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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밸류뉴스=김승범 기자]

해외의 가치투자자들을 살펴보면서 가장 부러운 것은 수십 년에 걸친 수익률 기록이다. 예를 들어 버크셔 해더웨이 사업보고서를 펼치면 가장 먼저 나오는 것이 이 회사의 주당 장부가치(Per-share Book value)와 S&P500지수 상승률을 비교한 표이다. 이 표의 출발 연도는 1965년으로 무려 44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또 워렌 버핏은 버크셔 해더웨이 이전에 운영했던 버핏 투자조합의 수익률을 보여 주는 표도 가지고 있다. 이 표의 시작 연도는 1957년으로 자그마치 반세기 전이다.


지금의 20·30대가 태어나기도 전부터 가치투자가 이루어 낸 장대한 성취의 역사를 워렌 버핏은 보여 주고 있는 것이다. 이렇게 딱 부러지는 증거가 있기 때문에 그의 말 한 마디 한 마디가 투자자들에게 먹힐 수밖에 없다. 그런데 한국의 주식시장에서는 이런 표가 아직 나오지 않고 있다. 한국의 가치투자의 역사는 아무리 길게 잡아도 약 20년이다. 한국의 주식시장이 외국인에게 개방된 1992년을 기준으로 한다면 한국의 가치투자의 역사는 20년이 조금 못 되고, 전자공시 시스템이 도입된 1999년을 기준으로 하면 그 역사는 이제 겨우 10년이다.


그러다 보니 가치투자를 둘러싸고 참으로 많은 논쟁이 벌어지고 오해가 생기고 있다. 2008년의 증시 대폭락으로 가치투자를 지향하는 펀드가 큰 손실을 입은 것도 원인이다. 이 글을 읽는 독자는 가치투자가 뭐라고 생각하는가? 아니, 주식 투자란 뭐라고 생각하는가? 가치투자의 효용성을 의심하고 있지는 않은가? 만약 그렇다면 대충 이런 이유일 것이다.


"가치투자는 워렌 버핏 정도가 돼야 가능한 투자법이다. 개인 투자자는 절대 따라 할 수 없다."

"여기는 한국이다. 한국의 주식시장에서 가치투자로 돈을 번 개인 투자자를 본 적이 없다."
"가치투자가 효용성이 있기는 하지만 이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가치투자와 기술적 분석을 결합하면 몇 배의 성과를 낼 수 있다."


하나씩 따져 보자. 가치투자는 100원짜리 물건을 40원에 사는 투자법이다. 이를 워렌 버핏은 


"1달러 지폐를 40센트에 사는 것"1)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100원의 가치를 가진 물건이 어떻게 40원에 시장에 나와 있을 수 있는가.


시장이 비효율적이기 때문이다. 주식시장은 군중심리, 인간의 광기와 탐욕이 영향을 미치는 공간이다. 어느 기업의 어제 주가와 오늘 주가가 똑같지 않다는 사실이 이를 증명한다. 시장에서 가격(주가)은 비이성적으로 결정되는 경우가 아주 흔하다. 그러나 길게 보면 기업의 주가는 기업의 내재가치에 수렴해 간다. 이때 주식시장에서 어느 기업의 주가가 해당 기업의 내재가치보다 낮게 거래되는 주식이 있다면 매입했다가 가격(주가)이 가치에 수렴하기를 기다리는 것이 가치투자의 원리다. 이 간단한 사실이 투자자들에게 쉽게 받아들여지지 않는다는 것은 워렌 버핏에게 의아한 일이었다.


"나는 1달러 지폐를 40센트에 산다는 개념이 몇몇 사람들에게는 즉시 받아들여지는 반면, 다른 사람들에게는 전혀 받아들여지지 않는다는 사실이 의아하다. 이것은 예방접종과 유사하다. 만약 이것이 어떤 사람을 즉시 매료시키지 못한다면, 아무리 그에게 수년 동안 설명을 하고 기록들을 보여 주고 해도 그를 변화시키지 못한다. 


