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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웃는 남자', 눈 속에서 찾은 자아...원작 살린 입체적 연출로 완성도↑

- 프랭크 와일드혼이 빚어낸 '웃는 남자', 3시간 무대 관객 사로잡다

- 한국 뮤지컬 최초 그랜드슬램...최단기간 10만 관객 돌파

- 넘버로 보는 명작의 힘...3월 9일까지 예술의전당 공연

  • 기사등록 2025-02-10 10:2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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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밸류뉴스=채종일 기자]

“눈 속에서 길을 잃고 뼛속까지 얼어부터 굶어죽길 기다려 본 적 있는가”


새하얀 눈이 펼쳐진 들판은 길을 잃기 쉽다. 다양한 색으로 가득하던 세상이 하얗게 변해 여기가 어딘지, 나는 어디로 가고 있는 건지 헷갈리게 만든다. 하지만 여기 눈 속에서 길을 찾은 남자 ‘그윈 플렌’의 이야기가 있다.


뮤지컬 ‘웃는 남자’는 빅토르 위고의 소설을 원작으로 하는 EMK뮤지컬컴퍼니(이하 EMK)의 창작 뮤지컬이다. 2018년 초연을 올린 후 한 달만에 최단기간 누적관객 10만 명을 돌파하고 한국 뮤지컬 최초로 그랜드슬램을 달성하는 등 작품성과 흥행을 모두 잡은 작품이다.


◆ 지루할 틈 없는 넘버 구성과 무대 연출


뮤지컬을 보러가거나 선택하게 되는 이유는 단연 넘버(뮤지컬 작품에 삽입되는 곡)다. 한국에서 가장 인기있는 뮤지컬 작곡가 중 한 명인 ‘프랭크 와일드혼’이 참여한 웃는 남자는 3시간이라는 긴 공연 시간에도 한 순간도 놓칠 수 없는 넘버들로 가득하다. 너무나 유명한 ‘그 눈을 떠’, ‘모두의 세상’ 등을 제외하고도 주인공 그윈플렌과 데아가 보여주는 한 편의 동화같은 ‘나무 위의 천사’, 조시아나 여공작의 뒤틀린 내면을 보여주는 ‘내 안의 괴물’ 등 1막과 2막에 상관없이 동화처럼 아름다운 넘버부터 맵고 자극적인 넘버까지 눈과 귀가 즐거운 넘버로 가득하다.


뮤지컬 \ 웃는 남자\ , 눈 속에서 찾은 자아...원작 살린 입체적 연출로 완성도↑ 그윈플렌(이석훈)이 상원 의원들 앞에서 '그 눈을 떠'를 부르고 있다. [사진=EMK뮤지컬컴퍼니]

웃는 남자의 무대 연출은 넘버와 배우들의 연기에 더 몰입하게 도와준다. 웃는 남자 무대를 상징하는 반원 아래 만들어지는 세상은 주인공들이 살아가는 세계가 얼마나 잔혹한지, 그렇기에 그 안에 숨겨진 아름다움이 얼마나 소중한지 보여준다.


뮤지컬 \ 웃는 남자\ , 눈 속에서 찾은 자아...원작 살린 입체적 연출로 완성도↑ 뮤지컬 '웃는 남자'의 한 장면. [사진=EMK뮤지컬컴퍼니]


◆ 입체적인 인물과 스토리


웃는 남자는 제목처럼 웃는 남자인 ‘그윈플렌’을 중심으로 진행된다. 악명 높은 ‘콤프란치코스’에 의해 입이 찢어져 웃는 남자가 된 그윈플렌은 눈 속에서 죽어가던 데아를 데리고 둘을 자식으로 받아준 ‘우르수스’와 함께 살아간다. 하지만 그윈플렌이 상위 1% 귀족 ‘클랜찰리’의 아들이라는 사실이 밝혀진다. 길거리를 유랑하며 살아가던 그윈플렌은 하루 아침에 상상으로만 그리던 궁전을 소유한 귀족이자 상원 의원이 된다.


뮤지컬 \ 웃는 남자\ , 눈 속에서 찾은 자아...원작 살린 입체적 연출로 완성도↑ 뮤지컬 '웃는 남자' 중 가든 파티의 한 장면. [사진=EMK뮤지컬컴퍼니]

재미없을 수 없는 스토리에 인물들은 각자 자신의 존재감을 뚜렷하게 보여준다. 누구보다 현실적이며 차갑지만 속은 누구보다 따뜻한 우르수스, 스스로를 괴물로 여기는 조시아나 여공작, 극의 감초같은 역할을 해주는 앤 여왕까지 각자를 상징하는 넘버들과 캐릭터성으로 관객들에게 각인된다.


◆ 데아라는 눈 속에서 자신을 찾은 그윈 플렌


웃는 남자는 자신이 ‘클랜찰리’ 공작인지 ‘그윈플렌’인지 고민한다. 둘 모두 자신의 모습임을 받아들인 웃는 남자는 귀족의 지위를 이용해 세상을 모두의 낙원으로 바꾸려 하지만 실패한다. 그때야 그윈플렌은 자신이 있을 곳이 여기가 아니라 데아의 옆임을 깨닫는다.


괴물로 살아가던 그윈플렌은 스스로의 정체성에 대한 의문을 부와 명예로 채우려 했다. 하지만 그 모든 것이 환상임을 깨달은 그윈플렌은 자신의 존재에 대한 의문을 풀고 어쩌면 난생 처음으로 진짜 자신이 누구인지 볼 수 있었다.


“너는 내 눈이 돼 세상을 그려주네 그 미소만큼 아름답게”

“너는 상상 속의 진짜 날 그려주네 내 얼굴보다 아름답게”


뮤지컬 \ 웃는 남자\ , 눈 속에서 찾은 자아...원작 살린 입체적 연출로 완성도↑ 그윈플렌, 데아, 우르수스가 공연을 마치고 인사를 하고 있다. [사진=EMK뮤지컬컴퍼니]

그윈플렌과 데아가 함께 부르는 ‘나무 위의 천사’ 가사 중 일부다. 데아는 앞이 보이지 않지만 그윈플렌의 본 모습을 봐주는 유일한 사람이었다. 그렇게 소년은 소녀의 눈이 되고 소녀는 소년의 세상이 됐다. 눈 속에서 발견한 눈이 보이지 않는 소녀, 그 속에서 그윈플렌은 자신이 누구이며 어디에 있어야 하는지 찾을 수 있었다.


뮤지컬 \ 웃는 남자\ , 눈 속에서 찾은 자아...원작 살린 입체적 연출로 완성도↑ 뮤지컬 '웃는 남자' 피날레. [사진=EMK뮤지컬컴퍼니]

아름답고도 잔혹한 어른 동화 뮤지컬 ‘웃는 남자’는 오는 3월 9일까지 서울 예술의 전당 오페라 극장에서 만날 수 있다.


cjil9237@thevalue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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