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영인 SPC그룹 회장의 모친이자 삼립식품(현 SPC삼립) 창업주인 고(故) 허창성 명예회장의 부인 김순일 여사가 지난 10일 별세했다고 SPC그룹이 밝혔다. 향년 101세.
고 김순일 여사. [사진=SPC그룹]
고인은 1923년 황해도 옹진에서 태어나 1942년 19세에 허창성(1914~2003) 명예회장과 결혼했고, 1945년부터 허 명예회장과 함께 '상미당'을 경영했다. 상미당은 삼립식품의 전신이자 SPC그룹의 모태가 된다.
고인은 허 명예회장의 동반자였을 뿐 아니라 회사의 공동 창업자이자 경영 파트너였다. 제빵 기술이 뛰어났던 허 명예회장은 창업 초기 주로 생산관리를 담당했고, 고인은 직원의 인사와 원재료 구매, 거래처 계약, 예산 집행 등 경영관리 분야를 맡았다.
SPC그룹의 모태가 되는 제과점 '상미당'. [사진=SPC 홈페이지]
허 명예회장은 자서전 '미래를 살아가는 지혜'에서 "아내를 빼놓고 회사를 거론하는 것은 모순이라고 할 만큼 역할이 컸다"며 "출발부터 삼립식품을 확고부동한 반석 위에 올려놓기까지에는 항상 아내의 공과 덕이 뒤따랐다"고 회고했다. 경영관리 능력와 관련, 허 명예회장은 "아내는 고비마다 몸소 뛰었다. 문제가 생기면 명석한 판단으로 실마리를 풀었고, 타고난 재질과 해박한 지식은 경영철학만큼이나 엄정해서 편견이나 선입견을 앞세우는 일이 없었다"며 "합리적 판단이 필요한 기업의 재무 및 인사 등에 있어서 아내의 역할은 절대적이었다"고 언급했다. 또 자신의 단점을 아내가 늘 보완해 줬다며 "아내는 내가 갖지 못한 경영관리 능력으로 회사를 육성해 왔으니 나에게는 행운이었다"고 고마움을 전하기도 했다.
고인은 삼립식품 창립 이후에는 이사와 감사로 경영에 참여해 회사의 기틀을 닦고 내실을 다지는 데 기여했다.
허창성 명예회장의 아들인 허영인 회장은 IMF 외환위기 당시 경영이 어려워진 삼립식품을 2002년 되찾아왔다. 허 회장은 당시 "삼립식품은 첫 직장이었고 부모님의 업적으로 이룬 회사였기 때문에 항상 애착을 갖고 있다"고 밝히며 감사를 전했다.
유족은 허영선 전 삼립식품 회장, 허영인 SPC그룹 회장 등 6남1녀다. 빈소는 서울 강남구 삼성서울병원 장례식장 17호실에 마련됐다. 발인은 13일 오전 8시이며 장지는 경기도 이천시 선산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