이 개념이 단순함에도 불구하고 어떤 사람들은 이를 받아들이려 하지 않는 것 같다. 릭 게린 같은 친구는 정식 경영학 교육을 전혀 받지 않았는데도 즉시 가치를 이용한 투자기법을 이해하고 단 5분 만에 이것을 응용하기 시작했다. 나는 지금까지 어느 누구도 10년 동안 조금씩 이러한 방식으로 변해가는 것을 보지 못했다. 그것은 IQ나 교육의 문제가 아닌 것 같다. 이것은 순간적인 인식일 뿐이다. 스탠 펄미터(Stan Perlmeter)는 미시간대학에서 예술을 전공했으며 광고 대행사에서 일했다. 우리는 우연히도 오마하의 같은 빌딩에 있었다. 1965년에 그는 내가 그보다 더 괜찮은 사업을 한다고 생각하고 광고업계를 떠났다. 그 역시 가치 접근법을 받아들이는 데는 5분밖에 걸리지 않았다."

가치투자를 받아 들였다면 다음으로 해야 할 일은 기업의 가치와 적정 주가를 평가하는 능력을 갖추는 일이다. 기업이 실제로 얼마의 가치를 갖고 있는지를 파악해야 시장에서 거래되는 해당 기업의 가격이 싼지 비싼지를 알 수 있고, 주식을 매입해야 하는지 그렇지 않은지를 결정할 수 있다. 기업의 내재가치는 어떻게 구하는가. 워렌 버핏은 기업의 내재가치란 "해당 기업(비즈니스)이 향후에 벌어들일 수 있는 현금을 현재가치로 할인한 값"이라고 밝히고 있다. 이것을 절대적 평가법이라고 한다.


예를 들어 어느 기업이 해마다 1억 원씩의 현금을 벌어들인다면 이 기업의 내재가치는 약 16억 6,600만원이 된다. 요즘 시중 은행 이자율 6퍼센트를 할인율(discount rate)로 가정했을 경우다.3) 다시 말해 서울의 어느 가게가 10억 원에 매물로 나왔는데, 이 가게가 해마다 1억 원의 현금을 벌어들이고 있다면 가게를 매입할 만하다고 볼 수 있다. 그런데 실제로 이런 식으로 기업의 내재가치를 계산해 본 투자자라면 이 방식이 매우 주관적이고 이상적인 수준에 머무른다는 사실을 알 수 있을 것이다.


할인율을 얼마로 해야 할지, 미래 수익이 얼마가 될지를 추정해야 하는데, 우리가 세상을 살아가다 보면 실감하는 일이지만 추정이란 것이 불확실하고 빗나가는 경우가 적지 않다. 절대적 평가법의 하나인 현금흐름할인법(DCF, Discounted Cash Flow)에 대해 불만이 제기되고 있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워렌 버핏도 이 점을 알고 있었는지 내재가치 계산법에 대해 부연설명을 하고 있다. 그는 "내재가치를 계산하다 보면 매우 주관적인 값을 구하게 되는데, 이는 미래의 현금흐름의 추정치가 변하고 이자율이 변하기 때문"이라고 밝히고 있다. 그러나 그는 "그럼에도 내재가치는 비즈니스에 투자하는 것이 얼마나 매력적인지를 평가하는 데 절대적으로 중요하다"고 강조하고 있다.


또, 절대적 평가법은 수익을 창출하지 못하고 있는 기업의 가치는 평가할 수 없다는 한계가 있다. 주식시장을 둘러보면 수익을 내지는 못하지만 자산을 풍부하게 보유하고 있어 주가 상승을 유도하는 것을 볼 수 있다. 워렌 버핏은 자산가치에 근거해 투자를 하지 않기 때문에 이런 문제가 생기는 것이다. 절대적 평가법의 이런 한계를 보완하기 위해 생겨난 방법이 상대적 평가법이다.


