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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연지는 '걸어 다니는 오뚜기CF'... '햄연지 유튜브'의 비밀

- 개설 2년만에 구독자 43만... 오뚜기 브랜드UP

- 앰부시 마케팅 성공 케이스... 개인∙기업 브랜드 동반 리스크도

  • 기사등록 2021-07-10 20:0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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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밸류뉴스=문성준 기자]

딸이 아버지와 저녁 식사를 한다. 부녀(婦女)가 웃음 꽃을 피우며 나누는 대화 주제는 가족, 요리, 날씨 같은 평범한 것들이다. 테이블에 놓여있는 음식도 카레, 짜장 같은 소박한 것들이다. 


그런데 이 영상이 유튜브에서 조회수 350만건을 기록했다. 이처럼 딸이 아버지, 남편, 친구와 먹고 마시며 지내는 소소한 일상을 유튜브에 올릴 때마다 조회수가 어지간하면 수십만건을 기록하고 있다. 이 유튜브 채널은 개설 2년만에 구독자 43만3000여명을 달성했다. 


함영준 오뚜기 회장 외동딸이자 뮤지컬 배우 함연지가 운영하고 있는 유튜브 채널 '햄연지 YONJIHAM' 이야기다. 


유튜브 채널 '햄연지 YonJIHAM'에서 뮤지컬 배우 함연지가 아버지 함영준 오뚜기 회장과 식사하고 있다. [이미지=햄연지 유튜브]

◆'재벌가 일상 엿보기' 욕구 충족시켜 


이 채널이 불과 2년만에 43만 구독자를 확보한 비결은 재벌급 오너의 딸이 주인공으로 등장해 친구, 남편 등과 지내는 모습을 보여주면서 시청자들의 '재벌가 일상 엿보기' 욕구를 충족시킨다는 점에 있다.


이 채널에서 함연지는 '소소한 일상'을 보여준다. 소박한 인테리어가 깔린 거실에서 가족이나 친구와 수다를 떨고, 라면이나 카레를 이용해 요리 대결을 하고, 자원 봉사를 한다. 만약 보통 사람이 이런 일상을 보여주었다면 시청자 관심을 끌기 어려운 주제들이다.  


그렇지만 주인공이 '재벌급 오너의 딸'이라면 사정이 달라진다. '재벌급 오너의 딸'하면 으레 떠올리게 되는 첨단 펜트하우스, 최고급 외제차, 럭셔리 의상을 벗어난 파격을 목격하면서 시청자들은 '아, 이렇게 소박하게 지내는 오너 딸도 있구나'하는 친근감과 동질감을 느낀다. 


이따금 '우정 출연'하는 함영준 오뚜기 회장은 이같은 효과를 극대화시킨다. 


함영준 회장은 시가총액 2조원대를 육박하는 종합식품기업 오뚜기 최대주주다. 그는 자신의 집무실을 불쑥 찾아온 딸에게 깜짝 인터뷰를 '당하며' 업무 일상을 보여준다. 시청자들은 '재벌 오너 사무실'하면 떠올리는 화려함과는 딴판인 소박함을 목격하면서 다시 한번 친근감을 느낀다. 



◆'보이지 않는 듯' 드러나는 '앰부시 마케팅'  


함연지가 유튜브 채널 '햄연지 YONJIHAM' 성공으로 거둬들이고 있는 홍보 효과는 막대하다. 


이 채널 성공의 최대 수혜자는 뭐니 뭐니해도 오뚜기다.  


함연지의 영상에 등장하는 카레, 라면, 짜장을 비롯한 먹거리는 '오뚜기' 제품이다. 시청자들은 자신도 모르게 오뚜기 브랜드를 접하고 있는 것이다. 심지어 유튜브 채널  '햄연지 YONJIHAM' 로고(아래 사진)는 오뚜기 CI(회사 이미지)를 패러디했기에 시청자들은 이 유튜브 채널에 들어가는 순간부터 오뚜기를 자연스럽게 연상하게 된다. 


함연지의 유튜브 채널 '햄연지 YONJIHAM' 로고(왼쪽), 오뚜기 CI. 

