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효성그룹, '재계 큰 별' 떠나자 분주해졌다..조현준·현상 '형제 독립경영' 어떻게 끝맺음할까

- 조석래 회장, 생전에 형제 경영구도 확립... 인적 분할 통한 계열분리 예고

- 효성화학, 지난해 부채비율 4943%... 신사업에 걸림돌

  • 기사등록 2024-04-24 15:5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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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밸류뉴스=황기수 기자]

"아버지께서 남기신 가르침을 가슴 깊이 새겨 사회에 보탬이 되는 큰 재목이 되도록 노력하겠다."


지난달 29일 '재계의 큰 별' 조석래 효성그룹 명예회장이 향년 89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났다. 그는 효성을 지금의 스판덱스와 타이어코드 세계 1위의 자리까지 이끌었을 뿐 아니라, 섬유 기술을 국산화하며 한국 섬유 산업의 성장을 주도한 경영자로 꼽힌다.


섬유계에 한 획을 그은 조석래 회장이 타계하면서 향후 효성그룹을 이끌 사령탑은 누가 될 것인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효성그룹은 고인이 생전에 승계 구도를 확정 지은 덕분에 재계에서 빈번한 경영권 분쟁은 사전에 차단됐다.


효성은 올해 부실사업 개선, 신사업 발굴 등 여러 당면과제들을 지니고 있다. 또 무엇보다 지난 2월에는 지주사 신설을 알리며 향후 계열분리를 예고한 바 있어 어느 때보다 바쁜 한해가 될 전망이다. 


◆고(故) 조석래 명예회장, 형제 경영구도 확립... 계열분리 예고


고(故) 조석래 회장은 슬하에 3남을 뒀다. 장남인 조현준 회장이 2017년 효성그룹의 신임 회장으로 정식 취임했으며, 이듬해인 2018년 지주사 체제로 개편하면서 삼남인 조현상 부회장과의 공동 경영체제를 이어가고 있다. 차남인 조현문 전 부사장은 2014년 형인 조현준 회장을 상대로 횡령·배임 혐의를 들어 소송을 제기하는 이른 바 '형제의 난'을 일으킨 후 승계구도에서 완전히 배제됐고 효성가와 왕래도 끊겼다. 


조 회장은 생전에 두 형제의 독립경영체제를 확정했다. 지난 2월 23일 효성은 이사회를 열고 효성첨단소재 등 계열사 6개를 인적 분할해 신규 지주회사 ‘효성신설지주’를 설립하는 안건을 통과시켰다고 밝혔다. 인적 분할은 기존 회사 주주들이 신설 회사 지분도 동일하게 갖게 되는 것으로, 효성그룹은 '존속 지주사 0.82, 신설 지주사 0.18' 비율로 분할을 결정했다.


효성그룹, \ 재계 큰 별\  떠나자 분주해졌다..조현준·현상 \ 형제 독립경영\  어떻게 끝맺음할까효성그룹 지배구조. 2023년 12월 기준. 단위 %. [이미지=더밸류뉴스]

효성은 이번 인적분할을 통해 기존 지주사 ㈜효성과 별도의 신규 지주사를 두면서 두 형제의 독립 경영체제를 확정짓는 것으로 풀이된다. 조현준 회장이 존속 지주사 ㈜효성을 통해 그룹의 핵심인 섬유를 비롯한 중공업과 화학을 맡고, 조현상 부회장이 신설 지주사를 통해 첨단소재를 맡는다. 또 효성은 공시를 통해 "제반 여건이 갖춰지면 분할신설회사와 그 산하 자회사 계열 분리가 진행될 가능성이 있다"고 밝혀 향후 계열 분리를 시사한 바 있다.


효성그룹은 오는 6월 임시 주주총회를 통해 회사분할 승인절차를 마무리짓고, 7월 1일부터 2개의 지주회사 체제로 출범할 계획이다. 다만 한국거래소의 예비심사 과정에서 자사주를 둘러싼 이슈가 발생하며 분할 일정이 밀릴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이번 효성의 분할 예정 자산에는 116만1621주의 자사주가 포함됐으며, 이에 한국거래소는 자사주의 전량 소각을 요구했다. 이외에도 2대주주인 국민연금과 공정거래위원회의 승인 등이 효성그룹의 분할에 변수가 될 전망이다. 

    

◆형제간 지분 정리 남아... ㈜효성 등 3곳 지분 3% 미만 낮춰야 


후계 정리는 끝났지만 지분 정리는 여전히 풀어야 할 과제로 남아있다. 향후 계열 분리를 위해서는 상호 보유 지분을 3% 미만으로 낮춰야 하는데, 두 형제는 지주사인 효성 뿐 아니라 계열사들의 지분도 다수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효성그룹 계열사 중 상호 보유 지분 3%을 넘는 곳은 ㈜효성, 효성중공업, 효성화학 등 3곳이다. 