상대적 평가법이란 주가수익비율(PER, price earnings ratio), 주가매출액비율(PSR, price sales ratio), 주당순이익(EPS, earnings per share), 시가총액(Market Capitalization), 주당순자산(PBR, price book- value ratio), EV/EBITDA 등을 이용해 기업의 가치와 적정 주가를 따져보는 것이다. 또 PER에 몇 배를 곱한다든가 하는 변형된 방식이 쓰이기도 한다.


이들 평가법도 나름의 장단점을 갖고 있다. 몇 가지만 따져 보자. 먼저, PER4)은 투자자들에게 가장 널리 알려진 상대적 평가법이다. PER의 장점은 개념이 명확하고, 주가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순이익을 감안하고 있다는 것을 들 수 있다. PER이 낮은 주식을 매입해 보유하는 저(低)PER전략은 수익률이 높다는 미국에서의 연구 결과도 있다. 그런데 PER을 이용한 평가법은 기업이 순이익을 조작할 경우 가치가 왜곡될 수 있다는 한계를 갖고 있다.


기업은 분식회계가 아니더라도 일반적으로 인정되는 회계원칙의 범위 안에서 상당한 수준으로 순이익을 조정할 수 있다. 실제로 기업분석을 하다 보면 PER이 당초 의미를 상실할 정도로 왜곡이 심각하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또 PER은 10~15배 정도로 높을 경우가 오히려 매입 시기인 경우도 있다. 다시 말해 PER이 의미하는 바를 해석할 수 있는 능력과 지식이 필요하다.


다음으로 PSR5)은 분모에 당기순이익 대신에 기업이 조작하기 쉽지 않은 매출액을 사용한다는 점에서 PER의 대안일 수 있다. 필립 피셔의 아들인 켄 피셔가 고안했다. PSR은 이익은 나지 않으면서 매출액을 급격히 늘려 가는 초기 성장 기업의 평가에 적합하다. 그런데 PSR을 일반기업의 가치 평가에 적용하면 적자기업을 우량기업으로 평가하는 함정에 빠질 수 있다.


PBR도 꽤 알려진 평가법이다. PBR은 기업이 보유하고 있는 순자산(자산 총계‒부채 총계)을 기준으로 한다는 점에서 잃지 않는 투자에 적합한 보수적 평가법이다. 순자산의 대부분이 현금 혹은 유가증권인 금융회사의 기업 가치와 주가를 파악할 때 아주 유용하며, 이익 흐름이 불안정할 때 적용할 수 있다. 그런데 PBR은 현대사회에 들어올수록 경영혁신 등으로 기업의 보유 자산(순자산)과 생산성(순이익)이 비례하지 않자 유용성이 떨어지는 경향이 있다. 예를 들어 NAVER 같은 첨단 인터넷 기업을 PBR로 평가한다면 큰 오류에 빠질 것이다.


결국 오류 없는 완벽한 평가법은 없다는 사실을 알 수 있는데, 기업 가치 평가를 정확하게 하기 위해서는 해당 기업에 적합한 평가법이 무엇인지를 알아내고 한계가 무엇인지를 따져보는 게 중요하다. 기업의 가치 평가를 마쳤다면 안전마진(margin of safety)을 고려해야 한다. 안전마진이란 기업의 내재가치와 시가총액의 차이 혹은 적정 주가와 주식시장에서의 주가와의 차이다. 워렌 버핏은 안전마진이 중요한 이유를 다음과 같이 설명하고 있다.


"여러분은 사업의 내재가치를 대략적으로 평가할 수 있는 능력과 지식을 가져야만 한다. 하지만 정확할 필요는 없다. 벤 그레이엄의 안전마진이 갖는 의미가 바로 이것이다. 8,300만 달러짜리 사업을 8,000만 달러에 사려고 하지 마라. 충분한 안전마진을 가져라. 다리를 건설할 때 건축가는 기껏 1만 파운드의 차량이 지나갈 것임에도 불구하고 3만 파운드의 하중을 견디도록 설계한다. 투자에서도 마찬가지다."


ksb@thevalue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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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14-12-30 14: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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