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 국부펀드인 노르웨이 정부연기금(NBIM)이 고려아연의 집중투표제에 반대의견을 밝혔다. NBIM은 고려아연 지분 1.04%를 보유하고 있다. 이에 따라 장씨 일가와 MBK파트너스의 우호 지분은 47.74%(의결권 기준)이며 추가로 '2.26% + 1표'를 확보하면 과반에 도달한다
고려아연 지분 현황. 단위 %. 2025. 1. 19.
◆NBIM, "주주에게 책임지는 이사회 구성 필요"
19일 더밸류뉴스 취재 결과 노르웨이 정부연기금을 운용하는 노르웨이은행 투자관리(Norges Bank Investment Management, 이하 NBIM)는 18일(한국 시각) 오후 홈페이지를 통해 고려아연 임시주총 의안에 대한 표결 결과를 공개했다.
NBIM은 집중투표제 뿐만 아니라 이사수 19명 제한에 대해서도 반대했으며, MBK·영풍 측이 추천한 이사회 후보 14명 전원에 대해서만 찬성표를 던졌다. 고려아연 측 추천 후보 전원에 대해서 반대했다. NBIM은 집중투표제에 대해 반대 의사를 밝히며, “주주들에게 책임을 지는 효과적인 이사회 구성을 위해, 확고한(robust) 후보 지명 및 선출 과정을 가져야 한다”고 밝혔다.
NBIM은 “이사회가 주주들의 요청에 따라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않았는지, 주주 제안을 회피하려고 했는지, 주주들의 승인 없이 주주의 권리를 제한했는지 등에 대해서 고려한다”며 MBK·영풍 측이 추천한 이사회 후보 14명 전원에 대해서만 찬성함으로써, 현 고려아연 이사회가 주주들의 이익에 최선을 다하지 않았음을 지적했다.
NBIM의 ‘의결권 행사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이사회가 주주에 대한 신인의무를 다하지 않을 경우 주주는 이사회에 변화를 추구할 권리를 갖고 있다”고 명시하고 있는 바, NBIM이 비록 원론적으로는 집중투표제와 이사수 제한에 따르는 가이드라인을 갖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번 고려아연 임시주총 의결권 행사에서는 현 이사회의 주주에 대한 신인의무 위반이 더 크다고 본 것이다.
NBIM은 또한 “만족스럽지 못한 재무 및 전략적 성과, 잘못된 리스크 관리, 주주들에 대한 용납할 수 없는 대우, 회사 운영으로 인한 바람직하지 않은 환경적 또는 사회적 결과를 고려한다”는 이유를 들며, 고려아연 측 추천 후보 전원에 대해서 반대 의사를 표명했다. 주주들에 대한 ‘용납할 수 없는 대우(unacceptable treatment)’라고 한 것은, 최윤범 회장이 자기주식 공개매수에 연이어 일반공모유상증자를 시도해, 자본시장법 위반으로 남부지검에 고발된 것이 영향을 준 것으로 분석된다. NBIM은 20조 크로네(약 2549조원)를 운용하는 세계 최대 국부펀드 중 하나이다. 전세계 모든 상장사 지분의 1.5%를 갖고 있다.
영풍그룹 현황. 2024. 12. 23. 단위 %. [자료=공정거래위원회]
◆장씨 일가+MBK 지분(47.74%), 최씨 일가 근소하게 앞서....23일 표대결 전망
이에 따라 23일로 예정된 고려아연 임시주총에서 장씨 일가와 MBK파트너스(이하 MBK)가 우위에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19일 의결권 기준으로 장씨 일가와 MBK의 범 우호 지분은 47.74%이며 '2.26% + 1표'만 확보하면 과반에 도달한다. 최씨 일가의 범 우호 지분(44.51%. 국민연금 지분 4.51% 포함)을 근소하게(3.23%p) 앞서고 있다. 최씨 일가의 범 우호 지분 가운데 일부는 이탈 가능성도 있다.
오는 23일 고려아연 임시주주총회에서 집중투표제를 비롯한 안건에 표대결이 이뤄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의결권이 없는 고려아연 자사주 12.38%를 제외하면 남은 지분 7~8% 가량의 표심이 임시 주총 표대결 결과를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