순서를 들어 설명하면 다음과 같다.


1. 주식시장에서 록우드의 주식을 매입한다 : 주당 15달러에 매입하는 것이다.
2. 슈뢰더 트러스트에 들러 록우드 주식을 창고증권으로 바꾼다. 그리고 나서 이 창고증권을 다시 코코아 열매와 바꾼다 : 1주당 코코아 80파운드를 받는다. 
3. 코코아 시장에 내다판다 : 80파운드 당 48달러에 매각한다.  
1, 2, 3의 과정을 반복할 때마다 버핏에게는 주당 33달러의 차익이 생기는 셈이다.


그는 몇주에 걸쳐 록우드 주식을 사고, 코코아를 팔고, 슈뢰더 트러스트에 들러 주식과 창고증권을 교환하는 일을 반복했다고 한다. 이같은 차익거래에서 발생한 수익을 막대했으며, 자신이 지출한 비용은 지하철 토큰값 뿐이었다고 밝히고 있다. (For several weeks I busily bought shares, sold beans, and made periodic stops at Schroeder Trust to exchange stock certificates for warehouse receipts. The profits were good and my only expense was subway tokens.)


버핏이 코코아를 어깨에 매고 지하철을 타고 가는 모습을 상상해보니 흥미롭다. 


그런데 버핏의 전기 <스노불>에서는 이 부분이 조금 다르게 설명되고 있다. 이 책에는 버핏이 록우드 주식 222주를 직접 매입했는데 코코아와 바꾸지는 않았다고 나와 있다. 록우드 주식을 그대로 갖고 있었다는 것이다. 왜 그랬을까


버핏은 카카오 사업 부문에 귀속시킨 카카오 뿐만 아니라 록우드가 갖고 있던 전체 카카오 콩을 록우드가 발행한 전체 주식수로 나눠본다. 그러자 록우드 주식 1주당 36킬로그램이 나왔고, 그렇기 때문에 주식을 그냥 갖고 있는 사람들은, 주식을 카카오로 바꾸는 사람보다 더 이익이라는 사실을 알아낸다. 게다가 주식을 그대로 갖고 있는 사람들은 공장 설비 부문, 미수금, 청산하지 않은 나머지 사업 부문에 대한 몫도 따로 챙길 수 있기 때문에 수익은 더 늘어난다는 계산을 한다. 


록우드 주식을 실제로 15달러에서 85달러까지 급등하고, 버핏은 록우드 주식 222주를 팔아서 1만 3,000달러를 벌었다고 한다. 만약 주식 222주를 코코아로 팔았다면 겨우 444달러를 벌었을 것이다. 버핏은 이 과정에서 직접 발로 뛰며 현장 조사를 하는 노력을 게을리 하지 않았다고 밝히고 있다. 무디스, 스탠더드앤푸어스(S&P) 본사를 직접 찾아가 자료를 열람하고 회사를 직접 찾아가 경영진을 만났다고 한다. 


버핏은 차익거래를 하려할 때 다음의 4가지 질문에 스스로 답해볼 것을 조언한다.


1. 약속된 사건이 실제로 일어날 가능성은 어느 정도인가?
(How likely is it that the promised event will indeed occur?)


2. 돈이 얼마 동안 잠겨 있을 것인가?
(How long will your money be tied up?)


3. 더 나은 어떤 일이 벌어질 기회가 있는가? 예를 들어 경쟁적인 인수시도가 벌어질 수 있는가?
(What chance is there that something still better will transpire - a competing takeover bid, for example?)


4. 만약 그런 일이 반독점 운동, 재무적 사고 등에 의해 벌어지지 않는다면 어떻게 될 것인가?
(What will happen if the event does not take place because of anti-trust action, financing glitches, etc.?)


이 가운데 포인트는 시간과 확률이라고 그는 말한다.


시간은 짧을 수록 좋다. 똑같은 금액이더라도 차익거래로 1년만에 수익을 내면 수익률이 10%이지만 2년이 지나면 수익률은 4.9%로 뚝 떨어진다. 또, 차익이라는 특수한 상황 자체가 무산될 수도 있는지를 살펴봐야 한다고 그는 덧붙인다.


그는 차익거래의 경험을 바탕으로 효율적 시장 이론(Efficient Market Theory)에 대해서 비판적인 견해를 밝히고 있다. 효율적 시장 이론에 따르면 차익거래로 수익을 내는 것은 불가능하다.

버핏은 "1926-1956년의 30년동안 차익거래의 연평균 수익률은 20%였으며 이는 S&P시장 상승률 10%의 두배에 달한다"는 통계를 언급하고 나서 "효율적 시장 이론의 지지자들은 이런 명백한 증거에 한번도 관심을 가져 본 적이 없으며, 수천명의 학생들이 잘못된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는데도 아무도 효율적 시장 이론이 틀렸다고 말하지 않는다"고 말합니다. 그는 또 "효율적 시장 이론이 여전히 비즈니스 스쿨의 투자 강좌에서 여전히 주요 커리큘럼으로 다뤄지고있다"고 덧붙이고 있다.


버핏은 "오히려 이런 관행이 우리와 그레이엄 지지자들에게 엄청난 서비스를 하고 있다"고 덧붙인다.
(Naturally the disservice done students and gullible investment professionals who have swallowed EMT has been an extraordinary service to us and other followers of Graham)


단, 버핏은 차익거래는 그 자체로는 화수분이 아니며, 차익거래로 수익을 내기 위해서는 연구를 해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버핏은 결론적으로 이렇게 정리하고 있다. 


"투자가는 특정 투자 카테고리나 스타일에 매달려서는 시장을 넘는 수익을 거둘 수 없다. 그는 신중하게 사실을 평가하고 연습을 거듭할 때에만 수익을 거둘 수 있다. 차익거래에 투자하는 것은 그 자체만으로는 포트폴리오를 고르는 것이나 다트를 던지는 것과 본질적으로 다르지 않다.
(An investor cannot obtain superior profits from stocks by simply committing to a specific investment category or style. He can earn them only by carefully evaluating facts and continuously exercising discipline. Investing in arbitrage situations, per se, is no better a strategy than selecting a portfolio by throwing darts)


투자법 그 자체보다는 투자법을 실행하는 과정에서의 노력이 투자 성과를 보장해준다는 말이다. 차익거래가 겉보기 만큼 쉽지 않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ksb@thevalue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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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14-09-06 15:4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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