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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우건설, 주인 바뀌니 해외로 눈 돌리네...왜?

- 1970년대 '사막의 모래바람' 노하우 살려 '제2 중동붐' 전략 본격화

  • 기사등록 2023-07-09 12:37: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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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밸류뉴스=박지수 기자]

“대우건설 하면 아파트 브랜드 '푸르지오(PRUGIO)' 아닌가요? 요즘 해외는 글쎄…” 


“상반기에만 벌써 2조가 넘었습니다. 하반기 끝나면 보시죠.”


대우건설(대표이사 백정완)이 최근 대규모 해외 수주를 잇따라 따내면서 그간의 국내 시장 중심의 성장 전략을 해외 시장으로 선회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정원주 중흥그룹 부회장이 최근 대우건설 회장에 취임한 것도 중흥그룹 차원의 지원을 본격화하기 위한 전략이라는 분석이다. 대우건설은 지난해 초 중흥그룹(회장 정창선)에 인수됐다. 


◆올 상반기에만 해외수주 2조 넘어... 전년동기比 429%↑ 


대우건설의 해외 수주액은 올해 상반기에만 2조원을 훌쩍 넘었다. 지난 2월 나이지리아 ‘카두나 정유시설 긴급 보수 공사’를 약 7255억원에 수주한 데 이어 3월 리비아 ‘패스트트랙 발전 공사’를 1조500억원에 연달아 수주하면서 1분기에만 1조8000억원을 넘었다. 전년동기 대비 429.47% 급증한 수치다. 


지난 6월에는 나이지리아 ‘인도라마 비료공장 3호기’ 까지 따내면서 1~3호기를 모두 대우건설이 차지해 나이지리아 시장에서 존재감을 보여줬다는 평가다.


대우건설의 신규 수주 현황. [자료=대우건설 사업보고서]

업계 일각에서는 해외 수주가 실적으로 나타나는 2025년께에는 대우건설이 '건설 빅3'에 진입하는 것도 가능할 것으로 조심스럽게 내다보고 있다. 대우건설의 시공능력평가순위는 2010년대까지만 해도 삼성물산, 현대건설과 함께 '빅3'를 유지했지만 '주인없는 시기'가 이어지면서 순위가 하락해 지난해 6위를 기록했다. 


◆중흥그룹 인수 후 '대우건설 해외 DNA' 본격 가동   


대우건설의 이같은 해외 시장 진출은 지난해 2월 중흥그룹에 인수된 것을 기점으로 발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당시 중흥그룹은 대우건설 지분 50.75%를 취득하고 공정거래위원회의 기업결합 승인을 받으면서 최대주주로 올라섰다. 이로써 대우건설은 11년 동안의 '주인없는 1군 건설사' 시대를 마감했다. 


이후 대우건설은 글로벌 시장 진출을 적극 타진하는 모습을 보여왔다. 지난해 10월 정원주 중흥그룹 부회장이 우즈베키스탄 수도 타슈켄트를 대우건설 실무진과 함께 방문해 현지 건설시장을 점검하고 정부 주요 인사들과 다양한 사업에 대한 의견을 나누었다. 이밖에 베트남, 필리핀, 나이지리아, 투르크메니스탄 등 해외 정상급 관계자들을 예방했다. 정원주 부회장은 올해 신년사에서 “해외 시장 개척과 확대를 통한 대우건설의 지속성장 동력 확보에 매진할 것"이라고 밝혀 대우건설의 해외 시장 공략을 공식화했다. 


정원주(오른쪽) 중흥그룹 부회장이 지난해 10월 우즈베키스탄 수도 타슈켄트에서 미르자예프 조이르 토이로비치(Mirzayev Zoyir Toirovich) 타슈켄트 주지사와 면담하고 기념촬영하고 있다. [사진=대우건설]

여기에 발맞춰 백정완 대우건설 대표이사는 지난해 12월 해외수주를 위해 전략기획본부 산하에 ‘해외사업단’을 신설했다. 글로벌 시장 진출에 집중 베이스캠프를 만든 것이다. 이같은 노력의 성과가 올해 상반기 해외 수주로 나타났다는 분석이다. 