효성그룹, \ 재계 큰 별\  떠나자 분주해졌다..조현준·현상 \ 형제 독립경영\  어떻게 끝맺음할까효성그룹 오너 지분현황. [이미지=더밸류뉴스]

먼저 지분 정리에 나선 이는 조현상 부회장이다. 지난 19일 전자공시에 따르면, 조 부회장은 효성중공업 주식 약 16만주를 약 500억원에 매각했으며, 조 부회장의 지분은 기존 4.88%에서 3.16%까지 낮아졌다. 업계에선 조 부회장의 이번 지분 매각을 시작으로 두 형제가 지분 정리에 속도를 내면서 향후 상호간 지분 교환을 통한 완전한 계열 분리가 이뤄질 것으로 보고 있다.


또 고 조석래 회장의 재산 상속도 향후 경영 구도에 변수로 작용할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그는 ㈜효성 10.14%, 효성티앤씨 9.07%, 효성중공업 10.55%, 효성화학 7.48%, 효성첨단소재 10.32% 등 다수의 계열사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그가 보유한 주요 5개 계열사의 지분가치만 해도 약 7000억원에 달하며, 그에 따른 상속세는 4000억원을 넘어설 전망이다. 고인의 사망일이 해당하는 월말부터 6개월이내 상속세 신고가 이뤄져야 하기에, 오는 9월 말까지는 상속이 완료될 예정이다.  


조 명예회장의 유언장은 공개된 바가 없으나, 지분 상속이 효성의 지배구조에 큰 변화를 가져오지는 못할 것이란 의견이 지배적이다. 조현준 회장과 조현상 부회장의 현재 효성 지분율은 각각 21.94%와 21.42%로 비슷하다. 조 명예회장이 생전 후계 구도를 확정지었다는 점에서 민법상 법정상속분인 '배우자 1.5, 자녀 각 1'의 비율대로 균등 상속할 가능성이 크다는 판단이다.


이 때 법정상속자인 삼남 모두에게 균등 상속될 경우 차남 조현문 전 부사장에게도 지분이 생긴다는 점도 주목할 부분이다. 정해진 비율에 따라 ㈜효성은 조 명예회장의 배우자인 송 여사에게 3.38%, 3형제에게 각 2.25%씩 돌아간다. 다만 조 전 부사장이 지난 2014년 '형제의 난'을 일으킨 후 그룹 지분을 모두 매각함에 따라 상속분이 현 경영권 구도를 뒤집을 변수가 되진 못할 전망이다.


효성그룹, \ 재계 큰 별\  떠나자 분주해졌다..조현준·현상 \ 형제 독립경영\  어떻게 끝맺음할까효성그룹 오너 가계도. [자료=버핏연구소] 


◆효성화학, 지난해 부채비율 4943%... 신사업에 제동


향후 효성그룹의 각 지주사는 새 이사진을 꾸려 미래 청사진을 구체화할 계획이다. 하지만 최근 계열사들이 전반적으로 부진하면서 주력 자회사들에 대한 혁신과 재무구조 개선이 무엇보다 시급한 상태다.


먼저 그룹 내 캐시카우인 효성티앤씨의 부진이 아쉬운 상황이다. 코로나 펜데믹이 심화된 2021년 효성티앤씨는 래깅스 등의 수요 급증에 힘입어 1조4236억원의 역대급 실적을 기록한 바 있다. 하지만 지난해 효성티앤씨의 연간 영업이익은 2134억원으로 2021년 대비 '7분의 1' 수준으로 회귀했다. 효성티앤씨의 이 같은 실적 부진에는 산업 전반에 걸쳐 나타난 중국의 대량 물량 공세가 주효했다. 이에 효성티앤씨는 지난 달 30일 바이오 사업에 1조원 규모의 투자를 감행하는 등 새로운 동력 찾기에 주력하고 있다.


효성그룹, \ 재계 큰 별\  떠나자 분주해졌다..조현준·현상 \ 형제 독립경영\  어떻게 끝맺음할까효성화학 최근 10개 분기 매출액 및 영업이익률. [이미지=더밸류뉴스]

효성화학은 재무상태에 빨간불이 켜졌다. 업황 부진이 지속됨에 따라 지난해 1888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하며 2022년에 이어 연속 적자를 기록했다. 지난해 말 기준 효성화학의 순차입금은 2조4000억원으로, 부채비율은 무려 4934%에 달한다. 지주사 효성은 지난해 효성화학에 두 번의 유상증자를 통해 각각 500억원과 1000억원을 지원한 바 있으나 크게 효과를 보진 못했다. 


이에 효성화학은 올해 재무 개선에 더욱 속도를 낼 계획이다. 올해 만기가 도래하는 1조6000억원의 차입금 상환과 신소재·수소 등 그룹 내 신사업에 필요한 대규모 자금 확보를 위함이다. 최근 효성화학은 알짜 사업부인 특수가스사업부의 지분 매각을 통한 유동성 확보에 나섰다. 지난 17일 9곳의 후보가 특수가스사업부의 숏리스트(적격예비인수후보)로 선정됐으며, 한달간의 실사를 거쳐 이르면 상반기 중으로 본입찰이 진행될 예정이다.


ghkdritn12@thevalue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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