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아연(대표이사 박기덕)이 9일 오전 10시 서울 용산구 몬드리안 호텔에서 제53기 임시주주총회를 열고 독립이사 4명과 감사위원회 위원이 되는 독립이사 1명을 선임했다. 이로써 고려아연 이사회는 기존 14명에서 19명으로 확대됐으며, 최윤범 회장 측 12명과 영풍·MBK파트너스 측 7명으로 재편됐다.
영풍·MBK파트너스는 이번 주총은 경영권 신임투표가 아니라 이사회·감사위원회의 독립성을 강화하기 위한 절차라는 입장으로 심혜섭·이준봉 후보가 집중투표 득표 1·2위로 선임되면서 추천 이사가 7명으로 늘어난 점을 성과로 제시했다.
당초 오전 10시 예정이던 주총은 중복 위임장 확인과 일부 주주의 입장 절차가 길어지면서 10시 24분 시작됐다.
◆ 집중투표 독립이사 4명 선임...영풍·MBK와 최회장 양측 각각 2석 확보
9일 오전 10시 서울 용산구 몬드리안 호텔에서 고려아연의 제53기 임시주주총회가 개최됐다. [사진=더밸류뉴스]
이날 상정된 안건은 분리선출 감사위원을 2인 이상으로 늘리는 정관 일부 변경, 집중투표에 의한 독립이사 4명 선임, 감사위원이 되는 독립이사 1명 선임 등 3건이다. 오는 10일 시행되는 개정 상법이 자산총액 2조원 이상 상장사에 감사위원 2인 이상 분리선출을 의무화한 데 따른 것이다.
제1호 안건인 정관 일부 변경의 건은 출석 의결권 수 대비 100% 찬성으로 가결됐다. 이에 따라 분리선출 감사위원은 기존 1명에서 2명으로 늘어나며, 변경된 정관은 승인 즉시 효력이 발생한다.
제2호 안건은 최윤범 회장 일가 가족회사인 유미개발과 영풍·MBK 측 한국기업투자홀딩스가 모두 집중투표를 청구해 집중투표 방식으로 진행됐다. 주주는 1주당 선임 대상 이사 수인 4배의 의결권을 갖는다.
표결 결과 영풍·MBK 측이 주주제안한 심혜섭 변호사가 최다 득표를 기록했고 이준봉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가 뒤를 이었다. 이어 고려아연 이사회가 추천한 이형규 한양대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와 서은숙 상명대 경제금융학부 교수가 각각 3위와 4위로 선임돼 양측이 2석씩 나눠 가졌다.
◆ 감사위원 표결, 3%룰 적용해 백인규 감사위원 선임
3%룰이 적용된 감사위원 선임 결과 백인규 후보가 선임되었다. [사진=고려아연]
제3호 안건에서는 고려아연 이사회가 추천한 백인규 단국대 데이터지식서비스공학과 산학협력중점교수가 감사위원회 위원이 되는 독립이사로 선임됐다. 백 후보 선임안인 제3-1호 의안은 출석 의결권 622만5934주 가운데 509만2815주가 찬성해 찬성률 81.8%를 기록했다. 영풍·MBK 측이 주주제안한 박유경 타라기후재단 사외이사 선임안인 제3-2호 의안은 찬성 주식수 173만9065주로 찬성률 27.93%에 그쳐 부결됐다.
감사위원 선임에는 3%를 초과하는 주식의 의결권을 제한하는 이른바 '3%룰'이 적용됐다. 박기덕 의장은 의결권 있는 발행주식총수의 3%인 61만1796주를 초과해 보유한 주주는 초과분에 대해 의결권을 행사할 수 없다고 밝혔다. 최대주주와 특수관계인은 보유 지분을 합산해 3%까지만 인정된다. 지분 약 41%를 보유한 영풍·MBK 측과 약 38%를 보유한 최 회장 측 모두 보유 지분을 전부 행사할 수 없어, 기관투자자와 외국인, 소액주주 표심이 결과를 좌우했다.
주총에 앞서 의결권 자문사 9곳 가운데 8곳이 백 후보 선임에 찬성을 권고했고, 한국ESG기준원은 박 후보 찬성 의견을 냈다. 국민연금은 지난 7일 수탁자책임 전문위원회를 열고 상정 안건 전부에 찬성하기로 했으며, 집중투표 대상인 독립이사 4명에게는 의결권을 4분의1씩 균등 배분했다.
주총 과정에서 양측은 상대 후보의 독립성을 문제 삼았다. 영풍 측은 백 후보가 딜로이트에서 약 30년간 근무한 점과 딜로이트그룹이 프로젝트 크루서블을 포함해 고려아연과 오랜 업무 관계를 이어온 점을 들어 자기검토 우려를 제기했다. 고려아연 주주들은 백 후보가 한국과 미국 공인회계사 자격을 보유한 점을 들어 전문성을 강조했다.
◆ 영풍·MBK "최윤범 이사 독립적 검증 필요성"
영풍·MBK 측은 주총 직후 입장문을 통해 백 감사위원에게 독립적 검증 역할을 요구했다. [사진=고려아연]
영풍·MBK 측은 주총 직후 입장문을 내고 "이번 임시주총은 경영권에 대한 신임투표가 아니라 이사회와 감사위원회의 독립성을 강화하기 위한 절차"라고 밝혔다. 이어 심혜섭·이준봉 후보가 집중투표 득표 1·2위로 선임되면서 추천 이사가 7명으로 늘어난 점을 성과로 제시했다.
박유경 후보 부결에 대해서는 유감을 표하면서도, 주주 공개추천과 외부 심사를 거쳐 감사위원 후보를 선정한 시도 자체에 의미가 있다고 밝혔다. 아울러 고려아연 이사회에도 감사위원 후보 추천 절차를 모든 주주에게 개방하고 독립적인 외부 검증을 도입할 것을 요청했다.
새로 선임된 백인규 감사위원에게는 독립적인 검증 역할을 요구했다. 영풍·MBK 측이 검증 대상으로 제시한 사안은 원아시아파트너스 펀드 출자에 따른 이해상충 의혹, 이그니오홀딩스 인수가의 적정성, 최 회장 일가 선행 투자 기업에 대한 회사 자금 후속 투입, 금융당국 제재로 이어진 회계처리 문제 등이다.
고려아연은 해당 사안들이 사실관계를 왜곡한 주장이라고 반박해 왔으며, 회계 제재에 대해서는 고의적 회계부정이 아닌 회계 판단 차이였다는 입장이다.
이번 주총으로 경영권 분쟁이 마무리되지는 않을 전망이다. 이사회 19명 가운데 9명은 내년 3월 임기가 만료된다. 최 회장 측으로 분류되는 이사 6명과 영풍·MBK 측 이사 3명이 대상이다. 영풍·MBK 측은 이사회에 진입한 7명의 추천 이사를 중심으로 경영진에 대한 견제와 투자·지배구조 관련 검증을 이어갈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