◆1970년대 '사막의 모래 바람' 주역....리비아 카다피가 감동


대우건설은 지금은 아파트 브랜드 푸르지오로 익숙하지만 실은 1970년대 중동 건설 신화의 주역이다. '대우건설'하면 ‘모래바람’을 떠올리는 것도 이 때문이다. 


대우건설의 해외사업 프로젝트는 지금까지 총 500여개에 달한다. 국내에선 8.2㎞구간에 달하는 거가대교 등 랜드마크급 공사의 주인공이 대우건설이다. 대우건설이 2019년 완공한 카타르 이링(E-ring) 고속도로는 미적 감각이 물씬 풍기는 '예술품'으로 평가받고 있다. 수도 도하(Doha) 남부의 기존 도로를 4.5㎞ 확장하고 4㎞를 신설한 것이다. 총왕복 8∼14차선으로 건설돼 3개층의 교차로 2곳과 2개층 교차로 1곳도 설치됐다. 

 

대우건설이 시공한 카타르 이랑 고속도로. [사진=대우건설]

1980년에 북한과 수교를 맺고 있던 리비아와 한국이 국교를 맺고 한국 건설사들이 리비아로부터 100억 달러 이상의 수주를 올린 막후에는 대우건설이 있다. 1979년 한낮 온도가 50도를 육박하는 리비아 우조비행장 건설 현장에서 대우 임직원들이 묵묵히 공사에 매진하는 모습에 감동한 카다피 지도자가 전폭 지원을 당부한 것이다.  


이같은 해외 공사 노하우를 가진 대우건설의 글로벌 시장 진출은 시의적절하다고 여겨지고 있다. 


여기에다 때마침 제2의 중동붐이 불어 닥치고 있다. 글로벌 시장조사 업체 IHS마킷에 따르면 올해 사우디 네옴시티 프로젝트를 포함해 중동 건설 시장 규모는 912조원이다. 대우건설은 이 가운데 사우디 네옴시티 고속철도 공사 수주에 입찰할 예정이다. 이 공사에는 대우건설을 비롯해 △중국 상해터널공정 △프랑스 솔레탕슈바시 △스페인 악시오나 △이집트 페트로제트 등이 입찰에 나설 예정이다.


주요 경쟁자로 점쳐지는 중국 상해터널공정과 프랑스 솔레탕슈바시는 각각 터널구조물, 터널굴착 부분에서 강세를 보이고 있으며 지난 2009년 싱가포르육상교통청(LTA)에서 발주한 약 7000억 규모 ‘도심 지하철 2단계 사업’에서 팀을 이뤄 입찰에 시도했지만 한국 건설사에 패한 적 있다. 이밖에 대우건설의 하반기 목표 사업으로는 △이라크 알포 신항만 건설공사 후속공사 △리비아 재건사업 △사우디아라비아 네옴시티 프로젝트 △투르크메니스탄 등이다.


이와 관련해서 대우건설은 더밸류뉴스와의 통화에서 "사우디 네옴시티 철도 사업 이외에도, 해군기지를 비롯한 이라크 신항만사공사 부수 사업을 수주할 예정"이라며 "범 중동 시장에서의 사업을 지속적으로 확장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해외 수주는 정치 사회적 문제로 오랜 기간 공들인 프로젝트가 물거품 되는 일이 허다하다"며 "내전 등의 어려움을 겪고 있는 나라에서도 대우건설은 오랜 기간 쌓아온 노하우를 통해 돌파구를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대우건설측은 “정원주 회장의 해외 주요 정상급 지도자 및 사업 파트너 면담에서 회사의 신뢰와 협상력을 강화시켜 신규 시장 개척 및 거점시장의 확대로 이어지고 있다”고 밝혔다.  


parkjisu09@thevalue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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