함연지의 개인 브랜드도 덩달아 업그레이드되고 있다. 함연지는 대원외국어고와 뉴욕대 티쉬예술학교를 졸업했고 2014년 뮤지컬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로 데뷔해 여러 작품에 출연했다. 그렇지만 함연지가 대중들에게 본격적으로 알려진 계기는 2019년 유튜브 채널 '햄연지 YONJIHAM' 개설이었다는 게 중론이다. 


함연지는 창업주 함태호(1930~2016) 선대 회장, 아버지 함영준 회장에 이은 오뚜기 오너 3세다. 10일 현재 함연지의 오뚜기 지분(4만3079주. 1.17%) 가치는 225억7300만원이다


[이미지=유튜브 채널 '햄연지]

함연지 유튜브 채널은 벌써부터 '앰부시 마케팅'(ambush marketing) 성공 케이스로 거론되고 있다. 앰부시란 매복을 뜻하는 말에서 나온 것으로 공식적으로는 기업이 후원하지 않으면서도 매복을 하듯 숨어 진행되는 마케팅 기법을 말한다.  


함연지의 유튜브 채널은 철저하게 개인 차원에서 운영되고 있는 것으로 나온다. 오뚜기측은 "회사는 유튜브 채널 운영에 관여하는 바가 없고, 전적으로 개인 차원에서 운영되고 있다. 그렇지만 함연지씨의 유튜브 활동이 회사에도 선한 영향력을 미쳐 긍정적으로 생각한다"고 밝히고 있다. 



◆기업 브랜드와 '개인 이미지 연계' 리스크도  


함연지 채널의 성공에는 그간의 오뚜기의 '착한 기업 이미지'가 밑바탕에 있다. 함태호 선대 회장은 육군 중령으로 예편해 마흔 가까운 나이에 오뚜기를 창업했다. 그가 심장병 어린이 후원사업을 통해 4000여명 환우의 수술비를 지원했다는 사실은 그의 사후에야 알려졌다. 그는 '왼손이 하는 일을 오른손이 모르게 하라'를 지론으로 지킨 것으로 알려진다. 315억원 상당의 개인주식 3만주를 밀알복지재단에 기부하기도 했다. 유튜브 '햄연지' 채널에는 “오뚜기로부터 심장병 수술비를 지원받아 지금은 건강히 잘 지내고 있다”는 댓글이 달려 있다.  


함태호(왼쪽) 오뚜기 창업주, 함영준(가운데) 오뚜기 회장, 함연지. [사진=오뚜기]

함영준 회장도 선친 뜻에 충실한 것으로 알려졌다. 선천성 심장병 아이들에게 수술비를 지원하고 있고, 2019년에는 5000번째 완치 어린이 탄생 기념 행사도 진행했다. 2016년 오뚜기 주식을 상속받으며 상속세 1500억원을 5년 분납하겠다는 밝혀 '노블리스 오블리제' 실천 케이스로 거론되기도 했다. 오뚜기 관계자는 "상속세 1500억원은 실제로 지난 5년간 분할납부돼왔고, 내년 3월까지 완납 예정"이라고 밝혔다.


2019년 오뚜기 심장병 후원 어린이 5000명 완치 기념행사가 진행되고 있다. [사진=오뚜기]

함연지 유튜브 채널의 앰부시 마케팅은 현재까지는 성공적이지만 리스크도 있다. 오뚜기 기업 이미지가 나빠질 경우 함연지 유튜브 채널은 오히려 역효과를 가져올 수 있는 것이다. 


2018년 함영준 회장은 상속세 마련을 위해 내부거래를 활용한다는 비판을 받았다. 이에 그해 9월 오뚜기는 내부거래 비중이 높은 지주들을 흡수합병하며 일감 몰아주기 논란을 털어냈다. 2019년에는 즉석밥 용기 일부가 일본산이라는 사실이 밝혀지며 논란이 됐다. 이에 오뚜기는 전체 용기의 5%를 차지하는 일본산 용기를 국산으로 대체했다.  


마케팅 전문가 A씨는 "함연지 채널의 성공 비결은 재벌 오너 3세가 보기 드물게 SNS를 통해 대중과 소통을 시도했다는 점"이라며 "가성비 높은 마케팅 케이스로 연구대상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a854123@thevalue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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